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 사는 걸 보니 알겠더라.
진혁이 고소한 기자들은 모두 7명이고, 소송 금액은 각 1억원이었다. 진혁은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그들과 소송을 벌렸고, 기자들은 제대로 변론조차 하지 못하였다.
GC엔터테인먼트에서 자신들이 소송금액을 모두 대납하겠다고 말을 하였기에 기자들 역시 피곤한 법정 싸움을 오래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대신 진혁의 뒤를 낱낱이 파헤쳐 세상에 보도하여 그가 대한민국에서는 운동뿐만 아니라 생활조차 못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이를 갈았다.
결국 1심에서 기자들은 진혁에게 각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기자들은 더 이상 상소하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가 되었다.
진혁이 고용한 변호사는 사실 뮤라스의 본사에서 한국 지부에 연락하여 고용한 변호사로 변호사비는 모두 뮤라스의 본사에게 대납하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변호사 대납비는 나중에 뮤라스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할 때, 계약금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붙어 있기 하였지만 진혁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도 없었다.
재판이 끝난 다음 날 GC엔터테인먼트에서 기자들 보상금 4억9천만 원과 피해보상금 2억 원 해서 도합 6억9천만 원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진혁은 통장을 보면 참 돈 벌기 쉽다는 생각을 하였다.
-승소하시게 되면 그때부터 기자들의 집요한 취재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들은 진혁 님 몰래 추적하여 이런저런 사생활을 파헤치며 가십거리를 만들어 괴롭히려고 할 것입니다. 진혁님께서는 사람을 고용하여 그들이 진혁님을 스토커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후에 저희에게 보내주시면 계약 후 외국의 법인을 통해서 고소를 하여 최대한 형을 무겁게 받아내어 그들이 다시는 진혁님을 괴롭히지 못하게 만들면 됩니다.
-한국 사람인데 외국에서 고소를 할 수 있어?
-물론입니다. 그 문제는 우리 뮤라스의 법률 팀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외국은 한국과 달라 이런 것에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소송들은 매우 엄격하였다.
미국과 일본은 1년 혹은 벌금, 프랑스는 1년 및 벌금 4만 5천 유로 한화로 대략 5천8백만 원, 러시아는 월급 압류 및 강제노역 등 각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대한민국의 처벌보다 강력하다는 것이다.
진혁은 엘리스가 해 준 말을 떠올리며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해는 졌지만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들로 인해서 주변이 그리 어둡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즐겨가는 삼겹살집으로 가니 봉수와 먼저 와 있었다.
“여기!”
“일찍 왔네. 형.”
“반 백수 아니더냐. 이모, 우리 고기 좀 주세요. 늘 먹는 걸로 10인분 같은 5인분으로.”
“또 그 소리··· 그냥 4인분 같은 5인분 먹어.”
단골이라 그런지 주인과 말장난도 이제는 자연스러웠다.
“재판에서 이겼다며?”
“이길 수밖에 없는 재판이었어. GC에서 기자들 소송금, 벌금 다 내주기로 했으니까.”
“그래?”
“나를 설득시키려고 박범수 의장이 왔는데 싫다고 했어. 그러니 자신들이 기자들 케어를 해 줘야지. 그래야 소속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호감 있는 기사들을 써 주겠지.”
“하긴 기자들과 척 져야 좋을 것 하나 없으니까. 그들로서는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르지.”
“하여간 그렇게 됐어.”
“그럼 너 돈 좀 들어왔겠네.”
“그건 왜?”
“고기 사야지.”
그 말에 진혁은 활짝 웃었다.
“그거 아니라도 내가 사려고 했어. 형한테 부탁할 것도 있고 해서 말이야.”
“부탁, 무슨 부탁?”
“소주 한 잔 먹고 말을 할게. 이게 듣기에 따라서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말이야.”
“무슨 부탁인데. 무시란 말까지 나와?”
주인 이모가 고기를 가져다주자,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았다.
찌이이이익!
고기가 익으면서 내는 소리와 불판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묘하게 어울려 군침이 절로 넘어갈 정도로 맛있는 소리로 들렸다.
“형, 나 사실은 뮤라스와 계약을 하려고 해.”
“뮤라스? 가상현실 게임 뮤라스?”
“어. 사실 내가 법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알아봐야 얄팍한 지식이니 그게 어디 법정에서 통하겠어?”
“그래서 뮤라스의 도움을 받은 거야?”
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어. 다행이 이번에 사귄 친구가 뮤라스에서 제법 힘이 있는 사람이고, 그 사람을 통해서 뮤라스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어.”
“사기꾼 아니야?”
“아니, 사기꾼은 아니야. 그러니 뮤라스에서 변호사를 고용해 줬지.”
“뮤라스에서? 네가 고용한 것이 아니고?”
