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이건 메인 퀘스트다!’
진혁은 퀘스트의 에피소드가 대륙의 역사와 관련이 있고, 인더스의 에피소드 파트2의 제목이 다크 엠버서더의 음모이니 지금 자신이 받은 이 퀘스트가 메인 퀘스트의 시작임을 알 수가 있었다.
‘두 제국과 각 왕국이라고 그랬어.’
아직 제국과 다른 왕국들은 개방되지 않았다. 그나마 두라스 왕국과 인접한 산타나 왕국과 리케어 왕국과 인접한 베네시아 왕국이 개방되어 왕래를 시작하였다.
‘지금 4개의 왕국이 개방된 상황에서 백작이 나에게 이러한 퀘스트를 주었다면 반대쪽에 있는 리케어 왕국을 비롯하여 다른 왕국에서도 이와 같은 퀘스트를 받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메인 퀘스트이니 두라스 왕국만 진행하지 않고 다른 왕국에서도 똑같이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음을 진혁은 알 수가 있었다.
‘나보다 앞서 백작을 만난 케빌로스 길드 역시 메인 퀘스트를 받을 수도 있다.’
진혁의 생각이 깊어졌다.
자신이 메인 퀘스트를 받으면 케빌로스 길드와 경쟁을 해야 하고, 그러는 가운데 대립하고 싸우면서 갈등은 커지고, 골은 깊어갈 것이다.
그리되면 그들과 싸운다고 레벨 업은 물론 피란체바와 함께 대륙을 여행하는 것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었다.
‘전직을 해야 그들과 경쟁을 해도 할 수가 있은데.’
자신은 아직 전직을 하지 못하였기에 사냥을 하고 경험치를 획득하더라도 200레벨에서 고정이 되어 스탯의 손해를 봐야 했다. 이런저런 걸 다 따지면 다른 사람, 특히 거대 길드와 경쟁하는 건 불리하였다.
그렇다고 메인 퀘스트를 받지 않으면 그에 따른 손해도 어마 무시할 터이니 안 받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었다.
진혁은 잠깐 생각하다 물었다.
“제가 거부를 하면 어떻게 됩니까?”
“다른 사람을 알아 봐야겠지.”
“다른 사람? 조금 전에 만났던 케빌로스 길드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뢰를 준 것이 아닙니까?”
진혁이 물었다.
“아니라네. 내가 그들의 무엇을 믿고 이러한 조사를 맡기겠네. 자네가 이 의뢰를 맡아준다면 영지에 사령의 탑이 들어오는 걸 허락하겠네. 그리고 매달 지원도 아끼지 않고 해 주겠네.”
케빌로스 길드가 퀘스트를 받지 않았다면 상관이 없다 생각하였다.
자신이 퀘스트를 안 받았다고 잡아 때면 그들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백작의 퀘스트를 수락하였다.
“루디스 상인회의 정보를 알아보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그 외에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까?”
“루다스 상인회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충돌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은 자네의 재량에 맡기겠네. 그리고 어려움에 봉착하면 나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감사합니다. 백작님!”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너무 막연한 것 같습니다.”
“우선 상인회에 대해서 알아보면 될 것이네. 그들에 대해서 조사하다보면 의심스러운 것들이 나타날 테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백작님의 기대에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고맙네. 그리고 몸조심하게.”
진혁은 메인 퀘스트를 받은 후에 백작의 성을 나왔다. 그런데 백작의 성 앞에서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이 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기사와 함께 가는 것을 보았기에 진혁이 이번 흑마법사들의 영지 습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여서였다.
“어이, 거기!”
진혁은 그들을 지나쳐 가려는데 한 플레이어가 불렀다.
“나?”
“우리와 이야기 좀 하지?”
진혁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플레이어를 보며 피식 웃고는 물었다.
“무슨 이야기?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할 이야기가 없는데.”
“우리도 딱히 당신과 할 이야기는 없는데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그게 뭐지?”
“메인 퀘스트!”
진혁은 이들을 보다,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웃기군. 당신들은 왜, 내가 메인 퀘스트를 받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많은 이유가 있지만 당신은 우리와 달리 백작의 초대로 백작을 만났으니까. 아마도 백작이 개인적으로 부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지.”
