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들의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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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 왕국의 대신전 소속 신녀, 신관, 성기사들과 용병으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과 함께 리치들과의 싸움에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중이었다.
리치들의 소환술로 소환된 망령들을 처리하는 건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리치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싸움은 혼전의 상황으로 치달았고, 누구의 승리도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흘러갔다.
5서클의 리치 마법사들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 강했고,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들은 다양하였다.
저주마법, 소환마법, 독을 이용한 부두마법으로 자신들을 공격하러 온 자들에게 주저함 없이 마법을 걸었고, 쓰러진 그들의 동료들을 언데드로 부활시켜 싸우게 만드는 잔혹함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리치들의 마법에 플레이어들은 큰 곤욕을 치러야했는데 아마 신관이나 신녀들이 없었다면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리치들의 고성에서 전멸을 당하였을는지도 모른다.
“간악한 리치들을 소멸시켜 아르헨 자작령을 저들의 손에서 구해내자. 성가를 높이 불러라. 주의 심판이 이곳 리치들이 고성에 내릴 것이다.”
선두에서 소리치며 성기사들과 신관들과 신녀들을 다독이는 네안데르의 용병술에 리치들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
5서클의 리치 칼로파는 두라스 왕국의 남부 출신으로 이번 학술연구회에 자신이 만든 유니크 대작인 키메라를 자랑하러 왔다가 봉변을 당하는 중이었다.
“클라우디 포이즌!”
독구름을 만들어 돌격해 오는 용병들을 향해 날려 보낸 후에 크레이 골렘 소환 마법을 사용하였다.
클레이 골렘은 죽은 시체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거대한 괴물의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놈들을 다 밟아 죽여 버려라.”
칼로파의 명령에 크레이 골렘이 플레이어들을 향해 성큼 발을 옮겼다.
“이게 뭐야!”
처음 보는 괴물이 모습에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놀란 표정들을 지었지만 자신들이 상대할 적이라는 걸 인식하면서 물러나기보다는 맞서 싸웠고, 골렘의 단점인 행동이 조금 느리다는 것을 파악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크레이 골렘을 공략하였다.
쿠웅, 쿵··· 쿵······.
리치들의 고성에 모인 리치들은 대부분 5서클의 리치들이었기에 비슷한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고, 칼로파가 크레이 골렘을 소환하자, 리치들은 일제히 골렘들을 소환하였다.
“이거나 먹어라.”
성가를 부르며 자신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신녀들을 향해 죽은 시체 하나를 날려 보냈다.
“커프스 익스플로젼!”
퍼어어엉!
커프스 익스플로젼은 죽은 시체를 폭발시켜 주변에 있는 적들에게 대미지를 입히는 마법으로 칼로파는 이를 응용하여 뒤에서 성가를 부르는 신녀들을 공격한 것이다.
시체가 폭발하면서 피와 살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신관 한 명이 홀리 돔을 만들어 신녀들을 보호하였다.
“평생에 도움이 안 되는 놈들!”
리치에게 있어 신전에 소속된 이들은 평생 발목을 잡는 놈들이었다.
“놈들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봉쇄하라. 알론소, 놈들이 변신 마법으로 이곳을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홀리 레지스트로 고성 전체를 봉인하라.”
홀리 레지스트는 특정 장소에 신의 권능을 덧입히는 마법으로 홀리 레지스트가 발현이 되면 리치들의 마법인 흑마법 계열의 마법 발현에 제한을 받게 된다.
“신전 기사들은 홀리 레지스트가 발현 될 때까지 알론소를 보호하라.”
네안데르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또 케빌로스 길드의 명성을 위해서라도 오늘 리치들의 고성에서 리치들을 모두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이들이 소멸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리치들이 나타나서 이곳 고성을 자신들의 성으로 만들고 아르헨 자작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그 동안은 네안데르로 인해서 아르헨 자작령은 평화로울 것이다.
또한 리치들이 다시 고성을 점령한 후에도 아르헨 자작령의 사람들은 네안데르가 리치들을 물리쳤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와 같은 용사가 다시 한 번 리치들을 물리쳐서 자신들을 구해 줄 것이라 믿고 아르헨 자작령에서 삶을 영위할 것이다.
