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반갑다.
“한 동안 레슬링 배우는 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체육관은 안 나올 거냐?”
진혁은 체육관 관장인 최달수를 만나 당분간은 레슬링을 배우기 위해서 양종국의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을 하겠다고 알렸다.
“양종국 선생님 체육관으로 출퇴근을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훈련할 때 스트레칭 충분히 하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변동 상황이 생기면 전화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진혁은 인사를 하고 체육관을 나왔다. 때마침 봉수가 체육관 앞에 도착하였다.
“운동 안 하고?”
“당분간 양종국 선생님 체육관에서 가서 하려고요. 레슬링 기술 좀 배울 생각입니다.”
“그래? 네가 빠지면 심심해서 어떻게 하냐?”
“관원들 많으니까 그들이랑 놀면 되지 않을까요?”
“하긴···, 그럼 되긴 하는데, 아 너 아이템 판 돈 이채 시켜 놓았다. 확인해 봐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형은 아이템 줍고 하는 거 어렵지 않아요?”
“어렵지. 더럽게 안 나오는 게 아이템인데 그래도 가끔 한 번식 나올 때가 있으니까 조금 낫지. 한 달 열심히 해서 레어 아이템 두 개 먹으면 편의점 한 달 아르바이트 비 나오는 거잖아.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요즘 게임에 미쳐 있는 거고.”
일부 젊은이들이 자기개발보다는 게임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하고 있고, 또 실제로 돈을 어느 정도 버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성공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소수의 사람들 역시 그렇게 번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여 재산을 불리는 이들이 있는 반면 흥청망청 쓰면서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형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나 봐요?”
“나는 월급은 적어도 일은 하잖아. 그리고 진혁이 네가 날 먹여 살려주고 있고. 이번에 너 승리하고 이래저래 수당 많이 받아서 나에게 들어오는 돈도 제법 되었거든.”
“그럼 다행이네요.”
“분명한 건 이전보다 조금은 살림이 나아지고 있어. 집사람도 좋아하고. 아, 너 한 번 데리고 오라고 그러더라. 너 좋아하는 매운 코다리찜 해 준다고.”
“형수의 코다리찜은 최고죠. 그거 장사해도 괜찮을 텐데.”
“형수 몸이 약하잖아. 그냥 지금의 삶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살 생각이다.”
진혁은 봉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그럼 형, 수고해요. 사냥하다 아이템 나오면 우체통으로 붙여 놓을 게요.”
봉수는 진혁에게 엄지손가락을 보여 준 후에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일단 자전거 판매점으로 가서.”
진혁은 집에서 양종국의 체육관이 있는 강북 삼양역까지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오갈 생각을 하였다.
“보통 여섯 달 정도는 시합이 없을 테니 그 동안 레슬링을 배우는데 집중을 하자.”
*
진혁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새벽에 일어나 조깅으로 간단하게 운동을 한 후에 아침을 먹은 후, 인더스에 접속해서 게임을 하다, 정오가 되면 양종국의 체육관으로 가서 저녁 6시까지 자신의 운동을 하면서 틈틈이 레슬링을 배운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후 12시까지 인더스의 세상을 모험한 후에 잠을 청하고, 새벽에 일어나 조깅을 하는 것으로 특별한 일이나 약속이 없으면 이러한 패턴을 반복하였다.
“쿠오오오!”
거대한 덩치의 다이아몬드 블랙베어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괴성을 질렀지만 그의 앞에 서 있는 인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혁이었다.
진혁은 인더스의 세상에서 그것도 흉악한 몬스터인 다이아몬드 블랙베어를 상대로 현실세계에서 배운 레슬링을 이용해서 상대하는 중이었다.
다이아몬드 블랙베어의 강력한 앞발이 바람소리를 동반하여 진혁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진혁은 고개를 숙이며 앞발을 피해 놈의 뒤로 돌아가 허리를 잡았다.
다이아몬드 블랙베어의 커다란 덩치로 인해서 양손 그립을 온전히 잡지 못하니 놈의 피부를 강하게 움켜잡고는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킨 후에, 허리의 힘과 완력을 이용해 다이아몬드 블랙베어를 들어올렸다.
현실이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인더스의 세상에서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스탯이 있었다.
진혁은 블랙베어를 그대로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 위로 내동댕이쳤다.
