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왕이 말을 안 해 준 모양이구나.
진혁을 잡기 위해서 해적소굴로 몰려 온 케빌로스 길드 소속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진혁에게 당해 아이템을 적게는 2개, 많게는 4개씩을 빼앗기며 케빌로스 길드 안에서도 논란이 일어났다.
이래도 진혁을 그냥 두면 길드 명성에 흠집이 생기는 걸 넘어 천적으로 인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메인 퀘스트에 투입된 길드의 최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얀쿤 영지의 해안가에 있는 해적소굴로 움직였다.
여기에 지난 날 진혁에게 당했던 아틀란티스 길드까지 가세를 하면서 소위 랭커들이 대거 얀쿤 영지의 해안가에 있는 해적소굴로 향했다.
이 소문이 크게 나면서 이들의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서 많은 플레이어들도 얀쿤 영지에 있는 해안가로 향했는데 순간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얀쿤 영지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북적였다.
케빌로스 길드와 아틀란티스 길드의 고레벨 24명은 인더스 월드 안에서도 랭커라 불리며 뮤라스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 월드의 메인 사이트에도 공식적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그런 플레이어들이었다.
10억이 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만 명 안에 들어가는 진짜 고레벨이다.
그런 이들과 진혁의 싸움은 이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서 온 플레이어들에게는 하나의 이벤트 매치나 다름이 없었다.
비록 1:24의 불리한 대결이었지만 진혁에게는 언데드 군대가 있으니 플레이어들은 딱히 불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들의 싸움은 해적소굴의 내원에서 일어났는데 이미 안에 들어 와 있는 플레이어들은 어쩔 수가 없지만 새롭게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서 온 플레이어들은 내원까지 들어갈 수가 없었다.
통제를 하기보다는 이들의 싸움이 치열해서 싸움의 여파에 휩쓸려 죽게라도 된다면 케빌로스 길드와 아틀란티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머더러가 되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죽은 플레이어들은 죽어 아이템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서로가 조심하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일부 플레이어들은 내원으로 들어가 벽에 달라붙어서 이들이 싸움을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쌍단검을 든 플레이어와 활을 든 플레이어 두 명이 진혁을 전담해서 싸웠고, 정령사와 마법사가 한 명씩 하여 피란체바를 전담하여 싸우면서 언데드 군대와 떨어뜨려 놓았다.
나머지 스물 명의 랭커 플레이어가 진혁의 언데드 군대와 싸웠는데 이전까지는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 주었던 진혁의 언데드 군대도 랭커들과의 싸움에서는 이전과 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게 말이 돼? 무슨 해골 병사가 이렇게 단단해.”
이제까지 상대했던 스켈레톤 병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단단함을 지니고 있어 이들을 처음 상대하는 랭커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체에에에엥!
동동일과 동동이는 스켈레톤 나이트에서 키메라로 진화를 하면서 더욱 강력해졌고,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전설 아이템들 역시 상급에 속하는 아이템들이라 이들과 싸우는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밀리고 있음을 느끼고 당황스러워 하였다.
“무슨 스켈레톤 나이트가 이렇게 강한 거야.”
인더스 월드의 랭커들이 키메라 한 마리를 상대하지 못해서 쩔쩔 매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랭커들 거품이 많이 낀 거 아니야?”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스켈레톤 나이트 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한 소리씩 하였고, 그 소리를 듣고 있잖니 쪽팔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진혁을 전담하고 있는 쌍단검을 든 플레이어와 활을 든 플레이어는 진혁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만큼 뛰어난 실력자였다.
쌍단검을 든 플레이어가 진혁에게 붙어서 공격하는 동안 원거리에서 활을 든 플레이어가 지원 사격을 하였는데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합을 맞춰 왔는지 완벽한 협공을 통해 진혁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피란체바와 싸우는 정령사와 마법사 역시 피란체바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특히 정령사는 바람의 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었는데 피란체바와 싸워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강해 보였고, 여기에 마법사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피란체바가 강제로 역소환을 당할 수 있을 만큼 위태로워 보였다.
“이것들이!”
피란체바는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자, 분노하며 마법을 사용해 보지만 마법사의 디펜스 마법, 실드 마법에 막혀 제대로 마법조차 발현할 수가 없었다.
바람의 상급 정령이 피란체바를 향해 십 수발의 바람의 칼날을 날려 공격을 하자, 피란체바도 이에 질 세라 자신이 흡수한 정령들의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였다.
“안티 매직 디스펠!”
정령사와 함께 있던 마법사가 마법 발현을 무효화 시킬 수 있는 안티 매직 디스펠을 사용하여 피란체바의 마법 발현을 캔슬 시켜버렸다.
“아이씨!”
피란체바는 자신의 마법이 무효화 되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을 피해 움직였다.
피란체바는 혼자서 저 둘을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하였는지 진혁을 불렀다.
“진혁, 리틀 백호를 소환해 줘.”
진혁도 정신이 없기 마찬가지였지만 피란체바의 목소리를 듣고 리틀백호를 소환해 주었다.
