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VS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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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인가 봅니다.”
다른 길드에서 보낸 플레이어들이 아르헨 습지를 돌고 돌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범람의 탑 앞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이들은 이미 많은 몬스터들과 싸웠는지 처음과 달리 조금은 지쳐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범람의 탑은 오래전 리치인 범람이 자신의 마법을 연구를 위해서 지은 탑이에요. 이 탑을 지을 때 동원된 인원이 수만이었다고 해요.”
성기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범람의 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전 넘친다는 뜻에서 몬스터가 차고 넘치는 탑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리치 마법사의 이름이 범람이었군요.”
레인저 길드에서 파견한 플레이어의 어색한 농담에 사람들은 피식 웃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전과 달리 이곳은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야 합니다.”
탱커 역할을 맡은 기사가 말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앞장을 서고 프레아 님이 저의 뒤에서 신성 마법을 사용해 주십시오. 그리고 각 자의 포지션에게 최대한 많은 딜을 넣어 주십시오.”
기사가 앞장 서서 범람의 탑 안으로 들어갔다.
범람의 탑 안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콜로세움의 원형 돔을 연상시켰다.
“쿠오오오!”
범람의 탑으로 들어온 침입자를 기척을 느낀 몬스터들이 괴성과 함께 달려왔다.
“포지션으로!”
이들은 탑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로 자신의 자리를 잡고 몬스터가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전사의 외침!”
탱커 역할을 맡은 기사가 몬스터 도발 스킬을 사용하여 자신에게 몬스터를 끌어 당겼고, 이 후 성기사가 신성 마법을 사용하였다.
“홀리 레지스트!”
홀리 레지스트는 악마종, 언데드 몬스터와 흒마법사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떨어뜨리는 신성마법으로 공격력, 방어력을 무려 30%나 떨어뜨리는 사기적인 마법이었다.
다만 사용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악마종이나 언데드 몬스터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마법이었다.
신성마법이 몬스터에게 적용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뛰쳐나와 몬스터를 공격하였다.
“웨폰 소드!”
“크리티컬 리미트!”
자신들이 보유한 강력한 스킬을 이용하여 몬스터에게 큰 대미지를 입혔다.
강력한 공격에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보고 몸을 돌렸다.
“그렇게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한 놈에게 집중 공격을 해야지요.”
전사 플레이어가 어그로가 다른 곳으로 튀자, 급하게 외치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몬스터를 붙잡기 위해서 방패를 이용해 공격을 하였다.
“스턴!”
방패를 든 전사에게는 필수 스킬 중 하나로 스턴을 배우지 못한 탱커와는 파티를 하지 말란 유행할 정도로 탱커들에게는 절대적인 스킬이었다.
몬스터 한 마리가 스턴에 걸리자, 다른 한 마리를 성기사인 NPC가 막았고, 플레이어 둘이 합공하여 그를 쓰러뜨렸다.
“서둘러 주십시오. 이놈들을 마냥 붙잡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탱커인 전사는 모두 레어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지만 열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혼자서 막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탱커가 고작 열 마리 조금 넘는 몬스터를 못 붙잡고 있으면 그게 무슨 탱커야.’
플레이어들은 속으로 재촉하는 탱커를 욕하였지만 내색치는 않았다.
“제가 잠시 맡을게요.”
성기사가 나서서 탱커의 일을 조금 덜어주려고 하였지만 탱커는 마법사가 없는 상황에서 성기사의 힐 마법이 중요한지라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을 하며 딜러 역할을 맡은 두 명의 플레이어들을 재촉하였다.
처음에는 손발이 안 맞아 조금 헤매었지만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조금씩 손발을 맞추다보니 이제는 제법 빠르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는 경험치가 제법 쏠쏠하였고, 아이템도 다른 사냥터보다 잘 나오는 것 같아 처음 사냥하면서 얻었던 언짢은 기분은 금방 사라졌다.
“워프 게이트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이들은 사냥하면서 워프 게이트를 찾아 다녔다.
-그러지 말고 어두운 지역을 모두 다니다보면 워프 게이트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경험치도 괜찮고, 아이템도 잘 나오는 것 같은데 사냥하면서 천천히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딜러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가 의견을 내었고, 같은 딜러는 찬성을 하였다. 하지만 탱커를 맡은 플레이어는 조금 당혹스러워 하였다.
