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재미 있었다.
“독한 놈.”
“그러니 성공하는 할 수 있는 거지.”
진혁의 체육관 선배이자,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최상호와 김봉수가 대화를 나누었다.
“진혁이가 성공을 한 건 아니잖아.”
“왜, 아니야. 더 원의 페더급 챔피언인 페리 로산드도 진혁과 붙기를 거부하는데.”
“그건 아니지. 진혁이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 커리어가 안 되니까 로산드가 대꾸도 안 하는 거지.”
“그게 그거지. 자신 있으면 붙어서 이기면 되잖아. 자신이 없으니 다 피하잖아. 피어슨을 봐, 그 새끼는 진혁이랑 싸우기 싫어서 체중 불려서 월반 했잖아.”
한때, 더원의 페더급에서 랭킹 9위에 링크 되어 있던 피어슨이 한 단계 위 체급인 라이트급으로 전향해 그가 진혁과 붙기 싫어서 그랬다는 루머가 한국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피어슨의 경우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자신이 페더급에서 빛을 볼 수 없다고 판단을 하여 한 체급을 올렸을 뿐인데 이게 와전이 되어 이러한 소문이 나돌게 되었다.
“쓸데없는 말 좀 하지 마요. 애들이 정말이라고 믿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혁이는 훈련을 언제 끝난대요?”
“곧 끝내겠지. 보통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하니까 한 30분 있으면 마치겠네. 근데 왜?”
“왜긴요. 같이 고요한 샘의 지하에 있는 던전에 사냥가려고 그러는 거죠.”
그 말에 최상호가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왜요?”
“진혁이 레벨이 29레벨인가 그런데 사냥은 무슨······.”
“네에? 아니 3년 동안 뭐 했대요?”
“낸들 아냐? 이런저런 수련을 했다고 하던데 저놈이 현실에서는 잘 싸울지 몰라도 게임은 영 젬병인 것 같더란 말이지. 같이 사냥할 거란 기대는 접어. 속이 뒤집어질지도 모르니까.”
“저렇게만 움직이면 웬만한 몬스터 다 때려잡겠는데···, 게임에는 그게 안 되나?”
“스킬과 마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싸움만 잘하면 뭐해? 레벨이 높고, 스탯이 높아야 몬스터도 잡고 그러지. 아이템도 마찬가지. 이제 29레벨짜리가 좋은 아이템을 착용하면 얼마나 좋은 걸 착용하겠어?”
그 말에 봉수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럼 다른 원정대에 들어가서 칼로파를 잡으러 가야겠네요.”
“그렇게 해. 그리고 당분간은 게임 이야기하지 마. 관장님이 들으면 노발대발 할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혁이에게도 알리지 말고 그냥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갑니다.”
봉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체육관을 나가버렸다.
“링 위에서 싸우는 걸 보면 게임에서도 혼자 씹어 먹을 것 같은데··· 참, 사람 일은 모를 일이네.”
선배는 링 위에서 스파링을 하고 있는 진혁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강하게 밀고 들어가. 그렇게 들어가서 진혁이 바지가랑이라도 잡겠냐!”
관장 최달수의 외침에 스파링을 하는 선수가 진혁을 향해 자세를 낮추어 돌진하여 양손으로 허벅지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진혁의 무릎이 올라오며 그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아이고야···, 야, 그렇게 대놓고 들어가면 어떻게 해.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 반격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열을 내는 최달수의 목소리를 듣고 체육관의 최상호는 미소를 지었다.
“신이 난 사람은 관장님뿐이네. 나도 인더스에 접속해서 고요한 샘의 지하 던전에 가볼까?”
*
깊은 바다는 메울 수가 있어도 사람의 욕심은 메울 수가 없다는 말이 있듯 진혁이 칼로파의 거처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인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고요한 샘의 지하 던전을 찾아왔다.
길고 깊은 수로를 통과한 후에 1층의 몬스터를 사냥하고 네임드 몬스터를 죽여야 이층으로 오를 수가 있었다.
약한 플레이어들은 길고 깊은 수로에서 1차로 걸러졌고, 2차는 1층 던전에서 걸러졌다.
