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 수적, 마적, 해적 그 다음은 천적?
현재 세계의 수많은 게임 업체에서 가상현실 게임, 혹은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어 출시를 하고 있지만 뮤라스 그룹의 인더스 월드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었다.
판타지 세상 뿐만 아니라 무협, 현대, 가상의 미래 도시 각 국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만들어 새로운 가상현실 게임을 출시를 하여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체험판을 통해서 게임에 접속하면서 인더스 월드와 다른 세계관의 게임을 즐겨보지만 잠깐의 인기를 얻을 뿐 그 인기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연예인이 한 가지의 이슈를 통해서 반짝 스타가 되어 대중에게 알려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대중의 의식 속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수많은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 게임들이 제작, 발표 후 서비스를 하였다가 묻히곤 하였다.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제작을 하였고,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있으니 서비스 종료를 할 수가 없어 유지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가 쌓일 뿐이었다.
다른 가상현실, 증강현실 게임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였다.
뮤라스 그룹의 인더스 월드가 다중 접속 가상현실 게임 시장을 가장 빠르게 출시하여 서비스를 통해서 시장을 선점하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후, 새로운 가상현실 게임이 출시가 되어도 결국 뮤라스가 만든 인더스 월드와 비슷하거나 아류작으로 평가를 받으니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굳이 새로운 가상현실 게임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일부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 세상에서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가상현실 게임을 시작하지만 결국 같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적고,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는 것이 없으니 게임 자체가 시들해질 뿐이었다.
연극판에서는 최고의 배우라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 혹은 연극을 좋아해서 보러 다니는 사람들은 인정을 할지 몰라도 실제로 영상매체에 익숙한 대중들에게는 영화판의 조연보다 관심을 못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뮤라스는 이러한 선점을 통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게임 속의 세상에 대한 수정, 보완하면서 인더스 월드를 또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두 번째가 바로 인더스 월드의 원천기술이었다.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의 기술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들 기술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로 인해서 인더스 월드의 원천기술을 원하는 국가, 기업들은 너무 많았지만 뮤라스 그룹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이 원천기술을 보여주거나 이를 이용하여 거래하지 않고 철저하게 숨기는 중이었다.
그러니 많은 국가, 기업에서 뮤라스 그룹의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인더스 월드에서 일하는 핵심 연구원들과 접촉하여 원천 기술을 빼내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실제로 인더스 월드의 개발자들 중 일부가 금전에 회유되어 다른 국가나 기업으로 귀화, 이민, 이직 등을 하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뮤라스 그룹이 가지고 있는 인더스 월드의 원천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지금 호텔에서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 Jada의 관계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엘리스 강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을 온 이유는 인더스 월드의 원천기술을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 Jada에게 넘기려고 하는 연구원을 해고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국왕을 만나서 비즈니스적인 일도 하겠지만 목적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함이었다.
“또 순진한 거래처 사장님이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는군.”
그 말에 비서가 피식 웃었다.
워낙 많은 국가, 기업에서 이 기술을 원하고 있으니 연구원들의 이직을 관리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었다.
“브라이언이 하는 일이 프로그램 D파트이지?”
“그렇습니다.”
뮤라스 그룹의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 월드의 개발자들은 각 파트별로 나뉘어 있는데 중요한 일을 맡을수록 영어의 알파벳이 뒤로 가는 구조였다.
예를 들면 A파트가 텍스트를 입력하는 가장 쉬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라면 Z파트는 핵심 중에 핵심 프로그램 만드는 일이었다.
뮤라스에서 Z파트에 해당되는 이는 사람이 아닌 인더스 월드의 슈퍼컴퓨터인 엘리스였고, 그 다음 Y파트에 있는 사람이 엘리스 강이었다.
인더스 월드의 개발자들 중 D파트에 소속된 프로그래머는 모두 100명으로 그들이 하는 일은 인더스 월드의 날씨에 관련된 환경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었다.
예를 들면 시간에 따라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날씨가 좋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고 하는 이런 환경을 만들고 관리하는 파트가 D파트였다.
