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KOREA MONSTER
“유도 챔피언 출신이라 완력이 엄청나. 허리힘도 강하고.”
진혁을 처음 겪어 본 누비아 마르틴은 1라운드를 마치고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 잠깐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스태프들에게 말하였다.
“그래?”
“내 기술을 힘으로 풀어버리는데 정말 답이 없던데. 완벽하게 기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힘으로 다 풀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야.”
“시합 영상을 보면서 많이 연구했잖아.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부분이니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동작이 크게 나올 수 있도록 유도를 해.”
“알았어.”
“그리고 놈은 철저하게 타격으로 갈 모양이니 앞 손보다는 뒷손을 조심해.”
마르틴은 진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합 종이 울리고 두 선수가 중앙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진혁이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의미에서 손을 내밀었고, 마르틴이 툭 건들며 진혁의 의사에 동의를 하였다.
1라운드는 서로에게 있어 견제, 정찰의 의미가 있었다면 2라운드는 진짜 시합이 시작되는 라운드였다.
진혁은 마르틴이 그라운드로 갈 것이라 예상을 하고 허를 찌르는 공격을 감행하였다.
마르틴의 영상을 보면서 그의 콤비네이션 기술을 그대로 따라 하였다.
앞으로 나가며 원투 주먹을 뻗자, 마르틴이 뒤로 피하였고, 진혁은 곧바로 허리를 숙여 마르틴의 품으로 파고 들어갔다.
마르틴은 본능적으로 다리와 허리를 뒤로 빼며 진혁을 저돌적인 돌격을 막음과 동시에 왼손으로 진혁의 머리를 누르며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격하였다.
진혁은 마르틴의 공격을 허용하면서도 힘으로 밀고 들어갔고, 마르틴은 뒤로 밀리며 케이지의 벽에 부딪쳤다.
‘이 무식한 힘을 봤나. 맷집도 상당한 놈인데.’
진혁은 양팔로 마르틴의 허리를 잡고는 힘으로 뽑아 들어올렸다.
“허억!”
마르틴이 저항을 해보려고 하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진혁은 마르틴을 들어 올린 다음 허리를 비틀어 바닥에 내동댕이치려고 하였으나 마르틴이 발이 바닥에 다이면서 가까스로 넘어지는 걸 모면할 수가 있었다.
마르틴은 케이지의 벽에 붙은 상태에서 두 팔을 이용해 진혁이 잡고 있는 허리를 풀려고 하였지만 제대로 잡혔는지 그의 힘으로 쉽사리 풀 수가 없었다.
그러자 마르틴은 생각을 바꾸어 진혁의 목을 감아 잡으려고 하였다.
진혁은 마르틴의 팔이 자신의 목을 잡으려고 하자, 목을 당겨 턱을 최대한 붙인 후에 한 번 더 마르틴을 들어 올려 허리를 비틀었다.
이번에는 진혁이 몸무게를 실어 함께 넘어지는 바람에 마르틴이 방어를 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으윽!”
케이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충격을 받은 마르틴은 상체를 세워 케이지의 벽에 기대려고 하였지만 진혁이 고개를 숙인 채 머리로 마르틴의 상체를 밀어 중심을 잡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먹이 마르틴의 얼굴에 적중하였다.
진혁이 마르틴을 보고 때리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주먹을 휘둘렀기에 정확하게 타격이 되는 건 아니지만 주먹에 전달되는 묵직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진혁은 한 손으로 마르틴의 얼굴을 잡고 상체를 세우려고 하는데 마르틴이 발을 움직여 진혁의 허리를 감았다.
허리가 잡히자, 상체를 세우지 못하니 그냥 가슴으로 마르틴을 누르며 오른손으로 얼굴을 공격하였지만 마르틴은 완벽하게 방어를 하였다.
진혁은 두 팔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세우자, 마르틴의 발이 미끄러져 조금 아래로 내려갔다.
그 순간 상체를 숙이며 팔꿈치로 얼굴을 노리고 공격을 하였다.
마르틴은 팔로 막으려고 하였지만 워낙 강력한 공격이라 충격을 입어야 했다.
“으윽!”
마르틴은 충격을 입으면서도 본능적으로 진혁의 팔을 잡았고, 허리를 감싸고 있던 발을 더 들어 올려 목을 감았다.
순식간에 들어온 기술이라 진혁은 손쓸 틈 없이 당해버렸다. 다만 완벽하게 트라이앵글 초크가 들어가지 않아 진혁이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무식한 놈을 봤나.’
