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하게 보여 줘
진혁은 미국에서 엘리스 강의 배려로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며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었다.
그런 후 한국으로 돌아와 가평에 짓고 있는 저택의 공사 현장을 방문하여 일의 진행을 알아보았다.
이미 공사대금의 일부를 지급하였기에 공사를 하는 도중에 돈이 부족하거나 혹여 다른 일로 인해서 공사가 중단되지 않고 처음 설계대로 순조롭게 잘 진행 중이었다.
진혁은 가평의 모텔에서 삼일을 숙식하며 공사장에 나와 자신이 도와 줄 것이 있는지 물어 보았지만 현장 소장이 워낙 일을 잘 진행하여 자신이 딱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것저것 물어보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을 해 주며 집짓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이걸로 일 마치면 직원들과 소주 한 잔 하십시오.”
진혁은 현장 소장에게 약간의 현금을 쥐어주며 말하였고, 현장 소장 역시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지 사양하지 않고 진혁이 건내 주는 돈을 받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진혁은 가평에서 며칠을 보낸 후에 서울로 와서는 봉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주 만나는 삼겹살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저녁이 되자, 진혁은 봉수를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제는 뮤라스의 프로게임단 소속으로 게임에 집중할 수 있으니 봉수의 레벨이 많이 올라가 있음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빨라? 곧 랭커에 진입하겠는데.”
“네가 준 아이템 덕분이지. 그리고 미션으로 상급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얻는 스탯도 제법 쏠쏠하고.”
“정말 잘 되었네. 그런데 뮤라스에서 돈은 잘 나와?”
“그래. 월급이랑 미션 클리어 수당이랑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나와. 연봉에서 미션 클리어 수당은 제외되었으니 그것까지 합치면 식구들 밥 굶지는 않겠더라. 다 진혁이 너 덕분이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돈을 아껴. 언제까지 게임으로 먹고 살 수는 없잖아. 형, 나이도 있고.”
“그래도 십년은 끄떡없다. 그리고 물이 들어왔으니 노를 저어야지. 나 틈틈이 생활 직업 레벨도 올리는 중이거든. 십년 후에는 제작으로 밀어 볼 생각이야.”
“제작?”
“지금부터 조금씩 익혀두면 10년 후에는 장인이나 명장은 되어 있겠지.”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그런데 지금 유트브나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그와 관련하여 영상을 올리고 있지 않아?”
“상관없어. 그때가 되면 아이템을 비롯하여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와 있을 테니까 일단 생활 레벨을 많이 올린 후에 기술을 최대한 숙련시켜 놓으면 그때 가서 뭔가를 만들어도 ‘뚝닥.’할 수 있겠지.”
봉수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어 진혁은 활짝 웃었다.
“형은 그럼 걱정 없겠네.”
“왜? 넌 걱정 있어.”
“아니, 없어. 다만 나도 이제 뮤라스와 계약을 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야지. 운동을 할 체육관 알아보고 다시 운동하려고 하니 귀찮아서.”
봉수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고 자기관리를 하며 챔피언에 도전할 사람이 진혁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내가 도와 줄 일은 없어?”
봉수의 입장에서는 진혁이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없어. 형은 그냥 열심히 일 해. 그리고 가끔 이렇게 나랑 소주 한 잔 먹어 주면 돼.”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지. 한 잔 마셔.”
두 사람은 소주를 한잔, 두잔 마시며 옛날이야기도 나누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럼 지도를 다 밝히는 것이 좋겠네.”
두 사람 다 인더스 게임을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인더스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건 나도 확신할 수가 없어. 일장일단이 있겠지. 그런데 이제까지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숨겨진 던전, 아직 찾지 못한 미지의 몬스터를 만날 수가 있거든. 그런 몬스터를 처음 사냥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가 있으니 좋은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지.”
진혁은 자신의 경험을 봉수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래? 네가 이래저래 돌아다니니 레벨이 낮은 모양이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재미가 있어. 형도 한 번 해 봐. 혹시 알아 새로운 던전을 찾아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주면 뮤라스에서도 좋아할지 모르잖아.”
“그렇긴 한데. 우리는 레벨도 중요하거든.”
“그래?”
“템 빨로 버틸 수 없으면 레벨 빨로 버텨야 하니까. 네가 준 아이템으로 지금까지 어찌하고 있지만 이제는 고대급 아이템을 착용할 레벨까지는 올려놓아야지.”
“고대급 아이템? 그게 벌써 나왔어.”
진혁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못 들었어? 지난번에 아틀란티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과 몽크흑마법사가 싸웠는데 몽크흑마법사가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이 고대 아이템이래. 그래서 아틀란티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박살났다고 그러던데.”