덩치에 비해서 방어력이 약한 백호와 리틀백호는 플레이어들과의 싸움이 시작되면서 소환 해제 해 놓았는데 진혁은 피란체바의 요구대로 리틀 백호를 소환하면서 백호까지 소환하였다.
그러면서 동동일에서 명령을 내렸다.
“동동일, 넌 백호의 등에 올라타서 놈들과 싸워. 레이즈 구울 폰!”
진혁은 쓰러진 수만큼 구울 병사를 소환하였다.
“커어어억!”
잠깐 방심을 한 틈에 화살 한 대가 진혁의 가슴을 때렸다.
체력이 떨어지자, 진혁은 스스로에게 힐을 사용함과 동시에 바닥을 굴러 그들과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놓치지 않고, 쌍단검을 든 플레이어가 진혁에게 따라 붙었다.
그의 움직임은 가볍고, 경쾌하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도약하며 허공에서 몸을 횡으로 비틀어 회전시키며 양손에 든 단검으로 원을 그리듯 휘둘렀다.
“파이어 앵글 스크류!”
단검이 그리는 원의 형태에 따라 불꽃의 검이 만들어지더니 진혁을 향해 나선형으로 쇄도하였다. 진혁은 그런 그의 공격에 물러나기보다는 정면으로 부딪치려고 하였다.
진혁은 자신을 향해 나선을 그리며 쇄도해 오는 불꽃의 검을 향해 도약하여 나선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비틀었다.
진혁이 나선을 그리는 불꽃의 검을 안으로 통과하는 것처럼 보여 지켜보는 이들이 감탄을 하였다.
“잡았다.”
진혁은 쌍단검을 든 플레이어에게 허공에서 접근하여 손을 뻗어 목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쌍단검을 든 플레이어는 한 번 더 뛰어 올라 공중제비를 돌았다.
진혁의 손이 허공을 가름과 동시에 표정이 일그러졌고, 쌍단검을 든 플레이어는 공중제비를 돌며 진혁의 머리 위에서 몸을 거꾸로 한 상태에서 검을 휘둘렀다.
두 자루의 단검이 진혁의 등을 강하게 때렸다.
쿠다다당······.
진혁은 허공에서 공격을 받아 그 충격으로 인해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바닥에 곤두박질치며 나뒹굴었다.
자동으로 체력포션이 사용되어 깎여 내려간 체력을 보충하였고, 진혁은 서몬 힐을 사용해서 부족한 체력을 채웠다.
“이렇게 싸우면 내가 당한다. 일단은 버티는 쪽으로 간다.”
진혁은 두 개의 힐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를 일반적인 힐링으로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힐 마법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소환수, 즉 언데드 군단에게 사용할 수 있는 서몬 힐이었다.
진혁은 플레이어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키메라로 자신 역시 언데드의 속성도 가지고 있어 서몬 힐 역시 자신에게 사용할 수가 있었다.
진혁은 매직 힐과 서몬 힐, 그리고 체력포션을 번가라가며 사용하여 깎인 체력을 보충하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를 지켜보는 플레이어들은 고전하고 있는 진혁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저게 고대급 아이템의 위력이겠지. 방어력이 어마무시하다.”
랭커에 드는 톱 플레이어의 공격을 십 수번을 맞아도 끄떡없는 진혁의 모습을 보고 구경하는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오해를 하였다.
인더스 월드의 유명인사인 몽크 흑마법사, 즉 진혁에 대해서 플레이어들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진혁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이 전설 등급을 넘어 고대 둥급의 아이템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는 지난 날 아틀란티스 길드의 플레이어들과 싸울 때, 진혁이 전설 등급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던 아틀란티스 길드의 길드원들에게 고대 등급 아이템을 언급을 하였는데 그게 와전되어 진혁이 고대 등급 아이템을 세트로 착용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이다.
진혁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은 전설 아이템이고, 자신의 몸뚱이가 고대 등급으로 지금까지 인더스 월드에서 풀린 아이템 등급 중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었다.
진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소환수들이 톱랭커의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잘 싸우고는 있었지만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피란체바!”
진혁이 피란체바를 불렀다.
“위험하다 싶으면 어둠의 공간으로 돌아가.”
“싫어. 저놈은 내가 잡아먹고 갈 거야.”
피란체바는 자신을 공격하는 바람의 상급 정령을 향해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피란체바님께서 먼저 우리 일족을 소멸시켰습니다.
바람의 상급 정령 또한 피란체바에게 좋은 감정이 아닌 듯 하였다.
-흥, 그래서 내 까짓게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1,000년에는 정령왕도 나에게 고개를 들지 못했어.
-그건 1,000년 전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많은 능력이 봉인되어 있지 않습니까?
피란체바는 바람의 상급정령의 말을 듣고 진혁을 보았다.
-지금은 그래. 그런데 앞으로도 나의 능력이 봉인된 채로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야?
피란체바는 자신이 마법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을 하지만 실상은 많은 능력이 봉인되어 있었다.
바람의 상급정령의 시선 역시 진혁에게 향했다. 고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인간이 1,000년 흑마도사 아르다엘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입니까?