홀리 레지스트를 펼치기 위해서 기도문을 읊기 시작하자, 리치들이 이를 막기 위해서 알론소를 공격하였다.
네안데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알론소를 공격하기 위해서 나온 리치들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움직였다.
“이놈들!”
“저주 받은 마물들에게 안식의 빛을!”
리치들은 홀리 레지스트의 발현을 막기 위해서 발악을 하였고, 성기사들은 알론소가 홀리 레지스트를 완성하도록 이를 악물고 리치들을 막았다.
“크아아악!”
그런 와중에도 죽어가는 플레이어, 신관, 신녀, 기사들, 그리고 리치들과 그들의 수하들의 시체가 산을 이룰 정도였다.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누구하나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는 전투가 치열하게 진행이 되는 가운데 드디어 알론소가 홀리 레지스트를 완성하였다.
“······ 주의 광휘가 악의 성이 가득하리라.”
알론소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흘러나오면서 점점 퍼져나가더니 리치들의 고성을 완전히 감싸버렸다.
“아아아악!”
리치들은 홀리 레지스트 안에서도 견딜 수가 있었지만 그들의 수하는 그렇지 못하였다.
홀리 레지스트의 효과가 그들의 행동을 위축되게 만들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플레이어들과 성기사들이 리치들의 수하들을 공격해 큰 피해를 입혔다.
치열한 접전 속에서 홀리 레지스트란 신성 마법 한 방으로 무게의 추가 산타나 왕국의 대신전으로 기울어버린 것이다.
“놈들이 사기가 꺾였다. 저주 받은 마물을 한 놈도 남김없이 박살 내어버려라.”
플레이어들을 지위하고 있는 케빌로스 길드의 마스터인 니콜라스는 신성마법에 영향을 받는 리치들의 수하를 찢어발기며 리치들을 압박하였다.
수하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자, 리치들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놈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소.”
“일단 버텨봅시다. 본 프리즌!”
칼로파는 홀리 레지스트의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 일정 공간에 뼈의 장막을 펼쳤다.
뼈의 장막이 완성되자, 홀리 레지스트의 효과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지만 장막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여지없이 홀리 레지스트의 효과에 위축이 되어야 했다.
“입구를 막고 시간을 끌어 홀리 레지스트 마법이 소멸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합시다. 입구에 골렘들을 소환합시다.”
리치들은 자신들이 마법 성향에 따라 스켈레톤 골렘, 블러드 골렘, 크레이 골렘을 소환하여 본 프리즌의 입구를 막았다.
“그 놈을 데리고 오는 것이었는데.”
자신의 창작물이라면 이곳을 공격한 모두 물리치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데리고 이곳을 탈출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그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최근 들어 부쩍 자신의 거처가 용병들에게 공격을 당하면서 그를 남겨 놓고 왔는데 자신이 공격을 받으니 그의 부재가 너무나 아쉬웠다.
쿠콰아아앙!
본 프리즌이 벽이 크게 흔들리면서 천장에서 잔해를 떨어뜨렸다.
“무너뜨리려고 하나 봅니다.”
“무너질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저놈들을 어떻게 씹어 먹어야 속이 후련할 지 의견을 나누어 봅시다.”
“저들이 모여 있으니 우리가 힘들 것 같소. 일단 홀리 레지스트 효과가 사라지면 각자 이곳을 탈출하여 다시 정비하고 놈들을 박살내는 것이 어떻겠소?”
“도망가자는 말이오?”
“그럼 소멸을 각오하고 저들을 상대하잔 말이오? 우리는 학술연구회를 위해서 라이프베슬을 가지고 오지 않았소.”
라이프베슬을 언급하자, 모두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바뀌었다.
“빌어먹을.”
다른 리치의 입에서 욕지걸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저 따위 사이비 신전 놈들을 피해 도망쳐야 하다니.”
라이프베슬을 안전한 곳에 놓고 왔다면 저들과 신나게 싸우다가 죽으면 라이프베슬이 있는 곳에서 다시 소생된다.
