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가 가장 멋었어.
진혁은 깜짝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강화석으로 어둠의 군장 전설 세트 아이템을 기본 강화까지 한 상태였다.
이 기본 강화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박살나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랜덤 형식이라 실패하면 아이템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도 있고, 박살이 나서 사라질 수도 있다.
진혁은 어둠의 군장 세트 아이템 강화를 두고 고심을 하는 중이었다.
“이거 강화하다가 실패하면 돈이 얼마나 날아가는 거지?”
유니크 아이템도 아닌 전설 아이템으로 그것도 세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1티어급의 아이템들이었다.
이걸 팔면 못해도 수억에서 수십억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 강화를 하는 것도 손이 떨렸다.
“기본 강화까지는 능력치의 변화가 크게 없지만 그 다음부터는 상승폭이 크다.”
진혁은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다른 아이템을 구하면 그걸로 하자.”
진혁은 자신이 대범하지 못하고 간이 작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다.
“참, 이게 뭐시라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수십억의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쉽게 강화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일단 페루산디스 백작령으로 가서 프라다를 만나서 산적들을 정리한 후에 헤리안 상인회에 대해서 좀 알아 봐야겠어.”
진혁은 최근에 성장하고 있는 헤리안 상인회가 옛 루다스 상인회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여 그 상인회를 조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진혁은 페루산디스 백작령으로 워프를 타고 이동하였다. 광장으로 가니 프라다가 먼저 와 있었는데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였다.
“어서 와.”
“기분이 좋아 보이네?”
“아이템 팔아서 구하기 힘든 화염계 마법서 몇 개 샀어.”
“그래?”
원소 마법사들은 처음에는 마법을 이것저것 다 배우려고 하지만 레벨이 높아지고, 마법 서클이 높아지면서 막대한 돈이 들어가니 결국 하나의 원소 특성을 선택해서 마법을 익히게 되는데 프라다는 화염 마법에 특화된 화염계 마법사였다.
화염계 마법사는 강력한 대지미를 줄 수가 있지만 그만큼 마나의 소모가 심한 마법들이라 어지간한 마나 양으로는 화염계 마법을 다 사용할 수가 없었다.
“범위 마법은 귀하거든.”
“그거, 나에게는 별로 안 좋은데. 파티를 안 하는 이상 나에게 대미지 들어오잖아.”
“그래도 한 방에 안 죽잖아. 그리고 떨어져서 사용하면 되지.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해서 사냥하려면 범위마법이 필요하거든. 범위마법이 있고, 없고에 파티를 맺어주고, 안 맺어주고 그래.”
“그래? 그래서 어떤 마법을 배웠는데?”
“파이어 링이랑 파이어 익스플로젼, 그리고 프로스트 버스터.”
파이어 링은 자신의 몸에 불을 일으켜 몸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며 몬스터를 공격하는 마법이고, 파이어 익스플로젼은 불덩이를 폭발시켜 다수의 몬스터에게 피해를 주는 마법이었다.
프로스트 버스터는 고열을 일직선으로 방출시켜 그 범위 안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주는 마법인데 이 범위 마법들은 마법사들에게 꼭 필요한 마법이었다.
“조심해서 사용해. 그리고 너무 강력한 마법에 의존하지 말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습관을 들여.”
“알았어. 가자.”
두 사람은 워프 게이트를 타고 페이퍼 영지로 갔다. 페이퍼 마을에서부터는 걸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여야 했는데 진혁이 백호와 리틀 백호를 소환하여 자신과 프라다는 백호의 등에 타고, 피란체바는 리틀 백호를 타고 다음 영지엔 루어겐 영지로 이동하였다.
“워프 게이트는 다 좋은데 이게 불편해.”
일단 한 번은 가서 워프 게이트를 활성화시켜야 워프 게이트를 이용을 할 수 있으니 이걸 찾아다니는 이동해야 하는 것이 조금 귀찮았다.
“넌 이놈 타고 다니면 그리 힘들지는 않겠네.”
“마법사는 상단 호위하면 마차를 타고 갈 수 있잖아.”
“옛말이지. 지금은 천지에 널린 직업이 마법사인데··· 예전처럼 대우를 받지도 못해.”
“아니면 말고.”
샤벨타이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을 볼 수 있었다.
“테이머인가 봐.”
플레이어들은 진혁과 프라다가 타고 있는 샤벨타이거가 팻이라 생각하고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거 타고 다니면 힘들게 걸어서 영지로 이동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치.”
