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벨이라고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
-뭐? 그래서 체육관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훈련하겠다고?
진혁은 인더스의 이벤트로 인해서 일주일 동안 체육관이 아닌 집에서 개인 훈련을 하겠다고 최달수에게 전화로 말을 하였다.
-인마, 시합이 보름 뒤야. 다음 주는 출국해야 한다고.
예상한대로 최달수의 잔소리가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진혁은 휴대전화를 잠시 귀에서 멀리 두고 잔소리가 끝날 때쯤에 가까이 대고 말을 하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주에는 혼자 시간을 가지고 훈련을 한다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너 인더스가 뭔가 하는 게임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지?
진혁은 그 말에 뜨끔하였지만 애써 덤덤하게 말을 하였다.
“아닙니다. 제가 애도 아니고, 게임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만큼 어리석은 놈도 아닙니다.”
-그래. 이번에는 너의 뜻대로 해. 하지만 사우디로 넘어가면 빡세게 훈련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체중 조절 잘하고.
“걱정 마세요.”
진혁은 가슴 조마조마하게 최달수와 통화를 끝낸 후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 이런 거짓말도 할 것 못 되네.”
이벤트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많았다면 자신이 빠져도 되지만 자신을 포함하여 7명이 전부였다. NPC들이 50명이 있다고 하지만 한 명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비록 인더스의 이벤트 때문에 체육관을 오가며 훈련을 하지 못하였지만 집에서라도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이 참에 체지방을 확실하게 줄이고, 근육의 양을 조금 더 늘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혁은 한 주 동안 격투 훈련보다는 상대의 패턴을 파악하고 자신의 몸 상태와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을 하기로 하고 운동에 들어갔다.
진혁은 현실에서 두 시간씩 쉬는 탓에 두 시간을 훈련하고, 접속하고 두 시간을 잠을 자고, 접속하고, 이를 반복하면서 인더스 세상에서 벨리아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42번의 몬스터 침공 중에 10차 몬스터 침공까지 막아낼 수가 있었다.
함께 몬스터를 막으면서 손발이 익숙해져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상황을 보고 알아서 움직이니 처음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더 안정감이 있었다.
그렇게 11차 몬스터의 침공이 시작되었고, 이전과 달리 진혁과 흑마법사 일행들이 조금씩 고전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11차 몬스터 침공부터 흑마법사의 펫이라 불리는 키메라들이 본격적으로 활약을 하였다.
흑마법사들은 입구를 지키기 위해서 방어력이 높은 키메라들을 입구에 배치를 시킨 후에 그 앞에 흑마법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키메라들을 배치시켰다.
몬스터들은 흑마법사들이 만들고, 소환한 독 구름과 독 웅덩이, 독 두꺼비와 독 지네와 같은 독물들이 득실거리는 필드를 뚫고 벨리아 마을의 방책까지 도달하였지만 방책의 문을 부수기 전에 입구를 지키고 있는 흑마법사들의 키메라들에 의해서 몬스터들이 죽임을 당해야 했다.
확실히 키메라들은 스켈레톤 병사와 달리 성장형이라 소환수라 그런지 강했다.
“후배님부터 스켈레톤 병사를 부탁해요.”
진혁의 스켈레톤 병사가 다른 흑마법사들이 소환한 스켈레톤 병사보다 강하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진혁이 우선적으로 스켈레톤 병사를 만들었다.
진혁이 죽은 몬스터로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한 후에 각종 서몬 버프를 걸어 주고 공격 명령을 내리자, 스켈레톤 병사들이 키메라들보다 앞에 나서며 몬스터들과 전투를 시작하였다.
피란체바는 스켈레톤 병사가 소환이 되자, 자신이 지휘관이 된 듯 그들을 지휘하였고, 피란체바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스켈레톤 병사들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마치 군대를 보는 느낌인데. 어디서 저런 복덩이를 얻었어?”
프라다가 물었다.
“정령사 길드에 가서 정령사 시험을 받았는데 피란체바가 날 선택했어.”
“그래?”
“정령사가 되고 싶다고 정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령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그러더라고. 난 알고 있다시피 흑마법사도 겸하고 있어 다른 정령들이 나를 싫어했거든, 그런데 유독 피란체바 나의 곁에 머물며 간을 보는 거야.”
“그래서 피란체바와 계약을 한 거야?”
“그래. 그래서 함께 인더스 대륙을 여행하기로 약속을 하고 계약해서 나와 함께 다니는 중이야. 너도 혹시 모르니 정령사 길드로 가서 시험을 한 번 봐.”
“그럴까?”
