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죽어 줄 지 않았지.
피란체바는 허공을 날아다니며 벨루라스와 싸우는 중이었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벨루라스에게는 피라체바는 성가신 존재였다.
그의 공격이 자신에게 큰 대미지를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성가신 건 성가셨다.
벨루라스는 피란체바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 번째가 냉기의 브레스이고, 두 번째가 날개로 일으키는 강력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고음을 터뜨리는 사자후였다.
물리적인 공격에는 끄덕이 없지만 이 세 가지의 공격은 피란체바에게는 모두 치명적이었다.
벨루라스가 입을 벌리자, 마력이 입안으로 모여들었고, 곧이어 냉기의 브레스가 피란체바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피란체바는 허공을 빠르게 이동하여 냉기의 브레스를 피하려고 하였는데 벨루라스는 허공을 나는 피란체바를 따라 기다란 고개를 움직이며 냉기의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전투기를 추락시키기 위해서 대공포를 쏘는 것처럼 피란체바의 뒤를 냉기의 브레스가 쫓았다.
“아악!”
피란체바의 비명과 함께 진혁에게 시스템 알림이 눈에 들어왔다.
-피란체바가 냉기의 브레스에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피란체바가 입은 대미지의 일부를 흡수합니다.
-대미지의 일부를 흡수하는 만큼의 체력이 내려갑니다.
진혁은 피란체바가 입는 대미지 일부를 자신이 흡수하는 대신 그만큼의 체력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피란체바가 다른 몬스터나 플레이어들에게 크게 당하는 일이 없었으니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였는데 벨루라스를 만나 알게 된 것이다.
진혁은 황급하게 체력 포션으로 체력을 채운 후에 사자후의 여파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피란체바의 체력도 관리를 해 줘야한다는 말이네.”
혹시 피란체바가 공격을 당해 체력이 많이 내려가면 자신이 그 대미지의 일부를 흡수해 주기 위함이었다.
“피란체바, 조금만 더 견뎌.”
그러는 동안 피란체바는 벨루라스와 싸우고 있었는데 어둠의 마법뿐만 아니라 정령들에게 흡수를 한 마법들을 모두 동원하는 중이었다.
하늘에 수많이 마법들이 생겨나 벨루라스 향해 쏟아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벨루라스는 진혁에게 뜯긴 비늘이 있는 곳을 날개를 이용해서 단단히 틀어 막은 후에 피란체바의 마법 공격을 온 몸으로 맞고 견뎠다. 그러다 기다란 고개를 움직이며 허공을 날아다니는 피란체바를 입으로 물어 뜯으려 하였다.
“이씨!”
피란체바는 어떻게 해서든 진혁이 뜯어낸 곳을 공격하여 피해를 주려고 하였지만 벨루라스의 넓은 날개는 그러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피란체바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짜증을 내었지만 행동은 더욱 난폭해졌다.
-피란체바가 진혁 님의 마력을 끌어다 사용합니다.
정령은 본시 계약자의 마력을 사용하지만 이제까지 피란체바는 진혁의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피란체바도 진혁의 마력을 사용하여 자신의 마법 위력을 극대화 시켰다.
위력적인 마법으로 벨루라스를 공격하지만 체력을 크게 떨어뜨리지 못하였다.
기세등등하게 공격을 하던 피란체바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벨루라스의 입에서 사자후와 같은 음파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앙!”
기세등등했던 피란체바는 진혁과 마찬가지로 음파에 직격 당했고, 강력한 음파에 의해서 주변의 소리와 어지러움이 동반되는 충격을 받아야 했다.
“쉐이이이익!”
마치 이때를 노린 것처럼 반대 방향에서 십 수발의 원소 마법이 피란체바를 향해 날아왔다.
“피란체바!”
그 모습을 본 진혁은 황급하게 피란체바를 불렀지만 아쉽게도 피란체바는 진혁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퍼어어엉!
허공에서 비틀거리는 피란체바를 향해 날아오는 마법들이 전신을 때리며 피란체바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아악!”
피란체바의 뾰족한 비명이 진혁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진혁은 온전히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이를 악물고 피란체바를 향해 달려갔고, 그 모습을 본 벨루라스가 진혁을 밟아 죽이기 위해서 큰 발을 움직였다.
쿠우웅!
