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는 돈 벌기 쉬운데 현실에서는 왜, 이리 어려울까.
진혁은 로드만 수적들을 퇴치한 후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함선 다섯 척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다섯 척의 배에 노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을 태운 후, 그들의 섬을 떠나 피르만 영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너는 정말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떻게 그 많은 수적들에게 둘러 싸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싸울 수가 있어.”
“그냥 생각이 없는 거지. 눈앞에 몬스터가 있으니까 싸우는 거고. 그리고 피란체바와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길 수도 없었어. 너희들이 곁에 있으니 믿고 내가 싸울 수가 있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여간 너 정말 대단하다. 내 인생에 널 친구로 둔 걸 최고의 선택이라 말하고 싶어.”
“닭살 돋게 왜, 그래.”
프라다는 진혁을 칭찬하면서 그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하였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고, 또 조금씩 메인 퀘스트에 다가갈 수가 있어서였다.
뿐만 아니라 레벨도 3레벨이나 올릴 수가 있었는데 그 많은 수적들을 두 사람이서 다 처리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혁이 너 이제 레벨이 얼마야?”
“270레벨.”
“레벨을 많이 올렸는데도 나랑 50레벨이나 차이가 나네. 아직 파티를 할 수가 없구나.”
프라다는 조금 아쉬운 듯 말을 하였다. 파티만 가능해도 자신이 진혁을 도와 줄 수 있는 일이 많아서였다.
“나도 열심히 하니까 레벨의 차이는 좁혀질 거야.”
“그렇겠지. 함께 사냥하면 정말 재미가 있을 것 같아.”
프라다의 말에 진혁은 피식 웃었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 재미난 모험을 할 테니까.”
“그렇겠지. 난 이런 게 참 좋아. 하나의 일을 끝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을 할 수가 있다는 참 좋아. 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거든.”
“그건 나도 그래. 조금씩,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그런 기분이나 느낌을 좋아하거든. 지금처럼 우리가 메인 퀘스트에 조금씩 접근해 나가는 것처럼 말이야.”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피란체바는 선박의 마스터 위에 설치된 망루에서 바람을 조종하며 배가 사고 없이 피르만 영지로 가도록 하는 중이었다.
-저기 영지가 보여.
피란체바가 높은 곳에서 영지가 보인다고 진혁에게 알려왔다.
“곧 도착하니까 넌 노예들을 인도해서 얀센 자작을 만나. 그럼 명성이랑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넌?”
“이 퀘스트는 너의 퀘스트잖아. 그러니 난 됐어. 그리고 내일은 페르치 영지의 수적단을 처리하러 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페르치 영지에서 일찍 보자.”
“고생은 네가 다 했는데.”
“괜찮아. 너에게 얹혀사는 걸로 퉁 치지.”
“그럼 그렇게 해. 그냥 너의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사용해.”
“알았어. 안 그래도 편하게 잘 있으니까 걱정 마.”
“영지에서 내리면 넌, 어디로 갈 거야?”
“난 페루산디스 백작령에서 헤리안 상인회의 로드리안 백작을 만날 거야. 거래할 것이 있거든.”
“그럼 내일 보자.”
“혹시 모르니 케빌로스 길드 놈들 조심하고.”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잠시 후 배가 피르만 영지의 선착장에 도달하였고, 진혁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두에서 내려 페루산디스 백작령으로 가기 위해서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진혁은 가는 도중 기사들과 병사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았는데 아마도 수적들의 함선이 부두에 접안 하였으니 이들이 나서는 모양이었다.
“앞으로는 몬스터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어.”
진혁은 몬스터의 특성을 이용해서 수적들을 처리한 후에 그들이 가진 재물을 무한주머니에 챙겼는데 다섯 척의 함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몬스터의 특성이 어떻게 자신에게 적용이 되는지 확실하게 알 수가 있었다.
프라다는 고생은 진혁이 하고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하였지만 진혁은 많은 보상을 스스로 챙겼다.