“뮤라스에서 고용을 해 줬고, 나중에 계약하게 되면 변호사비용을 제하기로 했어.”
진혁은 김봉수에게 숨김없이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나에게 부탁할게 뭐야?”
“뮤라스에서 그러던데 나에게 소송 당했던 기자들이 보복을 하기 위해서 나의 사생활을 파헤칠지도 모른다.”
봉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직접 하던지, 아니면 파파라치를 고용해서 하던지 그렇게 할 거라고 하는데 나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
“그렇겠지. 그런 것 때문에 기자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고 말을 하잖아. 너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를 계속해서 쓰서 내보낼 테니까.”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 형이 나 외출할 때, 뒤를 좀 따라와서 누가 날 쫓아다니는지 촬영을 좀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형뿐이야.”
“그걸 왜, 촬영하려고?”
“사생활을 침입하여 촬영하는 것은 범죄라고 하거든.”
“그래? 파파라치들은 잘 돌아다니던데?”
“그건 엔터에서 흘린 정보를 듣고 광고하기 위해서 찍는 거야. 그들이 연예인들 일정을 어떻게 알아서 공항에 나타나고 이러겠어.”
“하긴 그렇긴 하다.”
“뮤라스 엔터가 곧 생겨. 그럼 난 여섯 달 정도 있다가 계약을 할 거야.”
“왜, 여섯 달이야?”
“뮤라스에서 하는 말이 자숙의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해서.”
“똑똑한 사람들이 있어 그런 가 일처리 하는 게 다르네.”
“하여간 그래. 형이 해 준다면 그 증거 자료를 모아서 뮤라스랑 계약을 한 후에 증거 자료를 가지고 뮤라스의 외국 법인에서 고소를 진행하려고 해.”
“외국에서?”
“어. 그렇게 해야 앞으로 나에게 관심을 끊는데.”
봉수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였다.
“쉽게 말하면 독한 놈은 건들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그런 말이지.”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알았어. 그 정도는 내가 해 줄 수 있지. 단 나 일할 때는 안 돼.”
“언제 일하는데.”
봉수는 자신이 게임 하는 시간과 택배상하차 일을 하는 시간을 진혁에게 알려 주었다.
“알았어. 이 시간에는 나도 집에서 운동하고 게임할 테니까. 나중에 시간을 맞춰서 내가 움직일게. 그리고 형, 오해하지 말고 들어.”
“무슨 오해?”
“형이 나를 위해서 애써주는 만큼은 내가 보수를 지급해 줄게.”
“보수?”
“어. 나는 나의 이익을 위해서 형한테 부탁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형은 정당한 보수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
봉수는 진혁의 말을 듣고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나를 위해서 형의 시간을 소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을 해서 하는 말이야. 그리고 나도 이 일로 수익이 생길 수도 있으니 하는 말이고.”
“얼마 줄 건데.”
“많이는 줄 수 없고, 한 달에 300만원. 여섯 달 계약. 그리고 내가 많이 움직이지도 않으니까 한 달에 10일 정도만 나를 도와주면 돼.”
“그렇게 하고 300만원을 주면 많이 주는 거 아니야?”
“몰라. 노동의 강도는 잘 모르니까. 그냥 느낌에 그 정도는 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을 하는 거야.”
“나야 좋지. 돈 준다고 하는데 싫어하는 놈이 어디 있어. 그리고 난 오래전에 자존심 같은 거 다 버린 놈이다.”
진혁은 봉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내가 더 고맙지. 남는 시간에 배달이라도 다시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말을 이렇게 하지만 봉수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형.”
“왜?”
“곧 뮤라스 엔터가 만들어진다고 그랬잖아.”
“그래.”
“뮤라스 엔터에서 첫 번째로 뽑는 이들이 뮤라스 안에서 활동하면 뮤라스를 광고하는 그런 역할을 할 프로 게이머를 뽑을 거야.”
“프로 게이머?”
“어. 요즘은 게임 안에서 CG기술을 이용해서 광고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으니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할 수가 있거든.”
“그래서?”
“형도 한 번 지원해 봐.”
“그거 일단은 고레벨들을 위주로 뽑을 텐데 되겠어?”
“아니, 레벨대가 다 달라. 물론 고레벨을 위주로 뽑긴 할 거야. 그들로 하여금 메인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니까. 하지만 초보, 중급, 상급 이런 레벨 대의 플레이어들도 뽑아. 그래야 신규로 플레이어들을 유입시키거나, 혹은 각 레벨 구간에서 막혀 있었던 퀘스트를 풀어주는 영상 같은 걸 만들어 신규 플레이어들이 조금 더 편하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할 생각인 것 같아.”
“음...”
“형도 알잖아. 레벨 업을 하다보면 막히는 구간이 있다는 걸 말이야.”