프로 레슬링에서 자주 나오는 수플렉스 기술과 흡사하였는데 아마추어 레슬링에서는 자유 사용되는 기술 중 하나였다.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덩치의 다이아몬드 블랙베어가 바닥에 머리를 찍히면서 큰 대미지를 입었다.
진혁은 옆으로 굴러 놈의 머리가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 양팔로 목을 감아 당겼다.
다이아몬드 블랙베어가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진혁은 양팔을 풀지 않고 더욱 힘을 강하게 주어 숨을 쉬지 못하게 하였다.
다이아몬드 블랙베어가 일어나더니 나무를 향해 돌진하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진혁을 강하게 나무에 부딪치게 만들었다.
“커어억!”
고통에 둔한 진혁이었지만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 나올 만큼 강력한 충격에 이를 악물었고 끝까지 목을 조르고 있던 팔을 풀지 않았다.
뇌에 산소가 전달되지 않는 듯 눈알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무는 다이아몬드 블랙베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한쪽 무릎을 꿇더니 곧 앞으로 꼬꾸라졌다.
진혁은 다이아몬드 블랙베어가 쓰러지자, 피를 채집하고, 도축하여 가죽을 얻고, 고기까지 얻은 후에 잠깐 쉴 수가 있었다.
인더스의 세상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할 일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뒤에서 잡고 그립을 완성할 수가 없으니 조금 위험하긴 하네. 곰 말고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로 연습을 해 봐야 하는 건가?”
호이비네 산적단을 찾아갈까 생각도 하였지만 일단 퀘스트를 받은 것이 있으니 아르헨 습지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아르헨 습지는 내륙 습지로 아르헨 강 유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르헨 강을 따라 마을이 형성이 되어 있었는데 강의 이름을 따서 아르헨 마을이라 불렸다.
-아르헨 마을을 발견하셨습니다. 지도에 아르헨 마을이 표시가 됩니다.
-아르헨 마을의 워프게이트가 활성화됩니다.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루드산포드 백작령과 범람의 탑으로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시스템 알림과 함께 지도에 아르헨 마을이 표시가 되고, 마을 안에 상점을 비롯한 길드가 표시되었는데 아르헨 마을에는 레인저 길드만 있었다.
진혁은 지도를 보며 아르헨 마을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아르헨 습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범람의 탑? 여기도 사냥터인가 보구나. 내가 아르헨 마을을 처음 찾았다는 말이 없는 걸 보니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르헨 마을에 왔고, 그들도 시스템 알림을 듣고 범람의 탑을 찾아 이동했겠지.”
진혁은 아르헨 마을로 들어서면서 생각을 정리하였다.
“일단 아르헨 습지의 상황을 알아 본 후에 범람의 탑으로 가서 지도를 밝히고, 그곳의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가서 퀘스트를 끝내면 되겠다.”
진혁은 일단 아르헨 습지로 가기 전에 마을에서 정비를 하였다.
회복 포션을 사고, 해독, 해열, 소독, 지혈에 필요한 포션을 모두 구입한 후에 식당으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점원이 진혁을 반갑게 맞아 주며 자리로 안내를 하였다.
“소고기 스튜와 바게트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나갈 때, 미트파이 열 개도 부탁합니다.”
점원은 나가기 10분 전에 말해 달라고 말을 한 후에 주방으로 가서 주문을 넣었다.
주방에서 나온 점원이 홀로 있는 걸 보고 진혁이 점원을 불렀다.
“필요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말씀 좀 물으려고요.”
“무엇입니까?”
“최근에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각 길드에서 길드원들을 아르헨 습지 조사를 나갔다고 하던데 이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진혁은 물음과 동시에 골드 하나를 꺼내어 점원에게 내밀었다. 점원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지며 주인이 볼까 싶어 얼른 골드를 낚아 챈 후에 말을 하였다.
“아르헨 습지에는 많은 몬스터들이 살고 있고, 군락을 이루어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놈들도 있지요.”
“그래서요?”
“비가 오는 우기에는 몬스터의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그 때가 되면 그놈들이 마을까지 공격하러 내려옵니다.”
진혁은 점원을 말을 들으며 흥미를 가졌다.
“해마다 레인저 길드에서 습지로 사람을 보내어 정찰을 하는데 그때마다 본령에 있는 길드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한 달 전에 보내었다고 하던데······.”