이 중에서 엘리스 강이 언급을 한 브라이언은 D파트의 프로그래머 중 한 명으로 직함은 선임 파트장이었다.
다시 말하면 브라이언이 D파트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란 말이기도 하였다.
“그럼 사우디 국부펀드로 이직해도 우리에게는 큰 피해가 없겠네?”
“그렇긴 하지만 선임 파트장이라 다른 파트장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그가 다른 파트장이나 혹은 파트원에게 접근하여 이직을 권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진짜 중요한 파트의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거잖아.”
“그분들은 회장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니 그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 브라이언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있어?”
“많이 있습니다. 그를 해고한다고 해도 회사가 받는 대미지는 1도 없습니다.”
엘리스 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사우디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 부동산 말고 뭐가 있지?”
“의료 산업분야와 녹지조성을 위한 환경산업 분야입니다.”
뮤라스 그룹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 월드뿐만 아니라 많은 사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특히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환자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연구하는 분야에서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결과를 데이터로 만들어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이미 특허가 만료가 된 제네릭 의약품에 한정해서 부작용을 없애는 방법까지 연구, 개발하여 개량 신약, 즉 슈퍼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는 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도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투자한 금액은?”
“의료 산업분야에 120조, 녹지조성에 340조 투자하기로 하고, 사우디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으며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인더스 월드에서 번 돈을 여기에 다 투자하는 거 아니야?”
“제약회사에서 번 돈, 그린 정책 사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하는 중입니다. 인더스 월드를 통해서 번 돈은 부동산 아니면 고스란히 그룹의 주 은행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엘리스 강은 피식 웃었다.
“그럼 브라이언은 목을 치는 것으로 하고, 사우디 국왕은 몇 시에 만나기로 했지?”
비서가 시계를 본 후에 대답을 하였다.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하였으니 1시간 남았습니다.”
“만나서 잔소리 좀 해야겠어.”
*
진혁은 해안가에서 해적들과 싸우면서 조금씩 놈들의 소굴로 접근하였는데 가까이 갈수록 싸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플레이어들이 해적소굴에서 해적들과 싸우는 모양이었다.
“우리도 저 안으로 들어가 보자.”
진혁은 괜한 오해로 소환수들이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어 일단 소환해제 시켰다.
그런 후에 해적 소굴로 안으로 들어갔는데 겉에서 보기와 달리 안이 너무 넓어 깜짝 놀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잡고 해적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플레이어들은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자리에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해적들만을 상대하였다.
“왜, 저리 사냥을 하는 거지?”
진혁은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조금은 의아해 하였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저 새끼들이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서 더 갈 수 없어 그런 건가?”
해적소굴은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고, 내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네 명의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진혁은 사냥을 하고 있는 한 플레이어에게 다가갔다.
“말 좀 물읍시다.”
“저기 저 놈들은 어느 길드인데 안쪽을 통제하고 있습니까?”
“케빌로스 길드에요.”
“그럼 저놈들 때문에 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여기서 사냥하는 겁니까?”
“네. 개인이 단체를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아, 여기 모인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저들과 싸우면 충분할 텐데요?”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사냥을 하고 있으니 이들이 힘을 합치면 내원을 통제하고 있는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을 쫓아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보복이 두려운 거죠. 지금 당장은 이길 수 있겠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이 계속해서 같이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아, 저들이 쫓아와서 죽이고 그래요?”
“네. 몇몇 플레이어들은 저들에게 작업 당해서 아이템도 빼앗겼다고 하더군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놈들 죽여도 크게 상관은 없겠네요. 나쁜 놈들이니까.”
“그래주면 여기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이 환호를 할 걸요.”
플레이어의 말에 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을 했었는데 고민을 덜어 주셔서. 피란체바! 우리 저놈들을 잡으러 가자.”
“저놈들도 나쁜 놈이야?”
“그래.”
“그럼 사적이 아니라 오적이야?”
진혁은 피란체바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놈들은 천적이야.”
“천적?”
“그래. 천적은 어떠한 생물을 공격하여 잡아먹는 동물과 먹히는 동물의 관계에서 나온 말인데. 사람들은 저들이 두려워서 싸우지 못하는데 나는 저들과 막 싸우거든.”