그렇게 2층 던전인 칼로파의 거처로 올라오는 플레이어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진혁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싸우는 기술도 많이 늘었고 무엇보다 마법과 연계하여 자신이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익힌 진혁의 격투술에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뒤에서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공격을 하거나 디스펠이나 캔슬 마법으로 진혁이 사용하는 저주마법을 풀어도 이미 진혁이 그의 앞에 나타나 주먹과 발길질, 관절기 등의 기술들을 이용해서 찾아오는 손님, 아니 플레이어들을 처리하였다.
그렇게 플레이어들을 싸우면서 레벨 업도 할 수가 있었다.
진혁이 찾아오는 플레이어들을 잘 쫓아내니 칼로파도 진혁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옳거니, 이제 마법도 곧잘 쓰는구나. 그래, 또 필요한 마법이 있느냐?”
칼로파의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하였다.
싸움도 싸움이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자신의 키메라가 너무나 대견, 아니 이런 유니크 대작을 만든 자신이 너무나 뿌듯해서였다.
“필요한 마법서가 있으면 언제든지 말을 하여라. 내가 없는 것도 구해 줄 터이니. 하하하하!”
진혁은 몰려오는 플레이어들을 처리할 때마다 보상으로 마법서를 받아 익혀 이제는 제법 다양한 흑마법을 익힐 수가 있었다.
개조된 신체와 마나 명상법, 그리고 다양한 마법의 실전 경험으로 인해서 마나 홀의 마나 테가 한 번 꼬이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순한 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마법사로 인정을 받는다는 2서클의 마법사가 된 것이었다.
2서클로 올라서자, 마법의 위력이 상향 되었다. 같은 다크니스 마법을 사용해도 1서클일 때는 1분 동안 시야를 안 보이게 했지만 2서클이 되어서는 1분이 아닌 2분이었다.
패시브 마법은 회복되는 마나의 양이 늘었고, 저주마법은 시간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공격 마법의 대미지까지 늘어나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더욱 상대하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칼로파의 창고에 쌓여 있는 아이템과 서재에 꼽혀 있는 마법서가 주는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익힐 수 있는 마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조금 아쉽네.”
클래스가 다크 피스터라 익힐 수 있는 마법이 흑마법에 한정되어 있고 원소마법이나 신성마법, 정령마법은 배울 수가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뭐, 좋은데 좋은 거라고. 하다보면 되겠지.”
진혁은 좋은쪽으로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현실에서는 훈련을, 게임에서는 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미국이나 다른 먼 나라였다면 일찍 출국을 하여 현지 적응도 하고 외국 파이터들과 스파링도 하며 대비를 하겠지만 일본은 가까운 거리라 시차적응이 필요 없어 시합 3일 전에 출국을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학술 모임에 다녀올 터이니 이곳을 잘 지키고 있거라. 혹여 필요한 마법이 있으면 서재에서 찾아 익히도록 하고.”
칼로파는 리치들의 학술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 자신의 거처를 나서기 전 진혁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자신의 거처를 나섰다.
칼로파가 거처를 벗어나자, 진혁은 곧바로 서재로 가서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 마법서를 빼어 익히려 하였다.
-마나 서클이 부족하여 익힐 수 없는 마법입니다.
“어?”
-마나 서클이 부족하여 익힐 수 없는 마법입니다.
몇 번이고 마법서를 뽑아 익히려고 하였지만 2서클의 수준으로 익힐 수 있는 마법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림에 떡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아씨······.”
진혁은 짜증이 나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인벤토리에 챙겨 넣을까? 생각도 해 봤지만 칼로파가 살아 있는 이상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책장에 마법서를 그대로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클이 올라가야 그에 맞는 마법을 익힐 수가 있단 말이지. 칼로파도 학술회 갔으니 나도 일본 다녀오면 되겠다.”
일단은 관심을 접고 일본으로 출국하여 시합에 집중을 하여 더원 에서 승리를 한 후에 UFC로 갈 것이라 다짐을 하며 접속을 해제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
일본으로 출국을 한 진혁은 일본의 호텔에서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에 접속을 하였다.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는 숙박객들에 대한 서비스로 가상현실게임 인더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접속기를 대여해주고 있었는데 대여비가 조금 비싼 것이 흠이었지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기에 훈련을 마치고 온 뒤에는 세, 네 시간씩 인더스에 접속을 해서 게임을 즐겼다.