벨루라스의 발이 땅을 강하게 밟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걸려 무사할 수가 있었고, 허공에 떠 있는 피란체바를 향해 도약하였다.
허공에서 비틀거리는 피란체바를 잡고 가슴으로 안은 체 바닥으로 내려와서 바닥을 뒹구는 진혁에게 마법들이 날아왔다.
쿠아아아앙!
진혁은 피란체바를 안고 엎드려 웅크리며 날아오는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커어억!”
진혁은 자신의 고통과 아픔보다는 피란체바의 안위가 더 걱정이 되어 물었다.
“괜찮아?”
“어지러워. 하늘이 빙글빙글 돌아.”
진혁은 준비해 온 체력포션으로 체력을 보충하며 말하였다.
“그래. 피란체바 지금은 상황이 안 좋으니 넌 어둠의 영역으로 가 있어.”
“그럼 진혁은 어떻게 해?”
싫다는 말을 하지 않을 걸 보니 제법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벨루라스에게 당한 것도 부족하여 플레이어들의 마법에도 십 수발을 맞았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난 귀환 스크롤을 이용해서 영지로 갈 거야.”
“그럼 벨루라스는?”
“조금 쉰 후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잡으러 오자.”
“응, 진혁 미안해.”
“아니야,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야. 다음에 오면 꼭 놈을 잡자.”
진혁은 피란체바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바닥을 뒹굴어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마법을 피하였다.
쉐이이이익!
마법을 피하니 벨루라스의 냉기의 브레스가 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진혁은 정신도 차릴 새 없이 바닥을 뒹굴어야해 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피란체바를 꼭 안고 보호하였다.
“진혁, 조심해.”
“그래. 내 걱정은 말고 어서 어둠의 영역으로 가서 충전을 좀 해.”
“응.”
피란체바가 어둠의 영역으로 소환 해제되어 돌아갔고, 진혁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공격한 자들은 서른 명이 넘었는데 일부 플레이어들은 벨루라스를 공격하였고, 일부 플레이어들은 자신을 공격하였다.
진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플레이어들을 보았다. 그들의 오른 쪽에는 길드의 엠블럼이 새겨져 있었는데 아틀란티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케빌로스 길드와 아틀란티스 길드가 손잡았다고 하더니 그들도 본격적으로 나를 노리는 구나. 그렇다고 피할 나도 아니지.”
진혁은 고개를 돌려 벨루라스가 있는 곳을 보았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벨루라스를 공격하는 것이 보였다.
진혁은 벨루라스와 플레이어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며 마법을 사용하였다.
“서몬 힐!”
서몬 힐은 자신의 소환수의 체력을 일정하게 채우는 마법이지만 진혁이 가지고 있는 몬스터의 특성으로 인해서 몬스터의 체력도 채울 수가 있었다.
벨루라스의 몸이 번쩍이더니 진혁과 싸우면서 내려갔던 체력이 모두 채워졌다.
진혁은 자신의 손에 든 벨루라스의 비늘을 놈을 향해 힘껏 던졌다.
벨루라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늘을 입으로 물더니 상처가 난 곳으로 가져갔다.
“서몬 힐!”
진혁은 다시 한 번 벨루라스에게 서몬 힐을 하자, 비늘이 상처가 난 곳에 달라붙으며 원상태로 복구가 되었다.
“저 놈을 빨리 잡아!”
진혁을 공격하려고 하던 플레이어들은 진혁을 잡기 위해서 달려왔고, 마법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법을 사용하여 진혁을 공격하였다.
진혁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마법을 피하기 위해서 옆으로 내달리며 마법을 피하였고, 곧장 레이즈 구울 폰을 사용하여 구울 병사를 소환하였다.
구울 병사들이 땅속에서 올라오더니 붉은 안광의 뿜어내며 진혁을 향해 달려오는 플레이어들을 막아섰다.
“서몬 오펜스!”
소환수 버프인 서몬 오펜스, 디펜스, 헤이스트, 라이프 탭, 레지스트, 버서커까지 일명 종합선물이라 불리는 버프 7종 사용하여 소환수를 더욱 강하게 만든 후에 시선을 벨루라스에게 향했다.
“죽어 봐라.”
진혁은 벨루라스에게도 똑같이 버프 7종을 사용하여 벨루라스의 능력을 펑 튀기 시켜주었다.
