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에 마징가Z는.
퀘스트: 자신을 증명하라. (전직 퀘스트)
설명: 알리는 강해지고 싶다고 말한 진혁 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린우드의 숲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들에게서 얻은 부산물을 가져다주자. 일부 증거는 몬스터의 사체에서 추출을 해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증거 추출 대상 몬스터
리큘로스의 뿌리- 0/1000
임프의 꼬리- 0/1000
오크의 심장- 0/1000
라이칸스로프의 어금니- 0/1000
드라이어드의 잎사귀- 0/1000
하피의 발톱- 0/1000
트롤의 피- 0/100
오우거의 힘줄- 0/10
진혁은 퀘스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파테우스는 지독하게 훈련만 시키더니 알리는 사냥만 시키는 것 같아서였다.
“왜, 힘들 것 같나?”
“아닙니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없네. 자네의 역량이니 실력이 출중하면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시간이 걸리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리하게. 아, 그리고 잡화상인 데일리에게 추출 도구를 꼭 사서 가도록 하게. 흑마법사들은 사체에서 재료를 추출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네.”
진혁은 알리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그의 방을 나와 일층으로 내려왔다.
“어?”
그런데 이곳에 NPC가 아닌 플레이어가 있었다. 아마도 이곳 사령의 탑에서 흑마법사로 전직한 플레이어인 듯하였다.
“여기 처음이신가 봐요?”
플레이어가 진혁에게 말을 걸었다.
“네. 흑마법사로 전직하려고 찾아왔는데 몬스터만 잔뜩 사냥하고 오라고 그러네요.”
“좀 그렇죠. 하지만 사냥하다보면 재미도 있고 그럴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으면 만나요.”
그는 진혁과 간단한 몇 마디를 나눈 후에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서 사령의 탑을 나섰다.
“이곳까지 온 걸 보면 초보 흑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흑마법사는 일반적인 직업과는 달리 유물이나 일기장, 혹은 진혁처럼 키메라로 제조되어야 전직을 할 수 있는 특수 직업군에 속하는 직업이었다.
진혁도 게임 사이트에서 흑마법사가 몇 명 있다고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플레이어를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하긴 아직까지는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숨겨야 하니까.”
아직까지는 사람들, 즉 NPC이 생각하고 있는 흑마법사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떳떳하게 흑마법사라고 말하고 다니기에는 조금 그랬다.
“나 역시 마찬가지 테지.”
진혁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사령의 탑을 나와 알리가 내 준 숙제를 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먼저 잡화상에 들러 추출할 수 있는 도구들을 구입하였다.
주사기, 호미, 낫, 곡괭이, 무두질용 칼,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식칼······.
진혁은 몬스터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이리 많은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군요.”
“흑마법사와 연금술사에게는 몬스터에게서 재료를 추출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답니다. 추출하다보면 부수입도 얻을 수가 있어요. 운이 좋으면 말이죠.”
“아, 감사합니다.”
진혁은 추출 도구들을 10개씩 구입을 한 후에 인벤토리 안에 넣고는 물었다.
“여기서 몬스터의 부산물도 사 주나요?”
“물론이죠.”
“아, 그럼 여기까지 오면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은 것들인데······.”
진혁은 사냥을 하고 얻은 부산물들을 모두 꺼내어 놓았다.
“우와, 엄청나군요.”
“일이 좀 있었습니다.”
잡화상점의 주인인 데일리는 활짝 웃으며 진혁이 꺼낸 잡템들을 분류하였다.
“이건 라이칸스로프의 발톱이네요. 이건 이빨··· 라이칸스로프의 부산물들이 많네요.”
“그들 무리를 만나는 바람에 크게 싸운 적이 있어서 그 놈들이 것이 제법 많습니다.”
데일리는 잡템을 모두 정리한 후에 빠르게 계산을 하더니 진혁에게 말하였다.
“모두 104골드네요. 어때요? 저에게 파시겠어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그 동안의 노력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케인에게서 받은 보상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아 데일리에게 모두 팔았다.
데일리는 값을 지불한 후에 진혁에게 말하였다.