마르틴은 진혁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자신의 기술을 완성하려고 팔을 들어 올려 진혁의 목을 잡고 당기며 숨을 쉬지 못하도록 압박을 하였다.
“야, 진혁, 빠져 나와야지!”
진혁이 마르틴의 기술에 당하자, 케이지 밖에서 보고 있던 스태프들이 소리를 쳤다.
“와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으로 인해서 스태프들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 소리를 듣고 움직이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순간이었다.
진혁은 그 동안의 훈련을 통한 본능대로 행동을 하였다.
진혁은 트라이앵글 초크에 걸려서 힘들어할 때, 두 무릎을 바닥에 붙인 후에 한 팔로 바닥을 밀며 허리의 힘으로 자신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으으으으!”
이를 악물고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채로 힘을 쓰는 진혁이었고, 그 힘에 마르틴의 상체가 함께 들렸다.
얼굴에 푸른 힘줄까지 드러날 정도로 힘을 쓰며 상체를 세운 상태에서 몸을 돌려 케이지의 벽이 아닌 중앙 쪽 바닥을 향해 그대로 내리찍어 버렸다.
“커어어억!”
마르틴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트라이앵글 초크를 풀지 않았다.
“와아아아아!”
그 모습에 관중들이 환호를 하였다. 환호하는 소리에 아드레날린이 더욱 많이 분비가 되는지 진혁은 다시 한 번 힘을 썼다.
“아아아아아악!”
진혁은 소리를 내지르며 한 번 더 허리에 힘을 주고 마르틴을 뽑아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이번에는 등이 아닌 머리가 먼저 바닥에 떨어지면서 마르틴도 큰 충격을 받아 더 이상 트라이앵글 초크를 유지하지 못하고 풀어졌다.
진혁은 마르틴의 기술이 풀리자, 본능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향해 파운딩 공격을 퍼부었다.
“와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트라이앵글 초크에 걸렸을 때, 모두가 진혁이 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허리의 힘으로 두 번씩이나 상대를 들어 올려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껴서였다.
마르틴은 몸을 웅크리고 양팔로 얼굴을 보호하며 진혁의 공격을 견뎠다.
땡땡땡······.
그렇게 2라운드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진혁은 마르틴을 공격하는 손을 멈추었다.
“헉··· 헉··· 헉······.”
진혁은 그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 자신의 코너로 돌아갔다.
“죽겠네.”
“인마, 저돌적으로 달려들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최달수는 못마땅하다는 듯 말을 하였지만 최상호는 반대의 의견을 내었다.
“그래도 효과는 있는 것 같습니다. 진혁이 타격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먼저 그라운드로 끌고 갔고, 준수한 그래플링 실력을 보여준 탓에 상대의 머릿속은 복잡해졌을 것입니다.”
“내 말이!”
진혁은 최상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이제 저놈이 먼저 들어올 거야. 나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 자신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거든.”
“그래서?”
“밀고 들어올 때, 한 방에 ‘빡!’ 하고 끝내버리는 거지.”
“또 그 소리다. 그러다 네가 한 방에 갈 수 있어. 넌 UFC랑 세 게임 계약이야. 이거 무조건 이겨야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어.”
“걱정 마세요. 그냥 막연한 느낌인데 제가 질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나의 감이 맞는다면 이번 라운드에서 끝날 거예요.”
진혁이 자신에게 말을 하자, 모두는 긴가민가하였다.
가끔 이렇게 자신을 할 때면 그의 말대로 이루어졌기에 스태프들은 나름 기대를 하였다.
“정말이지?”
“네. 3라운드를 넘기지 않을 거예요.”
“넘기면?”
“그럼 제가 지는 거죠.”
진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3라운드 시작종이 울리자, 중앙으로 달려 나갔다.
중앙에서 맞부딪친 두 사람은 서로 거리를 재며 공격 타이밍을 잡았는데 먼저 공격해 들어오는 건 마르틴이었다.
그는 진혁을 향해 원투 공격에 이은 로우킥으로 허벅지를 노리고 공격하였다.
이런 공격 유형의 패턴은 영상을 통해서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진혁은 펜싱의 앞뒤로 움직이는 빠른 풋워크로 뒤로 물러나 피한 후에 앞으로 붙으며 똑같이 되돌려 주었다.
마르틴은 진혁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방어를 하였는데 진혁이 발을 들어 올려 공격을 하려고 하는 순간 진혁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타점을 가깝게 만들어 대미지를 줄이는 동시에 상대의 발을 잡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효과 만점의 움직임이었다.