진혁은 천적에 대해서 반대로 설명을 하였다. 이럴 경우 보통은 자신이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에게 천적이 된다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말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피란체바는 찰떡처럼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그러니까 저들이 다 진혁의 밥이라는 말이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쉬워.”
“알았어. 내가 다 혼내 줄게.”
진혁의 어깨 위에서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날개 달린 고양이를 보고 플레이어는 한 명의 플레이어를 떠올렸다.
“설마 당신이······?”
진혁은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미소를 보여주고 몸을 돌려 내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을 지키는 플레이어들 근처에 구울 병사를 소환하였다.
“피란체바 소환수들에게 버프를 걸어 줘.”
“알았어.”
피란체바가 소환되는 구울병사들에게 버프를 걸어 주었고, 진혁 역시 같이 버프를 걸어 중첩을 시켰다.
“뭐야!”
구울 병사가 근처에 나타나자, 놀란 케빌로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구울 병사들을 공격하였다.
-소환수가 공격을 받습니다. 진혁 님께서는 정당방위가 성립이 되었습니다.
소환수가 공격을 받아도 진혁에게는 정당방위가 성립이 되었다.
“뭐야? 주변에 흑마법사가 있어?”
입구를 지키는 플레이어들은 시스템 알림을 듣고 자신들이 먼저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다 죽이는 거지. 레이즈 스켈레톤 폰!”
주변에 플레이어들이 죽인 해적들의 시체가 널려 있어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는 일에 대해서는 수고스러움이 전혀 없었다.
사방에 죽어 있는 시체들에게서 스켈레톤 병사들이 소환이 되자, 사냥을 하던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라 당황하였지만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향해 몰려가는 것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어, 저거 그거 아니야?”
한 플레이어가 스켈레톤 병사들과 구울 병사들을 보고 말하였다.
“뭐?”
“그 플레이어이 있잖아. 케빌로스 길드원들 박살 낸 그 사람 있잖아.”
“흑마법사 몽크?”
“그래. 몽크 흑마법사!”
플레이어들이 진혁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이렇게 두 개의 이름을 혼동하여 섞어 부르곤 하였다.
“레이즈 스켈레톤 레인져!”
소환되는 소환수의 수에 플레이어들은 놀라 입을 벌렸다.
“미쳤다. 시X, 도대체 몇 마리나 소환하는 거야.”
활을 든 해적들은 스켈레톤 레인져로 소환이 되어 원거리에서 동료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였다.
해적들 중에서 마법사가 없어 스켈레톤 메이지를 소환할 수가 없었지만 내원으로 들어가면 마법사도 있을 터이니 그때 소환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기사들을 소환시켰다.
“동동일, 동동이······.”
진혁이 자신의 소환수를 모두 소환시키자, 구경을 하던 플레이어들은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언데드 군대를 거느린 진혁의 모습에 일부 플레이어들은 감탄을 하였다.
“이런 건 촬영을 해야지.”
인더스 월드에서 지원이 되는 영상 촬영 서비스를 통해서 진혁이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들과 싸우는 걸 촬영하는 플레이어들도 생겨났다.
영상이 대박치면 이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사냥해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더 많을 테니 기존 크리에이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였다.
“형님, 누나들 오늘 제가 진귀한 구경을 합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한 플레이어는 녹화방송을 하는 것처럼 혼자 주저리 말을 하면서 흥분한 모습으로 진혁과 소환수들이 케빌로스 길드의 플레이어들과 싸우는 모습을 촬영하였다.
진혁은 그런 플레이어들을 제지할 마음은 없었다. 이런 영상을 통해서 자신이 대형 길드의 통제를 벗어나 사냥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가 있어서였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개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플레이어들이 진혁의 소환수에게 당한 후에 진혁은 이들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챙겼다.
“저게 다 얼마인지······ 정말 게임은 저 형님처럼 해야 합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과장된 말투로 부러움을 표시하는 그는 진혁이 해적소굴의 내원으로 들어가자, 따라 내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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