“최근 들어 아르헨 강에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르헨 습지에 자욱한 안개가 꼈다고 합니다.”
“그래요?”
“네. 아침으로는 물안개가 피어나긴 하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진혁은 점원의 말을 듣고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점원이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돌아가자, 진혁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안개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가 있나?”
이런 쪽으로는 아는 게 없으니 안개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봐도 알리가 없었다.
“만약에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면 상대는 마법사나 정령사일 가능성이 높겠지.”
정령사보다는 마법사이고, 마법사 중에서 흑마법사가 날씨변환 마법 중 하나인 클라우디 마법이나 포그 마법을 이용해서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았다.
“안개를 만든다는 건 아르헨 습지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말인데.”
이번 의뢰는 위험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NPC들은 레벨이 아닌 능력치를 본다. 이번 의뢰는 다른 의뢰와 달리 다른 길드에서도 사람들을 파견한다고 했으니 파티를 해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혁에게는 숨겨둔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레이즈 스켈레톤 폰으로 병사를 3마리까지 소환할 수가 있다. 그리고 소환수 버프를 이용하면 나와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으니 다른 길드의 길드원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소환수를 불러 사냥을 하다 다른 길드의 길드원들에게 들키면 내가 독박을 쓸 수도 있다. 그럴 바에는 파티를 맺어 움직이는 것이 더 낫겠지.”
진혁이 홀로 생각에 잠겼을 때, 생각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입구를 통해서 일단의 무리가 들어왔는데 그 중 한 명이 눈에 익었다.
무리의 앞장을 서서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플레이어 역시 진혁을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오랜만이네.”
진혁은 그의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NPC를 의식하여 친근한 척 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하였다.
“이 개자식!”
그는 다름 아닌 프라다였다.
진혁에게 귀한 유니크 아이템을 두 개나 빼앗겼으니 지금의 반응도 이해가 되었다.
“욕설 신고 해 버린다.”
프라다는 분을 참으려고 하는지 얼굴을 붉혔다.
이 정도의 욕설로는 신고를 해도 이용정지를 당하지 않는다는 걸 프라다도 알고 있었지만 진혁과 계속해서 말다툼을 할 경우 심한 욕설이 나올 것을 염려하여 참는 중이었다.
“누굽니까?”
“전문 장물아비 놈입니다.”
그 말에 진혁이 발끈하여 말하였다.
“친구야, 너희가 나를 먼저 죽이려고 했잖아.”
“내가 어째서 너의 친구지?”
불쾌하다는 듯 말을 하는 프라다를 보며 히죽 웃으며 말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옷깃만 스쳤냐? 그보다 더한 인연인데 친구라 불러도 되지. 안 그래?”
진혁이 프라다에게 친구처럼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함께 들어온 파티의 구성을 보니 이번 아르헨 습지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온 플레이어들과 NPC 같아서였다.
자신 역시 아르헨 습지를 조사하는 퀘스트를 하려면 이들과 파티를 하거나 혹은 함께 해야 해서였다.
“나는 너 같은 놈과 친구하기 싫다.”
“너는 그렇게 생각해. 난 친구로 생각할 테니까.”
-내 아이템을······.
‘아, 저놈 나 메시지 차단시켜 놓았지.’
프라다는 속으로 진혁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네가 여긴 웬일이야? 설마 아르헨 습지를 조사하러 온 거야?”
진혁의 말에 프라다가 인상을 썼다.
“표정 보니 그러네. 넌 마법사 길드에서 보냈고, 다른 분들은? 전 진혁이라고 합니다. 몽크 길드와 정령사 길드에서 의뢰를 받고 아르헨 습지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몽크 길드와 정령사 길드에서요? 3차 전직자세요?”
“아니에요. 이제 막 2차 전직을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스탯 노가다를 좀 해서 레벨에 비해서 능력치가 조금 뛰어날 뿐입니다.”
“거짓말!”
“친구야. 내가 거짓말해서 뭣하냐. 정 못 믿겠으면 나에게 파티 신청해 보면 되잖아.”
프라다는 진혁을 노려보다 ‘오냐.’ 하는 표정을 짓더니 그에게 파티 신청을 하였다.
-레벨 차이로 인해서 파티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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