봉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략집 같은 동영상을 만들고, 또 계속해서 레벨 업을 하는 영상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나 봐.”
“음······.”
“이번에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 그러니 형도 한 번 도전을 해 봐. 떨어진다고 해서 실망할 건 없잖아.”
“그야 그렇지만.”
“모집 공고는 따로 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내가 형을 추천을 해 줄게.”
“그게 가능해?”
“말했잖아. 뮤라스에서 제법 힘을 쓰는 친구를 만났다고.”
“음······.”
“형, 성공하고 잘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 주변의 사람들을 잘 이용하는 거더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학연, 지연, 돈, 권력 등등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을 해야 남들 부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살 수 있다는 거야.”
“그래도······.”
“속된 말로 강도, 도둑질, 사기와 같은 범죄만 아니면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 그래야 형도 조금 편하게 살 수 있다.”
봉수가 진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너, 이탈리아에 가서 도대체 뭘 배우고 온 거냐?”
진혁은 ‘씨익.’ 웃으며 다 익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지고 갔다.
“배우긴, 그냥 부자들과 몇 번 만나고 그들이 생활하는 걸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던데. 머리로 알고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 하지만 그들의 삶을 눈으로 보니 확신이 들었거든.”
“사람 변하는 거 한 순간이라고 하더니 한 달 동안 이탈리아에 있으면서 너 많이 변한 것 같다.”
“나중에 형도 형편이 조금 풀리면 형수랑, 아이들 데리고 외국 여행을 다녀 봐.”
“그럴 돈이 어디 있어.”
“그러니까 조금 풀리며 형과 형수는 물론이지만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어. 외국이 부담스러우면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야.”
봉수가 볼 때는 확실히 진혁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런데 너 운동은 좀 했냐?”
“늘 하지. 친구 집에 최신 운동기구가 있어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빡시게 했지. 이탈리아 체육관에 가서 스파링도 하고 말이야. 나 그쪽 체육관에 가니 엄청 좋아하던데.”
“너 알아 봐?”
“같은 체급은 알아보지. 그래도 내가 UFC에서 3전 3승 했는데.”
하긴 다른 체급이라면 몰라도 같은 체급의 선수라면 진혁이 잠재적인 상대가 될 수도 있으니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소주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진혁이 주로 말을 하고, 봉수가 질문을 하였다.
“날고 긴다는 사람들을 뽑을 텐데 내가 뮤라스 엔터에서 뽑는 프로 게이머가 될 수 있을까?”
“못 될 것도 없지. 형의 운동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운동 능력은 네가 더 뛰어난데 넌 게임에서 몸치잖아.”
“형, 그건 내가 설정을 잘못해서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을 해.”
“뻥치시네. 다들 권장 설정을 하는데 넌 무슨 통뼈로 고통지수를 100%로 했어?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진짜라니까. 난 고통을 잘 못 느끼니까 게임에서도 그런 줄 알았지.”
“무식하면 용감하더니 꼭 널 두고 하는 말이구나. 이 무식한 놈아.”
“그래도 이 무식함 때문에 나름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운동하는 머리만 있으면 되지. 게임하는 머리까지 필요해? 그건 형이 많이 해. 난 운동할 테니까.”
“염병은······.”
두 사람은 오랜만아 술을 마셔서 그런지 제법 많은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형, 이제 집에 가자.”
시게를 보니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 가야지. 이모, 나 고기 5인분 포장. 돈은 진혁이에게 받고.”
“왜, 5인분이야. 아이들 많이 먹잖아. 이모 10인분으로 포장해 주세요.”
“인마! 5인분 하면 이모가 7인분 같은 5인분을 줄 거잖아.”
“저 화상은······.”
주인 이모가 김봉수에게 한 소리를 하자, 봉수는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이모님,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손가락 하트를 꺼내어 이모님께 보여 주었다.
“야, 저거 데리고 나가. 정신 상그럽게.”
“하하. 이모님, 저 갑니다.”
“형, 고기 들고 가야지.”
진혁이 이모가 주는 고기를 받아 봉수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 고기···, 진혁아. 고맙다. 이 은혜는 내가 절대 잊지 않을게.”
“은혜는 무슨, 얼른 들어가. 걸어갈 때 조심하고. 딴 데 가서 한 잔 더 하지 말고.”
“어. 너도 집에 일찍 들어가라.”
“알았어. 그렇게 할게. 조심해서 들어가.”
진혁은 봉수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이모님, 고기 1인분이랑 소주 한 명 더 주세요.”
“부족해?”
“아니요. 부족하지는 않는데 시간을 좀 더 보낸 후에 나가야 할 것 같아서요.”
진혁은 대답을 하면서 밖을 내다보며 피식 웃었다.
‘배고프겠는데 고생 좀 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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