물론 생전의 힘을 유지하지는 못하고 조금 약해지지만 세월이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은 그렇게 합시다. 일단 이곳을 빠져 나간 뒤에 사령의 탑에서 만납시다.”
사령의 탑은 리치들에게 있어 마탑과도 같은 곳이었다.
“알겠소.”
리치들은 남아서 싸우기보다는 달아나는 쪽을 선택을 하였다.
콰아아앙!
이번에는 본 프리즌 안이 크게 흔들렸다.
“조금 있으면 홀리 레지스트가 소멸될 것이니 다들 준비를 하시오.”
각자의 방법으로 이곳을 빠져 나가기로 한 리치들은 본 프리즌 안에서 도망칠 준비를 하였다.
골렘들이 입구를 잘 막아주고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을 번 이들은 도망칠 준비를 마쳤을 때, 홀리 레지스트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이오!”
“소환 해제!”
칼로파는 본 프리즌을 소환 해제하였고, 다른 리치들은 일제히 골렘을 더 소환하였다.
뿐만 아니라 죽은 시체도 되살리면서 적들과 싸우게 만들었고, 그 혼전을 틈을 타서 고성의 사방으로 흩어져 탈출을 시도하였다.
“도망치도록 내버려둘 성 싶으냐?”
네안데르는 달아나는 리치들을 보고 소리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쏘아라!”
그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고성 전체를 울렸고, 메아리가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와 달아나는 리치들을 공격하였다.
쉐이이이이익!
고성을 완전히 포위하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전의 병사들이 쏜 화살에 리치들은 서둘러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 개 같은······.”
일부 리치들은 블링크를 사용하여 화살을 피해 움직였지만 그 움직임을 따라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으로 인해서 고성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오냐, 너희들 죽고 나 살자.”
한 리치가 달아나는 것을 포기하고 놈들과 싸우면서 고성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어쩔 수 없으니 일단 흩어져 놈들을 각개 격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리치들은 고성의 구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그 이점을 살린다면 지금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고성 안으로 흩어졌다.
이들이 흩어지는 걸 본 네안데르와 니콜라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각 조는 지금부터 흩어져 리치들을 사냥한다.”
이미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을 하였는지 성기사와 신관, 신녀, 플레이어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고성 안으로 흩어진 리치들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움직였다.
한편 고성의 지하실로 달아난 칼로파는 입에서 연신 욕을 내뱉었다.
고성의 지하실은 미로처럼 많은 방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장소였다.
리치들은 이곳에서 몬스터는 물론 아르헨 자작령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는 수많은 실험을 자행했던 곳으로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아, 그놈을 데리고 왔어야 했어.”
계속해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지 그를 데리고 오지 않은 자신의 미련함에 대해서 투덜거렸다.
“저쪽이다. 저리로 이동한다.”
고성의 지하실까지 따라온 추격자들의 소리에 짜증을 내는 칼로파였다.
“이대로는 힘들어 일단 라이프베슬을 숨겨야 해.”
칼로파는 온전히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없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우선 자신의 라이프베슬을 고성 지하실에 숨기기로 하였다.
칼로파는 자신의 원하는 장소를 찾아 빠르게 이동하였다.
지하실 우측 끝방 문을 열어 손으로 벽을 스윽 만지면서 달려가더니 한곳에서 멈추어 섰다.
스르릉!
칼로파는 그곳의 벽돌을 빼어 내더니 품에 간직한 라이프베슬을 넣어둔 후에 벽돌을 다시 원상태로 꼽아 넣고는 확인을 하였다.
“이 정도면 됐어.”
칼로파는 흔적을 찾기 힘들 것이라 확신을 하며 방을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이 방에 자신의 라이프베슬을 숨겨 두었다는 사실을 감추었다.
“저곳이다. 저쪽으로 간다.”
외침에 칼로파는 이를 갈며 놈들에게 복수를 다짐하였다.
“그래. 오늘은 내가 너희들에게 당하지만 1년, 1년 후에 네놈들을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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