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기나 보자.
진혁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게임보다는 현실에 더 충실하였다.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하였으니 자신이 지켜야 할 의무나 도리를 다 하기 위함이었다.
대신 인더스 월드에 접속을 하였을 때는 부족한 만큼 집중하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침묵의 숲 북쪽 몬스터를 일만 마리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네임드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습니다.
-침묵의 숲 북쪽의 지배자인 하급마족 네피럼이 등장하였습니다.
-네피럼은 파티형 몬스터로 단독으로 사냥하기보다는 파티를 구성하여 사냥하는 걸 권고합니다.
시스템 알림과 동시에 주변이 조금 어두워졌다.
“피란체바가 좋아하는 순수한 어둠의 마력이다.”
순수한 어둠의 마력을 느낀 피란체바가 아이처럼 좋아하였다.
그런 피란체바를 보고 하급마족이 나타나니 주의하라고 말하는 진혁이었다.
“네임드 몬스터야 하급마족 네피럼이라고 하는데 피란체바 조심해야 돼.”
마족 네피럼이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영화에서 보면 악마의 형상을 한 몬스터가 가끔 등장하는데 네피럼이 꼭 그러하였다.
얼굴은 고블린과 오크를 섞어 놓은 듯하였고, 우람한 근육질의 몸에 등에는 박쥐날개와 비슷한 날개가 달려 있었다.
한 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있었고, 특이하게 기다란 꼬리도 달려 있었는데 꼬리의 끝이 화살촉처럼 뾰족하고 날카롭게 보였다.
“가고일과 비슷하게 생긴 놈인데······.”
네피럼의 첫인상이었다.
시스템에서 파티형 몬스터라고 말을 한 것처럼 공격력은 물론 방어력도 상당히 높은 듯하였다.
“그린우드에서 만난 마계의 기사 다크 나이트 반데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진혁은 네피럼을 보며 다크 나이트 반데시보다 더 위험한 놈이란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살신성인!”
진혁은 네피럼이 소환수들을 공격하여 그들을 소멸시킬까 싶어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어그로를 끌었다.
네피럼이 진혁을 보더니 날개를 펄럭이며 곧장 날아왔다.
동동일과 동동이, 그리고 스켈레톤 병사들과 구울 병사들이 그의 앞을 막으려고 하였지만 그들 머리 위로 날아와 진혁을 향해 손에 든 삼지창을 내질렀다.
“허엇.”
진혁은 놀라 바닥을 뒹굴어 네피럼의 공격을 피하였다.
“진혁!”
피란체바도 놀라 바닥을 뒹굴어 피하는 진혁을 불렀다.
“괜찮아. 소환수들 머리 위로 날아올 것이라고 생각을 못해 잠깐 당황했어.”
진혁은 피란체바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놈과 싸울 준비를 하였다.
‘허공을 비행하니 소환수들로 길막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도망 다니면 놈은 비행하여 쫓아올 터이니 소환수들이 대미지를 넣을 수가 없어.’
결국 네피럼과 마주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심호흡을 한 후에 피란체바에게 말했다.
“피란체바, 넌 내 체력에만 신경을 써. 놈을 공격하지 말고 내 체력을 유지시켜.”
“응···, 알았어. 진혁 조심해.”
조금 전 좋아하는 표정과는 달리 어두운 표정으로 안부를 걱정하며 말하자, 진혁은 피란체바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 내가 이길 테니까.”
진혁은 빠르게 자신에게 접근하여 창을 휘두르는 네피럼의 공격을 팔을 들어 막았다.
체에엥!
‘공격을 막았음에도 체력이 내려간다.’
몽크 클래스의 단점이었다.
다른 무기를 드는 직업군의 플레이어는 자신의 무기로 막으니 체력적인 소모가 없지만 몽크는 신체에 착용하는 각반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막으니 어쩔 수 없이 소량의 체력이 깎이는 것이다.
네피럼은 마치 창의 고수처럼 자유자재로 창을 사용하며 진혁을 압박하였다. 그런 네피럼과 싸우면서 진혁은 최대한 집중을 하였다.
체에에에에엥!
공격해 오는 창을 막은 후에 발을 들어 가슴을 향해 뻗었는데 네피럼은 자신의 날개를 이용해 진혁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네피럼에게는 날개가 방패의 역할도 함께 하였다. 진혁과 네피럼이 붙어서 싸우자, 소환수들이 네피럼에게 달라붙었다.
“동동일과 동동이만 붙어서 싸워. 나머지는 뒤로 빠져.”
진혁은 네피럼과 싸우면서 서로 동선이 겹쳐 움직임에 방해가 될까 싶어 다른 소환수들은 뒤로 물렸다.