“그렇지. 그런데 테이머 클래스 길드는 어디에 있지.”
“수도에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도?”
“어. 각 왕국의 수도에는 클래스 길드가 모두 세워져 있다고 들었어.”
“대단한 끈기네. 그럼 초보 마을에서 10레벨 만든 후에 전직도 안하고 수도까지 가서 테이머가 되었다는 말이잖아.”
“어, 듣고 보니 그러네.”
이들은 진혁과 프라다를 오해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대화처럼 남들과 다른 직업을 얻기 위해서 10레벨이 되어 수도로 이동하여 전직을 한 경우도 있고, 진혁처럼 전직 퀘스트를 받은 상태에서 스승을 만나거나, 일지를 얻어 전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혁과 프라다는 샤벨타이거 덕분에 빠르고 편안하게 루어겐 영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루어겐 영지는 산간 영지로 산 하나를 가운데 두고 그 아래 마을이 들어선 그런 영지로 이곳은 리한슨 자작이 관리인으로 내려와 페루산디스 백작을 대신하여 영지를 관리 중이었다.
루어겐 영지는 산간 마을의 특성상 목재, 약초, 동물의 가죽들이 유명한 곳으로 상인회에서는 이곳에서 목재를 구입하여 다른 영지로 가서 팔아 수익을 남기곤 하였다.
“일단 워프 게이트부터 활성화시키자.”
진혁과 프라다는 광장으로 가서 워프 게이트를 활성화시켰다.
“그런데 이곳은 몬스터 사냥터가 없나? 플레이어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네.”
“저기 산 하나가 전부인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딱히 몬스터가 서식할 만한 곳은 아닌가 보지.”
“그런가? 지금 산으로 올라갈 거야?”
“아니? 일단 클래스 길드에 들러서 비슷한 의뢰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루어겐 영지에는 정령사 길드와 레인저 길드가 들어와 있었다.
“알았어. 넌 레인저 길드로 가. 난 정령사 길드로 가 볼 테니까. 의뢰가 있으면 의뢰를 받고 만나서 공유하는 걸로 하자.”
“그래. 잠시 후에 이곳에서 보자.”
진혁은 프라다와 헤어져 정령사 길드로 갔다. 루어겐 영지의 정령사 길드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커다란 나무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길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정령사 길드는 다 비슷비슷하구나.”
루드산포드에 있는 정령사 길드의 이름이 푸른 거탑이었는데 이곳의 정령사 길드 이름은 붉은 거탑이었다.
이름에 따라 정령사 길드의 성격도 조금 달라지는데 붉은 거탑은 불의 정령을 다루는데 있어 뛰어난 길드였다.
진혁이 정령사 길드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정확하게는 진혁과 함께 있는 피란체바에게 시선이 향한 것이다.
“정령이긴 정령인데······.”
길드에서 일을 하는 정령사들도 어둠의 정령은 처음 보는지라 어떤 정령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다.
진혁의 이들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이층으로 올라가 의뢰 판을 훑어보았다.
“산적 관련 의뢰가 제법 있네.”
진혁은 의뢰 판에서 산적과 관련하여 의뢰를 모두 회수하여 1층 데스크로 갔다.
“이 의뢰들을 맡아 처리해 드릴 테니 의뢰서를 주십시오.”
진혁이 데스크 직원에게 말을 하자, 그는 의뢰 장부에서 진혁이 가지고 온 의뢰서를 뽑아서 주었다.
“저기 정령사님.”
데스크 직원이 진혁에게 피란체바에 대해서 물었다.
“어둠의 정령입니다.”
“네에? 설마 5대 정령 중 하나인 어둠의 정령이란 말인가요?”
그녀의 놀란 목소리로 인해서 정령사 길드 안에 있는 NPC들이 모두 듣고 놀란 표정과 동시에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진혁을 보았다.
“네. 엘리멘탈 정령 중에서도 특별한 정령인 어둠이 정령이 맞습니다.”
-이놈의 인기는 어디를 가나 변함이 없네.
진혁은 피란체바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인기가 많아서 좋겠다.
-어서 나가자. 기분 나쁜 놈들이 나를 보고 있어 이곳은 싫어.
피란체바는 정령이지만 원소정령들과는 그리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지만 피란체바는 정령왕이 아니면 원소정령들과는 급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 수고 하세요.”
진혁이 의뢰서들을 받아들고 정령사 길드를 나오자, 정령사들이 진혁을 배웅하였다.
정령사들의 계급은 아주 간단하였다.
