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토벌
시체에서 소환하는 스켈레톤 병사의 강함은 생전의 능력치 플러스 소환자의 능력치를 합산하여 결정이 된다.
보통 3서클의 흑마법사인 경우 마법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육체적, 물리적인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하여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더라도 레벨이 낮거나, 물리적인 능력이 낮으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클이 올라가면 갈수록 위력이 달라지는 마법사의 특성상 5서클 정도의 마법사가 되어야 소환수들이 제대로 된 위력을 드러낸다.
하지만 진혁의 소환수는 달랐다.
진혁은 마법적인 능력은 물론 육체적, 물리적인 능력이 뛰어났기에 소환된 스켈레톤 병사의 강함은 일반 소환수의 범주를 훨씬 넘어서 있었다.
진혁이 불러낸 스켈레톤 병사는 모두 3마리였지만 하나같이 엄청난 활약을 하는 중이었다.
“시X, 무슨 스켈레톤이 이렇게 강해.”
흑마법사가 소환을 한 스켈레톤은 괄시와 무시의 대명사로 별 볼일이 없는 존재들로 인식되고 있었고, 이건 NPC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진혁이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였을 코웃음을 쳤지만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스켈레톤 병사는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스켈레톤 병사와는 전혀 다른 존재들이었다.
“스켈레톤 병사를 3마리밖에 소환하지 못하는 걸 보면 놈은 3서클의 흑마법사가 분명한데······.”
흑마법사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려졌고, 멀지 않은 곳에 벨리아 학파에서 운영하는 사령의 탑이 존재하고 있으니 산적들도 흑마법사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크아아악!”
스켈레톤 병사의 검에 산적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진혁은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한 후에 그들을 일일이 컨트롤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소모품에 불과한 소환수들이라 부서지면 또 다른 놈을 소환하면 되니 스켈레톤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자신이 산적들과 싸우는데 더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서였다.
자신에게 집중되었던 공격이 스켈레톤 병사들로 인해서 분산이 되자, 진혁은 더욱 날뛰기 시작하였다.
-2차 전직을 하지 못하여 레벨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2차 전직을 하지 못하여 그 동안 획득한 경험치를 스탯 1개로 환원됩니다.
-스탯 포인트로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추가로 올릴 수가 있습니다.
전직하지 못하여 레벨 업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스탯 포인트를 하나 얻을 수가 있어 나름 만족하였다.
“저 놈을 막아!”
산적들은 진혁을 막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였고, 그런 산적들을 한 명씩 쓰러뜨리는 진혁이었다.
“이거나 먹어라!”
진혁은 시체의 다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며 원심력의 도움을 받아 산적들이 많은 곳으로 던졌다.
“피해라.”
산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려 하였지만 날아가는 시체의 속도가 더 빨랐다.
“커프스 익스플로젼!”
퍼어엉!
공중에서 시체가 폭발하며 뼈와 살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흩어지는 산적들에게 대미지를 입혔다.
“타앗!”
진혁은 그런 놈들을 향해 도약하여 중앙으로 파고들어가 발차기를 하였다.
몸을 허공에 띄워 돌려차기를 하고 한 발로 내선 후에 다시 도약하여 몸을 비틀며 허공으로 점프하여 발차기를 하였다.
360도 발차기를 끊지 않고 연속해서 사용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물놀이패의 상쇠가 머리에 쓰고 있는 상모를 돌리며 무대 위를 빙글빙글 도는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였다.
한때, 실전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여 외면 받았던 태권도의 발차기가 올림픽 종목의 스포츠 태권도가 아닌 실전 태권도, 즉 ITF 태권도의 선수들로 인해서 주목을 받으면서 조금씩 태권도의 발차기를 사용하는 UFC 선수들이 늘어나는 중이었다.
각 나라의 고유 무술이 있고, 그 무술들의 발차기가 대부분 비슷비슷하여 이 발차기는 태권도, 이건 가라테, 이건 무에타이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각 나라 무술의 발차기를 할 때 전조, 즉 예비동작이라는 것이 있어 그걸 보고 구분하여 말을 하기도 하고, 또 특유의 발차기가 있어 그걸 보고 구분하기도 한다.
진혁은 격투기 선수로 전향을 하면서 타격기로는 권투와 무에타이를 배웠고, 그래플링은 유도를 베이스로 한 주짓수를 수련하였다.