“값을 잘 쳐드릴 테니 저의 잡화상점을 자주 이용해 주세요.”
“아, 제가 이곳에 있는 동안은 그러겠습니다.”
“감사해요. 이건 고마움의 뜻으로 알려드리는 건데요.”
데일리가 진혁에게 추출을 할 때, 간단한 팁을 알려 주었다.
“아, 그러니까 결을 따라서 추출을 하란 말씀이죠.”
“네. 혈액은 꼭 심장이 있는 곳에 주사기를 꼽아야 해요.”
“그런데 차이가 있나요?”
“추출물의 품질은 나쁜, 평범한 그리고 빛나는 이렇게 3등급으로 나뉘거든요.”
“ ‘빛나는.’ 이 등급이 좋은 거군요.”
“네. 질이 나쁜 등급은 쓸모가 없으니 그냥 버리는 걸 추천해 드리고요. 평범한 등급은 연금이나 키메라 제조에 많이 쓰이긴 한데 그리 좋은 제품을 만들지 못해요. 그리고 빛나는 등급은 고급 연금술이나 키메라 제조에 꼭 필요한 것이라 고가에 팔리거든요.”
데일리는 추출물에 대한 등급에 대해서 진혁에게 자세하게 알려주고, 흑마법사라면 꼭 알아 둬야 할 필수 스킬이라고 하며 진혁의 호감을 샀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좋은 걸 알려주었으니 저의 상점을 자주 이용해 주셔야 하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진혁은 웃으며 데일리와 대화를 마친 후에 잡화상점을 나왔다.
“명성이 올라가서 그런 건가? NPC들이 나에게 가지는 호감이 조금 상승한 것 같아.”
처음 인더스를 하였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인싸가 된 기분이었다.
진혁은 방책의 문이 있는 곳으로 가서 요한슨에게 말하였다.
“잠시 나갈 일이 생겨서 그린우드 숲에 다녀오겠습니다.”
“알리 장로님께 일거리를 받은 모양이군. 무슨 용무인지 모르나 그린우드 숲은 위험한 놈들이 많으니 조심하게.”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며칠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혹시 야영도구를 가지고 있는가? 없다면 잡화상점에서 구입해서 가도록 하게. 숲의 밤은 낮보다 더 위험하다네. 특히 키메라와 구울을 조심하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진혁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벨리아 마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 포근함을 느꼈다.
“흑마법사가 나쁜 건 아니구나. 양아치 같은 놈들로 인해서 인식이 그리 박혔을 뿐이구나.”
흑마법사들이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그것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인식에 변화가 생기면 흑마법사들이 음지가 아닌 양지로 나오게 될 것이고, 그것이 인더스의 세상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재미있네. 이걸 만든 사람은 정말 머리가 좋은가 보다.”
훗날 조각들이 맞추어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 드러나면 정말 재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개의 제국과 열 개의 왕국을 한 대륙에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
먼 훗날에 일어날 일이란 걸 알지만 그걸 생각하니 흥이 절로 났다.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런 것까지 생각을 해서 길드를 만들었겠지.”
소소한 친목을 목적으로 모여 게임을 즐기는 길드가 아닌 세력을 만들고 몸집을 불려 거대화시켜 나가는 길드들은 훗날 인더스의 세상에서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길 원하고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하긴 모이면 권력이 생기는 법이니까 뭐, 그것도 나름 재미가 있겠네.”
스스로도 이런 판타지 세상에서 주인공이 되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자신은 판타지 세상이 아닌 현실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누비아 마르틴도 나에 대해서 연구를 좀 하겠지. 영 안하면 좋긴 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 하긴 할 거야.”
UFC에서 인지도 없다고는 하나 진혁은 더원에서는 제법 인지도가 높은 선수였다.
전적 또한 화려하기에 누비아 마르틴 역시 자신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고 나올 것이라 예상을 하였다.
“누비아 마르틴을 이겨야 다음 기회를 얻을 수가 있어. 내가 놈을 이기면 리턴 매치를 한 번 더 한다고 했으니 그를 두 번만 이기면 나 역시 상위 랭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을 거야.”
