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더니.
진혁이 베르언 수적단을 무찌르고 그에게 잡혀 있던 노예들을 모두 데리고 오자, 나스만 영지에서 큰 환대를 받았다.
-나스만 영지에 영지 노예의 수가 늘어납니다. 영지 노예가 늘어남에 따라 영지의 생산량이 증가합니다.
-나스만 영지에 영지 노예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영지의 생활 기반시설 및, 기간사업이 발전합니다.
-영지의 생활 기반시설 및 기간사업의 발전으로 인해서 영지에 전사 클래스 길드, 마법사 클래스 길드가 들어옵니다.
-나스만 영지에서도 길드 관련 퀘스트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노예를 구해서 오자, 영지의 등급이 한 단계 더 격상되어 이제는 중간 도시 정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정이 바뀌었다.
영지의 관리자인 베록카 자작은 수적들을 소탕하고 노예들까지 구해온 진혁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보상을 주었는데 이는 퀘스트와 상관없는 보상으로 진혁과 프라다는 똑같이 백만 골드를 받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일을 쉽게 하는 모험가나 용병은 없었다네. 영지를 대표해서 노예들을 구출해 준 그대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네.”
-나스만 영지의 영지민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이는 명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나스만 영지의 영지민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지만 이를 시기하는 무리들도 생겨납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얼마든지 시샘을 해라. 나는 상관없으니까. 그나저나 노예가 늘었다고 도시가 발전된다고 하니 정말 현실과 다를 바가 없구나.’
진혁은 자신이 구한 노예들을 보았다.
노예들을 구출하고 영지로 올 때까지 흑마법사라는 자신의 클래스로 인해서 거리를 조금 두었던 터라 자세하게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어?”
진혁은 함께 서 있는 보았다. 그 자매의 얼굴에서 자신의 저택에서 일을 하는 알비스와 예냐의 모습이 겹쳐서 떠올랐다.
“저기 자작님.”
“말하게.”
“구출한 노예들은 어찌 되는 겁니까?”
“일단 노예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가 되네. 영지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이들은 영지 노예로 생활을 할 것이고, 영지 노예가 아닌 개인의 노예로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노예상인을 통해서 개인에게 팔려갈 것이네. 하지만 대부분 영지의 노예로 남을 것이네.”
“노예의 신분이 아닌데 수적들에게 잡혀 노예가 되어도 그렇습니까?”
“우리가 이들의 신분을 확인할 수가 없으니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 할 것이네. 다만 이들 중 귀족이었던 자가 있다면 알고 있는 사람, 혹은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말을 하겠지. 그럼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한다네.”
“그렇군요. 혹시 저도 노예를 살 수가 있습니까?”
“자네가 노예를?”
“실은 제가 루드산포드 백작령에 저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에 일을 하는 노예 가족이 있는데 두 딸과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런데 저기 두 자매의 모습에서 아비인 알비스와 어미인 예냐의 얼굴을 볼 수가 있어 혹시 그들의 큰 딸과 작인 딸이 아닐까 하여 이리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자네가 구하였으니 내가 그 정도는 배려해 줄 수가 있네. 두 아이에게 물어 보고 정말 그들의 딸이 맞으면 데리고 가게.”
“아, 감사합니다. 자작님!”
“감사는 자네가 우리 영지를 구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그 정도도 못해주겠네.”
진혁은 베록카 자작의 허락을 받은 후에 두 자매에게로 갔다.
두 자매는 진혁이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두려운 시선으로 보았다.
“이름은?”
“라오스입니다.”
“라오스? 이스라가 아니고?”
진혁은 이름을 말하면서 그녀의 표정을 살폈지만 변화가 없었다.
‘닮은 사람이구나.’
“너의 이름은?”
“아네스입니다.”
“너희들은 자매야?”
“네. 제가 언니이고 아네스가 동생이에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알비스, 예냐 부부의 큰딸, 작은 딸이 아니라도 데리고 가서 알비스와 예냐와 함께 생활하도록 해 주고 싶어 물었다.
“아저씨를 따라가도 노예라는 신분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 밑에서 노예로 생활하는 것보다 나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아저씨랑 같이 갈래?”
아네스가 언니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라오스는 흑마법사인 진혁이 두려웠지만 강하고 자신들을 지켜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생각했어. 아저씨 집에서 일하는 좋은 가족들이 있는데 소개시켜 줄게.”
진혁은 알비스와 예냐 부부의 딸이 아니라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딸을 대신하여 소개시켜 줄 아이들이 생겨 나름 뿌듯함을 느꼈다.
