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을 배우고 싶습니다.
“뭐, 또 당했다고!”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어떤 놈에게 당했는지 길드원들은 얼굴도 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뭐?”
베니스 신전 지하 사냥터를 통제하고 있는 디스트로이드 길드의 남부지역 지부장인 체르니는 길드원의 보고에 짜증이 났다.
“어떤 새끼인지도 모르고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엄청난 고레벨이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고레벨이 여기를 왜 와.”
“그건 저도··· 혹시 룬 석 때문에 온 것이 아닐까요?”
“20레벨 이상 차이나면 몬스터에게 아이템을 얻을 수 없다는 거 몰라?”
몬스터 레벨이 높은 건 상관이 없지만 몬스터 레벨이 낮으면 경험치를 비롯하여 아이템 나오는 확률에 어느 정도 제약을 두고 있었다.
10레벨 이상 차이가 나면 몬스터에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20레벨 이상 차이가 나면 경험치는 물론 아이템을 아예 얻을 수가 없도록 설정이 되어 있었기에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곳이라고 해도 고레벨의 플레이어가 20레벨 차이가 나는 사냥터에서 사냥은 하지 않는다.
이는 고레벨의 플레이어가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곳에서 몬스터를 학살하면서 저레벨 플레이어들의 사냥을 방해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였다.
“고레벨의 플레이어에게 당했다면 아이템은 잃어버리지 않았겠군.”
“그런데 그게······.”
체르니는 불길한 표정으로 길드원인 반송장을 보았다.
“뭐?”
“다 털렸다고 합니다.”
체르니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여 반송장을 보았지만 그의 눈빛은 제대로 전달을 하였다는 눈빛이었다.
“미치겠군.”
길드에서 지원받은 세트 아이템 10세트 중에서 앞전에 절반을 잃어버렸고, 이번에 또 잃어버려 10세트를 모두 잃어버렸다.
아이템을 잃어버렸으니 또 길드 마스터에게 들을 잔소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그럼 고레벨이 아니라는 말이잖아. 가만······.”
지난 날 자신이 당했을 때를 떠올렸다.
“혹시 흑마법사가 숨어서 공격한 거 아니야? 스켈레톤 소환해서?”
“스켈레톤에게 당한 길드원들도 있습니다.”
“이 시X, 그 놈이다.”
“네에?”
“저번에 아이템을 털어 먹고 간 놈!”
체르니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둘러 베니스 신전으로 가기 위해서 2층 길드 휴게실을 나와 검사 길드를 나섰다.
“입구 봉쇄했지?”
“일단 해 놓았지만 귀환스크롤을 이용하면 저희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알았어. 일단 가자!”
체르니는 반송장과 함께 베니스 신전의 지하로 갈 수 있는 우물에 도착하였는데 사람들이 잔득 모여 있었고, 한 사람과 길드원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커어어억!”
길드원들은 사내의 주먹과 발길질에 버티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날아가 바닥을 굴렀고, 잠시 후 죽어버렸다.
사내는 길드원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주워 챙기는 모습에 체르니가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었다.
“이 시X 새끼가 겁 대가리를 상실했나,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말을 하려다 상대의 주먹이 눈앞에서 엄청나가 크게 확대가 되었다.
“커어억!”
뇌가 울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체르니는 그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퍽··· 퍽··· 퍽··· 퍽······.
양손으로 자신의 뒷목을 잡고 끌어당기며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하는데 제대로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사내의 발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정확하게 강타를 하자, 엄청난 고통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뒤이어 날아오는 사내의 발등을 피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퍼어억!
강력한 발차기에 주변이 어둠으로 물들며 시스템 알림이 전달되었다.
-죽음으로 인해서 페널티가 적용 됩니다.
-1레벨이 다운 됩니다.
-다운된 레벨만큼 스텟이 소멸됩니다.
-착용중인 아이템 +5붉은 휘장의 장갑을 떨어뜨렸습니다.
-착용중인 아이템 +5붉은 휘장의 신발을 떨어뜨렸습니다.
-10초 후에 두라스 왕국의 펠리 전진기지로 이동됩니다.
‘빌어먹을······.’
“와아아아!”
어둠 속에서 플레이어의 환호성을 들어야 했다.
*
진혁은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정령사 길드인 푸른거탑을 찾았다.
정령사 길드는 일반적인 건축물이 아닌 거대한 나무속에 길드를 꾸며 놓았는데 누가 봐도 여긴 정령사 길드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령사 길드의 입구는 다른 길드와 달리 개방이 되어 있었다.
진혁은 길드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았는데 길드 안의 내부는 다른 길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안내 데스크가 있고, 길드원이 행정적인 업무를 보는 데스크가 1층에 있었고, 2층은 휴게실과 다른 층으로 갈 수 있는 워프가 있었다.
진혁은 1층 안내데스크로 가서 물었다.
“알리 마법사님의 심부름으로 옵티마 장로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옵티마 장로님을요?”
“그렇습니다.”
“여기 방명록을 작성해 주시고. 용병패를 보여주시겠어요?”
진혁은 용병패를 꺼내어 안내원에게 보여주며 신분을 증명함과 동시에 방명록을 작성하였다.
“2층으로 가셔서 워프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6층 601호입니다.”
“감사합니다.”
진혁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 워프를 이용해 6층으로 이동하였다.