누가 더 상급의 정령을 소환하여 데리고 다니느냐로 지위가 나뉘는데 5대 정령인 어둠의 정령은 엘리멘탈 정령 중에서도 특수한 정령에 속하기에 정령왕을 소환하지 않는 이상은 진혁이 다른 정령사들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었다.
물론 길드의 장로는 또 다르지만 일반 정령사는 우러러 봐야 하는 그런 위치에 있었다.
광장으로 돌아와 잠시 기다리니 프라다 역시 산적들과 관련된 의뢰를 몇 개 가지고 왔다.
“의뢰를 공유하고 올라가보자.”
각자가 가져온 의뢰를 공유한 후에 영지의 뒤편에 있는 산에 올랐다.
산적들의 산채는 중턱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급조해서 만든 티가 나서 그런지 방책이 그리 단단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방책의 문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그재그로 놓아 둔 바리케이드 지나가야 하는데 그로 인해서 산적들에게 화살과 같은 공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나에게 맡겨 한 번에 날려버릴 테니까.”
프라다가 나서서는 이번에 익힌 프로스트 버스터를 사용하였다.
순간 엄청난 열을 뿜어내는 고열의 불줄기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더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한 번에 태워버렸다.
바리케이드는 물론 허술하게 지어 놓은 방책의 문까지 한 방에 날려버린 것이다.
“와우!”
진혁은 그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뭘, 그리 감탄을 해. 얼른 달려가야지.”
입구를 뚫었으니 이제 네가 활약을 할 때라며 프라다가 진혁을 재촉하였다.
진혁은 피식 웃으며 곧바로 산채로 향해 달려 들어갔고, 그와 비슷하게 산적들도 공격을 받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몰려나오고 있었다.
“엎드려!”
프라다가 달려가는 진혁에게 소리쳤고, 진혁은 그 소리에 반응을 하며 슬라이딩을 하듯 앞으로 쭉 미끄러지며 몸을 숙였고, 그 순간 거대한 불덩이 부서진 방책의 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폭발을 일으켰다.
퍼어어어엉!
불덩이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산적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는데 이것만 보아도 왜, 마법 대미지는 사기라는 말이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폭발에 직격을 당한 산적들은 한 방에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스쳐 맞은 산적들도 큰 부상을 입어야 했다.
“커프스 익스플로젼!”
퍼어어엉!
진혁은 죽은 시체들을 폭발시켜 시체들 주변에 있던 산적들에게 대미지를 입혔는데 파이어 익스플로젼에 당한 산적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마법을 익혔다고 하더니 자랑할 만하네.”
진혁은 감탄을 하면서 죽은 산적들의 시체를 일으켜 세웠다.
모두 12마리의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였고, 그들에게 각종 버프를 걸어 준 다음 산적들과 싸우게 하였다.
그런 후에 진혁은 키메라인 백호와 리틀백호를 소환하여 피란체바에게 맡겼다.
“리틀 백호는 아직 약하니까 피란체바 네가 잘 보살펴 줘야 한다.”
-걱정 마.
마지막으로 구울 병사까지 모두 소환하여 산적들과 싸우도록 명령을 내린 후에 자신도 산적들과 어울려 싸웠다.
프라다 역시 마력검을 들고 산적들과 싸웠는데 진혁과 함께 사냥을 하다 보니 능력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느꼈고, 이렇게 싸우는 게 또 재미가 있었다.
물론 동레벨의 몬스터라면 이렇게 사냥을 할 수 없겠지만 자신의 레벨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그런대로 할 만 하였다.
산적이 검으로 내리치자, 프라다는 검을 들어 올려 막은 후에 파이어 에로우를 사용하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쏘아지는 파이어 에로우는 그대로 산적의 가슴에 적중을 하였고,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그를 향해 검을 휘둘러 마무리를 하였다.
기사, 혹은 전사 클래스는 아니지만 마법사라고 해도 근력이 있고, 무기가 가지고 있는 공격력이 있기에 파이어 에로우와 함께 사용하면 손쉽게 산적을 죽일 수가 있었다.
프라다는 진혁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방식의 전투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산적을 한 명 쓰러뜨린 후에 진혁을 찾았다. 그는 여전히 산적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는데 두려움이나 주저함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분명 산적들에 비해 레벨이 한참 낮음에도 불구하고 산적들을 압도하며 잘 싸우고 있었다.
“저 친구는 싸움 할 때가 가장 멋인 것 같아. 시합할 때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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