“이야기가 잘 된 것 같은데 이러고 있지 말고 나의 저택으로 가세. 우리 영지의 영웅들을 위해서 내가 거하게 식사를 대접하겠네.”
베록카 자작은 진혁과 프라다를 자신의 저택으로 데리고 갔다.
*
진혁은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에 프라다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갔다.
그의 집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외각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가 있는 대저택이었다.
“너 사용하라고 접속기도 한 대 구입해 놓았으니까 그걸 사용하면 될 거야.”
“고마워.”
“고맙긴. 이왕 이렇게 된 거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해.”
“그렇게 할게.”
“난 회사에 나가봐야 하거든. 저녁에 올게.”
프라다는 진혁을 홀로 두고 출근을 하였고, 진혁은 임시로 쓰는 자신의 방에서 휴대폰을 확인해 보았다.
최승수에게 전화가 몇 통화 왔고, 최달수에게 전화가 한 통화 와 있었다.
봉수와 최상호에게도 한 통화씩 전화가 왔음을 확인하고 진혁은 봉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가지 않아 봉수가 전화를 받았다.
-야, 어떻게 그리 연락도 안 돼.
“게임하고 있어서 그랬지.”
-인더스?
“어. 지금 이탈리아에 있어. 친구네 집에서 며칠 더 쉬었다가 한국으로 들어갈 거야.”
-친구?
“인더스를 하다 사귄 친구가 있어. 관장님은 어때?”
-어쩌긴, 아주 널 잡아먹으려고 환장을 했다. 그리고 나도 체육관 그만 뒀다.
“형이 왜, 체육관을 그만 둬?”
-너도 없는데 내가 체육관에 있어 봐야 뭐 해. 애들 가르치고 코 묻은 돈 버니 차라리 배달하고, 게임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낫지.
“관장님이 형을 보내 줘?”
-그럼 보내주지. 관장님이 나를 책임지지 못할 거잖아. 그리고 한국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데 아주 가관이다.
“언론 플레이?”
-그래. 너를 아주 나쁜 놈으로 만들어 놓았다.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놈으로 말이야.
진혁은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건 아니지. 내가 노력해서 이룬 건데 왜, 관장님이 숟가락을 올리지.”
-우리나라의 부조리가 다 그런 거 아니냐. 하여간 넌 호로 자식이 되었고, 관장은 피해자 코스프레 제대로다.
“그럼 정말 외국에서 프로모터를 알아 봐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한국에서는 당분간은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거야.
“알았어. 내가 최승수에게 전화를 해서 GC엔터테인먼트와도 관계를 정리해야겠네.”
-통화는 해 봐라. 아마 그쪽도 그리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다.
“알았어. 형, 나중에 한국 들어가면 소주나 한 잔 해.”
-그래.
진혁은 봉수와 통화를 끝낸 후에 GC엔터테인먼트의 최승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혁씨, 전화를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고 잠수를 타버리면 어떻게 합니다.
최승수는 진혁에게 그 동안의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최 관장님과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 그래요. 서로 의견 조율이 안 맞은 거죠. 그리고 방송이 그렇게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거든요.”
-아, PD에서 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PD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을 하고 진혁 씨를 만나 오해를 풀었으면 합니다.
“오해는 무슨, 젊은 혈기로 일어난 일인데요.”
-국제 발신인 걸 보면 외국에 나가 있는 건가요?
“네.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다시 나누죠. 방송에 부담이 있으면 방송 출연 조항은 삭제를 하겠습니다.
최승수, 아니 GC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는 진혁이 아주 우수한 고객이었다.
그는 흥행을 이어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고, 계속해서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진혁을 놓친다는 건 GC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진혁에게 뭐든 맞춰 줄 생각이었다.
그런 후에 하나씩, 하나씩 부탁을 하면 자연스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할 수가 있으니 GC엔터테인먼트이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보는 것이 없다.
“며칠 있다가 한국에 들어가면 그때 뵙죠.”
-그리하시죠. 한국에 오시면 전화를 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진혁은 최승수와 통화를 끝낸 후에 최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마, 너 지금 어디냐?
“이탈리아. 형은 큰 문제없죠?”
-문제가 왜, 없어. 너 때문에 체육관이 엉망이 되어버렸는데.
“그게 왜, 나 때문이에요.”
-네가 그 깽판을 치고 나갔으니 관원들이 가만히 있겠냐? 다른 체육관을 간다는 거 억지로 잡아 놓고 있는데.
“방송 나가면 또 관원들 많이 들어 올 거잖아요.”
-그거 하고 같아? 그리고 봉수도 그만 뒀어.
“봉수 형이랑은 방금 통화를 했어요.”
-하여간 얼른 한국으로 들어와서 수습을 해. GC에서 너를 얼마나 욕하는 줄 알아.
