입장 바꿔 생각해 봐.
진혁은 리베인 백작령의 본령에 있는 주요한 위치를 눈에 익힌 후에 드로이 영지로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이동하였다.
사령의 탑과 몽크 길드에서 받은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베르도 산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진혁은 서두르지 않고 일단 드로이 영지에서 필요한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영지의 공동 회관으로 갔다.
클래스 길드에서 필요한 퀘스트는 클래스 길드에서 받을 수 있지만 영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공동 회관이나, 혹은 영지의 귀족들에게 퀘스트를 받을 수가 있는데 영지의 귀족들에게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명성이 어느 정도 되어야 했기에 대부분은 영지의 공동 회관에서 퀘스트를 받는다.
진혁이 영지에 도움이 되는 퀘스트를 하려고 하는 건 명성을 얻기 위함도 있지만 영지민들의 호감을 얻기 위함도 있었다.
지금까지 진혁이 게임을 하면서 느낀 것은 명성이 높다고 해서 영지민들이 다 호감을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명성이 높으면 영지민들보다는 귀족들이 더 많은 호감을 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귀족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많이 보이자, 영지민들은 거리를 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진혁은 시범적으로 영지 퀘스트를 하여 영지민들의 호감을 얻으면 명성이 높아도 자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것인가를 한 번 확인해 보려고 하였다.
영지의 회관 안은 클래스 길드와는 달리 이층이 없고, 1층으로 되어 있는 넓은 공간이었는데 한쪽에 데스크가 있고, 그곳에 안내원으로 보이는 NPC가 한 명 있었다.
그리고 우측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곳이 퀘스트 의뢰를 할 수 있는 의뢰가 있는 곳이었다.
좌측 역시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영지의 NPC 공동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진혁은 대충 회관 안을 둘러 본 후에 의뢰판으로 가서 의뢰를 살펴보았다.
통나무 구하기, 약초 구하기, 몬스터의 고기, 가죽을 구하는 기본적인 의뢰부터 청소, 심부름과 같은 일상적인 의뢰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진혁은 우선적으로 심부름 의뢰를 모두 선택한 후에 데스크로 갔다.
“이 의뢰들을 하고 싶은데요.”
“잠시만요.”
데크스에 있는 안내원 NPC가 살펴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을 하였다.
“아직 아무도 하지 않은 의뢰들이네요. 그런데 조금 서둘러 주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얼른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네. 수고 해 주세요.”
진혁은 심부름 의뢰를 하기 위해서 회관을 나섰다.
의뢰창을 확인한 후에 일단 마을의 지도를 켜자, 마을의 주요 상점, 시설들이 표시된 지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순서를 정한 후에 한 번에 다 돌자. 인벤토리와 무한 주머니가 있으니 한 번에 다 채워 넣을 수가 있을 거야.”
진혁은 그때부터 영지를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잡화점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산 후에 NPC에게 전해주고 그에게 받은 녹슨 부엌칼을 시작으로 사냥을 할 때 사용하는 부서진 검을 대장간으로 가져가 고친 후에 대장장이에게 받은 재료를 연금술사에게 가져다주고, 그에게서 받은 회복 포션을 아픈 MPC에게 가져다 주는 등······.
쉴 세 없이 영지를 돌아다닌 덕분에 심부름 의뢰를 3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 끝을 낼 수가 있었다.
“진짜 호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안 생기는 의뢰들이다.”
퀘스트를 끝내고 잠깐 동안 드로이 영지의 광장에서 쉬고 있는데 한 NPC가 찾아왔다.
“진혁 아저씨!”
진혁이 자신을 부르는 NPC를 보았는데 어린 아이였다.
“나를 불렀니?”
“네. 아저씨는 힘이 쌔죠?”
뜬금없는 질문에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은 그렇다고 말을 해 달라고 원하고 있었다.
“글쎄다. 아직까지는 누군가와 싸워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구나.”
“우와, 그럼 아저씨는 엄청 강하겠네요.”
“그런데 왜, 그러니.”
“그럼 아저씨 베르도 산에 서식하는 몬스터도 이길 수 있겠네요.”
아이는 자신의 말만 늘어놓았다.
진혁은 아이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려고 하였지만 참고 그 아이의 말을 들었다.
“베르도 산에는 블랙 페이몬트라고 하는 몬스터가 있데요.”
“블랙 페이몬트?”
“네. 원래 페이몬트는 붉은 색인데 어느 날 검은색의 페이몬트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해치고 다닌다고 그랬어요.”
진혁은 이 아이가 말하는 것이 변종 몬스터가 아닐까 하였다.
“그래서?”