“초대받았다고 다 메인 퀘스트를 받지는 않아. 그리고 그런 일도 없었지만 내가 메인 퀘스트를 받았다고 해도 그게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지?”
“상관이 있지. 우리는 메인 퀘스트가 필요하니까.”
“내가 퀘스트를 받았다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모양이군. 나를 죽인다고 메인 퀘스트가 당신들에게 돌아갈 것도 아닐 테니지만.”
“그렇지. 당신은 죽어도 메인 퀘스트를 하면 돼. 하지만 계속해서 우리를 피해 다녀야 할 거야. 그리고 볼 때마다 당신을 죽일 테니까.”
죽인다는 말에 진혁은 피식 웃었다.
“레벨이 깡패라고 하니까 당신들보다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은 다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네.”
진혁이 한 발 다가가 그에게 붙으며 말하였다.
“그럼 어디 한 번 죽여 봐. 대신 그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겠지.”
진혁이 의외로 당당하게 나오자 플레이어가 흠칫하며 주위의 동료들을 보았다.
“허세가 대단해.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뭔데?”
다른 플레이어가 물었다.
“허세인지, 아닌지는 죽여 보면 알겠지. 재미있을 거야. 케빌로스 길드가 메인 퀘스트의 빌런이 되면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
“나 죽이면 내가 친절하게 알려 줄게.”
케빌로스 길드원들이 눈을 좁혔다.
“병신들, 내가 백작의 초대를 받아 그를 만났으니 너희들에게 죽은 후에 그를 찾아가 케빌로스 길드가 수상하다고 말을 하면?”
이들의 표정이 일그렂졌다.
“메인 퀘스트? 그런 건 중요하지가 않아. 누군가를 들쑤셔서 그들을 메인 빌런으로 만들어 버리면 되니까.”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잠시만, 조금 전에 메인 퀘스트는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질문을 한 플레이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뭐가?”
“메인 퀘스트를 받은 것이 틀림없군요. 우리가 당신에게 원하는 메인 퀘스트 공유입니다. 퀘스트를 공유해 주시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해 드리겠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메인 퀘스트는 나와 상관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걸 누가 믿어.”
“너보고 믿으란 말은 안 했어. 옆에 사람들이 없으면 찍소리도 못할 놈이.”
진혁은 자신에게 예의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예의를 지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신 역시 똑같이 대하였다.
“그러지 말고 좋은 게 좋다고 퀘스트를 공유하여 도와가며 풀어나가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알지도 못하는 퀘스트를 어떻게 공유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메인 퀘스트입니다. 다크 엠버서더의 음모를 막은 그 큰일은 나 같은 개인에게 맡기겠습니까?”
“음······.”
“당신이 영주라면 개인에게 메인 퀘스트를 주겠습니까?”
이들은 진혁의 말에 긴가민가 하였다.
“저는 영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기 위해서 백작을 만났을 뿐입니다.”
진혁은 그 말을 한 후에 몸을 돌렸다.
그들은 떠나가는 진혁의 발길을 더 이상 붙잡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
“말하는 것 보니 거짓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일단 백작에게 퀘스트를 받는 걸 실패했으니 각 클래스 길드로 가보자. 그들이라면 메인 퀘스트, 혹은 서브 퀘스트를 줄 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해.”
진혁은 케빌로스 길드원들과 약간의 언쟁을 벌인 후에 영지에 있는 몽크 클래스 길드로 갔다.
진혁은 2층으로 올라가 의뢰판에 있는 의뢰를 쭉 훑어보며 상인들과 관련이 있는 의뢰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진혁, 그 놈들 있잖아.
“누구?”
피란체바가 나타나 진혁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만났던 놈들 말이야.
“아, 케빌로스 길드원들 말이야?”
-응, 그 놈들이랑 싸우면 진혁이 이기지 못해?
“그건 모르지. 그들은 나보다 경험도 많고 장비도 좋으니까 하지만 피란체바가 도와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나도 강하게 나의 주장을 한 거야.”
-그래? 그럼 다음에 시비를 걸면 혼내주자.