-포션이 부족합니다. 워프 게이트를 찾고 마을로 돌아가 정비를 하고 다시 돌아오면 몰라도 이대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워프 게이트를 찾아 움직이죠.
딜러들은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병신 같은 새끼. 탱커라는 놈이 포션도 몇 개 안 들고 다니는 건가?’
이들은 탱커를 맡은 플레이어를 욕했지만 실상 그는 이미 많은 양의 포션을 소비를 한 상태였다.
처음 이들이 파티를 맺고 이곳에 왔을 땐 메인 딜러라고 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었기에 힐과 버프, 그리고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빠르게 몬스터 사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중간에 마법사 플레이어와 틀어지면서 그는 돌아가 버렸고, 자신들끼리 퀘스트의 단서를 쫓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는 사이 가지고 있던 포션을 조금씩 사용하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성기사의 힐링으로는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내가 두 번 다시 이런 놈들이랑 파티를 하나 봐.’
탱커인 플레이어 역시 딜러 플레이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데 그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적도 있었고, 죽을 뻔 한 적도 있었다.
이번 일은 퀘스트라 어쩔 수 없이 같이 하지만 다음부터는 마법사 플레이어처럼 아니면 자신도 중간에 파티를 탈퇴하고 나와 다른 파티를 찾는 것이 더 이득이라 생각을 하였다.
‘아르헨 마을에는 마법사 길드가 없어서 백작령으로 가서 퀘스트를 공유하더라도 마법사를 한 명 구해야와야겠어.’
“저쪽으로 가봅시다.”
이들은 우선 워프 게이트를 찾아 움직였다.
*
“아니 저런 놈을 어떻게 이기라고 하는 거지?”
진혁과 프라다는 범람의 탑 10층, 11층 몬스터를 힘겹게 상대하면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그렇게 간신히 12층에 도착하였는데 12층은 다른 층과 달리 거대한 대전이었다.
네임드 몬스터의 방!
리치 마법사 범람이 이 방의 주인이었고, 그가 자신의 권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우측과 좌측에 허공에 커다란 새장들이 걸려 있었는데 새장 안에 각 길드의 길드원들이 잡혀 있었다.
리치 마법사 범람은 6서클의 마법사로 그는 기사 가문에서 태어나 가문의 검술을 익혔고, 누명을 쓰고 가문이 몰락하자, 가문을 멸문 시킨 루드산포드 백작가를 몰락시키기 위해서 검을 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는 영원히 살 수 있는 리치가 되기 위해서 다크앰버서더란 조직에 가입하고 그곳의 흑마법사를 통해서 금단의 마법을 이용하여 영생할 수 있는 리치 마법사가 되었다.
그런 후에 마법과 검술을 연마하여 지금의 6서클의 리치 마법사가 되었고, 검술에 있어서는 소드 익스퍼트의 단계에 들어선 괴물이 되어버렸다.
마법과 검술에 능통하여 리치 마법사가 아닌 리치 마검사라고 해야 옳았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라고.”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상대하는 건 또 다른 괴물인 진혁이었다.
프라다가 보기에는 진혁도 엄청난 괴물이지만 범람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자신의 힐링, 버프, 그리고 가끔 놈의 공격 타임을 빼앗는 마법 공격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진혁은 범람의 검에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범람은 한여름 밤의 모기처럼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자신을 놓아두고 오직 진혁만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그 덕분에 진혁에게 힐링과 버프를 그의 제재를 받지 않고 할 수가 있었고, 그나마 진혁이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진혁은 범람을 처음 봤을 때, 어쩌면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생각은 범람의 한 번의 움직임으로 확신을 가졌고, 만에 일의 가능성, 혹은 프라다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혁이 가진 스킬 중에 살신성인이라는 스킬이 있다.
살신성인은 보스 몬스터, 혹은 네임드 몬스터를 자극하여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을 수 스킬이었다.
진혁은 살신성인으로 자신이 범람을 붙잡고 싸우다 자신이 죽으면 프라다는 승산이 없음 알고 귀한 스크롤을 사용해서 아르헨 마을로 귀환해서 자신을 기다릴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런 후에 다시 만나서 보다 확실하게 준비를 한 후에 도전을 해 볼 생각이었다.
“커어억!”
