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어
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과 함께 천장에 설치된 조명이 화려하게 반짝이며 터널을 통과해서 나오는 선수 입장에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선수는 자신의 등장 음악에 맞춰 신나는 동작과 함께 걸어 나오며 케이지 앞에 서서 심판에게 간단한 점검을 받은 후에 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또 다른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선수 역시 마찬가지 똑같은 절차에 따라 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선수 코너에 코치들이 자리를 잡자, 장내 아나운서가 양 선수를 소개하였다.
로만 로드리게스의 소개가 먼저 되었다.
신장, 몸무게, 소속을 먼저 언급을 하며 그의 전적인 4전4승 3TKO승까지 소개하며 관중들의 호응을 얻어내었다.
그 다음 진혁이 소개 되었다.
진혁 역시 앞서 소개된 로만 로드리게스와 마찬가지로 신장, 몸무게 소속이 언급이 된 후에 이름이 소개 되었는데 그의 전적이 너무도 화려하여 언급되지는 않았다.
“코리아 몬스터 진혁!”
진혁이 소개되자, 관중들이 환호를 하였다.
더원의 팬이라면 진혁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통관문, 애송이에게 문을 열어 주면 안 된다.”
관중들은 진혁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높혔다.
양 선수가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 있는 동안 심판이 장내를 정리하고 두 선수를 불렀다.
주의상황을 이야기하고 두 사람을 자신들의 코너 쪽으로 돌려보낸 후에 양쪽 코너를 보며 시선으로 준비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로만 로드리게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자, 심판은 지체 없이 두 사람의 시합을 진행시켰다.
“파이트!”
짧고 강렬한 이 한 마디에 두 사람은 우리 안의 맹수처럼 서로를 향해 돌진을 하였다.
두 사람이 맞붙는 순간 진혁의 주먹이 그대로 로만 로드리게스의 턱에 적중하였고, 그 충격에 로만 로드리게스는 앞으로 꼬꾸라지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은 두 사람이 치고 박고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예상과 달리 경기는 시작 2초 만에 끝나버렸다.
진혁은 정신을 잃은 로만 로드리게스를 내려다보았다.
‘눈에 동작이 다 보였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연히 럭키 펀치가 들어가 한 방에 끝난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진혁은 로만 로드리게스의 열린 턱을 보고 정확하게 가격을 한 것이다.
게이지의 문이 열리고 의료진이 들어와 정신을 잃은 로만 로드리게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을 때, 최달수와 코치들도 케이지 안으로 들어왔다.
최달수가 진혁을 번쩍 안아 들어 올리며 크게 웃었다.
“하하, 난 네가 이길 줄 알았어.”
시합을 이긴 진혁보다 최달수가 더 기뻐하였다.
“내가 이길 거라고 했잖아요.”
“하하, 그래. 그랬지.”
다행이 로만 로드리게스는 정신을 차렸지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심판이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로만 로드리게스를 보곤 고개를 젓더니 진혁에게 오라는 신호를 하였다.
“수고했어. 역시 코리아 몬스터라 불릴 만 해.”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죠.”
“단순히 운은 아니지. 내가 그 동안 너의 경기를 많이 지켜봤잖아. 거들먹거리는 어린놈에게 참교육을 시켜 줘서 고마워.”
진혁과 심판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의료진 중 한 명이 와서 이야기를 하였다.
“이제 그를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렸나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는 몰라도 이게 현실이라는 걸 자각할 정도는 됩니다.”
“알겠습니다. 로만, 이리 와.”
심판이 로만을 부르자, 그가 다가왔다.
심판 양쪽으로 선수들이 섰고, 그 뒤에 코치들과 아나운서가 섰다. 그리곤 아나운서가 오늘의 경기 결과를 발표하였다.
“경기시작 불과 2초 만에 TKO승을 거둔 진혁!”
심판이 진혁의 팔을 들어올렸다.
와아아아아!
진혁의 승리가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진혁은 톱랭커들을 도발하였다.
“모두들 오늘 나의 경기를 잘 봤나? 이제 나 스스로 너희들에게 도전을 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을 해? 볼노프스키 이제 그만 피해 다니고 남자대 남자로 한 번 붙어 보자.”
진혁이 언급한 볼노프스키는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페더급 랭키 10위에 랭크되어 있는 선수였다.
