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놈을 어떻게 잡아.
진혁은 벨루라스의 서식지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 이유는 자신 말고도 벨루라스를 사냥하는 무리가 있어서였다.
그들이 퀘스트를 받고 와서 벨루라스를 사냥하는지, 아니면 보스 몬스터라 생각하여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사냥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법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약속된 플레이를 펼치며 분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게 벨루라스구나.”
피란체바의 말대로 날지 못하는 드래곤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생겼지만 드래곤처럼 그렇게 거대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드래곤보다는 드레이크와 흡사하게 생긴 놈이었다. 다만 드레이크는 입에서 불을 토해내지만 벨루라스는 드래곤처럼 원소 속성을 가진 브레스를 뿜어내는데 벨루라스는 화염의 브레스가 아닌 냉기가 가득한 브레스였다.
브레스가 벨루라스 입에서 뿜어져 나오자 제법 넓은 범위의 공간을 얼려 버렸다.
“아아악!”
브레스에 당한 플레이어 역시 꽁꽁 얼어버렸는데 이처럼 얼었다고 해서 곧장 죽는 건 아니었다.
전사의 스턴, 마법사의 석화 마법와 같이 대상을 얼려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상상태효과를 보일 뿐이었다.
벨루라스가 몸을 움직이자, 꼬리가 반원을 그리며 얼어 있는 플레이어를 향해 움직였다.
휘리리릭!
노련한 조련사가 기다란 채찍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꼬리로 얼어 있는 플레이어를 강하게 때리자, 그 힘에 못 이겨 날아가 바닥에 뒹굴었다.
“시바, 이런 놈을 어떻게 잡으라고 하는 거야.”
한 플레이어가 대미지조차 잘 들어가지 않는 벨루라스를 사냥하면서 욕을 하였는데 진혁은 속으로 그들의 어리석음을 탓하였다.
‘퀘스트를 받으면서 방어력이 엄청나다는 말을 들었을 텐데.’
바닥에 나뒹군 플레이어가 황급하게 포션을 먹고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벨루라스가 날갯짓과 함께 도약하여 플레이어가 있는 곳으로 내려서며 거대한 발로 밟아버렸다.
플레이어는 이번 공격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어야했고, 남은 플레이어들은 벨루라스를 향해 달려와서는 다시 공격을 하였다.
진혁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벨루라스의 공격 패턴을 대충 눈으로 익혔다.
브레스, 꼬리치기, 발로 밟기, 이빨로 물기, 날개로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기, 그리고 입으로 사자후와 같은 고주파의 소리로 공격하는 것이 벨루라스가 가지고 있는 공격 방법이었다.
다양한 공격 방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리하니 벨루라스와 싸울 때는 임기응변이 빨라야 함을 알 수가 있었다.
“다행이 난 동체시력이 있으니 저들보다는 조금 유리하겠어.”
“진혁, 저놈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어?”
“확신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질 것 같지는 않아. 다만 놈의 체력이 엄청나니 오랜시간을 두고 싸워야 할 것 같아.”
“지난번에 동동이와 싸울 때처럼?”
“그래. 아마도 더 오랫동안 싸워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이번에는 소환수를 소환하지 못할 것 같아.”
피란체바는 벨루라스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진혁은 지금부터 푹 쉬어 내가 저들의 싸움이 끝나면 알려 줄게.”
말하는 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럼 피란체바를 믿고 편하게 쉬어 볼까?”
진혁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시선은 벨루라스와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서 잠시도 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플레이어들이 벨루라스에게 한 명씩 당하자, 결국 남은 플레이어들은 귀환스크롤을 이용하여 귀환해 버렸다.
“진혁, 끝났어. 우리가 나갈 차례야.”
“아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용병들이 사람들을 데리고 또 올지 모르니까.”
진혁은 잠시 기다리기로 하였다. 간혹 이런 일로 분쟁이 생기곤 하는데 자신은 지금 케빌로스 길드와 싸우는 것도 피곤하였기에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엮이지 않으려고 하였다.
1시간 정도를 기다려도 오지 않아, 진혁이 나섰다.
“피란체바, 우리 저놈 잡자.”
자신의 둥지에서 진혁의 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며 서서히 일어나는 벨루라스는 날개를 활짝 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맹수들의 세계에서 자신의 덩치를 크게 보여 상대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려고 하는 모습과 흡사하였다.
“이거나 먹어라.”
그런 벨루라스를 향해 진혁은 강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진혁의 주먹에서 강력한 마력이 빠져나가더니 곧장 벨루라스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 정통으로 가격하였다.
