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되려고 환장을 했구나.
프라다가 작은 배에 노예들을 나누어 태운 후에 그들과 함께 육지로 갔고, 진혁이 홀로 배 위에 남아 있었다.
“마스터, 저 놈은 배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요.”
부두에 서서 배를 바라보고 있는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이 배의 선수에 서 있는 진혁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영지 관리인인 자베스 자작이 올 때까지 기다릴 모양입니다.”
케빌로스 길드의 마스터인 니콜라스는 캘리온 급 함선의 선수에 서 있는 진혁을 잠깐 동안 바라보더니 그를 향해 외쳤다.
“나는 케빌로스 길드의 마스터 니콜라스다. 나의 말이 들리는가?”
바람에 목소리가 흐트러지는 효과가 있긴 하였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잘 들리네. 그런데 무슨 일로 많은 길드원들을 이끌고 마스터께서 직접 행차를 하셨나?”
비꼬는 말투에 니콜라스의 눈이 꿈틀거렸지만 감정은 잠시 묻어 두고 진혁을 향해 외쳤다.
“우리 길드원들과 요즘 트러블이 잦다고 하던데.”
“시비를 먼저 걸었으니까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퀘스트나 강탈하려고 하는 놈들을 길드원이라고 감싸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길드가 생각하는 그림과 개인이 그리는 그림은 다르니까.”
메인 퀘스트는 길드가 밀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였기에 길드에서 장려하는 중이었다.
“그래? 그럼 계속 그렇게 해. 그런데 날 잡기 위해서 수하들과 온 건가?”
“그럴까도 생각을 했는데 소문이 나면 얼굴 들고 못 다니니 일단은 대화를 좀 해 볼까 하고 말이야.”
“대화?”
“말 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을 말 하지. 우리 길드로 들어오면 최고의 대우를 보장해 줄 생각이야.”
“최고 대우?”
“주급으로 500만원을 주지.”
주급으로 500만원이면 한 달이면 최소 2천만 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2억4천만 원에 해당되는 큰돈이었다.
이렇게 큰돈을 고작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위해서 쓴다는 건 미친놈이 아니고서 하기 힘들다.
“그렇게 큰돈을 주는 건 나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겠지?”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물론, 우리 케빌로스 길드의 칼이 되어 주면 된다.”
“칼이 되라?”
“다른 길드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그들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억제를 해 주면 된다.”
“그래서 나를 다른 길드에 던져 주고 너희들만 성장을 하겠다?”
“그럴 생각이다. 그렇기에 너에게 다른 길드원들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다.”
“돈이 썩어 남는가 봐. 고작 게임에 그 많은 돈을 쓰는 걸 보면 말이야?”
“생각하는 것에 차이지. 너에게는 고작 게임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큰돈이 될 수도 있는 게임이야. 기업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를 하듯 나 역시 그러한 투자를 할 뿐이다.”
진혁은 니콜라스의 말을 비웃었다.
“넌 그렇게 생각을 해. 하지만 난 너와 함께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겠어. 내가 다른 길드의 역적이 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후회할 텐데?”
“후회? 이봐, 니콜라스 넌 나에게 방금 다른 길드의 고레벨을 성장을 억제해 달라고 그랬지.”
“그렇다.”
“그럼 말이야. 내가 너희 길드의 고레벨들을 잡으러 다니면 어떻게 될까? 내가 후회를 할까? 아니면 너희들이 억울할까?”
니콜라스는 진혁의 말에 눈을 좁혔다.
“어떻게 나와 계속 싸워 볼래? 아니면 이쯤에서 손을 털래?”
니콜라스는 진혁의 말을 비웃으며 말을 하였다.
“후후, 우리 길드원들 몇 명과 싸워 이겼다고 해서 우리 길드에 너보다 강한 플레이어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산은 경기도에 있는 게 오산이고.”
니콜라스는 진혁을 말의 알아듣지 못해 잠시 머뭇거리더니 엄포를 하듯 말을 하였다.
“선택해. 나와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나와 싸울 건지.”
“당연히 너와 싸우지. 너희들은 걸어 다니는 ATM기잖아.”
“선택은 네가 한 것이다. 그 책임도 네가 지는 것이란 걸 알고 있겠지.”
“뭘 그렇게 거창하게 말을 해. 싸우면 싸우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너희들 앞으로 조심해라. 내가 아이템 다 벗겨 먹어 줄 테니까.”
니콜라스는 진혁의 엄포에 가소로운 듯 웃으며 곁에 있는 부 마스터에게 말을 하였다.
“정령사들로 하여금 놈을 공격하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케빌로스 길드의 정령사들은 모두 10명이었는데 모두가 300레벨이 넘었고, 그들이 데리고 있는 정령들은 중급 정령으로 각 속성의 정령들이 모여 있었다.
정령사들이 나서고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진혁은 살짝 눈을 좁혔다.
‘정령들은 아직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인데.’