그리고 함선을 헤리안 상인회이 로드리안 백작을 만나 임대를 해 주면 매달 돈이 입금이 될 터이니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다른 수적의 함선을 빼앗아 대여하는 것만으로 한 달에 몇 천은 벌 수 있으니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는 건 말도 안 되지.”
진혁은 피르만 영지의 광장 분수대 앞에 있는 워프 게이트를 타고 페루산디스 백작령으로 이동을 하였다.
진혁은 광장에서 가판을 깔고 아이템을 비롯하여 스킬북과 제작 재료, 연금 재료를 사고파는 플레이어들 사이를 쭉 훑어보았다.
“어?”
진혁은 그들 사이에서 스킬북, 정확하게는 마법서를 파는 한 플레이어를 발견하고 그에게 가서는 그가 파는 마법서 두 권을 샀다.
“이걸 못 구할 줄 알았는데.”
마법서는 다름 아닌 날씨변환 마법서인 레인과 윈드였다.
두 권의 마법서를 착한 가격에 살 수가 있어 나름 만족할 수가 있었다.
“이제 배를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네. 피란체바가 알면 좋아하겠다.”
피란체바는 배에서 내린 후에 정령계로 놀러 갔다.
이런 걸 보면 피란체바는 다른 정령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었다.
“다음에 오면 놀래 줘야지.”
진혁은 광장에 있는 플레이어들 사이를 조금 더 돌아 본 후에 은행으로 먼저 가서는 볼 일을 보았다.
“어서 오세요. 진혁 님.”
“아르미 님도 잘 계셨죠?”
“저야 늘 좋은 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네. 돈을 좀 맡기려고 왔어요. 그리고 아이템 몇 가지랑.”
아르미는 활짝 웃으며 진혁의 일을 도와주었다.
“아이템은 경매로 파실 건가요?”
“그렇게 해 주세요. 기간은 한 달로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드리안 상인회에서 진혁 님의 투자에 대한 배당금이 입금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입금이 되었죠?”
“오천 골드입니다.”
오천 골드면 현금으로 계산하면 50만원에 해당되는 돈이었다.
인더스 세상의 시간으로 한 달에 한 번 정산을 받는 배당금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현실과 시간이 3대1일이니 그럼 한 달에 150만원을 버는 셈이네. 이건 연금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아르미 님, 저의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죠?”
“지금 진혁 님의 계좌에는 사천육백사십이만 사천팔백삼십팔 골드가 있습니다.”
“아드리안 상인회에 제가 투자한 돈을 얼마죠?”
“오천만 골드입니다.”
진혁은 여기에서 손해만 보지 않으면 노후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게임에서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으면 현실에서는 돈 걱정 안하고 죽어라 운동만 하면 되겠구나.’
자신이 이렇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하였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그렇게 게임을 못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을 하였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진혁 님께서 저희 은행과 거래를 해 주시는 덕분에 VVIP 고객님들께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은행도 많은 수익을 남길 수가 있습니다.”
“그런가요?”
“네. 그러니 저희가 진혁 님의 소중한 재산을 안전하게 보장하고, 지킬 것이니 계속해서 저희 은행과 거래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할게요. 도와 주셔서 고마워요. 다음에도 또 도움을 부탁할 때, 도와주세요.”
진혁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은행 업무를 마친 후에 은행을 나왔다.
그 다음에 들른 곳은 보석상이었다.
수적들에게서 털어 온 보석과 장신구들을 보석상에서 처분할 생각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보석이랑 장신구를 좀 팔려고요.”
“그래요? 어디 한 번 볼까요.”
“양이 조금 많아요.”
“그런가요? 다 파실 건가요?”
“보석상에서 구입을 해 주시면 다 팔 생각인데 일단 한 번 보세요.”
“그렇게 해요.”
진혁은 무한 주머니를 꺼내어 바닥을 향해 뒤집자, 무한 주머니 안에서 보석과 장신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허억!”
