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미친 놈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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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통나무 개당 1골드에 판매, 주문 받습니다.”
인더스에서 유통되는 통화는 골드 하나뿐이었다. 다른 게임에서 브론즈, 실버, 골드로 세분화가 되어 있는 것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였다.
진혁은 마을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을 주변을 다니다니 몬스터나 잡아야 하는 생각으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머드 산에 올랐다.
나무가 많고 울창한 머드 산은 몬스터의 서식지뿐만 아니라 채집과 채굴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저쪽으로 도망친다. 막아!”
플레이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몬스터를 잡는 것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었지만 이미 포화 상태라 자신이 잡을 몬스터를 찾는 건 하늘에서 별 따기였다.
그러다 나무 밑에 떨어진 벌목용 도끼를 발견하고 재미삼아 나무를 벌목해 보았다.
현실에서 나무를 하는 것처럼 요령이 없어 힘이 들었지만 처음해 보는 것이라 재미가 있어 한 그루의 나무를 벌목할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스탯을 또 하나 얻을 수가 있었다.
-스탯 근력이 생성됩니다. 스텟 근력은 공격력에 영향을 줍니다.
듀얼공간에서는 얻지 못하였던 근력을 얻을 수 있었고, 근력 1이 오르는 순간 벌목이 조금 쉬워졌다.
진혁은 이 또한 듀얼공간에서처럼 스탯을 올리면 쉽게 벌목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자, 무작정 벌목을 시작하였다.
“저기요.”
여성 플레이어 한 명이 진혁에게 다가와 벌목을 한 나무를 자신에게 팔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고, 진혁은 개당 1골드에 그 여성 플레이어에게 팔았는데 이를 본 여성 플레이어들이 진혁에게 통나무를 사기 시작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진혁은 전문 나무꾼이 되어 나무를 해서 플레이어들에게 팔았는데 그 돈이 제법 쏠쏠하였다.
인더스에서 통용되는 골드는 현실에서 100골드에 만원으로 거래가 되고 있었다.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은 시간 대신 돈을 투자함으로 골드를 사고, 골드로 아이템을 구한 후에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과 어울렸다.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인더스 게임을 하면서 수십억을 투자한 플레이어도 있고, 한 달에 5만원, 혹은 10만원씩 자신의 분수에 맞게 투자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려고 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플레이어를 헤비 플레이어라 불렀고, 적은 돈과 적은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고 노력하는 플레이어들을 라이트 플레이어라 지칭하였다.
이렇게 돈을 쓰는 플레이어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게임 머니와 아이템을 파는 업체들이 생겨났다.
소위 작업장이라 부르는 곳으로 이들도 전문화가 이루어져 게임머니만 파는 작업장과 방어구와 무기만을 파는 작업장, 그리고 각종 재료들만 파는 작업장이 활성화가 되었다.
플레이어들은 머니를 파는 작업장을 은행이라 불렀고, 방어구와 무기를 파는 작업장을 방산업체라 불렀다. 또한 각종 재료들을 파는 곳을 백화점이라 부르며 이용을 하였는데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기 거래가 없을 만큼 깨끗하게 운영이 되고 있었다.
“저기, 혹시 채광도 해 주실 수 있나요? 퀘스트를 받았는데 철광석 10개가 필요하거든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되고, 오늘 저녁까지 구해 놓을 테니 그때라도 괜찮으면 예약을 해 놓고 가십시오.”
“좋아요. 그럼 저녁 6시에 올게요.”
“선수금은 대금의 30%인 3골드입니다.”
주문을 받을 땐, 선수금을 조금이라도 받았다.
“여기 있어요.”
진혁이 이곳에서 생산 활동을 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조금씩 알려져서인지 선수금에 거부감 없이 돈을 내밀었다.
진혁을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 플레이어들이었는데, 그녀들이 벌목이나 채광을 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여성 플레이어가 돌아가고, 진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힘들지만 벌목이나, 채광을 하여 근력을 올리면 조금씩 쉬워지는데 그걸 모르다니.”
자신에게 주문을 하는 여성들이 어리석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그녀들은 그녀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 딱히 관섭할 생각은 없었다.
“뭐, 난 돈을 벌면 좋지. 초보자가 입을 수 있는 아이템 세트를 모두 맞추려면 2400골드가 필요하다고 하였지.”
스타팅 포인트인 초보마을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해도 완성된 아이템은 드랍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듀얼 공간 있지만 많은 플레이어들이 듀얼공간 건너뛸 것을 예상하고 인더스 개발업체인 뮤라스에서 이 스타팅 포인트를 활용해서 또 하나의 듀얼 공간 모드의 클라이언트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각 스타팅 포인트가 되는 마을에서는 딱히 어렵거나, 위험한 것이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아이템 드랍이 적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10레벨이 되면 이곳 상점에서 파는 아이템을 구입하여 착용한 후에 사냥꾼 마을을 떠나 자신들의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그 아이템을 모두 구입하는 비용이 2400골드 정도 들었다.
현실에서 100골드에 만원을 하니 24만원만 투자를 하면 초보 아이템을 모두 구입할 수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특히 여성 플레이어들이 처음 시작할 때, 30만 원 정도 투자를 하여 초보 아이템을 구입을 하고, 남은 돈으로 진혁에게 벌목, 채광 등을 예약하곤 하였다.
진혁이 마을에 들어가지 못한 지 5일이 지났을 때, 이렇게 장사를 하여 번 돈이 150골드 정도였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지 못해서 많이 못 번 것도 있지만 벌목이나, 채광이 손만 가져다 되면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있었다.