601호 앞에 도착하여 노크를 하니 문이 절로 열렸는데 실루엣처리를 한 것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여성의 모습을 한 정령이 진혁은 맞이해 주었다.
“알리 장로가 보내었다고?”
“그렇습니다. 여기 연구 일지를 장로님께 가져다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진혁은 연구 일지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옵티마에게 주었다.
-퀘스트 알리의 부탁을 마칩니다. 보상으로 명성이 5만큼 오릅니다.
연구 일지를 받아 읽어보는 옵티마의 표정이 조금 변하였다. 그러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혁을 보았다.
“전혀 티가 안 나는군.”
“네에?”
“수술한 자국이 안 보인다고.”
연구 일지에 진혁이 키메라는 사실을 알리는 대목이 있었는지 옵티마는 진혁을 한참을 살피더니 정령을 불렀다.
“레일리, 네가 이놈 몸속에 들어갔다 나오렴.”
그 순간 정령이 진혁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가 튕기듯 나왔다.
정령 레일리는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진혁의 사령이 깃든 마력으로 인해서였다.
“허허, 너도 느꼈구나.”
정령은 옵티마에게 다가가서는 뭐라고 말을 하였는데 진혁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허허, 그래. 그래. 알았으니 그만 하자구나.”
옵티마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였다.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나의 부탁하나 들어 주겠나?”
“부탁이라고 하심은?”
“한 달 전에 길드의 정령사들이 하르헨 습지 조사를 나갔는데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네.
퀘스트: 아르헨 습지에서 실종된 정령사 길드원의 상황을 알아보자.
설명: 최근 아르헨 습지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에 정령사 길드를 비롯한 여러 길드에서 길드원들을 보내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르헨 습지로 가서 정령사 길드의 길드원들을 찾아보자.
몽크 길드에서 받은 퀘스트와 같은 퀘스트였다.
“다른 길드에서도 조사원들을 보낸다고 하였으니 이미 출발하였을지도 모른다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어려움을 당하거든 이걸 사용하게.”
옵티마는 진혁에게 귀환 스크롤을 한 장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부탁하네.”
진혁은 인사를 하고 옵티마의 방을 나왔다.
워프를 타고 2층으로 내려온 진혁은 휴게실에서 지도를 펼쳐 보았다.
아르헨 습지가 있는 곳은 어둠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아직 진혁이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다행이 퀘스트 지역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 아르헨 습지를 찾아가는 건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두 길드에서 의뢰를 받았으니 일단 여기를 찾아가면 되는데, 앞서 파견한 길드원들이 모두 행방불명이 되었다면 결코 쉬운 퀘스트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경험에 미루어보면 연계 퀘스트가 뜰 가능성이 높았다.
“포션이랑 준비해서 내일 출발해야겠다.”
진혁은 잡화상점에 들러 체력 포션, 마나 포션, 해독제와 해열제, 그리고 붕대를 비롯하여 임시 응급 상황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였다.
물건을 구입한 진혁은 자신이 거금을 주고 산 집으로 향했다. 저택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자신의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창고에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들을 넣어 둬야지.”
진혁은 창고로 가서 나중에 키메라를 만들 재료들을 꺼내어 정리를 해 두었다.
5서클의 마법사가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 놓으면 제법 좋은 녀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소환수와 달리 키메라는 성장형이니까 만들 때 잘 만들어야지 후회가 없겠지.”
창고에 재료들을 정리해 둔 후에 집 안으로 들어왔다.
간이천막에서 지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늑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집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할 것 같은데.”
자신의 대륙을 모험하러 다녀야 하니 저택에 있는 시간보다는 밖에 나돌아 다닐 시간이 많으니 아무래도 관리인을 구해 집을 관리하면 나중에 팔 때도 더 좋은 값에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아르헨 습지에 다녀와서 생각을 해 보자.”
*
인더스의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온 진혁은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잠깐 동안의 여운을 즐기려는 듯 눈을 감고 앉아 있다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 후에 캡슐에서 일어나 나왔다.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어 먹을 것이 있나 살펴보더니 대충 이것저것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레슬링을 조금 더 배워야겠어. 양종국 선생님을 찾아가서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수련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번에 UFC대회에서 느낀 건 아직 자신은 세계에서 통할 만큼의 그래플링 실력을 지니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르틴에게 트라이앵클 초크를 당해 패할 뻔 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 자신은 그래플러를 상대함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진혁은 양종국을 찾아가기 위해서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여 수염을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옷도 평상시 운동복이 아닌 예의를 갖춰 차려 입었다.
그런 후에 평소에는 차를 잘 타고 다니지는 않지만 조금 먼 곳까지 가야 했기에 승용차를 운전하여 양종국이 운영하고 있는 체육관을 찾아갔다.
양종국은 강북 삼양역 근처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진혁은 그의 체육관을 찾아가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아, 진혁 선수. 어서 와요. 시합 잘 봤어요. 정말 화끈한 시합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체육관에 있던 관원들도 진혁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그런데 진혁 선수가 여길 어쩐 일로?”
“선생님게 레슬링을 조금 더 배우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저에게요?”
“이번 시합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레슬링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싶습니다.”
양종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 선수에게는 레슬링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배워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을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요. 대신 제가 진혁 선수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는 못해요. 우리 체육관은 대학을 목표로 운동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들을 중점으로 해야 하거든요.”
“괜찮습니다.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