보석상의 주인은 보석과 장신구의 양을 보고 놀라 입을 벌리고 바닥에 쌓인 보석과 장신구를 보았다.
“이걸 다 파신다는 말씀입니까?”
“네. 매입을 다 할 수 없으면 다른 곳에 맡길 생각입니다.”
“다른 곳이라면······.”
“지금 헤리안 상인회의 로드리안 백작님을 만나야 하는데 그 분께 보석과 장신구도 취급하느냐고 물어 보고 취급하시면 그 분께 팔아도 되니 말입니다.”
“헤리안 상인회도 분명 좋지만 저희 보석상이 더 좋은 가격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전량 매입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해서 말입니다.”
“음···, 얼마나 걸리죠? 로드리안 백작님을 만나야 하는데.”
“보석들을 감정하고 가격을 정하고 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죠.”
보석상의 주인은 보석상의 직원들을 불러 진혁이 쏟아낸 보석들을 분류하고 감정하는 일을 맡겼다.
“이거 한 잔 하면서 기다리세요.”
점원이 차를 가져다주었고, 진혁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보석상의 주인의 말대로 직원들이 나서서 일을 하자, 빠르게 보석들이 정리가 되었고, 주인은 정리된 보석들의 가격을 장부에 기록하였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진혁이 가지고 온 보석과 장신구들의 분류가 끝나고 보석장의 주인은 진혁에게 보석과 장신구의 가격을 말하였다.
“모두해서 백삼십만 골드에 저희 보석상에서 매입을 하겠습니다.”
백삼십만 골드라면 그리 나쁜 건 아니라 생각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진혁은 보석상의 주인에게서 그 돈을 받았다.
“좋은 거래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 거래였습니다. 다음에도 보석을 가지고 오면 매입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일주일 안에는 힘듭니다. 저희도 이걸 팔아서 현금을 마련해야 하니 말입니다.”
“기한은 맞출 수가 있습니다. 다름 다음 거래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히려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그럼 전 로드리안 백작님을 만나 봐야 해서.”
“어서 가십시오. 백작님을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 말입니다.”
진혁은 인사를 하고 보석상을 나왔다. 서로가 만족하는 거래를 하여 제법 기분이 좋은 듯 미소가 지어졌다.
“게임에서 돈을 이렇게 쉽게 벌수 있는데 현실은 왜, 힘이 들까. 그걸 모르겠네.”
진혁은 자신이 말을 해도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고는 로드리안 백작을 만나러 헤리안 상인회의 본부를 찾아갔다.
헤리안 상인회의 본부는 영지의 중앙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클래스 길드와 같은 라인에 있는 큰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로드리안 백작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약속은 하셨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번 상인회 모임에서 저에게 함선을 대여해 줄 수 있는지 의뢰를 하여 그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누구라고 말씀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진혁입니다.”
“아, 당신이 진혁 님이셨군요. 명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산적들과 수적들을 퇴치하여 준 덕분에 상인회에서 아주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진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말을 하였다.
“그저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 노력이 결코 쉬운 건 아니지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안에 기별을 넣겠습니다.”
그가 로드리안 백작의 집사에게 진혁이 왔음을 알렸고, 집사는 느긋한 걸음으로 진혁에게 와서는 그를 안내하였다.
진혁을 응접실로 안내를 한 후에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 응접실을 나갔다.
진혁은 응접실을 둘러보았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장식들로 응접실을 꾸며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다들 응접실은 화려하게 꾸미던데 로드리안 백작은 허세보다는 실용적인 사람인 것 같구나.”
진혁이 잠시 앉아 있자, 로드리안 백작이 응접실로 들어왔다.
진혁은 그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진혁 님.”
“이렇게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진혁 님을 기다렸습니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로드리안 백작은 진혁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한 후에 자신은 진혁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함선을 구하셨다고요?”
“네. 다섯 척을 구하였습니다. 필요하시면 다섯 척 모두를 백작님께 임대해드리고 싶습니다.”
“잘 되었습니다. 그럼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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