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보자....
현실로 돌아온 진혁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이용해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의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였다.
“여기 있네. 이벤트!”
이벤트는 한 달간 진행되는데 모두 네 가지의 이벤트로 일주일에 하나씩 진행이 되었다.
첫 번째 이벤트는 이벤트마다 빠지지 않는 사냥 이벤트 레벨 구간을 정해 놓고 각 레벨 구간에서 사냥을 가장 많이 한 플레이어들을 선별해서 1위부터 10위까지 뽑아 강화석을 주는 이벤트였다.
1위는 100개, 2위는 90개··· 마지막 10위는 10개를 상품으로 주었는데 진혁은 이번 이벤트로 인해서 강화석이 많이 풀릴 것이라 예상을 할 수가 있었다.
“레벨 구간이 어떻게 되지?”
진혁은 그 동안 레벨 업을 하여 68레벨이 되었다.
“나는 60레벨에서 70레벨 구간이네. 이벤트 하기 전까지 레벨 업을 하면 80레벨이 될 수도 있으니까······.”
레벨 구간은 10레벨로 정해져 있었고, 자신의 레벨 구간에 있는 몬스터보다 약한 몬스터를 사냥하면 카운터가 안 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81레벨이 되면 70레벨 대의 몬스터를 사냥하면 안 된다는 거지.”
이벤트를 위해서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저레벨의 사냥터로 와서 싹쓸이 하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레벨이 높은 구간에 있는 몬스터는 사냥해도 상관이 없네.”
진혁은 뭔가를 잠깐 생각하다 히죽 웃었다. 이벤트 자체가 자신에게 조금 유리한 듯 하였다.
“사냥터를 독점하면 1등은 따 놓은 당상이겠네.”
그 아래 붉은 글씨로 누구나 볼 수 있게 선명하게 써 놓은 문구가 진혁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건강을 위해서 하루 8시간 이상은 이벤트에 참석할 수 없다고?”
접속해서 하루 동안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8시간으로 그 외에 사냥하는 건 카운터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공평하고 바람직하긴 한데, 이건 조금 아쉽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일단 시간 분배를 잘 하면 충분히 등수에 들 수 있겠지.”
운동하고, 충분히 잠을 자고 하여도 8시간은 집중적으로 사냥을 할 수가 있으니 최고의 효율을 뽑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다음 이벤트는 뭐지?”
둘째 주 이벤트는 생활 직업 관련 이벤트로 채집, 채광, 도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재료아이템의 확률이 2배 높아지는 동시에 아이템, 각종 포션, 음식, 조각 등에서 성공 확률 또한 높아진다고 쓰여 있었다.
“대장장이나 연금술사들은 좋겠네. 아이템, 포션 잔뜩 만들어 팔아먹으면 대박 나겠다.”
둘째 주 이벤트는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그런 이벤트였다.
셋째 주 이벤트는 몬스터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그런 이벤트로 어떻게 보면 첫째 주 이벤트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레벨 구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플레이어들이 협력을 해서 마을을 지키는 그런 이벤트였다.
이때 몬스터가 주는 경험치는 두 배로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인더스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나? 플레이어를 조금 더 빠르게 성장시키려고 하는 그런 이벤트들이네.”
진혁은 이벤트의 내용을 보고 인더스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를 서비스 하고 있는 뮤라스 측에서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인더스의 세상을 모험하면서 여러 지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이 되고 있어 조금은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동시 접속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플레이어들이 접속해서 머물러 있는 지역은 한계가 있으니 서버에 조금씩 부하가 걸리는 중이었다.
플레이어들을 인더스의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벤트를 통해서 조금 더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런 이벤트라면 이벤트가 끝나면 200레벨도 찍을 수 있겠다.”
한 달 동안 경험치를 2배로 주는 이벤트이니 200레벨이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았다.
“공정치에 따라서 강화석을 주네. 강화석을 많이 푸는 이유가 몇몇 업자들이 싹쓸이해서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려놓아서 그런 거지.”
강화석 가격이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이 올랐다.
처음에 강화석이 5만원에 거래가 되었는데 지금은 12만원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업자들끼리 사고팔고 하면서 그 가격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강화석이 너무 비싸 강화를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주무기, 보조무기, 방어구 부위별로 일곱 개, 장신구 반지 두개, 목걸이 한 개 팔찌 두개 이렇게 합이 모두 14개의 아이템을 강화해야 하는데 무기, 방어구 안전강화가 +5까지, 장신구 안전강화가 +3까지 하려면 못해도 강화석만 60개가 필요하다.