“다크 힐!”
피란체바는 진혁에게 힐을 넣어 주어 체력을 보충해 주었는데 네피럼의 시선이 피란체바에게 향했다.
“살신성인!”
진혁은 순간 놀라 살신성인을 사용하여 다시 어그로를 끌려고 하였지만 쿨 타임이 지나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직 쿨 타임이 지나지 않아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진혁은 강하게 주먹을 쥐고 가슴을 네피럼의 가슴을 향해 뻗었다.
“강력한 일격!”
다행이 스턴 공격은 먹혔다.
진혁은 어그로가 피란체바에게 튀지 않도록 스킬을 사용하여 공격을 하였다.
내가중수법으로 피부가 아닌 내부를 공격하자, 충격을 받은 듯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러면서 손에 쥔 창을 앞으로 뻗어 진혁의 가슴을 노리고 공격을 하였고, 진혁은 양손을 엑스자로 교차하여 네피럼의 공격을 막았다.
“커억!
공격을 막았음에도 대미지가 들어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러 피스트!”
진혁은 받은 대미지만큼 주기 위해서 오러 피스트로 공격을 하였지만 네피럼은 날개를 이용하여 대미지를 반감시켰다.
부우우우우우웅!
네피럼은 몸을 빙글 돌려 손에 쥔 창을 길게 휘둘렀다.
체에에에엥!
어그로가 진혁에게 돌아왔지만 네피럼이 창을 휘둘러 공격하는 건 범위 공격이라 네피럼에게 붙어서 대미지를 넣고 있는 동동일과 동동이를 같이 공격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동동일과 동동이는 자신의 검을 들어 네피럼이 휘두르는 창을 막았지만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났다.
전사 계열의 클래스 스킬을 보면 밀치기라는 스킬이 있는데 이는 상대를 뒤로 밀쳐 내어 거리를 확보하는 한편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네피럼이 사용한 창 휘두르기가 그러한 스킬 효과가 있었다.
곧이어 강력한 기운이 담긴 네피럼의 삼지창이 진혁을 향해 쭈욱 뻗어오며 심장을 노렸다.
진혁은 허리를 뒤로 젖혀 네피럼의 창을 피했는데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을 하였는지 네피럼의 창이 허공에서 아래로 뚝 떨어졌다.
진혁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돌며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창을 피하였다.
공격을 허용한다고 한 방에 죽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대미지가 쌓이면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으니 불안전한 행동을 하더라도 공격을 피해 낸 것이었다.
진혁은 창의 고수인 네피럼의 다양한 공격을 막고 피하기에도 버거울 정도였다. 이를 지켜보던 피란체바가 진혁을 네피럼을 공격하려고 할 때, 진혁이 소리쳤다.
“안 돼. 넌 내 체력만 신경을 써!”
힐을 사용할 때, 어그로가 피란체바에게로 향하였으니 마법을 쓴다면 어그로가 피란체바에게 향할 것이 분명하니 진혁은 될 수 있으면 피란체바가 나서지 못하도록 하였다.
‘쿨 타임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어그로가 피란체바에게 향하면 네피럼은 하늘을 날아 피란체바를 공격할 것이고, 그럼 살신성인의 쿨 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둘의 싸움을 지켜봐야 했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도와 줄게.”
피란체바가 도와준다고 말을 하였지만 진혁은 지금은 아니라고 말을 하였다.
“우리가 체력을 많이 깎아 놓으면 그때 네가 나서. 지금은 놈이 하늘을 날아 너를 공격하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진혁은 피란체바를 설득하였다.
“피란체바, 나 믿지. 우리 오랫동안 함께 대륙을 여행하기로 했지.”
“응.”
“그럼 나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치이··· 알았어. 조심해야 해.”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신성인!”
진혁은 네피럼을 자신에게 어그로를 시킨 후에 또 다시 싸움을 이어 나갔다.
*
진혁과 네피럼이 싸우고 있었고, 동동일과 동동이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들의 체력을 채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진혁은 이전 네임드 몬스터와 몇 시간씩 싸움을 해 보았기에 이제는 장기전에도 익숙하여 지금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 싸워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진혁은 네피럼과 싸우면서 그의 창술에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진혁이 시간이 지날수록 네피럼을 상대로 힘을 내기 시작하자, 피란체바도 안심이 되는지 이전보다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허공에서 창이 한 바퀴를 돌아 진혁의 허리를 노리고 휘둘러 오자, 진혁은 일루전 스탭을 사용하여 뒤로 빠져 공격을 피한 후에 블링크를 사용하여 순식간에 네피럼에게 붙어 주먹을 연속해서 휘둘렀다.
퍽퍽퍽퍽퍽!