그런 와중에 발차기 중에서 스피드가 가장 빠른 태권도의 발차기를 접목하여 허리 위로 타격하는 발차기는 태권도의 발차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허리 아래를 타격할 때는 무에타이를 발차기를 사용하였다.
지금과 같은 공격은 UFC에서는 쓸 수 없는 기술이긴 하지만 인더스의 세상에서는 충분히, 그것도 아주 위력적인 파괴력으로 몬스터를 쓰러뜨리는데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강력한 힘이 담긴 진혁의 발차기에 원심력이 더해지니 산적들에게는 한방, 한방이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크아아악!”
시체 폭발로 대미지를 어느 정도 입었던 산적들은 진혁의 연속 공중 돌려차기에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산채에 산적이 수백? 아니 수천 명은 있는 것처럼 끝임 없이 몰려왔다.
파지지직!
스켈레톤 병사 한 명이 부서지자, 진혁에게 시스템 알림이 전달되었다.
-스켈레톤 폰이 부서져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듣자마자, 곧장 스켈레톤 폰을 소환하였다.
이번에는 일반 산적이 아닌 산적조장의 시체를 이용해서 소환을 하였는데 일반 스켈레톤 폰보다 조금 더 덩치가 크고 매섭게 생긴 놈이었다.
마찬가지로 소환되고, 눈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이더니 곧장 산적들을 향해 달려들어 공격을 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처음 소환하였던 스켈레톤 폰이 차례로 부서졌다는 시스템 알림이 전달되었고, 그때마다 산적조장의 시체를 이용해서 스켈레톤 폰을 소환하였다.
산적들과 싸움을 시작한 지 30분이 넘어서자, 진혁은 쿨타임이 끝난 헬스, 샤프, 헤이스트를 사용하여 자신의 체력, 방어력, 공격력, 민첩, 순발력을 끌어 올렸다.
“나중에 파테우스에게 인사 한 번 크게 해야겠구나.”
진혁은 파테우스가 강력한 위력이 담긴 액티브 스킬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퀘스트를 받고 길드를 나올 때, 플레이어들이 스킬을 배웠다는 소리를 들으면 한 번씩 부러울 때가 있었다.
물론 스킬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것이었다.
진혁은 파테우스에게 지금까지 여섯 개의 스킬을 배웠지만 강력한 한 방이 있는 스킬이 아닌 몽크에게 있어 아주 기본적인 스킬만 배웠다.
물론 몽크로 전직을 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진혁이 익힌 스킬을 배운 몽크들은 흔치 않았다.
그들은 기본이 되는 스킬보다는 강력한 위력을 가진 액티브 스킬을 먼저 배웠다.
강력한 스킬을 배움으로 인해서 보다 쉽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고, 그로 인해서 레벨을 올릴 수가 있어서였다.
다음에 배워야지 하면서 우선순위를 뒤로 두며 공격 스킬을 우선 배우고 익히는 까닭에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가면 이런 기초 스킬을 배우는 것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하다보면 결국 기초적인 기술들은 조금씩 멀리하게 된다.
그러한 플레이어들은 몬스터를 사냥해서 스킬 북으로 얻으면 익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레벨이 맞는 공격 스킬을 익히고, 또 그것이 게임 사이트 포유의 몽크 게시판에 어떤 스킬들을 우선 배워야 하는지 엘리트 코스로 알려주고 있어 몽크 클래스를 하는 플레이어들은 그 코스를 따라 스킬을 배우고, 익히기 때문이었다.
-몸을 쓰는 무식쟁이가 몸을 잘 써야지. 기술을 익혀서 뭣하게?
파테우스가 진혁에게 해 준 말이었다.
-내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으면 기술은 절로 따라온다네. 그러니 몸을 먼저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네.
파테우스의 수련이 조금은 얼토당토하지 않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였기에 진혁은 그를 믿고 스킬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버프를 통해서 향상된 신체능력을 통제하는 건 쉽지 않았다. 흥분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성급해지고, 동작이 커지는 것처럼 버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혁은 이러한 버프를 받은 상태에서 보다 침착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하였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서 조금씩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한 번씩 성급하게 움직일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자책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복기를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자신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시X, 좀 죽어라.”
산적들은 지치지도 않는 진혁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매서운 공격을 해 보지만 진혁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권투의 위빙을 비롯한 펜싱의 보법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피해내고 공격을 되돌려 주었다.
뿐만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는데 있어 공격을 허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 몸으로 때우기도 하였다.
