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레인저는 피란체바가 붙잡고 있으니 진혁은 레인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진혁은 곧장 대검을 든 자를 향해 움직였다. 대검은 양손 검으로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무거운 무게로 인해서 다른 한손 검보다는 동작이 크다.
양손으로 든 대검을 크게 휘둘러오는 플레이어의 공격을 허리를 숙여 피하자, 곧바로 강력한 스턴을 공격으로 연계하여 치고 들어왔다.
“강력한 일격!”
진혁은 상대의 스킬 공격에 놀라 몸을 비틀었지만 온전하게 피할 수가 없었다.
순간 스턴 공격에 당해 몸을 움직이는 못하고 있을 때, 검을 든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스킬을 사용하여 진혁을 공격하였다.
“소드 스트라이크, 소드 플레쉬 어택!”
스킬 두 방이 연속해서 진혁의 몸을 강타하였고, 대검을 든 플레이어의 러쉬 어택 공격에 당해 뒤로 물러나며 넘어졌다.
-이상상태저항으로 인해서 스턴 효과가 감소합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진혁은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굴러 그 자리를 피했고, 또 다른 스킬이 그 자리를 강타하였다.
진혁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스턴 스킬을 가진 대검을 든 플레이어를 향해 돌진하였다.
스턴이 위험하긴 하지만 스킬을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쿨타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다시 스턴을 사용할 수 있어 진혁은 곧바로 달려든 것이다.
피란체바가 진혁의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준 후에 레인저를 붙잡고 놀고 있었고, 벨리아 마을의 흑마법사들은 입구까지 몰려와서 방책을 부수려고 하는 몬스터를 막아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중이라 진혁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혁은 홀로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싸워야 했는데 결국 이들에게 흑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앰플리파이 대미지!”
진혁은 상대에게 저주를 걸어 물리 대미지를 증가시키는 마법을 건 후에 로우어 레지스트와 브레시드를 함께 걸었다.
저항력과 능력치를 3분 동안 30%로 하락시키는 이 마법은 강력한 체력을 가진 전사 클래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저주 마법이었다.
“놈이 저주 마법을 건다.”
그가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외쳤고, 진혁은 그와 상관없이 전사 플레이어에게 포이즌 마법을 걸어 중독 시켜버렸다.
“허억!”
독에 중독되자, 일정량의 체력이 서서히 줄어들었는데 처음에는 크게 표시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독 대미지가 부담스러워질 테니 전사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성가신 저주 마법이었다.
“마법사······.”
그제야 전사 플레이어는 두 명의 마법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혁이 코앞까지 가다오자, 양손에 든 검을 허공으로 치켜들어 내리쳤다.
진혁은 몸을 옆으로 젖혀 대검을 피하자, 검이 바닥을 강하게 때리면서 사방으로 돌의 파편들을 튕겨냈다.
진혁의 왼손이 놈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
“웃!”
고레벨의 플레이어답게 임기응변이 빨랐는데 어깨를 턱 쪽으로 올려 턱을 보호하였다.
퍼어억!
진혁의 주먹이 놈의 어깨를 때리며 자연스럽게 흘리게 되자, 이번에는 반대 손으로 뒷손 카운터를 날렸다.
허리를 비틀어 그곳에서 나오는 힘과 어깨를 깊숙하게 넣어 앞으로 뻗는 힘, 그리고 주먹과 팔뚝을 비틀어 타점을 좁히고, 대미지를 극대화하려고 하는 힘이 맞물려 얼굴의 중앙을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갔다.
전사 플레이어는 황급하게 놀라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하려고 하였지만 진혁의 린치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길었다.
퍼어어억!
주먹이 제대로 들어가자, 전사 플레이어가 큰 충격에 뒤로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나뒹굴었다.
진혁은 그를 마무리하려고 하였지만 다른 검을 든 플레이어들의 협공으로 인해서 무산되었다.
상체를 좌우로 흔들어 위빙으로 피하는 진혁을 향해 검을 든 플레이어들은 스킬을 사용하였다.
진혁은 상대들이 스킬을 사용하는 걸 보고 양팔을 가슴 앞으로 모은 후에 몸을 웅크렸다.
체에에엥!
스턴이 걸린 상태가 아니었기에 진혁은 이들의 스킬을 막아낸 후에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진혁이 몸을 돌리며 뒤 돌려차기를 하기 위해서 발을 쭉 뻗자, 이들이 뒤로 물러났고, 진혁은 발을 회수하면서 지면을 강하게 박차며 날아가 바닥을 구른 전사 플레이어를 향해 내달렸다.
폭발적인 움직임에 모두가 놀라고 있을 때, 전사 플레이어가 진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검을 들었지만 진혁은 제법 먼 거리에서 도약하여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플라잉 니킥으로 또 한 번 얼굴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전사 플레이어는 대검의 넓은 면을 앞으로 내밀며 진혁의 무릎을 막으려고 하였지만 진혁의 공격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하였다.
대검의 넓은 면을 때린 진혁의 무릎공격은 대검의 옆면과 함께 전사플레이어의 얼굴을 강타하였다.
그 충격에 또 다시 넘어진 그는 일어나며 진혁을 시야에게 놓치지 않기 위해서 찾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커다란 주먹이었다.
“커어어억!”
머리가 울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이놈의 레벨이, 아니 스탯이 얼마나 되기에.’
연속해서 복부와 가슴, 옆구리에게 또 한 번 충격이 전해지더니 자신의 체력이 순식간에 위험수위까지 떨어져버렸다.
그는 포션을 사용하여 체력을 채웠고, 진혁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커어어억!”