진혁은 자신이 했던 거짓말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진짜처럼 인식되어 고대 아이템이 풀렸다고 믿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으니 그냥 그렇구나 하는 시늉을 하였다.
“고대 아이템을 착용한 그 플레이어는 정말 좋겠다. 전설 아이템이 3차 전직 완료한 플레이어가 착용이 가능하잖아. 고대는 3차 전직을 해야 하나?”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아직 4차 전직자는 없으니까 380레벨이 가장 높은데 들리는 말은 400레벨이 되어야 4차 전직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렇구나. 그럼 고대 아이템도 3차 전직자가 착용할 수 있겠구나.”
“그렇겠지. 아마 몽크흑마법사는 랭커에 속할지도 모르지.”
“그 사람은 고대 아이템을 어떻게 얻었을까?”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고, 이야기는 이어나가야 하니 마치 다른 사람이 정말 고대 아이템을 얻은 것처럼 말을 하니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건 모르지. 너의 말대로 미지의 던전을 찾아 몬스터를 사냥했는지도 모르지. 네가 전에 나에게 그린우드 숲에서 던전의 위치를 가르쳐 준 적이 있잖아.”
“그렇지.”
“그런 던전을 찾아 몬스터를 사냥했다면 고대급 아이템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어둠의 군장이 바로 그곳에서 얻은 아이템이었다.
“그러니까 형도 더 돌아다녀야지. 남들 다녔던 곳 말고 던전 찾아다니면서 아이템도 얻고 또 형 힘으로 힘들면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클리어도 하고 하면서 말이야.”
“그게 쉬운 일이면 나도 찾아다녔겠지. 지금은 플레이어들이 안 가본 곳이 없을 걸. 세계 2억 명이 넘게 가입을 한 인더스의 세상이야. 하루 동시 접속자만 해도 4천만 명 정도야.”
봉수의 말대로 뮤라스의 인기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는 중이고, 계속해서 신규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 월드가 출시한 지 5년 만에 이루어 낸 성과이기도 하였다.
“그 많은 플레이어들이 구석구석 다 찾아다녔을 것이다.”
“하긴 아직 미개척지역을 제외하고는 플레이어들이 다 다녔겠지.”
“그럼 그리고 지금 진짜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은 메인 퀘스트를 하지 않고 산타나 왕국으로 다들 넘어갔어.”
“그래? 왜, 메인 퀘스트를 하면 보상이 엄청날 텐데.”
“그건 나도 모르지. 다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퀘스트를 받아 넘어간 플레이어도 있고, 모험을 위해서 넘어간 플레이어들도 있지. 그리고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산타나 왕국은 미개척지니 사냥터를 선점하여 빠르게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 넘어간 플레이어들도 많다고 해.”
“음.”
“이제 에피소드1 이잖아. 뮤라스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었다고 말을 했으니 랭커들은 훗날을 생각한 거지. 그리고 첫 에피소드에서 좋은 아이템을 준다고 해도 미개척지에서 동급의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거지.”
진혁은 봉수의 말을 들으니 살짝 구미가 땡겼다.
‘나도 넘어갈까? 아니, 아니지. 그래도 두라스 왕국은 다 다녀 본 후에 산타나 왕국으로 넘어가야지.’
“그런데 형은, 형은 안 넘어가?”
“난 아직 레벨도 약하고 아이템이 약해서 두라스 왕국에서 플레이어 레벨 업 하는 영상 몇 개 만들면서 아이템 맞춘 후에 넘어가려고.”
진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봉수에게 줄까도 생각하였지만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언제 넘어가지.”
“레벨이 얼마인데.”
“289레벨.”
“야,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네가 게임을 한 시간이 얼마인데 아무리 게임을 못하다고 하지만 289레벨은 아니잖아.”
봉수는 진혁의 레벨을 듣고 잔소리를 하였다. 진혁은 봉수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웃었다.
“할 말만 해. 형, 이게 현실이랑 너무 달라. 그리고 내가 고통 지수를 100%로 설정을 해서 맞으면 진짜 아프거든.”
“그러니 이 미친놈아 누가 100%로 하래?”
“누가 가르쳐 주지 않으니 내가 알았나? 그리고 난 현실에서는 고통에 둔한 편이니까 게임도 그럴 줄 알았지. 리얼리티라며. 리얼리티!”
“그 리얼리티랑, 이 리얼리티랑 같냐. 하여간 멍청하긴. 머리가 나쁘면 손발, 아니 몸통이 고생을 한다고 하더니 너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그래도 내가 289레벨까지 올렸거든.”