바람의 상급정령의 말에 피란체바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 미소가 주는 불길함을 느낀 바람의 상급정령은 눈을 좁혔다.
-당연하지. 진혁은 아르다엘이 가진 단점까지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의 능력을 100%, 아니 120, 200%까지 끌어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니까.
-그 말씀은······.
-진혁은 인간이 아니니까.
바람의 상급정령이 놀란 눈으로 피란체바를 보았다.
-그럼?
그때 마법이 피란체바를 향해 날아왔다.
퍼어어엉!
피란체바가 마법에 맞아 뒤로 튕겨져 날아갔고, 바람의 상급정령은 그런 피란체바를 뒤쫓아 날아갔다.
-기억해. 봉인이 풀리는 날, 정령계는 나와 진혁을 노린 대가를 반드시 치를 테니까.
-그리 될 것이라 생각을 하십니까? 제가 피란체바님을 그냥 돌려보내 줄 것이라 생각을 하십니까?
-아니, 나 역시 그냥 안 돌아가. 널 잡아먹고 갈 생각이니까. 네가 소멸되면 저 인간은 처음부터 다시 정령을 성장시키겠지. 그러면서 너라는 존재는 잊게 될 거야.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바람의 상급 정령은 자신 있게 말하였다.
-미래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일도 자신하지 말란 말을 들어 보지 못한 모양이구나.
바람의 상급정령은 피란체바의 말을 듣고 뭔가 의아함을 느꼈다.
-정령왕이 오늘을 교훈을 삼아 앞으로 나 피란체바와 싸우려고 하는 정령들에게 알려 줬으면 해.
바람의 상급정령은 눈을 좁혔다.
그 순간 피란체바가 바람의 상급정령을 향해 공격을 하였다.
어둠의 화살이 바람의 상급 정령을 향해 날아갔고, 바람의 상급정령 역시 정령마법으로 맞받아쳤다.
퍼어어어엉!
허공에서 마법과 마법이 부딪쳤고, 충돌한 마나의 구름이 생겨나면서 주변의 시야를 가렸다.
“클라우디 포이즌!”
피란체바가 그 위에 독구름을 만들어 주변의 시야를 가렸다.
독구름이 피란체바와 바람의 상급정령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어 주었다.
피란체바가 바람의 상급정령을 향해 빠르게 접근을 하였다.
-넌 내가 왜, 리틀 백호를 소환해 달라고 했는지 모르겠지?
-왜?
-미끼야. 내가 널 잡아먹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줄 미끼!
바람의 상급정령이 흠칫하는 순간 피란체바는 마법을 사용하였다.
“라인 커팅!”
피란체바가 마법을 사용하는 순간 바람의 상급정령은 자신과 정령사를 이어주는 마나의 연결선이 끊어지는 걸 느꼈다.
-허엇!
그 잠깐 당황하는 틈을 노리고 피란체바는 자신의 덩치를 키워 바람의 상급정령을 덮쳤다.
바람의 상급정령은 순간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피란체바에게 잡혀 먹었다.
이제까지 고전하던 피란체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바람의 상급정령을 잡아먹어 버린 것이었다.
“정령왕이 나랑 싸울 때는 정령사들과 떨어지지 말라는 말을 해 주지 않은 모양이야. 예전에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많이 당했는데 말이야.”
특수한 정령, 즉 엘리멘탈 정령들은 자신의 소환자 없어도 활동을 할 수가 있지만 일반적인 원소 정령들은 최상급정령 이하는 소환자가 없으면 활동을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정령이 활동할 수 있는 마나를 소환자가 제공해 주기 때문이었다.
피란체바는 이런 원소 정령의 단점을 이용하여 소환자인 정령사와 정령 사이를 연결하는 마나 라인을 끊어 버린 것이다.
그리되면 정령사가 이를 감지하고 다시 마나 라인을 연결하는데 이 잠깐의 틈의 이용해서 상급 정령을 잡아먹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최상급의 정령이 아니라면 정령사 조차 어찔할 수 없는 단점이었다.
단점이라고 하지만 일반 플레이어들은 마나라인을 알 수가 없으니 이를 끊을 수가 없어 정령사들도 이를 단점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정령사의 입장에서는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다.
피란체바는 바람의 상급정령을 잡아먹은 후에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후에 피란체바는 독구름 속에서 나와서 리틀백호를 보았다.
마법사에게 많이 당했는지 리틀백호가 위태롭게 보였다.
“서몬 힐!”
피란체바가 리틀 백호에게 힐을 해 줌과 동시에 마법사를 향해 공격을 하였다.
십 수개의 바람의 칼날이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고, 마법사는 블링크를 사용해 그 자리를 피함과 동시에 소멸당한 정령으로 인해서 충격을 받아 엎드려 있는 정령사에게 가서 실드를 만들어 내었다.
콰아아아아앙!
피란체바가 만들어 낸 마법이 실드를 무차별 적으로 때렸다.
“회복하라. 메스 서몬 힐!”
피란체바의 메스 서몬 힐에 진혁은 물론 진혁의 소환수들의 체력까지 모두 회복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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