“그 블랙 페이몬트를 사냥해 주세요.”
퀘스트: 아이드의 부탁.(레어)
설명: 베르도 산에 나타난 변종 몬스터 블랙 페이몬트는 동족인 페이몬트를 제압하여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단독 생활을 하는 페이몬트를 모아 통솔하며 베르도 산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블랙페이몬트를 사냥하기 위해서 마을의 사냥꾼들이 힘을 모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아이드의 부친인 테일러가 큰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메고 있다. 테일러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베르도 산에서 구할 수 있는 아자스 나무 열매와 프레타의 잎, 그리고 푸스퀴의 피가 필요하다. 베르도 산으로 가서 블랙페이몬트를 처치하고 아자스 나무열매, 프레타 잎, 그리고 푸스퀴의 수액을 구해서 연금술사에게 포션을 만들어 아이드의 부친을 치료해 주자.
성공:?
거부/실패: 테일러의 죽음, 플레이어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음.
진혁은 아이드를 바라보았다.
“블랙페이몬트가 무서운 놈이니?”
“네. 아빠와 아저씨들이 그 놈에게 많이 다쳐서 돌아오셨어요. 베르도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구해야 살 수 있는데 블랙페이몬트를 비롯하여 많은 몬스터들이 있어서 아이드는 혼자 산에 갈 수가 없어요.”
“그래. 아저씨가 베르도 산에 한 번 올라가 볼게.”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후에 주먹을 쥔 손을 진혁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요.”
“이게 무엇이냐?”
“선수금, 용병들은 선수금을 받는다고 해서요.”
손바닥을 내밀자, 아이드는 손을 펴서 진혁에게 주었다. 작은 쿠키 하나였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쿠키를 입에 넣으며 말하였다.
“아저씨가 블랙페이몬트를 사냥하서 놈이 가죽을 벗겨 오마.”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
진혁은 아이드에게 퀘스트를 받은 후에 쉬지 않고 베르도 산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왜, 나에게 아이드가 찾아와서 퀘스트를 준 거지? 그리고 보통 이런 퀘스트를 클래스 길드에서 주지 않나?”
블랙페이몬트를 사냥하기 위해서 베르도 산에 오르면서 진혁은 이 문제를 놓고 생각을 해 보았지만 마땅한 해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진혁은 일단 베르도 산으로 올라왔으니 산을 다니면서 변종 몬스터를 모두 사냥하여 사령의 탑과 몽크 길드의 퀘스트도 함께 끝낼 생각을 하였다.
베르도 산의 초입에서는 그리 위험한 놈을 만나지 않았지만 중턱부터는 달랐다.
몽크스란 몬스터를 만났는데 처음으로 변종 몬스터를 만난 것이다. 몽크스는 원숭이와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로 팔과 다리가 원숭이보다는 굵고, 길었다.
또한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가지고 있어 일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놈들이었다.
이들은 무리 생활을 하는 놈인데 우두머리는 마치 고릴라와 비슷하게 생겼다.
원숭이 무리를 이끌고 있는 고릴라의 모습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다만 이들의 잔혹성과 난폭함은 원숭이와 고릴라를 훨씬 뛰어 넘는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위협적이었다.
진혁은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구울 병사를 소환하였고, 구울병사는 몽크스를 잡기 위해서 노력하였지만 재빠른 그들을 사냥하는 건 구울병사들에게는 무리가 있었다.
“백호 소환!”
진혁은 백호와 리틀백호를 소환하여 그들로 하여금 몽크스를 사냥하라 명령을 내리자, 이제야 제대로 된 천적을 만난 것처럼 몽크스들이 달아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백호와 리틀백호에게 물어 뜯겨 죽였다.
“동동일 소환!”
진혁은 동동일을 소환하여 그에게 놈들의 우두머리를 맡겼다.
“싸움이야?”
진혁의 어깨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어둠의 정령 피란체바는 몽크스의 우두머리를 보고 눈을 좁혔다.
“기분 나쁜 기운을 품고 있네. 실패작인 것 같은데.”
“그래?”
“응, 아마도 흑마법사가 키메라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재료 같은데 흑마법사가 컨트롤을 할 수 없어 버린 모양이야.”
“흑마법사가 컨트롤 하지 못하는 키메라도 있어?”
진혁이 물었다.
“응, 아마 진혁을 키메라로 만든 흑마법사도 그랬을걸. 그래서 너에게 한 가지 금제를 걸었을 거야.”
진혁은 칼로파가 자신에게 어떤 금제를 가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네가 그를 직접 못 죽이게 만들었잖아.”
“그랬지.”