“기대하지 말고 가면 실망도 안 하니까. 한 번 가 봐. 난 스켈레톤 병사들에게 버프를 걸어 줄 테니까 저 멀리 시원하게 마법 한방 날려 줘.”
“오케이!”
진혁이 4서클의 흑마법사가 된 이후 칼로파의 서재에서 훔쳐 나온 4서클의 마법을 모두 익힌 상태였다.
서몬 버프 중에서는 힐과 오펜스, 디펜스 헤이스트를 배웠고, 공격 마법으로는 포이즌 애로우, 본 스피어를 배웠다. 또한 인첸트 마법으로는 포이즌 웨폰을 배워 자신의 능력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를 시켜 놓은 상태이다.
여기에 피란체바의 버프까지 중첩을 시키면 진혁이 소환한 스켈레톤 병사는 두 배 이상의 강력함을 가질 수가 있어 다른 흑마법사들이 소환을 한 스켈레톤 병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존재가 되어 선두에서 몬스터들과 싸웠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소모된 체력과 피로를 모두 회복합니다.
-레벨 업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3개가 주어집니다.
-스탯 포인트로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추가로 올릴 수가 있습니다.
진혁은 스켈레톤 병사들의 활약으로 레벨을 또 하나 올릴 수가 있었다.
몬스터의 침공 차수가 늘어날수록 레벨이 높은 몬스터가 마을을 노리고 몰려오니 레벨 업을 하여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가 있었다.
“회 차가 끝날 때마다 레벨 업을 하는데. 이벤트가 끝나면 어쩌면 200레벨을 찍을 수도 있겠다.”
방책 아래에서는 소환수들과 몬스터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방책 안의 마을은 상대적으로 평온하였다.
아직은 키메라와 스켈레톤 병사들이 잘 견뎌주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회 차가 거듭될수록 힘들 것이고, 어쩌면 벨리아 마을 온전히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나중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걱정 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은 눈앞에 몰려오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파이어 윌!”
화르르르륵!
거대한 불의 장벽이 솟구쳐 올라 벨리아 마을로 진군해 오는 몬스터들을 둘로 나누었다.
“좋아요. 프라다님, 불의 장벽을 조금만 더 유지해 주세요. 라딘 장로님!”
“왜, 그러나?”
“혹시 마을에서 기름을 구할 수 있을까요?”
“기름? 기름이야 차고 넘치지.”
“잘 되었네요. 그럼 다음 침공 때부터는 작전을 바꾸어서 화공으로 놈들을 막겠습니다. 라딘 장로님께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기름을 최대한 모아 달라고 해 주세요.”
“알겠네.”
*
진혁의 집은 단독 주택으로 좁지만 마당도 있는 집이라 마당에서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을 놓아두고 틈틈이 집에서도 운동을 하였는데 인더스의 이벤트로 인해서 한 주 동안 집에서 운동을 하기로 하였기에 마당에 설치해 둔 운동기구들을 적극 활용하였다.
파아아앙!
마당 한쪽에 달아 놓은 샌드백을 치는 진혁이었고, 글러브를 착용하고 샌드백을 침에도 불구하고 마치 권총에서 총알이 쏘아나가는 소리와 흡사하게 났다.
위빙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는 진혁은 지금의 모습만 보면 종합격투기 선수가 아닌 권투 선수처럼 능숙하게 샌드백을 두들기며 훈련을 하였다. 그러다 뒤로 한 스탭 빠지면서 오른 발로 로우 킥, 미들 킥, 하이 킥을 순서대로 찬 후에 다시 전진하여 양손 훅으로 샌드백을 때렸다.
파앙. 팡··· 팡··· 팡······.
진혁의 주먹은 빠르고 정확하게 샌드백에 동그라미로 표시가 된 곳을 가격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샌드백을 두들기며 훈련을 하는 진혁은 글러브를 벗어 한쪽에 걸어 둔 후에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몸 상태가 괜찮은 듯하여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단속을 한 후에 진혁은 달리기 시작하였는데 운동을 위해서 자신이 설정해 놓은 코스에 따라 한 바퀴 돌고 오기 위함이었다.
거리는 총 8킬로미터로 적지 않은 거리였지만 폐활량 운동으로는 달리기만큼 돈 안 드는 운동도 없었기에 진혁은 종종 이렇게 달리기 운동을 하였다.
진혁은 8킬로미터를 달리는데 30분 정도 걸렸는데 이는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였다.
물론 마라톤 선수처럼 오랫동안 달릴 수는 없지만 30분 정도는 마라톤 선수처럼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릴 수는 있었다.