“자랑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나에 웃었다.
“하하하, 오랜만에 이런 대화를 하니 좋다. 형.”
“나도 그래.”
“형, 우리 꼭 성공하자.”
“성공?”
“응, 형은 형 나름대로 계획하고 있는 거 다 이루고, 난 나의 꿈을 이루고.”
“너는 꿈이 뭔데.”
“지금은 챔피언!”
“지금은?”
“어. 그리고 챔피언이 된 이후, 타이틀 방어전을 하고 몇 년 지나 은퇴하겠지. 그런 후에 제 2의 인생을 위해서 그때 또 다른 꿈을 꿔야겠지.”
격투기 선수들은 은퇴 시기가 일반 운동선수들보다 더 짧아 은퇴 이후에 많은 시간을 허투로 보내는 이들이 많이 있다.
“너라면 잘 할 거야. 다른 놈들은 망해도 진혁이 너는 꼭 성공할 거야. 그건 내가 보증을 할 수가 있지.”
“정말이지.”
“그래. 우리 모친의 유언이 보증을 서지 말라는 거였는데 다른 사라은 몰라도 너는 내가 보증을 설 수 있다. 그러니 너하고 싶은 다 해.”
“취했어?”
“안 취했어. 아직 소주 한 병을 더 마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병 더?”
“술은 그만 마시고, 고기 좀 더 시켜 먹자. 미국에 있을 때, 제일 먹고 싶은 것이 이 냉삼이었어. 미국은 왜, 이걸 안 파는지 몰라.”
“몰라?”
“어. 몰라.”
“그건 말이지. 며느리도 몰라. 하하하!”
진혁은 봉수가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모, 여기 냉삼 5인분만 더 주세요. 소주 한 병이랑.”
*
“그래서 우리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고?”
“체육관 사람들이 운동하는 건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조용히 운동만 하고 가겠습니다.”
“애들이 시비 걸고 그러면? 진혁아, 스파링 상대로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가 너야. 그걸 알고 있는 애들이 널 가만히 두겠어? 하루가 멀다 하고 스파링해달라고 조를 텐데.”
진혁은 체급 차이가 많이 나면 어쩔 수 없지만 한두 체급이 높은 선수들과도 충분히 스파링을 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운동하는 선수들 중에서 가끔 인성이 덜 된 놈들이 있어 상대를 디스하여 시비를 걸곤 하는데 진혁이 자신의 체육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걸 염려하여 말하였다.
“도현 선배, 허락 없이는 스파링을 하지 않겠습니다.”
“애들이 시비를 걸어도 참을 수 있겠지?”
“괜찮습니다.”
“그럼 편할 때 와서 운동해. 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에는 네가 자리를 좀 피해 줘.”
“시간만 말씀해 주십시오.”
“저녁 시간. 7시부터 직장인들이 오는데 6시까지는 언제든지 와도 상관없어. 아니다, 너 불편하면 새벽에 와서 운동하고 가라. 물론 정리는 깔끔하게 해 놓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고맙기는 너 최선배에서 팽 당한 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최 관장님이랑은 끝까지 갈 인연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도 지금은 좋은 스폰서도 얻고 계약도 했으니 머지않아 시합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약을 했다고? 매니지먼트 계약?”
“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밝힐 단계가 아니라서.”
“그래?”
“네. 비밀엄수 조항이 있습니다. 아직 매니지먼트가 정식으로 출범한 것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럼 신생 매니지먼트야?”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신생 매니지먼트라는 말에 도현은 진혁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UFC 페더급 챔피언이 나올 수도 있었는데. 정치질 때문에 좋은 선수 하나 그냥 잃게 생겼군.’
도현은 신생 매니지먼트라는 선입견 때문에 진혁이 UFC무대에서 뛰는 걸 보려면 적어도 몇 년은 흐른 후가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 UFC에서 뛰면 그 결과는 뻔했다. 그런저런 선수로 경기를 뛰다 35세가 넘어가면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하여 38세쯤에 은퇴를 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격투기 선수가 40세가 넘어서 세계최고의 무대에서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40세가 넘어서도 격투기를 계속하고자 하면 결국 하부 격투기단체로 내려와야 하고, 종합격투기가 아닌 입식 타격격투기 선수로 전향을 하여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38세를 전후로 은퇴를 하기에 진혁도 그때쯤이면 은퇴를 할 것이라 생각을 하니 최달수가 너무나 얄미웠다.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서 한 선수의 인생을 망쳐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였다.
“체육관에서 연습하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들어보고 필요하다 싶으면 구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는, 진혁아.”
“······!”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그리고 최 관장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똑똑히 알려 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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