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믿은 게 잘못이지.
진혁은 거친 숨을 쉬면서 쓰러진 그린포스의 몸통에 기대어 있었고, 소환수들과 피란체바는 그린포스가 소환한 엘더 장로들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기대고 있던 엘더 킹 그린포스의 시체가 사라지자, 진혁은 놈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챙겼다.
“힘든 전투인 만큼 많이 배웠다.”
이번 엘더 킹 그린포스와의 싸움에서는 자신이 직접 전투에 참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은 전투였다.
“다크 힐!”
진혁은 소환수들에게 힐 마법으로 깎인 체력을 채워주며 엘더 장로들과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소환수들과 엘더 장로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그린포스의 공격을 피하며 버틸 수 있는지를 복기해 보았다.
“마나 필링이 마나 필링Ⅱ로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았다면 이번 싸움을 힘들었을지도 몰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그 효능은 한 단계만 한 단계만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 아니었다.
마나 필링Ⅱ로 업그레이드 된 후 마나 필링의 범위는 확장되는 건 물론이고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범위 안에 들어온 상대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가 있었다.
*마나 필링Ⅱ- 자연스럽게 주변에 마나를 퍼뜨려 상대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미세한 움직임도 세밀하게 느낄 수가 있다.
만약 마나 필링의 단계가 한 단계 더 올라 마나 필링Ⅲ이 된다면 주변인들의 움직임은 물론 그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 포위를 당해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겠지.”
진혁의 입장에서는 아직 발전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레벨 업을 통해서 마법사의 서클을 올릴 수가 있고, 4차, 5차 전직을 통해서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도 얻을 수가 있었다.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서두를 필요는 없어. 조급함이 나를 망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 천천히 모험을 통해서 조금씩 나를 완성시켜 나간다.”
진혁은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조급함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대를 뛰어넘기 위해서 무리해서 일을 서두르거나, 혹은 건너뛰며 일을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을 하였다.
쿠우우웅······.
엘더 장로 한 놈이 쓰러졌다. 이를 시작으로 엘더 장로들이 소환수들에 의해서 모두 쓰러졌고, 그 노력의 보상으로 소환수들은 레벨을 하나씩 올릴 수가 있었다.
엘더 킹 그린포스를 쓰러뜨리고 2레벨이 오른 소환수들은 엘더 장로들을 쓰러뜨리고 또 하나의 레벨을 올려 모두 3레벨의 업을 할 수가 있었다.
진혁 역시 3레벨을 올릴 수가 있었는데 아직은 동동일, 동동이의 레벨이 진혁보다 더 높았다.
*상태창
*이름: 진혁 *레벨: 289레벨
*직위: 모험가, 용병 *클래스: 어둠의 집행인
*피로감: 40,000/40,000
*체력: 35.000/35,000
*마력(어둠이 짙은 순수한 흑마력): 32.000/32.000
*명성: 1,200
*캐릭터의 전투에 영향을 주는 스탯
공격력: 5.000(+1500) 방어력: 6210(+370) 민첩함: 3.000(+152)
*성장 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스탯
근력: 600(+250) 맷집: 700(+250)
적중: 550+(250) 회피: 610(+250)
집중: 600(+250) 순발: 652(+250)
인내: 652(+250) 행운: 350(+250)
매력: 170(+250)
*성장 시스템에 의한 히든 스탯
감각 : 602 시야 : 592
지혜 : 300
······.
300레벨이 되려면 아직 몇 레벨이 남아 있지만 침묵의 숲을 벗어나기 전에 300레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피란체바가 곧장 진혁에게 날아왔다.
“괜찮아?”
“그래. 괜찮아. 피란체바가 열심히 싸워 줘서 우리가 이길 수가 있었어. 피란체바가 없었다면 우리가 이길 수 없었는지도 몰라.”
피란체바는 진혁의 어깨 위에 앉아 자신의 볼을 진혁의 얼굴에 부비더니 피곤하였는지 곧 하품을 길게 하곤 몸을 말아 배를 깔곤 눈을 깜빡였다.
“나 피곤해서 잘래.”
“그래. 그렇게 해. 오늘 수고했으니 여기서 많이 쉬었다가 움직이자.”
“응, 천막 쳐.”