“난 무뢰하게 챔피언에게 곧바로 도전하지 않겠어. 볼노프스키를 시작으로 랭커들을 모두 꺾은 후에 내가 챔피언에게 도전을 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한 후에 챔피언에게 도전을 할 거야. 그러니 다들 기다리고 있으라고!”
이 후,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갔고, 진혁은 그 질문에 대답을 착실하게 해 준 후에 인터뷰를 마쳤다.
이번 승리로 인해서 UFC로 갈 것이지만 인터뷰에서 그런 것까지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진혁과 로만 로드리게스의 경기가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선정이 되어 대전료 외에도 보너스까지 받는 행운을 얻었다.
‘분명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어. UFC 페더급 챔피언인 산체스도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서 훈련을 한다고 했으니 그 역시 나처럼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도 있겠지.’
진혁은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건 두 번째 일이었다.
‘내가 챔피언이 되려면 현실은 물론이고, 인더스에서도 그를 이겨야 해.’
*
대회의 뒤풀이까지 끝낸 후에 호텔로 돌아온 진혁은 샤워를 한 후에 침대에 누웠다.
정말 몇 초 안 되는 순간을 위해서 오랜 시간을 훈련하고 긴장을 유지하면서 쌓였던 피로로 인해서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한참을 잔 진혁이 눈을 떴을 땐, 새벽 무렵이었다.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3시였고, 진혁은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물을 꺼내어 마신 후에 먹을 것이 없나 둘러보니 한국에서 가지고 온 컵라면이 눈에 보였다.
“이거 먹고··· 접속해 봐야지.”
커피포트에 물을 끊인 후에 라면을 붓고, 접속기를 가지고 왔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이제 확신이 들어.”
가상현실게임 인더스가 훈련에 도움이 된다, 안 된다 격투기 선수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당사자인 진혁은 자신에게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으니 인더스 안에서의 훈련도 마다할 필요는 없다.
“AI가 수천수만 번의 모의대결을 펼치고 상대에 대한 대응법을 찾는 것처럼 인더스 안에서 그만큼 싸우다보면 나름대로의 실전감각과 능력이 향상되어 어느 정도 대처를 할 수 있겠지.”
진혁은 라면을 순식간에 먹어 치운 후에 가상현실 인더스의 접속기를 이용해 인더스에 접속을 하였다.
환경이 바뀌면서 익숙한 칼리파 거처가 눈앞에 보였다.
-플레이어들이 침입하였습니다.
접속하자마자 플레이어들의 침입을 알리는 시스템이었고, 진혁은 칼로파의 거처 앞에서 플레이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쿠에에엑!
몬스터의 비명소리와 함께 어수선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잠시 후, 피곤한 기색으로 나타나는 플레이어들은 나를 발견하고는 긴장한 표정들을 하였다.
“시X, 저 놈이 먼저 나타나면 안 되나? 꼭 힘들 때, 떡하니 버티고 있고 지랄이야.”
보자마자 욕하는 플레이어를 보고 진혁이 피식 웃었다.
‘넌 첫 번째 재물이다.’
“이길 수 있어. 우리도 레벨도 올리고, 아이템도 바꾸고 강해졌잖아.”
플레이어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진혁을 향해 서서히 접근하였다.
“하나코님, 놈은 저주 마법을 거니 타이밍을 잘 맞춰서 주저 마법을 풀어 주세요.”
“네. 맡겨 주세요.”
“내가 놈을 붙잡을 테니 딜을 넣어. 광포한 외침!”
앞장 선 플레이어가 진혁을 향해 도발하였고, 그런 놈을 향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다다다다!
진혁은 빠르게 움직이며 체중을 실어 오른 손으로 가장 앞에 선 방패를 든 놈을 향해 뻗었다.
달리는 속도와 체중까지 실려 평소보다 더 강한 파워를 내는 공격을 플레이어는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전달되는 힘은 이전에 싸웠을 때보다 더 늘어난 것 같았다.
‘도대체 칼로파가 저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칼로파의 거처에 울리는 소리와 함께 플레이어가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고, 한 플레이어가 뒤에서 그를 받쳐주며 물었다.
“괜찮아요?”
“네. 놈의 처음 공격은 늘 원래 이래요.”
진혁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진혁은 그를 알지 못하였다.