중간에 강화를 실패하면 더 들어갈 수도 있으니 아이템을 풀로 안전강화를 다 하려면 못해도 100개는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개당 12만 원짜리 100개면 돈이 1.200만원이 들어간다.
아이템이 좋다면 1,200만원을 들여서 안전강화를 하겠지만 레벨이 올라가면 아이템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니 저레벨 구간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강화를 포기하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아이템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추세였다.
“1주차에 강화석 좀 얻고, 3주차에 강화석 좀 얻고, 마지막 4주차는 무슨 이벤트이지?”
마지막 4주차 이벤트는 이벤트 기간 동안 자신이 플레이를 한 영상을 제작해서 응모하는 이벤트였는데 응모자 전원에게 강화석 3개를 지급해 주고, 응모자들 중에서 1, 2, 3위를 뽑아 1등에게는 레벨과 클레스에 맞는 유니크 목걸이 아이템 1개, 2등에게는 유니크 팔찌 아이템 1개, 3등에게는 유니크 반지 아이템 1개를 부상으로 준다고 쓰여 있었다.
“대박이네.”
게임 속에서 동영상 촬영 모드가 가능하니 촬영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조금 걸렸다.
“이건 대충 찍어서 응모해서 강화석 3개를 받으면 되겠네.”
“가만 지금 강화석 가격 떨어지는 아니야?”
진혁은 강화석이 많이 풀리면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거래 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강화석을 찾아보았다.
“단순히 나의 바람이네. 떨어지기는 개뿔······.”
여전히 강화석을 12만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12만원이면 너무 비싼데, 이걸 다 사서 가는 사람이 있네.”
진혁은 조금은 아쉬워하는 마음에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씻고 체육관에 가서 운동이나 해야지.”
*
양종국이 운영하는 레슬링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레슬링을 배우게 너무 재미가 있었다.
몸을 조금 움직이면 ‘어?’하고 매트 바닥에 꼽혀 있곤 하였는데 신기한 건 알고 있으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생각을 하되 몸이 먼저 반응을 하니 그렇게 된다고 늘 설명을 해 주지만 아직까지는 그게 쉽지 않았다.
한 달이 넘도록 그에게서 레슬링을 배우면서 타격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어 진혁이 양종국의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으면 여기가 레슬링을 배우는 체육관인지 종합격투기를 배우는 체육관인지 헤 깔려 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그래도 진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을 하였고, 운동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샤워를 마친 진혁은 시계를 잠깐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지금 인더스 세상은 밤이니까 나도 잠을 조금 자야겠어.”
진혁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는데 알람소리에 눈을 뜨니 3시간이 지나 있었다.
하품과 기지개를 길게 하고 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는 냉장고의 문을 열어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는데 닭 가슴살을 비롯해서 운동하면서 챙겨 먹는 것들이었다.
시합이 끝난 지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으니 얼마가지 않아 시합이 성사되었다는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하여 지금부터 스스로 체중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건 맛으로 먹을 것이 못 돼.”
투덜거리면서도 먹을 건 다 먹은 후에 거실로 가서는 TV를 켜고 UFC 대회 재방송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로 눈치를 보고, 패턴에 혼란을 주기 위한 페인팅 모션과 치고 빠지는 절묘한 동작까지 챔피언들의 움직임은 근본부터 달랐다.
진혁은 그런 챔피언들이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TV를 보다 챔피언의 카운터에 상대가 주저앉아 진혁은 저도 모르게 억 하는 소리를 내며 소파 뒤로 몸을 젖혔다.
“후우······.”
그리곤 길게 숨을 내쉰 후에 피식 웃었다.
“아직은 상대가 안 되는구나.”
어떻게 악으로 깡으로 버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기기는 힘들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다.
“얼마나 훈련을 해야 자연스럽게 저런 행동들이 나올 수 있을까? 저건 훈련이 아니라 타고 나야 되는 거 아닌가?”
진혁은 거실에 서서 조금 전 자신이 보았던 챔피언의 행동을 따라 해 보았다.
“이렇게 치고 들어가면서 좌측으로 빠지려고 하는 걸 뒷손 훅으로 견제한 후에 자연스럽게 라이트 스트레이트로 안면 공격!”
파아앙!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자, 작은 소리가 울렸다.
