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성장(3권 마지막 이야기.)
진혁이 범람의 공격 패턴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던 그의 직업이 격투기 선수인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시합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격투기 선수들의 움직임과 공격의 패턴을 파악하고 선수들의 빈틈을 찾아내고, 공략하기 위해서 연구를 하다 보니 그게 습관이 되어 있어 범람의 공격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눈에 익혔고, 그 공격패턴이 익숙해지면서 진혁은 빈틈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범람의 공격 패턴과 각 패턴에 대한 빈틈을 찾아내었고, 반격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 수가 있었다.
이건 오직 진혁의 순수한 노력에 의해서이지만 이러한 노력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프라다였다.
만약 프라다가 힐과 버프, 범람의 마법 공격을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진혁은 1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범람의 손에 죽음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진혁과 범람의 싸움에서 프라다도 많은 것을 얻었다. 특히 마법이 발현할 때 마나의 유동이 일어나고 그 유동 현상에 따라 주변의 기운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상대가 마법을 사용할지, 안 할지를 알 수 있으니 프라다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어쩌면 진혁보다 프라다에게 더 큰 도움이 되는 전투이기도 하였다.
진혁의 주먹이 범람의 턱을 강타하자,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비틀거렸다.
진혁은 그런 놈을 향해 원투 스트레이트 공격과 함께 하단발차기 콤비이네이션 공격으로 다시 충격을 주었다.
강력한 하단 발차기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진혁은 곧장 몸을 숙이며 범람을 향해 뛰어 들어가 양손으로 양쪽 허벅지를 잡고 당기면서 어깨를 이용해서 그의 상체를 밀자, 범람의 몸이 허공에 뜨며 넘어졌다.
“커어억!”
진혁은 몸을 옆으로 굴러 범람의 상체로 이동하는 동시에 그의 양팔을 무릎으로 눌러 팔을 쓰지 못하게 봉인시켜버렸다.
그런 후에 놈의 가슴에 앉아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파운딩을 퍼부었다.
퍽퍽퍽퍽······.
“격투기 선수라 저런 공격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네.”
프라다는 진혁이 격투기 선수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의 움직임이 당연하다 생각을 하였지만 새장 속에 갇힌 길드의 길드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몽크 클래스의 전투방식과 너무나 달라서였다. 하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범람은 진혁의 파운딩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고, 계속되는 머리의 충격으로 인해서 머릿속에 넣어 둔 라이플베슬이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악!”
범람은 비명을 지르며 난폭하게 몸을 움직여 빠져 나오려고 하였지만 진혁은 자신의 중심을 낮추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범람이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말 직업을 잘 선택했다. 멋지다.”
지켜보고 있는 프라다는 입에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진혁의 움직임은 완벽했고, 범람은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진혁에게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진혁은 놈의 머리를 타깃으로 간간히 공격을 하였다.
쩌어어억!
결국 진혁의 공격에 범람의 두개골에 금이 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흥분을 할 법도 하였지만 진혁은 침착하게 범람의 움직임을 봉쇄한 후에 금이 간 두개골을 공격하였다.
-범람이 죽음을 당했습니다. 라이프베슬을 부수면 소멸됩니다. 라이프베슬을 부수지 못하면 범람은 1년 후에 다시 살아납니다.
알림메시지를 뜨자, 진혁이 금이 간 놈의 두개골을 향해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범람의 두개골이 부서지면서 그 안에서 놈의 라이플베슬이 흘러나와 바닥을 굴러다녔다.
진혁은 라이프베슬을 주워 프라다에게 던져 주었다.
프라다는 왜? 자신에게 주느냐는 시선으로 진혁을 보았다.
“부셔.”
“내가?”
“그래. 그래야 너도 경험치를 먹지.”
프라다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프라다가 마법으로 범람의 라이프베슬을 깨뜨리자 시스템 알림 메시지를 떴다.
-범람이 완전히 소멸되었습니다. 아르헨 마을의 잠재적인 위협이 일시적으로 사라집니다.
-퀘스트 ‘아르헨 습지에서 실종된 몽크 길드원의 상황을 알아보자.’ 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아르헨 마을의 레인져 길드로 돌아가시면 보상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퀘스트 ‘아르헨 습에서 실종된 정령사 길드원의 상황을 알아보자.’ 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아르헨 마을의 레인져 길드로 돌아가시면 보상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 했다는 시스템 알림이 뜨자, 그제야 진혁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이고 죽겠네.”
“수고했어.”
프라다가 진혁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친구야, 미안한테 저들 좀 풀어 주라. 나 정말 힘들어 꼼짝도 못하겠다.”