그때 진혁의 어깨 위에 검은 빛이 모여들어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는데 피란체바였다.
“저것들 뭐야?”
진혁의 어깨 위에 앉은 채로 말하는 피란체바였고, 진혁은 니콜라스와의 대화를 내용을 말해 주었다.
“그래서 저들을 내세워 나를 공격하려고 하나 봐.”
“그래? 저것들이 감히 진혁을 죽이려고 해? 소멸당하고 싶어 안달을 한 모양이구나.”
피란체바가 나타난 정령들을 향해 강한 살기를 드러내자, 주변의 공기가 음침하게 바뀌었다.
정령들이 진혁이 타고 있는 배를 향해 날아오자, 피란체바가 정령들을 향해 날아갔다.
“형체도 온전하지 못한 놈들이 감히 어디서!”
정령의 등급은 최하급, 하급, 일반, 중급, 상급, 최상급, 정령왕으로 일곱 단계에 나뉘는데 피란체바가 말하는 형체도 온전하지 못한 놈들은 중급 정령을 두고 말을 하는 것이다.
중급 정령까지는 형체도 온전하지 않고 자신의 뜻도 계약자에게 전달할 수가 없지만 상급 정령으로 진화를 하면 온전한 형체를 갖출 수가 있고, 자신이 의사도 계약자에게 전달할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계약자의 명령이 부당하다면 거부할 수도 있는데 정령사들이 상급 정령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4차 전직을 해야 가능하였다.
피란체바의 기세등등한 살기에 정령들도 조금은 당황한 듯 하였지만 계약자의 명령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정령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진혁은 동동일과 동동이를 소환하였다.
수적들을 소탕하면서 스켈레톤 나이트를 하나 더 만들려고 하였지만 동동일과 동동이보다 강한 놈이 없어 나중에 소환수를 만들기로 하고 일단은 남겨 두었다.
동동일과 동동이가 소환되자, 정령들이 진혁을 공격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정령마법들을 모두 쳐내며 진혁을 보호하였다.
진혁은 그런 동동일과 동동이에게 서몬 버프를 걸어 준 후에 명령을 내렸다.
“동동일은 피란체바가 정령들과 잘 싸울 수 있도록 서포트 하고, 동동이는 배를 파괴하려고 하는 정령들의 마법을 무효화시켜.”
명령이 떨어지자, 동동일과 동동이는 그래도 따라 움직였고, 진혁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소환이 될까 싶어 부두에 구울 병사를 소환해 보았다.
-지정한 거리가 멀어 구울 병사를 소환할 수가 없습니다. 구울 병사를 소환할 수 있는 거리는 100미터로 제한이 됩니다.
구울 병사를 소환할 수 없다는 시스템 메시지에 조금은 서운하였지만 피란체바와 정령들의 싸움을 느긋하게 지켜보며 영지의 관리자인 자베스 자작이 기사들을 데리고 오기를 기다렸다.
“가만 정령도 저주마법에 걸리는 거 아니야?”
물리적인 공격은 소용없지만 마나를 이용한 공격이나, 마법 공격은 정령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기에 저주마법도 통할 것이라 생각을 하고, 진혁은 피란체바를 둘러싸고 있는 정령 중 한 놈에게 저주마법인 카오스를 사용해 보았다.
-바람의 중급 정령 실프가 저주마법인 카오스에 저항을 하였습니다.
진혁은 저항하였다는 알림에 눈빛이 반짝였다.
“정령도 걸린다는 말이네.”
그때부터 진혁은 정령이 저주마법에 걸릴 때까지 마법을 사용하였다.
그때부터 정령들은 진혁이 성가시기 시작하였다. 정령들이 나뉘어 피란체바와 진혁을 공격하기 위해서 움직였고, 그런 모습에 피란체바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어쭙잖은 것들이 나를 무시해.”
자신을 앞에 두고 진혁을 상대하기 위해서 일부 정령들이 빠진 것을 두고 말을 하였다.
“모조리 흡수하여 소멸시켜 주마.”
하늘을 날며 정령들과 싸우는 피란체바의 기세가 더욱 등등하였고, 그가 뿜어내는 기운은 정령들도 두려워 할 만큼 가공하였다.
“동동이 정령들의 마법을 무효화 시켜. 다크 에로우!”
진혁 역시 마법으로 정령들을 공격하면서도 피란체바와 싸우는 정령들에게 저주마법 계속해서 걸었다.
-바람의 중급 정령 실프가 저주마법인 카오스에 걸렸습니다. 카오스의 효과로 3분 동안 아군을 도와 적을 공격합니다.
바람의 중급 정령인 실프가 태세전환을 하며서 같은 편을 공격하였는데 진혁의 눈에는 실프가 저주마법에 걸렸다는 표식이 보였다.
“좋아. 그럼 계속해서.”
정령 마법이 진혁을 향해 날아왔지만 동동이가 오러 소드를 이용하여 마법들을 모두 쳐내며 무효화를 시켰다.