“근력이랑 순발력이 제법 올라간 덕에 이전보다 빨리 벌목과 채광을 할 수가 있으니 마을에서 나가기 전에 2400골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
진혁은 일주일 동안 벌목과 채광을 하여 사람들에게 판 후에 다시 경비 책임자 드라켄트를 만났다.
그리고 처음과 같이 똑같은 대답을 하였고, 이번에도 사냥꾼마을로 들어가지 못하고 쫓겨났다.
진혁은 다시 벌목과 채광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목재와 광물을 팔았고, 근력과 순발력, 집중력의 스탯을 덤으로 올리며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었다.
“아니, 저 미친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모니터링을 하는 이들은 진혁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으로 벌써 두 달째 벌목과 채광, 혹은 약초와 같은 채집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장의 공장장이 아닐까요?”
모니터닝 팀에서 말을 하는 공장은 작업장을 말하는 것이고, 공장장은 작업장의 사장을 뜻하는 말이었다.
“아무리 공장장이라도 그렇지 듀얼공간에서 2년 동안 있다가 기껏 나와서 하는 게 목재상이야.”
“그걸 우리가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혹시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아닐까? 기술팀에서는 뭐라고 그래?”
“별다른 말은 없었는데요. 그냥 내버려두라고 하던데요.”
“그래?”
“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신지체 미숙아 같은데요. 그냥 게임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좋은······.”
“그래?”
“저 플레이어에게 신경을 쓰기보다는 이번에 두라스 왕국에 개척이 된 폐광산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폐광산에 히든 던전이 하나 숨겨져 있지.”
“네. 히든 던전을 최초로 클리어하는 플레이어에게는 히든 스킬이 주어진다고 하던데요. 그 뒤엔 일반 던전으로 하향되어 플레이어들에게 공개가 되고.”
인더스의 히든 던전은 최초 던전 클리어 플레이어에게는 스킬이나 시크릿 퀘스트로 보상을 주고, 그 후 던전이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도 개방되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래. 이제 저 미친놈은 신경을 끄자, 듀얼모드에서 2년 동안 있어 뭔가 있을까 싶었는데 너의 말대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놈인가 보다. 그럼 지금부터 폐광산을 집중으로 모니터닝을 하면서 주요 플레이어들을 집중적으로 살펴 봐.”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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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왜, 자꾸 같은 이야기만 하는 건가?”
드라켄트는 같은 대답만을 고집하는 진혁이 답답한지 물었다.
“남자는 직진 아닙니까? 눈앞의 목적을 위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는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죠.”
“마을로 들어가는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더냐? 너, 정말 마을에 들어가고 싶은 거냐?”
“당연하죠. 비바람 맞으며 노숙하는 것도 이제 지겹고, 따뜻한 물에 씻고 싶습니다.”
“그럼 왜, 같은 대답을 해.”
“아니, 그게 그거 아닙니까? 내가 마을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나? 마을 사람들이 필요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나?”
“어찌 같아?”
“내가 통나무 10개를 해오는 것이나, 마을의 사람이 저에게 통나무 10개를 구해 오라고 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뭐가 있습니까?”
“음······.”
“제가 잡초를 구해 왔는데 마을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으면 그게 쓰레기가 되어 마을을 더럽힐 것이 아닙니까?”
경비 책임자 드라켄트도 진혁의 말에 공감은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켄트님, 트라켄트님!”
한 NPC가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급하게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몬스터들이 마을에 들어온 것인가?”
“그게 아니라, 지금 광산일부가 무너져 내렸고, 광산 책임자인 디올라님께 광산을 수리할 할 통나무를 급하게 구하는 중입니다.”
“뭐? 광산이 무너져? 다친 사람은?”
“딱히 다친 사람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으셨으니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알겠네. 통나무가 몇 개가 필요한 건가?”
“될 수 있으면 많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트라켄트님께서 부랑자들에게 도움을 얻어 빠른 시간 안에 통나무를 구해 달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알겠네.”
트라켄트가 곁에 있는 진혁에게 시선을 주었다.
“들었지? 너의 말대로 지금 마을에서는 통나무가 많이 필요하니 통나무를 해 올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퀘스트! 무너진 광산을 보수하라.
내용: 경비대장인 트라켄트는 광산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받고 인더스의 여행자들에게 통나무를 구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트라켄트에게 통나무를 구해다 주자.
*이 퀘스트는 돌발 퀘스트로 사냥꾼 마을에 있는 모험가님들 전체에게 해당이 됩니다. 통나무를 구해 준 개수에 따라 차등 보상이 지급됩니다.
남은 시간: 6일 23시간 59분
진혁은 알림창을 통해서 퀘스트의 정보를 확인하였다.
정확하게 몇 개를 해 오란 말은 없으니 일단 최대한 많이 하면 벌목을 하면 되겠다 싶었다.
-님! 지금 통나무 예약이 가능한 가요?
퀘스트가 생성되자, 진혁에게 통나무를 구입했던 플레이어들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님, 개당 3골드 드릴게요.
1골드 하는 것이 3골드가 되었다. 3골드라는 말에 마음이 혹하였지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트라켄트를 보니 이번에 통나무를 팔았다가간 영영 마을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죄송해요. 저도 퀘스트를 해야 해서.
-저기, 그러지 말고 저에게 100개만 파시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진혁은 계속해서 오는 메시지에 짜증이 나서 귓속말 설정을 OFF로 바꿔버렸다.
“세상이 조용하네.”
“뭐?”
“아니, 아니에요. 지금부터 열심히 나무를 해 보려고요.”
“급하니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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