“주춤 하는 사이 왼손 어퍼컷으로 카운터를 노리는 척 하면서 허벅지에 강력한 킥 한 방.”
진혁은 머릿속에 기억된 챔피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으로 그의 행동을 말하며 눈앞에 상대가 있는 것처럼 손과 발을 움직여 허공을 때리며 챔피언의 행동을 복기하였다.
“챔피언은 부드러운데 난 뭔가 끈기는 느낌이네. 이런 패턴이 몸에 익지 않아서 그런 걸까?”
진혁은 다시 허공에 손과 발을 움직여 본 후에 숨을 내쉬더니 소파에 앉았다.
진혁은 소파에 앉아 잠깐 동안 숨을 고르더니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뭔가를 정리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힘드네. 뭐,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겠지. 그럼 나도 퀘스트 보상을 받으러 가 볼까?”
진혁은 퀘스트 보상을 받지 않았기에 인더스 월드에 접속해서 보상을 받은 후에 다음 모험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다크 앰버서더와 엮이면 제법 재미있을지 몰라. 그리고 이벤트 전에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 사냥터를 독점하면 등수 안에 들 수도 있겠지.”
진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인더스 월드에 접속을 하였다.
인더스에 접속을 하자 몸이 개운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간이천막에서 쉬는 거랑 집에서 쉬는 거랑 수치상으로 차이는 없지만 느낌은 또 달랐다.
“사냥터가 아니면 될 수 있으면 집에서 쉬어야겠어.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네.”
진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고에 들러 재료 아이템이 잘 있나 확인을 한 후에 집을 나섰다.
우선 은행으로 가서 돈을 저금하고 집에서 일할 사람이 있는지 한 번 알아 볼 생각이었다.
진혁이 은행에 들어가자, 네타가 진혁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진혁님!”
그녀가 반갑게 부르자 진혁은 그녀에게로 갔다.
“그 동안 번 돈을 입금하려고요.”
진혁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돈을 꺼내어 모두 주었는데 3천 골드나 되었다.
프라다에게 재료 아이템을 산다고 골드를 주지 않았다면 제법 많은 돈을 모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템 좀 경매에 넘겨 팔아 주세요.”
“네. 저에게 다 주세요.”
진혁은 네타에게 아이템을 꺼내어 모두 주었는데 아이템은 모두 3개로 유니크 아이템 한 개와 레어 아이템 2개였다. 외에게 일반 아이템도 몇 개 있었는데 이건 체육관 선배인 봉수 선배에게 주면 그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니 그에게 맡겨 팔 생각이었다.
“어머, 유니크 아이템도 있네요. 이건 상당히 비쌀 것 같은데.”
“돈 많아 받아 주세요.”
“그렇게 할게요. 기간은 늘 마찬가지로 일주일인가요?”
“네. 그리고 집에서 일할 분을 구하고 싶은데 어디서 구할 수가 있죠?”
“인력사무소 같은 곳에서 구할 수도 있고요. 노예 시장에서도 구할 수도 있어요.”
“노예 시장요? 노예도 있어요?”
“네. 있어요. 그렇다고 아무나 노예가 되거나, 노예를 팔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럼요?”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어요. 그리고 상인들이 노예를 사고파는 건 불법이에요. 노예상은 왕국이나 영지에 지정한 곳에서 국왕 전하, 혹은 영주님께서 지정한 상인이 노예상을 할 수가 있죠.”
“아, 그럼 노예상도 귀족이겠네요?”
“네. 대부분 일반 귀족이에요. 일반 귀족은 아시죠?”
“네타가 가르쳐 줘서 잘 알고 있어요. 계승이 안 되는 단일 귀족으로 영주님을 도와 영지의 업무를 보는 분을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네. 노예상도 그런 일반 귀족이에요. 다만 노예를 사고파는 일이나 그 가문의 사람에게 계속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럼 고용인을 구하는 것이 나을까요? 노예를 구하는 것이 나을까요?”
“돈이 있으면 노예가 일을 부리기에는 더 좋죠. 고용인은 대충 시간만 때우다 갈 수도 있거든요. 특히 진혁님처럼 모험가가 자신의 고용인이면, 올 때쯤 대충 일하는 척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NPC들도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타가 이 정도로 말을 하는 걸 보면 그런 성향을 가진 NPC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노예상을 만나러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죠?”
“본령 1-2번지에요.”
진혁은 주소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그럼 아이템 좀 부탁해요.”
“네. 잘 팔아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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