호흡을 끝까지 유지하며 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달렸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꾸준한 달리기 훈련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호흡을 유지하며 달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게 8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 진혁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한 번 더 푼 후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땀에 젖은 옷은 세탁기에 던져 놓고 샤워를 끝낸 후에 간단한 옷차림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체중 조절을 위해서 식단을 조절하였는데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먹기는 싫은 그런 음식들이었다.
“세상에 맛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풀떼기랑 퍽퍽 살을 먹어야 하는 건지······.”
투덜거리면서 남김없이 다 먹은 진혁은 간단한 집 청소와 설거지를 끝내니 어느 듯 접속을 해제한 이후, 두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럼 접속을 해 볼까?”
진혁은 인더스에 접속을 하기 위해서 접속기가 있는 방으로 갔다.
*
“아무리 흑마법사들이라고 하지만 진짜 대단하지 않아. 저주 마법과 독 마법, 소환마법도 부족해서 이제는 몸으로 직접 싸우는 거 봐. 몽크보다 더 잘 싸우는 것 같은데.”
“몽크겠지. 전에 이야기 들어보니 케빌로스 길드가 저레벨 사냥터 독점하고 몰이 사냥할 때, 가면을 쓴 몽크가 그놈들 다 때려잡았다고 그런데. 저 사람인가 보네.”
“그래?”
“저번 주에 난리도 아니었어. 저 사람인지는 몰라도 그때 유니크 아이템 몇 개, 레어 아이템 열 몇 개, 일반 아이템은 수십 개라고 들었거든.”
“대박······.”
“그래서 케빌로스 길드에서 현상금 걸었잖아. 그런데 누가 신고를 하겠어? 지들이 사냥터 독점해서 저레벨에게 피해를 그렇게 줬는데.”
“하긴 그렇겠다.”
“싸우는 걸 보니 저 사람이 맞는 것 같아. 블랙오크 레벨이 150레벨에서 170레벨인데 그냥 녹아내리잖아.”
영상을 통해서 싸우고 있는 가면을 쓴 몽크를 보고 있는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은 넋을 놓고 보는 중이었다.
다른 몽크나, 전사들과 달리 주먹과 발, 그리고 몸을 사용해서 싸우는데 말 그대로 몬스터들이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강하게 내리치는 오크의 녹슨 검을 흘리기로 막은 후에 돌려차기로 턱을 강타하자, 오크가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화르르르륵!
불이 크게 일어나며 몽크에게 몬스터들이 몰리는 걸 막아 주었다. 그래도 많은 수의 오크들에게 포위당해서 싸우는 중이었지만 화려한 스킬이 아닌 기본적은 무투를 앞세워 몬스터들을 압살하는 중이었다.
“정말 대단하다. 저 현실에서도 운동선수겠지? 그러니 저렇게 잘 싸우는 거 아닐까?”
“게임은 플레이어 보정을 해 주니 꼭 격투 선수가 아니더라도 저렇게 싸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볼 때, 격투 선수라기보다는 저런 싸움이 익숙한 사람 같아.”
“그래?”
“몬스터의 칼에 베여도 아프지 않잖아. 그러니 두려움만 없으면 충분히 가능하지.”
인더스의 세상에서 통증의 강도를 조정할 수가 있고, 권장 통증이 100중에 20이었기에 대부분 권장 통증 20에 맞추거나 혹은 30에 맞추기도 하는데 얼마가지 않아 20, 혹은 15로 낮추곤 한다.
대부분의 여성 플레이어들은 통증을 10으로 맞추고 하였는데 그런데 통증을 30으로 맞추어 놓고 플레이어를 하는 플레이어들의 비중을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는 것이 특이하였다.
하지만 여성 플레이어들 중에서 그 이상으로 통증을 맞추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에 반해 남성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30이상의 통증을 경험하는 이들이 몇 명이 있었다.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의 세상에서 통증을 최고 단계인 100으로 맞춰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도 다섯 명이나 존재하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진혁이었다.
“그나저나 위태위태하면서도 막아내고, 막아내고 그러네.”
“그러게. 전략과 전술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것 같아. 적은 인원으로 매 회차 마다 새로운 방법을 가지고 나와서는 몬스터를 상대하니 말이야. 그래서 다른 마을보다 벨리아 마을을 지키는 저들의 전투가 재미가 있어.”
“나도 그래. 몽크가 뜬금없이 나타날 것이라곤 정말 아무도 생각지 못했어.”
“그런데 저 몽크 정말 멋있다. 몬스터에게 둘려 싸여 있어도 일말의 두려움도 없어 싸우잖아. 마치 합을 맞추어 싸우는 영화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워.”
“고레벨이니까.”
“고레벨이라고 저렇게 싸울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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