-아직 체력회복 포션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체력회복포션 역시 사용 쿨타임이 있었기에 그는 포션을 사용하지 못하고 진혁에게 두들겨 맞아야 했다.
“크아아아악!”
결국 체력이 채워지는 것보다 깎여 나가는 것이 더 빨라 그 자리에서 무너지고 만 전사 플레이어였다.
-사망하여 선제공격에 대한 페널티가 적용이 됩니다.
-3레벨 다운과 축적하신 경험치의 일부가 소멸되었습니다.
-착용한 아이템 +7야만전사의 강철의 대검을 떨어뜨렸습니다.
-착용한 아이템 +3붉은 숲의 반지를 떨어뜨렸습니다.
-착용한 아이템 +5푸른 산호초의 목걸이를 떨어뜨렸습니다.
-10초 후에 설정한 리스 포인트로 이동이 됩니다.
야만전사는 잃어버린 아이템을 목록을 보고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다른 건 몰라도 유니크 아이템인 +7야만전사의 강철의 대검은 고가의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레벨 업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리스폰 지역으로 사라지자, 진혁은 아이템을 챙긴 후에 다른 플레이어들을 향해 움직였다.
*
“이야, 몬스터만 잘 잡는 줄 알았는데 플레이어는 더 잘 잡네.”
진혁과 케빌로스 길드의 고레벨들이 싸우는 영상을 본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은 감탄을 하며 박수치며 환호까지 하였다.
“저 플레이어는 아이템이 엄청 좋은 가 봐. 아이템 숨기기 모드 때문에 어떤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스턴과 스킬을 동시에 맞았는데도 견디잖아.”
“최고 레벨군에 속하는 플레이어겠지. 그러니 몇 명이 안 되는 흑마법사들과 함께 벨리아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 아니까?”
“그래도 벨리아 마을을 지키기는 힘들 거야.”
“그럼 뭐 어때? 저 플레이어는 벌써 엄청난 보상을 받았는데.”
“보상?”
“케빌로스 길드 놈들이 떨어뜨린 아이템만 해도 몇 개야. 모르긴 해도 저놈들 하나씩 떨어뜨려도 일곱 개이니 최소 몇 천은 벌겠지.”
“하긴 저들도 랭커라는 걸 감안하면 아이템이 그리 나쁘지 않을 거야.”
아이템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는 부러운 시선으로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들과 싸우고 있는 진혁을 바라보았다.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회피와 연타 공격만으로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를 몰아붙이는 모습에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은 흠뻑 매료가 되었다.
간혹 몬스터들이 다가와서 방해를 하곤 하였지만 그럼에도 싸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이제는 스킬도 피한다.”
이중 모션을 통해서 상대의 눈을 속여 스킬 공격을 유도해 낸 다음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파고들어가 주먹과 발을 이용해서 타격하는 모습은 노려한 격투기 선수의 모습과 같았다.
“틀림없이 격투기 선수일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저 정도는 격투를 조금만 배운 아마추어들도 다 할 수 있는 거잖아. 게임에서 플레이어 보정이 되니까.”
“그런가?”
“개인의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저 정도는 다 해.”
구경하는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의 말을 듣고 있는 한 플레이어의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런 격투 감감은 흉내 낼 수 있어도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은 흉내를 낼 수 없지. 저 플레이어는 프로 선수다. 그것도 제법 케이지 경력이 많은··· 누굴까?’
오래전 자신이 인더스의 세상에서 몬스터들과 싸우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는 말을 한 이후, 수많은 격투기 선수들이 가상현실 인더스를 즐기며 나름대로의 훈련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훈련보다는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사냥을 하거나 혹은 격투에 근접한 몽크를 선택하는 것보다 다른 클래스를 선택하여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몽크를 선택하여 게임을 즐기는 격투기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 번 고른 클래스는 바꿀 수가 없으며 개정을 삭제하고 다시 등록을 해도 이전에 선택했던 클래스 밖에 할 수 없기에 클래스를 선택하는데 있어 신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동체시력도 좋고, 간극도 나쁘지 않아.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대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모션이 너무 좋아.”
모니터를 통해서 진혁을 평가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 UFC 페더급 챔피언이자, 70억분의 1의 사나이라 불리는 루아 산체스였다.
그의 클래스 역시 몽크로 인더스의 세상 안에서는 제법 고레벨에 속했고, 강자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지만 제법 괜찮은 친구 같은데 조금 아쉽긴 하네.”
루아 산체스는 한 명의 검사를 쓰러뜨린 후에 아이템을 챙기는 진혁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싸워서 이기는 쪽이 전리품을 가지는 건 당연한 법이지. 저 친구들 아이템 찾으러 다시 몰려왔다가 또 털리겠군.”
뒤에 일어날 일은 안 봐도 뻔 했다.
“퀘스트만 아니면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데. 아쉽군.”
루아 산체스는 몽크 길드의 퀘스트를 받고 두라스 왕국의 국경을 넘어 산타나 왕국으로 가야 했다.
산타나 왕국의 국경지대는 개방이 되어 있어 플레이어들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산타나 왕국 중심지까지 진출해 인더스 세상을 모험하는 일부 플레이어들도 존재하였는데 다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루아 산체스 역시 마찬가지, 그는 두라스 왕국의 아르센 영지를 넘어 리타센 백작령으로 가서 모종의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다음에 만날 날이 있겠지. 그때는 또 얼마나 성장을 했을지 궁금하군.”
루아 산체스는 자신을 죽이러 온 플레이어들을 모두 죽이고 아이템을 챙기는 진혁의 모습을 한 동안 지켜보다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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