“GC에서요?”
조금 전 통화를 하였는데 그런 이야기를 없었다.
-그래. GC에서 언론에 보도자료 다 뿌리고 관장님 부추겨서 너를 천하의 호로 자식으로 만들어 놓았잖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도 마라. 최승수 그 놈이······.
최상호는 최승수가 그 동안 어떻게 하였는지 진혁에게 소상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게 사실이에요? 조금 전에 통화했을 때는 그런 이야기 없던데. 간, 쓸게 다 빼줄 것처럼 말하던데요.”
-인마, 너 같으면 당사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겠냐?
듣고 보니 그랬다.
-그래서 나쁜 놈이 아니냐. 하긴 최승수 그 사람도 그리 하고 싶어 했겠냐?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리 한 것이겠지.
진혁은 최상호의 말에 최승수란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군요.”
-최승수 그 놈이 뭐라고 하던데?
“일단 한국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던데요. 방송 출연에 부담이 생기면 그 조항을 빼준다면서 말이에요.”
-그놈 말 너무 믿지 마라.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놈들이니까. 그 놈들이 최관장님한테 바람 넣어 너를 그리 몰아붙인 거잖아.
“알았어요. 형, 고마워요. 그런데 형은 관장님이랑 계속 있을 거예요?”
-그럼 내가 어디를 가. 알고 보면 관장님도 피해자인데.
“그래요. 알았어요. 나중에 한국 들어가면 소주나 한 잔 해요.”
-그래. 그러자.
진혁은 최상호와 통화를 끝내고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열 길 물속을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더니.”
진혁은 엘리스 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한 번 물어 볼까. 정말로 나 데리고 가 줄 수 있는지.”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진혁도 갑갑함이 밀려왔다.
“그냥 하는 말이겠지.”
뮤라스에서 아직 인지도가 낮은 자신을 데리고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하였다.
“일단 며칠 쉬면서 이 문제를 두고 생각해 보자.”
진혁은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을 하여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기사가 많이 올라왔는데 봉수의 말대로 희대의 호로 자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피곤하겠는데.”
자신이 아니라고 변명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어 줄까 싶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나 혼자 바보 되는 건데. 프라다 오면 한 번 물어 봐야겠어. 이쪽으로는 나보다 그 친구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일단 짐 정리를 한 후에.”
짐이라고 해 봐야 가방 하나에 들어가 있는 옷가지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가방을 한쪽에 던져두는 것보다는 정리를 해 두는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좋으니 일단 짐 정리를 한 후에 침대에 누웠다.
갑갑한 마음에 진혁은 한숨을 쉬다가 손에 든 휴대전화로 엘리스 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진혁 님.
엘리스 강의 목소리가 아닌 AI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엘리스 강은 많이 바쁜가 봐요.”
-아닙니다. 인더스에 접속해 계십니다. 저는 엘리스라고 합니다. 마더의 인공지능 컴퓨터입니다.
“아.”
-엘리스라고 편하게 부르시면 됩니다.
“엘리스, 그래요. 앞으로 그렇게 부를게요.”
-그런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걱정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최근 진혁 님의 한국 언론에 안 좋은 소문들이 노출 되어 있던데 말입니다.
진혁은 흠칫하였다.
“엘리스가 그런 것도 알아요?”
-마더의 휴대전화에 입력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금씩 알아보는 편입니다.
“아, 그렇군요.”
-하지만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언론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러하듯 일반적인 한 쪽의 이야기만을 보도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답답하잖아요. 한국에 들어가면 난 나쁜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정정 보도를 내시면 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희 뮤라스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지부가 있고, 진혁 님께서 계약 문제로 골치가 아프시면 저희 뮤라스와 계약을 하신 후에 저희 법무팀이 나서서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엘리스 강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난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마더는 없는 말을 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업적으로 수완이 뛰어나신 분이라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분을 하십니다. 아마도 마더께서 진혁 님께 그러한 제안을 하셨다면 아마도 진혁 님의 상품 가치를 알아보고 제의를 하였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제가 수많은 데이터를 뽑아 비교 분석을 해 봐도 진혁 님의 상품 가치는 뛰어납니다. 그러니 GC엔터테인먼트에서도 진혁 님과 다시 계약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도 알아요?”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진혁님의 이야기가 많이 노출이 되면 그만큼 진혁 님의 선택지는 줄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음······.”
-외국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특히 더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그럼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진혁 님의 상황이 그런 상황입니다.
“그럼 엘리스 혹시 지금 나의 상황에 대해서 어드바이스를 해 줄 있어요?”
-물론입니다. 지금 진혁 님께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