“감히 우리 피란체바를 아프게 해.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네놈들은 내가 몇 번이고 죽여 줄게.”
진혁은 구울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움직였다.
진혁은 귀환스크롤을 사용해서 마을로 돌아간다고 말하였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기습으로 공격할 때는 좋았지.”
진혁은 플레이어들을 향해 도약하여 날아차기로 플레이어의 가슴을 허공에서 두 번 찬 후에 몸을 비틀어 뒤돌려차기 형태로 허공에서 한 번 더 공격을 하였다.
태권도 시범에서 자주 보여주는 공중기와 같은 발차기였는데 그 동안 아크로바틱 훈련을 통해서 인더스 세상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발차기를 구사할 수가 있었다.
“커어어억!”
플레이어가 충격에 넘어졌고, 그는 진혁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하여 빠르게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진혁은 목표는 이들이 아니었다.
이들 뒤에 있는 마법사 세 명이었다. 그 중 첫 번째는 힐러였다.
체력을 채워주는 힐러가 있으면 전투력을 유지할 수가 있으니 자신에게는 불리하였다. 그렇기에 저투에서 힐러를 가장 먼저 치는 건 PVP에서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진혁이 전사계열의 플레이어들을 피해 마법사들에게 접근을 하자, 힐러 곁에 있는 두 명의 마법사가 진혁을 향해 마법으로 공격하였다.
“다크 스피어!”
진혁 역시 마법으로 마법사를 공격하였고, 허공에서 마법이 충돌하면서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다.
마법사는 익숙하지 않은 마법의 충돌이 일으키는 파장에 살짝 몸을 비틀어 고개를 돌렸지만 진혁은 그 파장을 견디며 곧장 그들을 향해 돌진하였다.
부우웅!
패시브 스킬인 도약은 최대 5미터 높이까지 점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런 도약력을 이용하여 진혁이 멀리뛰기를 하는 것처럼 전속력으로 달려 그들을 향해 점프를 하여 20미터가 넘는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버렸다.
“허엇!”
마법 충돌의 파장으로 인해서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진혁이 자신들의 앞에 도착해 있으니 그들도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진혁의 발이 마법사의 허벅지를 강타하자,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한쪽 무릎이 꺾였다.
진혁은 발차기를 한 후에 회전력을 얻어 몸을 돌려 한 번 더 발차기를 시도하였는데 이번에는 무릎을 꿇은 마법사의 얼굴을 때렸다.
“커어억!”
진혁은 반대편에 있는 마법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허엇!”
마법사는 진혁의 손을 피하려고 하였지만 진혁의 손이 조금 더 빨랐다.
마법사의 멱살을 잡은 진혁은 자신을 향해 당기면서 주먹을 뻗었고, 진혁의 주먹이 턱을 향해 정확하게 들어갔다.
멱살을 잡고 있으니 진혁의 주먹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하였다.
진혁은 그런 놈을 향해 연속해서 세 번을 더 강하게 주먹질을 한 후에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두들겨 맞은 마법사는 다리가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진혁은 힐러를 처리하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힐러라고 해서 공격 마법이나, 싸움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가진 공격력으로는 진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진혁의 주먹이 힐러의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하자, 안면이 함몰될 것 같은 충격을 받고 소리치는 힐러였다.
그렇다고 진혁이 봐줄 사람도 아니었다. 여자라고 하여 살살 때릴 사람도 아니니 한 손으로 잡아 놓고 구타를 시작하니 체력이 약한 마법사가 견딜 재간이 없었다.
힐러를 먼저 죽인 진혁은 그 다음으로 좌우로 쓰러져 있는 마법사들을 처리하였는데 그때까지도 두 마법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진혁은 쓰러져 있는 두 마법사 역시 죽여 버렸다.
그렇게 얻은 아이템은 인벤토리에 챙긴 후에 진혁은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플레이어들이 구울 병사들과 싸우고 있었고, 이제는 그들을 손봐주러 가야 했다.
진혁은 시선을 조금 더 들어 플레이어들과 싸우고 있는 벨루라스를 보았고, 플레이어들의 공격에 체력이 내려간 걸 확인한 후에 힐을 사용하여 다시 체력을 가득 채워 주었다.
“야, 시발!”
그러자,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온갖 욕설이 터져 나왔지만 진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희가 무슨 생각으로 날 공격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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