그로 인해서 체력이 깎이지만 착용하고 있는 장신구로 인해서 체력과 피로도, 마력을 회복할 수가 있으니 얼마가지 않아 깎였던 체력을 원상태로 돌려놓곤 하였다.
‘리얼리티를 강조하지만 이런 건 게임이라 플레이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구나.’
-스탯 맷집이 +1만큼 올랐습니다. 스탯 맷집은 방어력에 영향을 줍니다.
정말 오랜만에 스탯이 오르는 것 같았다.
자신의 스탯을 기준으로 실시간 성장 시스템의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는 한참 높은 몬스터들에게 두들겨 맞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니 스탯을 올리는 것도 무척이나 더뎠다.
사라라락!
상대방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상체를 흔들어 피하며 옆으로 이동한 후에 옆구리에 오른손 주먹을 찔러 넣었다.
“커어억!”
강력한 충격에 숨을 쉬지 못하는지 인상을 쓰고 주저앉아 버리는 산적의 머리를 발로 차버리자, 힘에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산적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커스프 익스플로전!”
마나홀에서 사령의 깃든 마력이 빠져나가며 날아간 시체에 영향을 주자, 그 자리에서 폭발하였다.
“크아아악!”
산적들은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진혁은 발밑에 쓰러진 사체로부터 뼈다귀를 얻어 폭발로 인해서 대미지를 입은 산적들을 향해 던졌다.
투수가 포수를 향해 강속구를 던지는 것처럼 강하고 빠르게 고통에 신음하는 산적들의 머리를 노리고 던졌다.
티스라는 흑마법사의 스킬 중 하나이지만 사실 위력이 약해 잘 사용하지 않지만 무식한 힘을 바탕으로 던지는 것이니 일반적인 위력보다는 더 강력하였다.
퍼어어억!
단단한 뼈다귀가 산적의 머리를 강타하자, 고개가 크게 뒤로 젖혀지며 바닥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였다.
진혁은 연속해서 뼈다귀를 산적들에게 던졌고, 한 개도 빗나감이 없이 모두 머리를 때렸다.
“놈들을 마무리 해!”
진혁이 스켈레톤 병사에게 명령을 내리자, 눈앞에 있는 산적을 쓰러뜨리고는 바닥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산적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렇게 진혁은 산적들과 끊임없이 싸웠고, 시간이 꽤 많이 흐른 후에야 몰려오는 산적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헉, 헉······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진혁은 거친 몰아쉬면서 바닥에 널브러진 산적의 시체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스켈레톤 병사들이 싸우는 걸 지켜보았다.
세 마리의 스켈레톤 병사들은 산적들을 압도하며 놈들을 처리하였는데 그들의 죽인 산적의 경험치는 고스란히 진혁에게로 들어왔다.
흑마법사의 소환수들은 소모품으로 분류가 되어 레벨업을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소환수들은 소환자의 능력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환자의 능력치가 곧 소환수의 능력치가 되었다.
진혁이 소환한 스켈레톤 병사의 능력치는 진혁의 능력에 영향을 받아 그의 200레벨에 근접한 괴물이었기에 산적들이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잘 싸우네.”
진혁은 스켈레톤 병사들이 싸우는 걸 지켜보며 만족하였다.
“함께 싸운다면 레벨이 높은 네임드 몬스터도 사냥이 가능하겠는데.”
스켈레톤 병사들은 노련한 검사들처럼 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였다. 다만 스킬이 없어 강력한 한방은 기대할 수 없지만 스탯 자체가 높아 기본 공격이 강력하니 120레벨의 산적들은 우습게 제압하였다.
산채로 몰려나오는 산적들을 모두 제압하니 더 이상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필드의 산적들은 모두 토벌하였습니다. 막사 안의 산적들을 모두 쓰러뜨린 후에 산적두목 호이비네를 쓰러뜨리면 호이비네 산적의 산채 토벌이 끝납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터가 이렇게 나누어지면 막사 하나를 선점해서 그곳에서 사냥할 수도 있겠네.”
진혁은 앞으로 이곳 호이비네 산적의 산채가 플레이어들에게 개방이 되면 그 후에 일어날 일들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가 있었다.
“여기도 거대길드가 통제하러 들어오겠네.”
진혁은 엉덩이를 떨고 일어나 가장 먼저 보이는 막사로 걸음을 옮겼고, 스켈레톤 병사들은 진혁의 뒤에서 따라 걸었다.
“일단 여기를 빨리 정리하고 케인 상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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