진혁은 두 달 뒤에 있을 시합에 전의를 불태웠다.
라스베이거스 아레나에게 열리는 시합이니 만큼 사람들이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그 관심 속에 자신이 승리를 하게 되면 분명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알아보게 될 것이고, 자신이 결코 약한 선수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철저히 준비를 해서 놈을 잡는다.”
*
“몇 번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것 만큼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도 챔피언 출신이니 그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양종국에게서 레슬링의 기술을 배우는 진혁은 늘 같은 포지션을 훈련함에도 계속해서 당해야 했다.
유도 세계 챔피언 출신인 진혁이 운동 센스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당하는 이유는 아직 레슬링이 익숙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양종국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괜히 전설이라 불리는 것이 아님을 진혁을 통해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확인을 시켜 주었다.
타격기가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레슬링만을 두고 보았을 땐 진혁에게 승산이 없어 보일 정도로 일방적으로 당하는 중이었다.
탁탁탁!
진혁은 바닥에 깔려 빠져 나오려고 용을 쓰지만 양종국은 어떤 방향으로 힘을 쓰려고 하는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상위 포지션에서 움직이며 진혁의 움직임을 봉쇄하였다.
“헉··· 헉······.”
진혁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양종국에게서 빠져 나오려고 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실전에서, 혹은 훈련이 많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잘 알 수는 없지만 살을 이렇게 맞대고 있으면 피부의 움직임이나 근육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느낄 수가 있어요.”
양종국은 진혁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흔히 권투선수가 상대의 몸과 어깨가 움직이는 걸 보고 어디서 어떻게 주먹이 나오는 걸 예상하고 또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진혁은 머리로는 이해를 하면서 몸이 그렇게 따라주지 않으니 내심 짜증이 조금 나기도 하였다.
“전에도 이야기를 했듯이 진혁 선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럼 상대선수보다 더 빨리 지칠 뿐이에요.”
봉수에게도 지적을 당한 부분이었다.
“종합격투기이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지요.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대의 공격을 방어해야겠지만 그래도 힘을 응축시켜서 기회가 왔을 때, 한 번에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하는 거예요.”
밖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 봉수와 최상호는 상대가 레슬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사내라 진혁이 꼼짝없이 당하고 있지만 실제 선수와 대련하는 것을 보면 이전보다 확연하게 그래플링 방어 능력이 늘어났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양 선생님께 욕심이 생기나 봅니다.”
“그러게. 진혁의 운동 능력과 센스면 다 욕심이 생기겠지. 우리가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말이야.”
그만큼 진혁이 출중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양 선생님의 레슬링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어. 왜, 러시아 애들이 종합격투기에서 특출한 능력들을 보여주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러시아는 옛날부터 레슬링의 강국으로 국민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릴 때부터 레슬링을 배우면서 자라고 또 즐기곤 하였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만두귀를 한 사람이랑 시비가 붙으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말입니다.”
꼼짝하지 못하고 힘을 다 뺀 진혁을 보니 불쌍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래요.”
“수고하셨습니다.”
진혁은 양종국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였다. 진혁은 케이지를 나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왜?”
“세상에 강자가 너무 많습니다.”
“그걸 이제 알았냐?”
“그냥 머리로 알고, 말로 시인하다가 직접 재야의 고수들을 만나서 배우면 정말 이분 전성기 시절에는 넘사벽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냥 듭니다.”
“양 선생님은 세계 레슬링계 레전드인데. 전성기 시절에는 천하무적이었지. 지금도 러시아 선수들이 선생님께 레슬링을 배우러 오는데.”
“진혁이 넌 정말 행운이지. 양 선생님께 레슬링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열심히 하는데 쉽게 늘지 않으니 그게 문제입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넌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걸 여기 있는 사람들이다 알고 있으니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배우면 괜찮아지겠지요?”
“난 그렇게 생각을 해. 넌 지금도 엄청 늘었어.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저기 샌드백 천 번만 쳐라.”
상호의 말에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치려고? 야, 조금 더 쉬었다가 쳐. 시합 전에 몸이 축나겠다.”
“이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트 주먹 아닙니까?”
“그 놈에 마징가Z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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