“혼내 줘?”
-응, 그런 놈들은 혼을 안 내주면 계속해서 진혁을 괴롭히려고 할 거야.
프란체바의 말이 옳다.
“그래. 다음에 또 시비를 걸면 크게 혼내주자. 그럴 때 피란체바가 나 많이 도와 줘야 한다.”
-응, 내가 진혁을 많이 도와줄게.
진혁은 2층 휴게실, 의자에 앉아 피란체바에게 물었다.
“피란체바, 너도 백작의 말을 들었지. 너는 어떻게 생각을 해?”
-루다스 상인회에 대해서 말이야?
“그래. 그들이 망했다고 하지만 음지에 숨어서 지금까지 힘을 길렀을 거잖아.”
-그래. 300년이 지난 지금은 아마 한 왕국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만큼 대단한 힘을 길렀을 거야.
“한 왕국을?”
-응, 그러니 모습을 드러내었겠지. 그렇지 않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걸.
들어보니 그럴 것 같아 보였다.
“그럼 우리 두라스 왕국의 힘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일찍 놈들을 찾아내어서 그들이 꾸미고 있는 음모를 하나하나 분쇄하다보면 이길 수 있는 길도 보이겠지.
“그럼 내가 더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네.”
-그리고 더 강해져야지. 진혁은 얼른 고위 흑마법사를 만나야 해.
진혁과 피란체바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시스템 알림으로 페루산디스 백작령에 흑마법사의 길드인 사령의 탑이 들어선다고 공지가 되었다.
-페루산디스 백작령에 흑마법사 클래스 길드인 사령의 탑이 들어섭니다.
-페루산디스 백작령에 사령의 탑이 들어섬으로 인해서 예하 영지, 마을에도 사령의 탑 지점이 들어서게 됩니다.
-페루산디스 백작령의 이러한 조치는 두라스 왕국의 각 영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영지에도 흑마법사 클래스 길드가 점차적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은 이전보다는 쉽게 클래스 전직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아, 피란체바 영지에 흑마법사의 길드가 들어선데.”
-정말?
“응, 이제는 멀리가지 않아도 흑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
-잘 되었다.
“그래. 잘 되었어. 흑마법사 길드가 각 영지에 들어오면 고위 클래스의 흑마법사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진혁은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고위 흑마법사를 만나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때 몽크 길드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검은 색 로브를 입은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뿜어내는 음산하고, 짙은 어둠의 기운으로 인해서 플레이어들과 NPC들은 흠칫하며 그를 경계하였지만 노인은 이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진혁이 있는 곳을 보더니 그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음산한 기운에 몽크 길드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과 NPC들은 노인의 앞을 막을 수가 없어 뒤로 물러났고, 노인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진혁에게까지 올 수가 있었다.
“자네구먼.”
그의 말에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진혁이라고 합니다.”
진혁은 그가 흑마법사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아르미르라고 하네. 이번에 페루산디스 백작령에 들어올 사령의 탑의 탑주이네.”
“아······.”
“자네가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던 진혁이군. 이렇게 만나 반갑네.”
아르미르는 진혁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자네 덕분에 우리 사령의 탑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가 있었네. 사령의 탑 탑주들을 대신하여 고마움을 전하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필요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니 저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백작에게 당당하게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네.”
“그리 말씀을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르미르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듣자하니 자네, 지금 정체되어 있다고 하던데.”
“정체되어 있다기보다는 조금 막막한 심정입니다.”
아르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막막함을 내가 해결해 주겠네.”
진혁의 눈이 커졌다.
“이건 우리 흑마법사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만들어 준 자네에게 주는 보상이라 생각을 하게.”
“아······.”
-진혁, 정말 잘 되었다.
“그래. 피란체바, 앞이 막막했는데······.”
“어둠의 정령인가?”
-응, 난 피란체바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생전에 어둠의 정령을 만날 볼 수 있다니···, 자네를 직접 만나러 와 보길 잘 한 것 같군.”
아르미르는 피란체바를 보며 허리를 숙였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피란체바님.”
-나도 그래. 우리 진혁을 잘 부탁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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