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이 문제네.
UFC대화가 끝나고 만찬에 선수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지인들이 함께 모여 만찬을 즐기는 시간에 진혁은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떨어져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단하던데.”
그때 한 사람이 진혁에게 다가와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누구?”
진혁이 누구인지 물었고, 사내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나? 친구. 미우치아 프라다라고 해.”
“프라다?”
“그래. 오늘 시합 정말 대단했어.”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대화를 나누었는데 진혁이 어색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라다가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하였는데 조금은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대화가 통했다.
“내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우리 직원에게 고액 과외를 받았다. 그러니 너 나에게 아이템 하나 선물해라.”
“정말?”
어색하지만 이 정도 한국어를 구사하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것임을 알고 있어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너 보려고 이번 대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마침 유니크 아이템 얻은 게 있는데 그거 너 써. +7짜리니까 네가 가진 아이템보다는 좋을 거다.”
“정말? 난 해 본 소리인데.”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저번에 나 죽이러 왔던 놈들 죽여서 얻은 거니까 부담가지 말고 사용해. 누가 뭐라고 그러면 경매를 통해서 샀다고 그러고.”
아이템을 준다는 말에 활짝 웃는 프라다였다.
“어머, 프라다 씨랑은 알고 계시는 사이였나 봐요.”
“아, 엘리스 강!”
프라다와 엘리스 강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하였다.
“우린 친구지. 내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를 했지.”
“친구요?”
“인더스에서 만났어.”
“아··· 그렇군요. 진혁씨는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유명인이시네요. 오늘 승리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서 있지 말고 앉지.”
프라다가 자리를 권하자, 엘리스 강이 합석을 하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인더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니까 다크 엠버서더란 조직이 왕국을 위협하고 우리는 그 위협을 막는 그런 스토리란 말이지?”
“그래. 각 국의 커뮤니에서는 많은 추측들이 있는데 읽어보면 일리가 있는 추리들이 많아. 나도 그걸 보고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고.”
“그럼 귀족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네. 지금은 귀족들과 친해지기는 고사하고 일반 NPC들과 친해지는 것도 힘든데.”
“나는 친해졌는데. 명성이 높으면 자연스럽게 NPC들이 아는 척도 하고 그러던데.”
“그래?”
“난 그래서 이득 좀 봤지.”
“무슨 이득?”
“루드산포드 백작령에 집을 샀지. 공동주택이 아닌 개인 주택인데 창고가 딸려 있어. 재료들은 은행에 맡기지 않아도 돼.”
“그래?”
“플레이어가 집을 살 수가 있었나요?”
엘리스 강은 모른 척 물었다.
“못 살 것도 없죠. 누구 하나 집을 사려고 생각을 안 해본 것이 아닐까요? 집을 백만 골드를 주고 샀으니까.”
100만 골드란 두 사람은 놀란 눈을 하였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집을 못사는 것이 아니라 살 생각을 못한 거지. 사려고 했다면 이래저래 알아보고 샀을 걸.”
“그렇군요. 싼 집은 얼마쯤 할까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개인주택보다는 공동주택이 싸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구나. 나도 돈 모아서 집을 사야지. 참, 길드 창설이 가능해지면 길드에 들어가실 건가요?”
“저는 당분간 들어갈 생각이 없는데요.”
“그래요?”
“단순히 모여서 모험하는 길드라면 사양하고 싶어요. 그리고 길드라는 이름으로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프라다는 진혁의 말에 살짝 시선을 피했다.
“그렇구나. 하지만 길드를 통해서 더 많은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을 텐데요. 가령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모험을 길드원들과 함께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 친구는 혼자서도 다 가능하니까 그러지.”
프라다의 말에 엘리스 강이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그런 게 있어. 엘리스 강은 다른 왕국에 있어 모르겠지만 하여간 저 친구는 혼자서도 잘 노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엘리스 강은 진혁을 보았다.
그녀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엘리스에게 진혁을 소개 받을 때,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이라고 들었고, 그 외에 개인적인 정보만을 얻었지, 그가 인더스의 게임 안에서 어떤 플레이어인지는 알지 못하였다.
“그건 그렇고, 엘리스 강, 너희 왕국은 좀 어때?”
“우리 왕국은······.”
*
진혁은 만찬을 끝내고 프라다와 엘리스 강과 바에서 가볍게 술을 한 잔 더 한 후에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를 한 후에 진혁은 인더스에 접속을 하였다.
3차 전직을 하기 위해서 흑마법사를 찾아가야 하는데 단서를 찾지 못해 흑마법사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서 벨리아 마을로 왔다.
이벤트 때에 처참하게 부서진 벨리아 마을이지만 어느새 복구가 되어 사람들은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진혁은 사령의 탑으로 가서 알리를 만났다.
“어서 오게.”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안녕하고 안하고가 어디 있겠나.”
진혁은 자신이 알리를 찾아온 이유에게 대해서 말을 하였다.
“자네에게는 그런 어려움이 있었지. 그런데 고위 흑마법사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걸세. 각 사령의 탑에 소속된 흑마법사들 중에서는 7서클의 흑마법사들은 없을 테고, 예전에 내가 듣기에는 산타나 왕국의 비스트 산맥에 은둔한 고위 흑마법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네.”
진혁은 알리의 말에 답답함은 느꼈다.
‘3차 전직을 7서클의 흑마법사에게 받아야 한다면 4차는 드래곤, 5차는 마왕에게 받아야 하는 건가?’
“그럼 산타나 왕국으로 넘어가야겠군요.”
“우리 왕국에서 찾을 수 없다면 산타나 왕국으로 넘어가야겠지.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일세. 가는 동안 많은 몬스터와 싸워야 할 테니 말일세.”
“그럼 우리 왕국에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신 분이 계십니까?”