진혁이 양손을 들어 올려 팔뚝으로 범람의 검을 막았지만 힘에 밀려 뒤로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진혁은 넘어지는 속도에 자신의 몸무게를 더하여 몸을 뒤집어 일어나 시선을 범람에게 향했고, 그가 제법 먼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와서는 검을 휘둘렀다.
진혁은 우측으로 구르면서 그의 검을 피한 후에 자세를 잡았다.
프라다의 힐링 마법으로 인해서 체력이 조금 채울 수가 있었다.
쩌어어어엉!
허공에 생겨나는 다크 스피어가 빠른 속도로 진혁을 향해 쇄도하였고, 그와 동시에 파이어 스피어가 날아와 허공에서 다크 스피어와 충돌하여 소멸되었다.
범람의 마법 공격은 프라다가 어떻게든 무마시켜주니 그마나 이 정도로 버틸 수 있었다.
마법 공격이 무산되자, 범람이 진혁을 향해 움직였다. 그의 검술은 너무나 강력하였다.
진혁은 그의 공격을 피하는 것조차 힘들어 반격은 꿈에도 꾸지 못하였다.
-무식한 몸쟁이가 다른 거 익혀서 뭣하게? 그저 몸만 잘 쓰면 되는 법이야.
파테우스가 자신에게 해 준 말이었다. 이처럼 범람은 리치 마법사이지만 정말 검술을 잘 사용하였다.
그 역시 화려한 스킬이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기본적인 검술, 자신의 가문의 검술만을 사용하였는데 그게 진혁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스킬이라도 쓰면 분명 빈틈이 보일 텐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요행을 바라는 건 버려야 했다.
새장 속에 갇힌 길드의 길드원들도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헉··· 헉······. 징글징글 맞은 놈!”
진혁은 투덜거리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버티는 중이었다.
쉐이이익!
파공성과 함께 파이어 에로우가 날아와 범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범람은 다크 에로우를 만들어 파이어 에로우와 충돌시켜 소멸시켜버렸다.
“허튼 짓 하지 마. 어그로가 너에게 틔면 못 막아.”
진혁은 살신성인을 사용하여 범람을 붙잡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질 몰라서 프라다에게 소리쳤다.
“힐과 버프, 그리고 놈이 마법을 사용하면 그것만 어떻게든 막아. 놈에게 대미지 줄 생각하지 말고.”
“너 괜찮겠어?”
“버틸 만 해. 혹시 나 죽으면 곧장 귀환 스크롤 사용해. 마을에서 다시 만나서 오자. 쓸데없이 혼자 싸우지 말고.”
“그딴 소리 하지 말고 놈을 이길 생각을 해.”
“알았어. 일단 버틸 테니까 나중에 말하자.”
진혁은 범람과의 싸움이 30분이 넘어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혁은 범람의 검을 피해 움직였고, 1시간이 넘어가도 마찬가지였다.
2시간이 넘어가고, 3시간이 넘어가자, 진혁은 지쳤는지 간신히 범람의 공격을 피하였다.
쿠다다다당!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몸으로 때우면서 어떻게 해서든 버텼고, 4시간이 넘어가자 진혁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무작정 도망 다녔다면 이제는 범람의 검을 보고 피해내는 모습이었다.
“힐링!”
프라다는 그런 진혁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쩌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5시간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진혁의 주먹이 범람의 얼굴에 적중을 하였다.
그 충격이 제법 컸는지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진혁과 범람이 싸운 지 7시간이 지났을 때, 새장 속에 갇힌 길드의 길드원들의 표정이 변하였다.
타아앗!
진혁의 발이 범람의 손을 차서 검의 궤적에 변화를 주었다. 발이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축으로 삼고 돌아 차기로 복부를 때렸다.
“커어억!”
처음으로 범람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진혁은 서두르지 않았다.
“프라다, 놈의 라이프베슬을 찾아 봐.”
“놈의 머리. 두개골 안에 있어요.”
새장 속에 갇힌 한 NPC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정령사 길드의 정령사였다. 그의 곁에 정령도 속박당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정령이 알려준 모양이었다.
“감사해요.”
진혁은 조금 떨어진 곳 서 있는 범람을 보았다.
“너의 공격 패턴을 이제 다 외웠으니 이제 죽었다고 복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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