동동일은 자신의 무기인 도끼에 마나를 두르고 정령을 향해 던졌는데 정령이 이를 보고 피하자, 도끼가 부메랑처럼 허공에서 큰 궤적을 그리며 동동일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피란체바가 불의 중급 정령인 이프리트에게 다크 스피어 마법 공격을 적중시켜 대미지를 준 후에 곧장 그를 향해 날아가더니 연속해서 십 수발의 다크 애로우를 만들어 대미지를 입은 이프리트를 공격하였다.
퍼어엉···, 퍼엉···, 펑···, 펑······.
전투기가 하늘에서 지상을 폭격하듯 십 수발의 다크 애로우가 충격을 받은 이프리트의 전신을 때렸고, 그 대미지로 인해서 이프리트가 정령계로 역 소환 되려고 할 때, 피란체바의 어둠이 그를 사로잡았다.
이프리트가 피란체바의 어둠에서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쳤지만 그건 단순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말했지 한 놈도 남김없이 흡수하여 소멸시켜버릴 것이라고.”
피란체바의 분노를 느낀 이프리트가 몸을 가늘게 떨며 소멸만은 말라고 부탁을 하였지만 피란체바는 그의 부탁을 거절하였다.
피란체바의 어둠이 이프리트를 완전히 감싸자, 이프리트는 어둠속으로 잠식해 들어갔다.
“커어어억!”
그 순간 정령의 주인인 플레이어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이프리트가 소멸되면서 소환자 역시 큰 대미지를 입어서였다.
-불의 중급 정령 이프리트가 소멸되었습니다. 소멸된 이프리트는 다시 소환할 수가 없습니다.
-정령사 길드에서 다시 정령과 계약을 맺으셔야 합니다. 정령과 계약을 맺은 후에 최하급 정령부터 다시 성장시켜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시스템 알림을 믿을 수가 없는지 자신의 정령인 이프리트를 다시 소환하였다.
-소환할 수 있는 정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몇 번이고 정령을 소환해 보았지만 같은 시스템 알림만 들어야 했다.
불의 중급 정령 이프리트를 흡수한 피란체바는 그의 능력까지 흡수하였다.
피란체바는 이프리트를 흡수한 후에 또 다른 정령을 공격하였고, 정령들은 피란체바에 흡수되어 소멸된 이프리트를 보고 그를 두려워하였지만 자신의 계약자들은 계속하여 피란체바와 싸우기를 원하였다.
그들은 계약자의 요구대로 두려워도 피란체바와 싸워야 했는데 소멸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령들이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카오스에 걸린 정령의 마법이 다른 동료의 정령에게 적중되자, 피란체바는 이를 놓치지 않고 놈을 집중 공격하였다.
다른 동료 정령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서 마법으로 피란체바를 공격하려고 하였지만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도끼의 큰 궤적을 피해 물러 날 수밖에 없었다.
“컨퓨즈!”
진혁은 자신을 공격하는 정령들은 동동이에게 맡겨두고 피란체바를 돕기 위해서 저주마법을 정령들에게 사용하여 피란체바를 돕도록 만들려고 하였다.
콰아아아앙!
피란체바의 다크 볼이 물의 중급 정령인 엔다이론의 가슴에 적중 당하자, 크게 비틀거렸다.
“소멸되어라. 다크 파이어 캐논!”
피란체바의 주위로 하나의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그곳에서 강렬한 열기를 머금고 있는 불의 광선이 쏘아져 엔다이론을 향해 날아갔다.
피란체바가 흡수한 이프리트의 정령마법이었다.
퍼어어어엉!
엔다이론은 다크 파이어 캐논을 피하지 못하고 직격당하면서 정령계로 역 소환 되려고 할 때, 피란체바의 어둠이 그를 삼켰다.
-피란체바 님, 부탁드립니다. 소멸만은······.
“그 따위 소리는 너희 정령왕에게 가서나 해라. 감히 나의 계약자에게 이빨을 드러내?”
피란체바는 엔다이론의 부탁에도 꿈쩍하지 않고 그를 흡수하여 소멸시켜버렸다.
피란체바에게 두 명의 정령이 흡수되어 소멸되자, 정령들은 자신의 계약자를 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없는 중급 정령이었기에 그들은 계약자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급 정령만 되어도 소멸이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이들은 자신의 바람을 전달할 수가 없었기에 피란체바에게 모두 잡아먹힐 운명이 되고 말았다.
피란체바는 진혁과 동동일의 도움으로 정령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가 있었는데 그렇게 정령들을 흡수하면서 그들의 가진 정령 마법 중 하나를 어둠의 마법으로 변화시켜 익힐 수가 있었는데 고유의 속성인 불, 바람, 물, 땅, 정신등은 바꿀 수가 없었다.
피란체바에게 소멸된 정령들의 주인은 자리에 주저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정령들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X, 345레벨에 최하급 정령부터 다시 키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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