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가방 하나 선물해 주라.
진혁은 프라다와 함께 범람의 탑으로 이동하였다. 1층 몬스터가 리스폰이 되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곧장 2층으로 이동하였다.
-2층 워프 게이트를 활성화합니다. 워프 게이트를 통해서 1층과 3층을 오갈 수 있습니다.
2층부터는 1층과 달리 곧장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12층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할래? 곧 바로 위로 올라갈래? 아니면 몬스터를 때려잡으면서 갈까?”
“이왕 올라왔으니 능력되면 때려잡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레벨 업을 조금이라도 해야 나중에 도움이 될 테니까.”
“좋아 그렇게 해. 대신 위험하게 일 벌이지마.”
“걱정 마. 일단 움직여 보자.”
두 사람은 게이트가 있는 방을 나와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2층 역시 1층과 비슷한 수준의 몬스터들이 나왔는데 진혁이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느끼는 이들의 레벨은 150레벨에서 170레벨 사이의 몬스터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괴성과 함께 달려왔다.
“내가 맡을 테니까 광역 마법 쓰지 마. 한 마리씩 잡아.”
“알았어.”
진혁 앞장서서 광호한 자신감을 사용하여 몬스터를 자신 쪽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놈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헬스, 샤프, 헤이스트!”
진혁은 버프를 자신에게 사용하였고, 프라다 역시 진혁에게 버프를 걸어 주어 능력을 더욱 향상시켰다.
몬스터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마나 필링의 도움을 받아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였는데 진혁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프라다는 그저 놀랄 뿐이었다.
‘세계 최고를 논한다는 격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라 그런지 움직임 자체가 다르구나.’
쿠에에엑!
몬스터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혁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영화에서 합을 맞춰서 격투를 하는 것처럼 피하고 공격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진혁의 이러한 움직임을 가능케 해 주는 것이 바로 마나필링이었다.
“커프스 익스플로젼!”
퍼어어엉!
갑자기 시체가 폭발하면서 주변의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뒤에 있던 프라다는 몬스터를 요격하듯 파이어 스피어로 한 놈씩 쓰러뜨렸다.
“레이즈 스켈레톤 폰!”
진혁이 죽은 몬스터에서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자, 프라다가 놀란 눈으로 보았다.
“너는 가서 저 친구를 지켜. 주위에 오는 놈들은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모두 죽여.”
스켈레톤 병사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가 프라다의 앞에서 등을 보인 채 주변을 경계하였다.
“너······!”
“말했잖아.”
“정령사 아니었어?”
“흑마법사야. 정령사는 흑마법사 길드에서 퀘스트를 줘서 그곳에 갔다가 의뢰를 받은 거고. 뭐해. 한 놈씩 안 잡고.”
진혁의 외침에 프라다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일단 진혁에게 몰린 몬스터들을 처리하였다.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자,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이 한결 쉬워졌다.
몇 마리 남지 않은 몬스터는 스켈레톤 병사들에게 맡기고 두 사람은 잠깐 휴식을 취했다.
“흑마법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흑마법사가 된 거야? 아니, 몽크보다 더 빨리 흑마법사가 된 거야?”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몽크 길드에서 전직 퀘스트를 받았는데 운이 좋게 흑마법사의 일지를 얻어서 흑마법사로 전직을 했는데 몽크 길드에서 받은 퀘스트가 그대로 존재해서 그걸 깨고 몽크로 전직을 할 수가 있었어.”
“아······. 그래서 듀얼 클래스가 된 거구나.”
“뭐, 그렇지. 그런데 그리 좋은 건 아니야.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경험치 2배를 얻어야 하니까. 들어보니 3차 전직하면 경험치 4배를 얻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끔찍하겠네.”
“뭐, 그렇지.”
프라다는 뭔가 생각한 듯하여 물었다.
“너, 혹시 거대늪개미 굴에 간 적 있어?”
“가서 몬스터를 사냥했지. 나도 퀘스트를 받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거대늪개미 말고도 여기저기 다녔지.”
“그곳에서도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했겠지.”
“당연하지. 스켈레톤 병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내가 힘드니까.”
프라다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왜?”
“아니, 욕심이 눈을 가린 플레이어들이 생각나서.”