마르틴은 진혁이 공격하는 발을 잡고 밀치며 넘어뜨리려고 하였고, 진혁은 한 발로 깽깽이를 뛰듯 뒤로 물러나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와 동시에 진혁은 왼손으로 마르틴의 뒷목을 잡고 누르면서 오른손으로 아래에서 위로 쳐 올리는 어퍼컷 공격으로 마르틴의 얼굴을 공격하였다.
양손으로 진혁의 발을 잡고 있었기에 무방비로 진혁의 공격을 허용하였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잡고 있던 발을 놓을 수가 없으니 고통을 참고 힘을 다해 밀어 붙였다.
케이지 중앙에서 다리가 잡혀 뒤로 밀렸던 진혁은 어느새 케이지의 벽에 등이 다였다.
그때까지 넘어지지 않고 마르틴의 얼굴에 어퍼컷으로 공격을 퍼부었으니 마르틴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르틴이 진혁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고 하였지만 케이지 벽이라는 버팀이 될 수 있는 수단이 있었기에 진혁은 끝까지 버틸 수가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주먹을 마르틴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커억!”
결국 마르틴은 견디지 못하고 충격에 잡고 있던 발을 놓았고, 발이 자유로워지자, 더욱 거세게 주먹으로 마르틴의 얼굴을 공격하였다.
“와아아아아!”
그 짧은 시간에 진혁의 엄청난 공격으로 인해서 관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처럼 함성을 질렀다.
마르틴이 진혁의 주먹을 피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진혁은 본능적으로 무릎을 들어 올렸다.
“퍼억!”
강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혁의 무릎이 마르틴의 안면에 정확하게 적중하였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마르틴이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지만 진혁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코가 내려앉고, 눈과 눈 아래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진혁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심판은 마르틴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판단을 하여 진혁을 말리며 두 사람을 떼어 놓았다.
진혁은 마르틴에게 떨어지면서 승리의 포효를 하였다.
“I AM KOREA MONSTER.”
진혁이 케이지 안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을 때, 케이지 밖에서 스태프들이 안으로 들어와 진혁을 들어 올렸다.
“야, 쫄깃했다.”
“나는 네가 이길 줄 알았어.”
닥터가 케이지 안으로 들어와서는 마르틴의 상태를 살폈는데 부상의 정도가 심한 듯 하였다.
코뼈가 부러졌고, 안와골절과 광대뼈에도 이상이 있었다.
닥터가 마르틴의 얼굴을 소독하며 대충 수습을 하였고, 승패의 발표를 위해서 두 사람이 심판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섰다.
“3라운드 1분 12초 TKO승 코리아 몬스터 진혁!”
아나운서 특유의 발음으로 진혁의 TKO승을 발표하자, 관중들은 함성과 박수를 보내어주었다.
진혁을 아는 관중들은 패배를 한 누비아 마르틴을 조금은 불쌍하게 바라보았다.
“누비아 마르틴이 통관문을 넘지 못했네. 앞으로 힘들겠어.”
자신들이 지금까지 보아온 시합을 유추해 보면 진혁에게 저렇게 당한 선수들은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 건지 다음 시합에 나와도 자신의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아서였다.
“그러게 말이야. 통관문이 UFC에서도 통하네.”
“진혁 선수의 피지컬이라면 충분하지. 아마 UFC 선수들도 긴장해야 할 걸.”
진혁은 승리 인터뷰를 끝내고 케이지에서 내려오자 사람들은 수고했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진혁은 사람들이 환호를 받으며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진혁 선수의 경기는 화끈해서 좋습니다. 챔피언들의 대결만 아니라면 충분히 나이트 오브 매치도 노려볼 수도 있을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최승수는 터널 안으로 들어오는 진혁을 보며 활짝 웃으며 말을 하였다.
“지원이 든든하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 돈을 벌자고 하는 일입니다. 내일 만찬까지 참석하시면 공적식인 일정은 끝이 납니다.”
이동하면서 최승수가 말하였다.
“아, 그렇군요.”
“라스베이거스에 계시면서 관광은 어느 정도 하셨을 테고, 혹시 가보고 싶은 곳 있습니까? 로스앤젤레스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어 이삼일 다니면서 관광을 해도 됩니다.”
로스앤젤레스 관광은 일종의 보너스와 같았다.
최승수의 말에 스태프들의 시선이 진혁에게 향했다.
“왜요?”
“너 인더스 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에이, 가서 관광하면 되죠. 그걸 꼭 제가 간다만다 해야 하나요?”
진혁의 말에 스태프들이 환호하였고, 그걸 지켜보는 최승수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그럼 UFC 공식 일정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는 걸로 우리 스케줄을 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