진혁은 간이천막을 사용하여 안전지대를 만든 후에 백호와 리틀백호를 천막 안으로 불러들였다.
동동일과 동동이는 자연스럽게 천막 밖에서 경계를 서듯 서 있었고, 구울병사들도 주변에 자리를 잡고 섰다.
리틀 백호가 천막 안으로 들어오자, 피란체바는 그의 등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백호 역시 진혁의 곁으로 와서는 자리를 잡고 앉았고, 진혁은 자연스럽게 백호에게 등을 기대었다.
“다들 수고하였어. 쉬는 동안은 걱정 없이 푹 쉬자.”
소환수들은 진혁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배를 바닥에 깔고 얼굴을 앞발이 있는 곳에 괴이더니 눈을 감았다.
진혁은 백호의 몸에 기대어 그린포스가 떨어뜨린 아이템을 살펴보았다.
*아이템: 푸른 잎사귀의 마력의 반지.(전설)
설명: 침묵의 숲 서쪽의 지배자 엘더 킹의 마력이 담겨 있는 반지.
착용조건: 200레벨 이상. 명성 200 이상.
효과: 사용마력 15% 감소.
마법시전속도 5% 증가.
어스 계열의 마법 대미지 15%상승.
적 처치 시 체력 7% 회복.
마법 피해 7%감소.
이상상태저항 7%증가.
성장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올 스탯 +20상승.
*아이템: 그린포스의 견고한 경갑(전설)
설명: 침묵의 숲 서쪽의 지배자 엘더 킹의 단단한 나무껍질, 줄기, 잎으로 만든 경갑.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어 무게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공격력: 20
*방어력: 350
*내구력: 500/500
옵션: 적에게 입은 대미지 25% 감소.
이상상태저항 10% 증가.
받은 대미지 10% 반사효과.
5%의 확률로 상대의 공격을 완전히 무효화 시킨다.
*착용조건: 200레벨 이상으로 3차 전직을 완료한 플레이어. 명성 150이상.
*아이템: 그린포스의 나뭇가지(재료 아이템)
설명: 고대 아이템 멸망의 지팡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 아이템 중 하나이다.
-멸망의 지팡이 제작에 필요한 재료
*멸망의 지팡이 제작도면.
*그린포스의 나뭇가지 10개. (얻을 수 있는 몬스터- 엘더 킹 그리포스)
*순수한 크리스탈 결정 100개. (얻을 수 있는 곳- 크리스탈 광산)
*최상급 순수한 블랙페이퍼의 정수 500개.(얻을 수 있는 몬스터-블랙페이퍼)
*다크 스톤 가루 100킬로그램.(얻을 수 있는 곳- 스톤 광산)
진혁은 아이템을 살펴보며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템의 옵션은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어둠의 군장보다 좋긴 하지만 세트 효과로 올스탯 200을 얻을 수 있는 어둠의 군장을 대체하기에는 미흡하였다.
무엇보다 진혁이 아쉬워하는 건 바로 그린포스의 나뭇가지가 멸망의 지팡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라는 점이었다.
멸망의 지팡이는 마법사 계열의 아이템이라 진혁에게는 그리 필요가 없는 아이템이었다.
물론 진혁이 흑마법사의 직업도 가지고 있지만 주 클래스는 몽크이고, 서브 클래스가 흑마법사인 느낌이 강해서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재료들을 하나 둘씩 모아 가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렇다고 이들 재료를 얻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다니며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할 생각은 없었다.
모험을 하면서 들른 영지에서 가판을 열고 있는 플레이어들 사이를 다니며 구할 수 있으면 구해 모으다보면 다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푸른잎사귀의 마력의 반지는 내가 착용하고 견갑과 바꾼 반지는 팔면 되겠다.”
엘더 킹을 사냥하여 전설 아이템 두 개를 얻었으니 고생을 한 보람은 있었다.
전설 아이템이 귀하니 견갑은 못해도 억 이상은 받을 수 있을 테고,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반지 중에서 가장 안 좋은 반지도 몇 억은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니 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땅 사고 집 지으면서 돈을 다 썼는데 이걸로 생활비 벌었으니 그걸로 만족.”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진혁이 설정을 해 놓은 시스템 알람이 울렸는데. 현실에서 운동을 하러 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진혁은 곤히 자고 있는 피란체바를 보며 미소를 지은 후에 접속을 해제하였다.