킥복싱이나 무에타이에서 보면 원투 스트레이트 공격을 한 후에 발로 허벅지나 장딴지를 공격하고 다시 원투 스트레이트나 훅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방법이 있는데 진혁은 그 짧은 순간에 네피럼에게 5연타 공격을 성공시킨 후에 뒤로 물러났다.
일반 몬스터들에게는 강력한 공격으로 상당한 대미지를 주었겠지만 네피럼은 태생이 마족이라 그런지 월등이 뛰어난 체력과 육체적인 방어력으로 인해서 별다른 대미지를 입지는 않은 듯 진혁을 향해 사납게 공격을 하였다.
휘리리리릭··· 부우웅··· 붕··· 붕!
진혁이 5연타 공격을 한 것처럼 네피럼도 창을 이용해 연속 공격으로 진혁을 몰아 붙였다.
진혁은 창의 궤적에 따라 몸을 움직여 피하였는데 비보이가 춤을 추듯 곡예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윽!”
마지막 공격에 당해 뒤로 밀려나는 진혁이었다. 체력포션과 피란체바의 힐 마법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깎였던 체력이 한 번에 채워지면서 큰 위기를 넘길 수가 있었다.
네피럼의 공격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진혁은 바닥을 굴러 네피럼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콰지지지직!
네피럼이 창으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자, 땅이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타앗!”
진혁은 양손을 이용해 몸을 일으켜 세운 뒤에 때마침 블링크의 쿨타임이 끝나자, 곧바로 블링크를 사용하여 뒤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네피럼에게 붙었다.
“강력한 일격!”
진혁은 강력한 일격으로 스턴을 건 후에 그 자리에서 오러 피스트와 내가중수법으로 공격을 한 후에 일루젼 스탭을 사용해 네피럼에게서 떨어졌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네피럼이 대미지를 입고 두어 발 뒤로 물러났다.
“내가중수법에는 충격을 받긴 하는데······.”
호흡을 가다듬는 진혁은 네피럼의 무식할 정도로 많은 체력과 단단한 방어력에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나처럼 이렇게 고생하면서 사냥을 할까?”
진혁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네피럼을 향해 투덜거렸다.
“하루는 족히 넘기겠네.”
엘더 킹을 사냥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네피럼을 사냥할 것 같은 기분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부우우웅!
진혁은 네피럼의 공격을 피해내며 영화관에서 액션 영화를 보는 관람객처럼 편한 자세로 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환수들을 보았다.
“너희들이 상팔자다.”
*
엘더 킹 그린포스와 싸울 때는 소환수의 도움이라도 받았지만 지금은 소환수의 도움도 크게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네피럼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지사!
그 덕분에 진혁은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많이 올릴 수가 있었지만 점점 지쳐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피로도 시스템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피로도 시스템으로 인해서 몸이 천근만근이 되는 기분이었다.
해가 지고, 다시 뜨고 또 어둠이 찾아왔으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네피럼과 싸운 지 하루가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진혁의 입에서 거친 숨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고,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다리는 풀려 있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지쳐 있었지만 진혁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 중이었다.
네피럼의 창이 허공을 가로질러 일직선으로 뻗어오자, 진혁은 바닥을 굴러 피했다.
정상적이라면 몸을 옆으로 젖히거나,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하겠지만 그럴 운동 능력이 남아 있지가 않았다.
-피로감이 모두 떨어졌어졌습니다. 피로감을 모두 소비하여 초당 체력이 10만큼 소모됩니다.
-피로감이 모두 소모하여 움직임에 제약을 받습니다.
-피로감을 모두 소모하여 움직임의 30%의 제약을 받습니다.
-이대로 계속해서 접속해 있을 경우 1시간 후에는 움직임의 50%가 제약을 받고, 3시간 후에는 70% 제약을 받습니다. 5시간 후에는 100% 제약을 받아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간이천막을 이용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접속을 종료하여 주십시오.
시스템 알림에 진혁은 또 한 번 인상을 썼다.
왜, 파티사냥을 권고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피란체바, 나의 체력을 50%로 유지할 수 있도록 힐로 체력을 채워 줘.”
“알았어. 나만 믿어.”
진혁은 피란체바에게 자신의 체력을 맡긴 후에 네피럼에게 붙었다.
시스템 알림대로 시간이 흐르면 50%, 70%로 제약을 받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100%로 움직임을 제약을 받게 되면 네피럼에게 죽을 수도 있으니 피란체바의 힐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체력포션으로 버티면서 네피럼과 승부를 봐야했다.
“누가 이기는지 한 번 해 보자. 동동일, 동동이. 백호, 리틀백호 너희들도 놈을 공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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