“같이 왔던 플레이어들?”
프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진혁에게 해 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한 일을 가지고 흑마법사, 그것도 고위 흑마법사가 일을 꾸민다고 생각하고 단서를 찾아다니는 중이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그래도 영 틀린 건 아니네. 다크 앰버서더가 음모를 꾸미고 있고, 그놈들 중에 흑마법사가 있으니까.”
“그렇긴 하네.”
잠시 쉬니 스켈레톤 병사들이 남은 몬스터를 다 처리하고 얌전히 명령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럼 이놈들 앞세워서 가 볼까?”
오늘 안에 12층까지 다 돌려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래 너 덕분에 버스 한 번 타 보자.”
“웃기고 있네. 190레벨이 넘는 놈이 이제 60레벨인 나에게 무임승차 하겠다고?”
“웃기시네.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랬거든. 경험은 어디까지나 경험에 불과할 뿐이야. 진짜는 능력이지.”
“누가?”
“이전에 만났던 성기사가 그러던데. 경험보다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은 잘 한다.”
“그럼 말이라도 잘해야 민폐를 안 끼치지.”
“어련하시려고요. 얼른 갑시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말을 하면서 2층 공략을 위해서 서둘러 움직였다.
*
“헉··· 헉······.”
두 팔로 무릎을 짚고 겨우 버티고 서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진혁은 한쪽에 누워 있는 프라다를 보고 물었다.
“괜찮아?”
“말 시키지 마라. 죽겠다. 나는 마법사인데 왜, 이런 노가다를 해야 하는 건지.”
범람의 탑 몬스터는 3층마다 몬스터 레벨이 올라가 듯 3층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4층부터는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하였고, 7층 몬스터부터는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진혁이 혼자서 천천히 사냥을 하면 어떻게 가능할 것 같지만 프라다와 함께 사냥을 해야 하니 진혁도 신경 쓸 일이 많아져 몬스터와의 싸움에만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진혁은 프라다를 보호하기 위해서 소환한 스켈레톤 병사 3명을 모두 그에게 붙여 주었고, 자신이 탱커 역할도 하면서 딜러의 역할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진혁은 서서히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는데 자신이 듀얼클래스이고 스탯이 아무리 좋아도 몬스터와 레벨이 170레벨 이상 차이가 나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가 있었다.
지금 인더스를 즐기는 플레이어 중 최고레벨은 280레벨로 진혁과는 200레벨의 차이가 있고, 진혁과 비슷한 시기에 게임을 했던 플레이어들은 240레벨에서 260레벨 군을 형성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스탯 작업을 한 것이랑, 레벨 업을 한 것이랑 비슷하였다.
다만 진혁이 레벨이 낮기 때문에 고레벨의 플에어이들보다는 빠르게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다른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은 더 높은 레벨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가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그럼 다시 돌아갈까?”
“미쳤냐? 이런 레벨 업을 할 기회를 쉽게 놓칠 것 같아?”
프라다가 버럭 소리쳤다. 그의 입장에서도 이런 좋은 기회를 포기한다는 건 너무도 아쉬웠다.
“너무 오랫동안 버스를 타는 건 아니냐?”
“아, 몰라. 말 시키지 마.”
프라다는 정말 힘들다는 듯 말을 하고는 몸을 움직여 일어나 앉더니 몸을 벽에 기대었다.
“안 힘들어?”
프라다가 물었다.
“힘들어 죽겠다. 그러니 이렇게 숨이 넘어가는 것처럼 헉헉 거리지.”
“조금만 참아. 이제 세 개 층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 그런데 그 세 개 층이 너무 강할 것 같단 말이지.”
1층에서 3층이 150레벨에서 170레벨 사이, 4층에서 6층이 170레벨에서 190레벨 사이 7층에서 9층이 190레벨에서 220레벨 사이. 그럼 남은 10층에서 12층은 220레벨에서 못해도 240레벨은 될 것이라 생각하여 엄살을 부렸지만 프라다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았다.
“위층은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
진혁이 프라다를 걱정해서 물었다.
프라다의 레벨은 이제 193레벨로 범람의 탑에 들어와 3레벨을 올렸다. 190레벨이 하루가 지나기 전에 3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범람의 탑 12층을 정복하면 못해도 2레벨은 더 올릴 수가 있으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힘들지.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 같은데 그냥 조금 더 올라가 보려고.”