“그게 금제야. 진혁이는 백호나, 리틀백호를 만들면서 그런 금제를 걸었어?”
“아니, 난 안 걸었는데.”
“그건 진혁이 능력이 키메라들보다 뛰어나서 그래.”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당시에 칼로파보다 약했는데.”
“약했으니 잡혔겠지. 그리고 키메라가 되었고, 하지만 잠재력은 칼로파보다 높았을 거야. 그러니 훗날 진혁이 칼로파의 능력을 넘어 섰을 때, 그때를 대비한 거야. 나중에 진혁이 키메라를 만들다 보면 그런 경우가 생길 거야.”
진혁은 동동일과 싸우고 있는 몽크스의 우두머리를 보았다.
“그래. 그럼 키메라를 제작할 때, 잠재력이 높은 놈으로 만들어야겠네. 리틀 백호처럼.”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즉시 전력감이 아인 이상은 쓸모가 없으니 그런 키메라를 선호하지는 않아. 언제 포텐이 터질지도 모르니 말이야.”
진혁은 피란체바의 말을 듣고 앞으로 키메라를 만들 때는 잠재력이라는 것도 고려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몽크스란 몬스터가 그리 위협적인 몬스터가 아니라 그런지 변종 몬스터라 할지라도 동동일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변종 몽크스가 죽자, 몽크스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혁은 변종 몽크스의 심장이 있는 곳에서 핵을 뽑아 낸 후에 스켈레톤 병사로 만들었다.
-변종 몬스터의 핵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변종 몬스터를 확인하라.’를 완수하였습니다.
-퀘스트가 확장됩니다. 베르도 산에 있는 변종 몬스터를 모두 확인하십시오.(0/30)
진혁은 퀘스트가 확장되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메인 퀘스트인데 이렇게 쉽게 끝낼 일은 아니지. 가만, 그런데 핵을 확보하였는데 몽크 길드의 퀘스트를 완료가 뜨지 않지?”
“그건 다크엠버서더의 조직원이 키메라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흑마법사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렇지.”
피란체바의 말에 공감을 하며 사령의 탑과 몽크 길드에게 받은 퀘스트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몽크 길드에서 받은 퀘스트가 사령의 탑에서 받은 퀘스트의 상위 호환 퀘스트구나.’
진혁은 자신이 받은 퀘스트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충분히 예상할 수가 있었다.
“일단 베르도 산에 있는 30종의 변종 몬스터를 처리하고 핵을 확보해야 다음 퀘스트를 진행할 수가 있겠다.”
“그럼 산에 있는 몬스터를 다 때려잡을 거야?”
“아마도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좋아. 그 동안 내가 수련한 것을 보여 줄게.”
“수련했어?”
“응, 어둠이 영역에서 나 혼자 수련을 했지. 정령왕이 나에게 잔소리를 하려고 찾아왔는데 내가 마법으로 쫓아버렸어.”
“정령왕이?”
아마도 피란체바가 정령들을 소멸시킨 일을 두고 정령왕이 찾아온 듯 하였다.
“싸우지 말고 미안하다고 그러지. 그럼 다시 정령계도 놀러가고, 피란체바가 좋아하는 빛의 정령도 만나고 그럴 수 있잖아.”
“싫어.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진혁을 죽이려고 했어. 난 다른 건 다 참아도 나의 계약자인 진혁을 죽이려고 한 것만은 참을 수가 없어.”
단호하게 말하는 피란체바였고, 진혁은 그런 피란체바를 달랬다.
“그들도 계약자의 명령이 있었으니 거부할 수가 없어 나를 공격했을 거야. 말을 못하는 중급 정령이니 자신의 뜻을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잖아.”
“아니, 최하급 정령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전달 할 수가 있어. 진혁을 공격한 정령들은 손짓으로,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럼에도 그리하지 않았어.”
이상하리만큼 피란체바는 정령이 진혁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그래. 알았어. 하지만 앞으로는 피란체바가 강자로서 약자에게 아량이나, 자비를 베풀어 주는 모습을 보여 주는 정령이 되었으면 좋겠어.”
“생각해 보고.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 만약에 진혁과 나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진혁은 그들을 용서할 수 있어?”
“야, 미쳤어? 용서하게. 다 죽여 버리지. 어디서 피란체바를 소멸시키려고 해. 그런 일은 절대······.”
피란체바의 미소를 보고 진혁은 입을 닫았다.
“그러니까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진혁은 너무 걱정 마. 그리고 진혁이 나를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이라는 걸 알아. 그러니 나도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볼게.”
“그래. 고마워. 피란체바.”
“얼른 가자. 몬스터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가서 싹 다 때려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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