시합을 앞두고 무슨 게임이냐고 최달수가 닦달을 하지만 게임이 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걸 직접 경험을 하였기에 진혁 역시 인더스에 접속하는 것만큼 양보하지 않았다.
“알았다. 하여간 시합에서 지기만 해 봐.”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떠오르는 신성이라고 해도 아직 저의 상대는 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진혁의 성실함과 승부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최달수도 믿고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진혁은 인더스에 접속하여 던전에 찾아오는 많은 플레이어들과 싸우면서 PVP에서도 재능을 보이며 각 클래스마다 싸우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자신의 클래스와는 상극인 클래스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었다.
“오늘도 재미있었다.”
MMORPG 게임에서는 레벨을 올리며 모험이라든지, 역할을 나누어 수행하는 퀘스트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진혁은 지금 레벨나 모험보다는 칼로파의 던전을 찾아오는 플레이어들과 싸우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조심해야 할 클래스도 알게 되었다.
“성자 계열의 플레이어들과 정령을 부리는 플레이어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어.”
성자 계열의 성기사, 신성마법사와 같은 플레이어는 진혁과는 완전 상극인 플레이어로 이들에게는 언데드, 악마, 리치, 뱀파이어와 같은 어둠 계열의 몬스터에게 10%에서 최고 30%의 추가 대미지를 줄 수가 있어 진혁에게는 힘겨운 상대이기도 하였다.
정령 마법을 사용하는 정령사들 역시 진혁에게는 힘겨운 상대였는데 정령의 도움을 받는 정령사에게는 자신의 저주 마법이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정령사에게 저주를 걸어도 정령에게는 별다른 충격을 줄 수가 없고, 또 정령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을 공격하기 때문에 상대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그들이 방심을 했으니까 나에게 당했지만 다음에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오겠지.”
진혁은 플레이어들과 싸워 이기려면 그들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현실에서도 상대와 싸우기 전에 상대를 습관이나 격투 스타일 파악하고 연구하며 어떤 전략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내가 주도권을 잡고 시합을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각 클래스에 대한 연구는 어찌 보면 진혁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일단 시합을 끝낸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조금씩 공부를 해야겠어.”
*
“이번 아르헨의 고성에 리치들의 학술연구회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인더스 대륙을 구성하고 있는 두 개의 제국과 열 개의 왕국 중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두라스 왕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산타나 왕국의 내륙 지방인 아르헨이란 곳에 오래된 성이 존재하였고, 그곳은 플레이어들에게 리치들의 성이라 불리는 곳이기도 하였다.
산타나 왕국의 대신전 소속의 성기사인 네안데르는 플레이어로 인더스 공식 랭킹 1위에 랭크되어 있는 플레이어였다.
그는 플레이어이지만 NPC들에게도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왕국의 백성들을 잡아 각종 인체실험을 통해 키메라를 만드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리치도 상대하기 힘들 텐데 그들이 모임을 한다면 한 두 명이 아니지 않나?”
“정보에 의하면 20명 정도의 5서클 리치 모임이며 놈들은 6서클에 올라서기 위해서 그 동안의 연구한 자료들을 공유하는 학술연구회라고 합니다.”
6서클로 올라서기 위한 학술연구회란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아무리 학술연구회라고 해도 6서클이 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20명 중에서 한명, 혹은 두 명이 6서클에 올라선다면 왕국의 입장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룰 수도 있어서였다.
“6서클의 마법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리치들은 영생을 하는 마물입니다. 당장 6서클 마법사가 되지 않더라도 5년, 10년 후에 그들이 6서클의 마법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리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라이프 베슬을 부서야 하는데 위치를 알지 못하면 리치를 제거하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학술연구회인 만큼 그들은 라이프 베슬을 가지고 참석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 동안 연구했던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라이프 베슬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리치의 라이프 베슬은 꼭 생명을 저장시켜 놓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라이프 베슬에는 그 동안 연구하였던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리치들에게는 그 어떤 물건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리치들은 자신의 라이프 베슬에 마법적인 연구과정과 성과, 그리고 그 효과 등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사용하곤 한다.
“라이프 베슬이 한 자리에 모일 때, 놈들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리치 개개인을 상대해야 합니다.”
“음······.”
“저에게 성기사 20명과 신관 10명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럼 왕국의 용병들과 함께 학술연구회에 참석하는 리치들을 모두 소멸 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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