오러 피스트로 한 방 먹였음을 기뻐하였지만 생각보다 대미지는 그리 강하지 않아 보였다.
아니 벨루라스의 방어력이 생각한 것보다 더 단단하였다.
“네놈이 단단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거든.”
진혁은 벨루라스를 향해 내달렸고, 벨루라스는 그런 진혁을 향해 냉기 브레스를 토해 내었다.
“웃차!”
기합과 함께 공중으로 점프를 하여 냉기 브레스를 피하는 진혁이었고, 벨루라스는 접근을 허용치 않겠다는 듯 꼬리로 허공에 뜬 진혁을 공격을 하였다.
진혁은 아크로바틱 학원에서 배운 곡예 수준의 몸 비틀기를 이용하여 아슬아슬하게 벨루라스의 꼬리를 피한 후에 그의 앞에 내려섰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이곳 인더스 세상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 진혁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강력한 일격!”
진혁은 놈의 다리를 향해 발로 강력한 후려차기를 시도하여 대미지를 주었다.
-방어력 차이로 인해서 강력한 일격이 무산됩니다. 스턴 효과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다만 공격이 대미지는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 순간 벨루라스의 발이 높이 올라가더니 아래로 떨어졌다.
진혁은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일루젼 스탭을 이용하여 잔상을 남기며 벨루라스의 발을 피하였다.
“피란체바, 놈에게 저주 마법을 걸어.”
피란체바가 저주 마법을 사용하자, 벨루라스는 피란체바를 공격하려고 하였다.
“광호한 자신감!”
진혁은 어그로가 피란체바에게 튀지 않게 광호한 자신감으로 벨루라스를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든 후에 피란체바가 자유롭게 저주 마법을 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피란체바, 마법 공격은 하지 마. 놈이 너를 공격할 수 있으니까.”
“알았어.”
진혁 역시 벨루라스에게 저주 마법을 걸어 피란체바의 마법과 중첩을 시켰다.
휘리리릭!
벨루라스의 꼬리가 진혁의 몸통을 향해 휘둘러져왔다.
진혁은 도약을 이용하여 꼬리를 뛰어 넘으며 피한 후에 내가중수법을 이용하여 벨루라스의 몸을 허공에서 가격하였다.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떨어뜨리는 로우어 브레시드와 물리 대미지를 증가시키는 앰플리파이 대미지가 중첩되어 제법 대미지를 줄 수가 있었지만 여전히 벨루라스의 체력은 남아돌 정도로 단단하였다.
허공에 뜬 진혁을 향해 벨루라스는 날개를 펼쳐 후려치듯 공격을 하였고, 이전에 보지 못하였던 패턴에 당황한 진혁은 양손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끌어 당겨 공격을 막았다.
“윽!”
얼마나 강하게 휘둘렀는지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한 것처럼 진혁이 튕겨 뒤로 날아갔다.
그런 진혁을 향해 벨루라스가 입을 벌렸다.
벨루라스의 입 안으로 마력이 모여들더니 냉기의 브레스를 뿜어냈다.
“진혁!”
피란체바가 놀라 진혁을 불렀고,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진혁은 본능적으로 그레비티 마법을 자신이 있는 공간에 사용하여 중력을 가속시켰다.
그러자 진혁의 신형이 공중에서 땅으로 뚝 떨어졌고, 냉기의 브레스가 진혁이 있던 곳을 지나쳐 갔다.
간발의 차이로 냉기의 브레스를 피한 진혁은 바닥으로 떨어진 충격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틈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거대한 벨루라스의 발을 보았다.
“젠장, 그림자밟기.”
진혁은 아래로 떨어지는 벨루라스가 만든 그림자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쿠우웅!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진혁이 있던 자리에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벨루라스는 진혁을 발로 밟아버렸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허공을 향해 포효를 하였고, 그런 놈을 향해 피란체바가 다크 스피어를 만들어 포효하는 입속으로 날려 보냈다.
운이 좋았는지 다크 스피어가 그대로 벨루라스의 입 안으로 들어가며 충격을 주었고, 제법 큰 고통이 전달되었는지 벨루라스는 피란체바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피란체바는 냉기의 브레스가 쏘아져 나올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고, 이 모습을 본 진혁이 벨루라스의 그림자에서 나와 놈의 꼬리를 밟으며 내달려 등으로 올라갔다.