*
“진혁!”
체육관으로 운동을 하러 가니 관장인 트라빌러스가 불렀다.
“네.”
“이거 한 번 테스트 해 봐.”
한쪽에 세워져 있는 기계를 가리키며 말하는 그에게 다가가 진혁이 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주먹의 파워와 킥의 파워를 측정하는 테스트 기계야. 강도와 스피드를 측정해서 수치로 나타내주지.”
진혁은 기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형 판은 주먹, 사각 판은 발. 풀 파워로 치지 말고 시합을 한다는 생각으로 한 번 때려 봐. 10분 정도 타격을 한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진혁은 자세를 잡고 가볍게 기계에 달려 있는 샌드백을 때려 보았다.
파아앙!
느낌은 샌드백을 때리는 느낌이라 편하게 주먹과 발을 이용하여 원형 판과 사각 판을 때려 보았다.
트라빌러스는 5분 정도 기계에 연결된 컴퓨터에 기록되는 수치를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제법 준수한데. 평균 이상의 타격과 스피드가 나오는데.”
“그래도 챔피언들의 데이터에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게 챔피언들의 데이터이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챔피언과의 차이는 있겠지. 페더급 최고의 유망주라고 하는 아리라나 스톰 역시 챔피언의 데이터에 비하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니까.”
“그러니 유망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진혁도 마찬가지야. 데이터만 보면 스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파워는 진혁이 강하고, 스피드는 스톰이 조금 빠르니 아마 둘이 붙으면 정말 볼만 할 거야.”
“스피드가 빠른 쪽이 유리하지 않습니까?”
“진혁이 스파링 하는 거 못 봤어. 빌리를 스피드로 가볍게 제압했어. 수치상으로 스톰이 빠르지만 실제로 그 차이는 나지 않을 거야.”
“그럼 진혁도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보고도 모르겠냐?”
“······.”
“두 번, 세 번 정도의 어려움이나 위기가 있을 거야. 그 위기를 넘기면 챔피언이 되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아시아 대회에서 얻었던 별명처럼 되겠지.”
“별명?”
“통관문, 문지기, 문턱, 테스터기 등등.”
“그게 뭣 닙까?”
“진혁이 아시아 대회에서 경기를 뛸 때, 너무 강해서 선수들이 진혁과 싸우기를 거부했지. 챔피언은 진혁을 피해서 도망다녔지. 아시아 랭커들은 자신의 랭킹이 떨어지니 진혁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싸웠다. 그러니 챔피언 도전은 할 수도 없고, 어중이떠중이 선수들과 주로 싸웠는데 그때 얻은 별명이 그런 것들이야.”
“아.”
“진혁과 싸워 이기면 롱런을 할 수 있고, 지면 대부분 몇 번 시합을 더 뛰다가 체급을 바꿔서 운동을 했거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관장님은 진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좀 해 봤어. 어쩌면 엘리스 강이 진혁을 우리에게 트레이닝을 맡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말이야.”
“그렇군요.”
파아아앙!
기계를 때리는 진혁의 파워와 스피드가 조금씩 더 올라갔다.
“수치가 더 올라가는데요.”
“몸이 데워지니 아드레날린이 분비가 되나 보네.”
“대단하네요. 본격적으로 움직이니 아리라나 스톰의 수치에 비해서 뒤처지는 게 없는데요.”
“그래. 어쩌면 우리 체육관에서도 챔피언을 배출할 수가 있을 것 같아.”
진혁을 바라보는 트라빌러스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진혁이 아직까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원석처럼 보였다.
“넌 앞으로 진혁의 일정을 모두 체크해.”
“곧 한국으로 돌아갈 건데요.”
“너도 따라 한국으로 가. 가서 진혁을 운동을 도와 줘.”
“저 한국에서 생활할 만큼 생활력이 강하지 못합니다.”
트라빌러스가 그를 노려보자, 몸을 움츠렸다.
“내가 널 믿고 체육관을 시작한 것이 잘못이지. 내가 한국에 있는 사람을 통해서 알아 볼 테니까 넌 네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파아아앙, 파앙, 팡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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