진혁은 칼로파의 거처에서 제법 많은 플레이어들과 싸웠는데 단 한 명도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이건 시스템적인 문제로 현재 진혁은 플레이어가 아닌 몬스터로 인더스에 존재하고 있어서였다.
진혁은 연속해서 주먹을 움직여 방패를 든 플레이어를 공격하였고, 플레이어는 나름 도발하는데 성공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딜러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놈의 뒤에 있던 딜러들이 진혁을 향해 공격하자, 놈들의 공격을 피해 움직였다.
사라라라락!
진혁은 격투기 훈련을 하면서 익힌 태권도와 펜싱의 움직임을 합쳐 변형시킨 스탭을 밟으며 순간적으로 놈들과 거리를 벌렸다.
진혁이 공격을 피해 뒤로 빠지자, 탱커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가 외쳤다.
“놈을 쫓으면 안 됩니다. 광포한 외침!”
탱커 역할을 하는 놈은 또 한 번 진혁을 도발하여 자신 쪽으로 끌어들였고, 진혁은 본능에 의해 움직였다.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계속되었다. 아마도 지금 탱커를 담당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진혁에게 제법 죽어 본 경험이 있는 자같이 그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야 합니까?”
딜러들은 답답한지 탱커에게 물었고, 그는 조금만 더 이렇게 싸우면 된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 순간 마법사의 힐링 마법이 탱커에게 사용이 되었고, 진혁은 그 마법에 반응하여 곧장 마법사를 향해 움직였다.
짧은 스탭을 여러 번 밟아 앞으로 이동하며 권투에서 상체를 좌우를 움직이는 위빙을 사용하여 플레이어들의 사이를 파고 들어가 마법사를 향해 마법을 걸었다.
“테러!”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어 몸을 움츠리게 하여 제대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막아.”
탱커가 진혁을 막기 위해서 움직였지만 진혁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하나코라고 하는 플레이어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은 후에 그녀의 머리를 잡고 아래로 내리면서 무릎으로 강하게 올려치자,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비명과 함께 고개가 크게 뒤로 젖혀지며 뒷걸음질을 쳤고, 그 자리에서 그녀를 향해 도약하여 플라잉 니킥을 얼굴에 적중 시켰다.
그녀는 제대로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시X!”
마법사가 죽자, 탱커인 플레이어가 욕을 하며 방패를 굳건하게 잡고 진혁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법사가 없으니 이제 마법을 사용할 겁니다. 저주 마법은 1분 정도 지속되니 일단 놈의 마법에 걸리면 뒤로 물러나 자리에 누워 있으세요.”
그 소리에 진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야 좋지.’
마법사가 힐링으로 부상을 치료하지 못하니 그 비싼 포션으로 부상을 회복하면서 진혁과의 승부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어딜, 실드 어택!”
탱커가 방패를 앞세워 진혁을 공격하였다.
진혁은 양손을 엑스자로 교차하여 그의 방패공격을 막았지만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그 순간 딜러들이 나서서 검을 움직였다.
진혁의 시선을 검을 바라보고 있었고, 검이 움직이는 경로를 피해 몸을 움직였다.
“이놈, 레벨이 어떻게 되기에 이런 움직임을 보이지.”
“레벨은 높지 않은 모양인데.”
인더스는 레벨의 차이를 몬스터의 이름을 색깔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 색깔로 몬스터의 레벨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할 수가 있었다.
이들이 볼 때, 진혁의 이름 색깔은 흰색이었다.
흰색은 몬스터 레벨이 최하 -9레벨에서 최고 +9레벨의 구간에 있는 몬스터의 색깔이었다.
그러니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진혁의 레벨이 자신들보다 높아도 9레벨 차이라 생각을 했기에 레벨이 높지 않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단순히 레벨만 따지만 진혁은 이들에게 비해 한참 아래에 있지만 스탯이 상위레벨이 가질 수 있는 스탯이라 이들에게는 흰색으로 표시가 되어 진혁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상황이라 플레이어들이 몬스터의 이름 색깔을 보고 그의 강함을 짐작하여 상대하였기에 다들 낭패를 당하는 중이었다.
이미 진혁을 많이 상대를 해 본 플레이어도 칼로파의 거처를 지키는 수문장이니 같은 흰색이라도 조금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을 할 뿐, 그의 스탯이나 다른 능력들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였다.
‘곧 죽을 놈들이 레벨은······.’
진혁은 플레이어들을 비웃으며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들어오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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