“알았어.”
프라다는 새장속에 갇힌 길드의 길드원들을 풀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이대로 범람의 실험재물이 되는 줄 알았는데 모험가님 덕분에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래도 큰 부상이나 다친 곳이 없으니 다행입니다.”
프라다가 각 길드의 길드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진혁은 잠시 동안 누워 있다가 죽은 범람에게도 다가갔다. 그가 남긴 아이템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범람이 죽고 남긴 아이템은 검 한 자루와 반지, 그리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아이템들이었다.
“어?”
진혁은 범람이 준 반지가 눈에 익었다.
*아이템: 드라큘라의 손아귀(유니크)
옵션: 초당 1만큼 체력 회복.
초당 2만큼 피로도 회복.
적중당 체력 1%회복.
적 처치시 마나 1% 회복.
마법 피해 2% 감소.
이상상태저항 2% 증가.
한때 프라다가 착용하고 있다가 지금은 진혁이 착용하고 있는 드라큘라의 손아귀였다.
“강화가 안 된 아이템이라 수치가 낫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검을 주어서 아이템을 확인해 보았다.
*아이템: 설원의 발렌타라(유니크 주무기)
공력력: 100
방어력: 50
내구력: 500/ 500
옵션: 적에게 추가 대미지의 10%.
적 처치 시 평균 대미지의 5%만큼 체력으로 흡수.
사용조건: 150레벨 이상, 근력 100이상.
*강화석을 이용해서 더욱 강력하게 강화를 할 수가 있다.
진혁은 두 개의 유니크 아이템을 활짝 미소를 지었다.
“재료 아이템은 내가 반값에 인수를 하며 되겠지.”
진혁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길드의 길드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프라다를 불렀다.
“아이템이 두 개 나왔어. 그리고 재료 아이템들 몇 개랑.”
진혁은 말을 하면서 두 개의 유니크 아이템을 프라다에게 보여 주었다.
“장신구가 무기보다 비싼 건 알고 있는데 네가 드라큘라의 손아귀를 원하면 그걸 가져. 난 설원의 발렌타라를 가질 테니까.”
장신구는 다른 아이템보다 2배 비싸게 거래가 된다.
같은 유니크 아이템이라고 해도 방어구가 100만원이면 무기는 150만원, 장신구는 200만원에 거래 될 정도로 장신구의 인기가 높다.
“네가 더 고생했는데 내가 장신구를 가져도 돼?”
프라다는 자신이 한 일이 없었기에 비산 장신구를 가져도 되냐고 물었지만 진혁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은 같이 한 거고. 너 이거 나에게 빼앗겨 없잖아.”
프라다는 진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다. 내가 장신구를 가질 게. 대신 재료 아이템은 너 다 해.”
“그런 게 어디 있냐? 일단 거래 창 띄워 봐.”
진혁이 거래 신청을 하자, 프라다가 수락을 하였다. 진혁은 프라다에게 만 골드를 주었다.
“이렇게 많이 주는 거야?”
“나도 시세는 잘 모르니까. 그리고 검을 팔아도 만 골드는 더 받을 수 있으니 내가 손해를 보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괜찮아 받아 둬. 그래야 나중에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말을 할 수가 있지. 그리고 너 가방 하나 보내 준다며.”
프라는 진혁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래. 내가 디자인해서 만든 최고급 가방으로 보내 주마.”
“그럼 됐어. 저들이랑 할 이야기가 더 남았어?”
“아니, 돌아가서 이야기를 퀘스트 클리어하고 그 다음 일을 진행하면 될 것 같아.”
“그럼 돌아가자. 집에 가서 조금 쉬어야겠다.”
“그래. 그만 돌아가자.”
프라다가 길드원들에게 돌아가자는 말을 하였고, 함께 워프 게이트를 타고 아르헨 마을로 워프 하였다.
다행이 12층에서는 곧장 아르헨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아르헨 마을에서는 12층으로 올 수는 없었다.
진혁은 이러한 위프 시스템을 통해서 이곳 아르헨 마을과 연결된 사냥터는 아르헨 습지와 범람의 탑 두 곳임을 알 수가 있었다.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을 중심으로 각 영지와 마을로 이동을 할 수가 있고, 영지와 마을과 연결된 사냥터는 이렇게 두 곳, 혹은 세 곳 정도가 되겠구나. 그럼 한 왕국에 사냥터가···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구나.’
진혁은 속으로 감탄을 하며 아르헨 마을로 돌아와 메리슨을 만나 퀘스트의 보상을 받기 위해서 레인저 길드로 갔다.