벨루라스는 진혁이 살아 있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몸을 비틀어 진혁을 떨어뜨리려고 하였지만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으며 등으로 올라간 진혁은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고는 내리쳤다.
빠아악!
단단한 바위를 치는 느낌이었다.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하면 내 주먹이 대미지를 더 입겠다.”
주먹을 단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벨루라스의 피부와 주먹이 충돌하니 주먹에 전달되는 고통이 제법 컸다.
만약 진혁의 고통지수가 100%가 아닌 표준, 즉 30%정도만 되었어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격할 수가 있었을 텐데 괜한 객기로 인해서 손해를 보는 중이었다.
벨루라스는 날개를 활짝 펴고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강한 날갯짓으로 체공시간을 늘린 후에 몸을 획 뒤집으며 한 바퀴를 돌려고 하였다.
진혁을 자신의 등에서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어엇!”
설마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진혁은 순간 벨루라스의 몸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벨루라스의 비늘조각 붙잡고 매달릴 수가 있었다.
“이번에 배운 핑거 마스터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놈에게 깔려 죽을 뻔 했네.”
“진혁, 괜찮아?”
피란체바가 물었다.
“괜찮아. 걱정 말고, 저주 마법으로 이상상태 저항력을···, 그렇지!”
진혁은 말을 하다 말고 좋은 생각이 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이즌 웨폰으로 무기에 독 속성의 공격력을 인첸트 시켜 추가 독 대미지를 줄 수가 있다.”
자신의 손가락이 벨루라스의 비늘에 박혀 있으니 포이즌 웨폰 마법으로 독 속성을 인첸트 시키면 자연스럽게 중독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런 후에 포이즌 마법을 걸어 독 중독을 중첩시켜 가속화시키면 놈의 체력을 빠르게 깎아 내릴 수가 있을 거야.”
진혁은 생각을 정리하자, 곧장 실행하였다. 예상대로 벨루라스는 독에 중독이 되었고, 포이즌 마법으로 중첩을 시키자, 체력이 서서히 깎였다.
체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엄청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진혁이 주먹으로 단단한 피부를 공격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체력을 깎아 내릴 수가 있었다.
벨루라스는 진혁이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진혁이 매달려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울더니 바닥을 뒹굴러 압사시키려고 하였다.
진혁은 벨루라스의 잔머리에 또 한 번 놀라며 비늘을 움켜진 손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벨루라스가 육중한 몸으로 진혁을 누르려고 할 때, 진혁은 벨루라스가 만들어 낸 그림자에 다시 몸을 숨겨 위기를 벗어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손가락으로 벨루라스의 비늘을 움켜쥐고 있어, 지속적으로 독 대미지를 주었다.
이제는 깔려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어나니 진혁이 여전히 피부조각을 잡고 매달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매달려 있었는데 벨루라스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또 한 번 바닥에 몸을 뒹굴었다.
그럴 때마다 진혁은 벨루라스의 그림자에 스며들어 위기를 모면하였는데 이것도 몇 번 하고 나니 학습효과가 생겨서인지, 벨루라스는 자신의 머리를 매달려 있는 진혁을 향해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강한 기운이 벨루라스의 입으로 모여들더니 곧이어 폭발적인 고음이 사자후마냥 터져 나왔다.
“캬라라라랑!”
진혁은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은 충격과 함께 온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진혁!”
피란체바는 놀라 진혁을 향해 힐링 마법으로 체력을 보충해 주었다.
벨루라스의 사자후에 진혁만 당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향해 사용하였기에 그 충격이 벨루라스 자신에게도 미쳤다.
워낙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어 큰 대미지를 입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충격은 입어야 했다.
진혁이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고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의 양손에는 벨루라스의 비늘조각이 들려 있었다.
“파이어 브레스트!”
피란체바는 정령을 소멸시키며 흡수한 마법으로 벨루라스를 공격하였다. 허공에 마법진이 생성이 되더니 그곳에서 고열의 불줄기가 뻗어 나와 벨루라스를 향해 날아갔다.
“쿠어어어어!”
고열의 불줄기는 공교롭게도 진혁이 떼어 낸 비늘이 있던 자리를 주변을 공격하였고, 뜻밖의 대미지를 입은 벨루라스는 충격을 받은 듯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동안 진혁은 어지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세차게 고개를 흔들면서도 체력회복포션을 사용하여 체력을 마저 채우곤 다시 그림자밟기를 이용하여 벨라루스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렸다.
어지러움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피란체바에게 벨라루스를 맡겨야 했다.
‘조심해. 피란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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