“그건 알 수 없다네.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니 하지만 통상 각 왕국에 두세 명의 고위 흑마법사는 있다고 알려져 있네.”
“그럼 우리 왕국에서 찾을 수 없다면 산타나 왕국으로 찾아가야 하겠군요?”
“그렇긴 하지. 혼자서 산타나 왕국으로 가는 것보다는 왕국의 수도로 가서 용병들과 함께 넘어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네.”
“용병들과 말입니까?”
“수도에는 많은 상인들이 있고, 상인들을 호위하는 용병들이 많이 있다네. 상인들은 국경을 넘어 산타나 왕국으로 갈 수가 있으니 그렇게 넘어간다면 조금 수월하게 왕국으로 넘어갈 수가 있을 것이네.”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아닐세. 자네 같은 사람이 있어야 우리도 음지가 아닌 양지로 나갈 수 있다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것이 우리 흑마법사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음지보다는 양지가 더 좋지 않겠나.”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노력하고 수고를 해 주게.”
“그리하겠습니다.”
진혁은 일단 고위 흑마법사에 대한 단서를 얻었으니 벨리아 마을에서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돌아와 왕국의 수도인 두라스로 떠날 차비를 하였다.
“이번에 떠나면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니 그렇게 하세요. 이전에 말을 했던 것처럼 생활비는 은행에 가셔서 받아서 사용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디 멀리 떠나십니까?”
알비스가 물었다.
“수도로 가서 산타나 왕국과 교역하는 상인들을 따라 산타나 왕국으로 넘어갔다가 올 생각입니다.”
“산타나 왕국까지 말입니까?”
“네.”
“아······.”
알비스는 뭔가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고, 진혁은 그런 알비스에게 물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말하세요.”
“그러니까 그게······.”
진혁은 알비스 말을 하기를 기다렸고, 알비스는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저와 아내는 산타나 왕국의 사람입니다.”
-퀘스트: 알비스의 부탁
설명: 산타나 왕국의 귀족 상인이었던 알비스는 경쟁 상인의 음모에 의해 가문이 몰락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가족 모두가 노예로 전락하였다. 알비스에게는 부인 예나, 아들 바스 외에도 큰 딸 이스라와 작은 딸이 바네사가 있는데 그들과 떨어져 두라스 왕국으로 팔려왔다. 그는······.
진혁은 퀘스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이 뭐가 있나요. 부모라면 응당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제가 산타나 왕국으로 넘어가면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구할 수 있으면 구해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혹시 두 따님께서 제가 알비스가 보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알비스는 자신의 목에 차고 있는 목걸이를 풀어 주었다.
“두 딸이 돈을 모아서 선물해 준 것이라 이 목걸이를 알아 볼 것입니다. 그리고 딸들이 좋아하던······.”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진혁은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제가 다니는 곳에서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알아 봐 주시는 것 만해도 감사합니다.”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진혁은 떠날 준비를 끝내고 저택을 나왔다. 진혁은 수도로 가 본 적이 없어 일단 육로를 통해서 수도로 가야 했다.
“상인의 의뢰를 받아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올라갈까?”
이러한 생각도 해 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플레이어인 자신이 의뢰를 통해서 함께 이동하면 상인의 일정에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였다.
“일단 수도로 방향을 잡고 사냥 퀘스트나 마물 퇴치 퀘스트를 하면서 다른 영지를 거쳐 수도인 두라스로 가자.”
진혁은 호위보다는 몬스터 퇴치를 선택하였다. 몽크 길드의 휴게실에 있는 의뢰판을 확인하면서 몇 가지 의뢰를 선택한 후에 몽크 길드를 나섰다.
“피란체바, 우리 새로운 모험을 할 거야.”
-정말?
“그래.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테니까 기대해도 좋아.”
-좋아. 피란체바는 진혁이랑 함께 모험하는 게 좋아. 우리 오랫동안 함께 모험하자.
“그래. 그렇게 하자.”
*
진혁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며칠간의 휴식을 받은 진혁은 병원에 들러 종합 검진을 받았다.
격투기라는 것이 후유증이 심한 운동이라, 격렬하게 치고 박고 한 시합 후에는 꼭 종합검진을 통해서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다행이 큰 부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주일 동안 재활훈련을 통해서 지켜보자는 의사의 소견으로 인해서 재활훈련을 받았다.
부상도 없는데 왜, 재활훈련을 받아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위한 훈련이니 진혁은 빼먹지 않고 열심히 재활훈련을 받았다.
일주일 재활훈련을 받아도 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자, 진혁은 그 후에 다시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격한 운동이 아닌 가벼운 운동을 통해서 몸의 긴장감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그런 운동을 소화하였다.
“너무 무리하지 마.”
최달수는 그런 진혁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말을 하지만 그 말을 들을 진혁이 아니다.
“무리 안 하는데요. 그냥 스트레칭하는 건데요.”
“누가 스트레칭을 샌드백을 두들기면서 해. 지난 시합에서 너 엄청 맞았어.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그게 보약이다.”
“알겠습니다.”
“난 최승수 매니저 만나러 갔다 올 테니까 대충하고 집에 들어가 쉬어.”
최달수가 체육관을 나가자, 진혁이 샌드백을 두들기기 시작했는데 권총에서 총알이 쏘아지는 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
“살살 치라고 관장님이 그랬잖아. 말 좀 들어라.”
다른 선수들을 가르치는 봉수가 진혁에게 한 소리하자, 그때서야 샌드백에서 떨어졌다.
“연습 끝났어?”
최상호가 진혁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네. 다들 연습을 못하게 하니 여기서 끝내려고요.”
“그래? 잘 되었네. 방으로 가자. 너 시합한 거 분석했는데 그거 보여 줄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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