레인저 길드 안으로 들어가자, 각 길드에서 의뢰를 받은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들이 다짜고짜 프라다에게 다가와 윽박지르며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퀘스트?”
“퀘스트가 왜? 당신들은 당신들대로 퀘스트를 하였고, 나는 나대로 퀘스트를 하였는데 뭐가 잘못된 것입니까?”
프라다는 이들이 윽박질러도 당황하지 않고 말을 하였다.
“왜, 우리와 함께 하지 않고 당신 혼자서······.”
“당신들 멋대로 하는데 내가 왜, 함께 해야 합니까? 당신들이 나의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어 줬습니까? 아니 함께 계시는 성기사님의 의견을 한 번이라도 받아 들였습니까?”
이들은 프라다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만약에 저의 말을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우리는 함께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을 것입니다.”
프라다는 이런 말을 하면서도 과연 이들과 함께 퀘스트를 하였다면 네임드 몬스터인 범람을 사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못했겠지. 개인주의와 이기심으로 가득한 이들은 탱커가 죽는 순간 곧장 귀환마법 스크롤을 이용해서 달아났을 거야.’
프라다는 이들의 독선을 이야기하고는 그들을 지나쳐 이층으로 올라갔다.
-네가 길드원들을 데리고 먼저 올라가. 같이 올라가면 괜히 꼬투리 잡힐 수도 있으니까.
진혁은 시스템 메시지를 이용해서 프라다에게 말한 후에 자신은 2층 휴게실에서 쉬는 척을 하였다.
-알았어. 나중에 올라와.
프라다는 길드원들과 함께 워프를 이용해 메리슨을 만나러 갔다.
2층 휴게실에 있는데 진혁은 플레이어들의 눈치가 따가워서 더 이상 있지 못하고 길드를 나왔다.
“그것들 더럽게 눈치를 주네.”
진혁은 워프를 타고 이동하면 금방 오갈 수 있으니 일단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해서 위프를 이용하여 본령으로 이동하였다.
자신이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올 때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제법 플레이어들이 많이 늘어나 영지를 다니는 플레이어들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었다.
“이런 건 좋은 거네.”
진혁은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영지 안에서는 PK를 할 수가 없으니 자신의 아이템을 한껏 뽐내는 플레이어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여성 플레이어들이 그런 경우들이 많았는데 보기에도 좋은 아이템이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좋을 때다.”
진혁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자신의 저택을 찾아 갔다. 진혁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본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저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 플레이어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의뢰를 받았겠지.”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에는 길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귀족들, 상인들의 의뢰도 다양하게 있어 그들을 직접 만나 의뢰를 받고 해결해 주고 보상을 받거나 명성을 올리곤 하는데 간혹 히든 퀘스트를 얻을 수가 있어 플레이어들은 NPC들의 의뢰를 수락해 해결해 주기도 하였다.
“그렇겠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난 순간 NPC인줄 알았어.”
“신경 꺼. 퀘스트 받은 거 해결하려면 서둘러 디프란의 언덕으로 가야 해.”
“그래. 어서 가자.”
플레이어들은 디프란의 언덕으로 가기 위해서 워프 게이트가 있는 광장으로 갔다.
진혁은 저택으로 들어와 그 동안 사냥해서 나온 재료 아이템들을 창고에 정리해서 넣어 두었다.
“유니크 템은 은행을 통해서 파는 것이 낫겠지.”
그 동안에 모은 돈과 함께 맡기면 네타도 아마 좋아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 전에 저택을 관리해 줄 사람을 뽑아야겠어.”
간혹 리얼리티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조금은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는지 지금이 그런 상황이었다.
“먼지 같은 건 안 쌓이게 할 수 없나?”
“네타한테 일할 사람을 어떻게 고용하는지 물어 보고 고용을 해야겠어. 그 전에 일단 조금 쉬어야겠다.”
진혁은 침대로 가서 누웠다.
침대 특유의 푹신함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좋다.”
-안녕하세요. 인더스의 게임마스터 엘리스입니다.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가 서비스를 한 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진혁은 접속을 종료하려다 시스템 알림이 있어 잠시 기다렸다.
-이번 4주년을 맞아 몇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였습니다. 늘 그렇지만 플레이어 분들의 마음에 다 들 수 있는 이벤트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 마음이 다 같은 건 아니니까.”
-이벤트의 시작은 다음 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진행이 되며 매주 이벤트 당첨자를 뽑아 합당한 보상을 지급할 생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올려놓았으니 참고 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스템 알림은 비교적 간단하였다.
“그러고 보니 난 이벤트에 참가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구나. 그런데 무슨 이벤트를 하지?”
진혁은 이벤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접속을 종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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