“죽으면?”
“5레벨 올렸는데 1레벨 다운이 되어도 손해는 아니지. 다만 아이템을 떨어뜨리면 그게 문제이긴 한데 네가 챙겨서 주겠지.”
“뭘 보고 날 믿어?”
“그냥 너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 그냥 믿어져.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거든. 그리고 너 UFC 소속 선수라며? 아이템 먹고 째면 내가 소문 다 내버릴 거다.”
그 말에 진혁은 피식 웃었다.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너 포션 얼마나 남았어?”
“조금 남긴 남았어.”
진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션을 프라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많이 주면 너는?”
“너 때문에 일부로 많이 사 왔으니까 걱정 마.”
“인벤토리가 부족할 텐데 어디서 거짓말을 해?”
“난 무한주머니 대용량, 중용량 두 개 가지고 있거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챙길 수 있으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
“무한 주머니를 어떻게 구했어?”
프라다는 무한 주머니를 두 개나 가지고 있다는 말에 놀라 물었다.
“NPC랑 친해지면 살 수 있어. 명성 많이 올리고 NPC랑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도움도 주고 그러면 돼. 은행원들이랑 친해지면 귀족들이 가끔 급처분을 위해서 매물로 내어 놓은 경우도 있는데 은행원들이 경매가 있다고 알려 줘.”
“그런 것도 알아?”
“모르면 그냥 들어.”
프라다는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
“너 명성이 얼마인데.”
“200.”
“그렇게 높아? 난 이제 80인데.”
“사냥만 하니까 그렇지. 생활 퀘스트도 좀 하고 그래. MPC랑 친해지면 그들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건 아는데 어떻게 친해지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지.”
“생활 퀘스트, 서브직업 퀘스트, 그리고 이런 특수 요건의 퀘스트를 하면 명성이 올라가. 그렇다고 찾아서 하라는 말은 아니고 함께 할 수 있는 건 하면 좋다 이런 뜻이야. 참고로 은행을 이용하면서 창구 직원에게 말도 걸어 보고 간혹 쿠키도 사서 가져다주고 그렇게 해.”
진혁은 프라다를 친구라 생각을 하였는지 소소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고마워.”
“고마우면 가방 하나 선물해라.”
진혁이 장난처럼 말을 하자, 프라다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을 하며 주소를 불러달라고 말을 하였다.
“농담이야. 줄 여자 친구도 없는데.”
“보통 격투기 선수들은 아름다운 미인들을 여자 친구로 사귀고 있는 거 아니야?”
“난 아니거든. 운동을 할 때는 운동만, 그리고 은퇴하면 그때 사귈 생각인데.”
운동선수는 전성기 나이가 있고, 이 나이가 지나면 차츰 내리막길을 걷게 되니 다른 직업에 비해서 은퇴시기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몇 살에 은퇴할 생각인데.”
“마흔 살. 그 정도면 딱 좋지.”
프라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아냐? 첫 눈에 반할 사람을 중간에 만날지. 주소나 불러 봐. 친구가 된 기념으로 내가 멋진 선물을 해 줄 테니까.”
진혁은 자신의 집주소를 불러 주었고, 프라다는 활짝 웃었다.
“넌 이제 족쇄를 찬 거다.”
“왜?”
“주소 알았으니까 마음에 안 들면 너 찾아가서 잔소리하려고.”
“이사 가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도 기록이 남거든.”
“네가 무슨 스토커냐? 그리고 날 찾아올 일이 뭐가 있어.”
“사람이 살다보면 어찌 될지 모르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우리는 게임에서만 보자. 현실에서 만나면 대화도 안 될 텐데.”
“걱정 마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언어 능력은 조금 뛰어난 편이라 한국어를 배우면 3년 안에 마스터 할 수가 있다.”
진혁은 속으로 나도 3년이면 영어를 마스터 할 수 있다고 비웃으며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농담할 기운이 있나 보네. 그럼 위로 올라가 볼까?”
“그래. 서둘러 끝내고 여관에 발 뻗고 쉬자.”
진혁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0층으로 올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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