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메라라니
진혁은 선배들과 함께 고기로 포식을 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설마 잡혀 있기야 하겠어.”
진혁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인더스에 접속을 하였다. 접속을 하자마자 들려오는 음성 메시지가 있었다.
-리치 킬로파가 흑마법의 연금술을 이용하여 진혁님의 신체를 개조합니다.
“뭐?”
진혁은 깜짝 놀라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속박을 당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리치 칼로파에 의해서 진혁님의 키메라 개조가 진행이 됩니다.
진혁은 움직이려고 발버둥을 쳤다.
-신체가 개조되는 동안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시X, 이런 경우가 없다며!”
소리를 치며 몸을 움직이려고 하였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
“킬킬, 즐겁구나. 생각보다 신체 밸런스가 좋군.”
어둠 속에서 칼로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끼야, 멈춰!”
진혁은 악다구니를 해보지만 칼로파는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지 즐거워하며 자신의 일에 집중을 하였다.
“드래곤의 뼈와 힘줄에 트롤의 재생 세포와 오우거의 무지막지한 체력과 힘을 더한 후에 그렇지 바이탈 뮤 캣의 민첩함도 더해야겠구나.”
진혁은 칼로파의 말소리와 서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에서 뭔가 떨어져나가는 느낌과 다시 다른 무엇인가가 그 자리를 메우는 느낌을 받았다.
“시X, 난 플레이어인데······.”
이제까지 인더스에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경험하는 진혁은 남부 발리칸 산맥을 추천해 준 사냥꾼 마을의 경비 책임자 드라켄트가 원망스러웠다.
“칼로파의 종속이라고 그랬으니 그럼 난 이제부터 칼로파의 쫄따구가 되어 이곳을 지켜야 하는 운명인데.”
플레이어인 자신이 NPC의 수하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아, 그때 알림 메시지에서 칼로파가 죽으면 종속에서 벗어난다고 그랬어. 그럼 칼로파를 죽이면 풀려나는 거잖아. 좋게 생각을 하자.”
진혁은 자신의 상황을 좋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래. 드래곤이니 트롤, 오우거 하는 것보니 신체개조가 끝나면 지금보다 더 강해지겠지.”
이곳을 지키는 문지기로 사용할 것이라고 했으니 능력이 더 강해질 것은 분명하였다.
문제는 칼로파의 종속으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인데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진혁은 냉정하게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판단하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계획을 세웠다.
“일단 놈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아야겠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앞으로 실행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신체 개조가 끝이 났다.
-신체 개조가 끝났습니다.
-신체 개조를 통해서 보다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신체 개조를 통해서 칼로파의 종속에서 칼로파의 수족으로 직업이 바뀌었습니다.
“종속에서 수족으로?”
종속이라고 함은 수많은 수하 중 한 명이란 뜻이고, 수족이라 함은 그의 손발이 되어 일을 처리하는 충복이란 뜻이었다.
-칼로파의 수족이 된 진혁님은 칼로파의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진혁은 알림메시지에 인상의 일그러졌다.
명령을 거부할 수 없으면 그를 죽일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시X, 그럼 평생을 여기에 있어야 해?”
진혁은 답답함에 눈을 좁혔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킬킬킬.”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칼로파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즐거운 표정으로 진혁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데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세상에 내가 대작을 만들어 내다니, 그것도 일반 대작이 아닌 전설의 대작이라니! 크하하하하!”
칼로파는 진혁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였다.
“그 동안 일반 명작 하나 만들지 못한 놈이라고 놀리던 그 놈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게 되었어. 킬킬, 누가 있어 전설의 대작을 제작을 할 수가 있을까?”
‘대작?’
인더스에서는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명작이니 걸작, 대작이니 하는 건 예술가 계열의 직업군에 주로 쓰는 말로 그림이나 조각, 제작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주로 사용을 하는 말이었다.
‘신체개조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니 제작 계열로 들어가서 대작이라는 말을 쓰는 건가?’
칼로파의 말을 듣고 진혁은 자신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궁금하였다.
‘상태창!’
*이름: 진혁 *레벨: 14
*직업: 칼로파의 수족 *클래스: 피스터
*피로감: 5000/5.000
*체력: 3.000/3.000 마나: 2.000/2.000
*캐릭터의 전투에 영향을 주는 스탯
공격력: 2.000(+70) 방어력: 3210(+120)
민첩함: 1.000(+32)
*성장 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스탯
근력: 223 맷집: 380
적중: 204 회피: 227
집중: 270 순발: 267
인내: 320 행운: 100
*성장 시스템에 의한 히든 스탯
감각 : 100 시야 : 100
*남은 스탯 포인트: 0
진혁은 자신의 상태창을 보며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곤 첫마디가 숨을 들이 마실 때, 내뱉는 감탄사였다.
‘헉······.’
엄청나게, 아니 어마무시할 정도로 늘어난 자신의 능력치에 놀란 진혁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공격력, 방어력은 물론 스탯들 모두가 다 크게 상승하였다.
신체개조를 통해서 이런 스탯 변화를 얻을 수 있다면 결코 나쁜 건 아니었다.
‘나의 레벨과 능력치를 알게 되면 플레이어들이 당장 버그라고 신고를 하겠어.’
앞으로는 입조심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건 화가 아니라 복이라고 해야지.’
14레벨이 가질 수 있는 스탯이 아님을 진혁도 잘 알고 있었기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킬킬, 이제 일어나지. 사랑스러운 나의 작품아!”
진혁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을 일으켰다.
“귀엽구나.”
진혁은 그의 말에 인상을 썼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을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 네놈이 할 일이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나가 보아라.”
진혁은 몸을 돌려 실험을 나섰다.
칼로파의 말에 반항이라도 해보려 하였지만 몸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칼로파의 명령대로 실험실을 나오니 자신의 뜻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진혁은 몇 가지 실험을 통해서 칼로파의 수족이라는 의미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칼로파와 함께 있으면 그의 명령이 우선이고, 그가 없으면 자율 의지를 가진다. 그럼 내가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인데....”
눈앞에 비어 있는 기다란 동굴이 보였다.
“이대로 달아난다면?”
진혁은 그 길로 이곳에서 달아나려고 하였다.
2층을 벗어나기 위해서 칼로파의 거처를 벗어나는 순간 밖에서 이곳을 지키던 칼로파의 키메라들이 진혁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칼로파의 키메라들이 진혁을 자신의 상급자로 인식을 한 것이다.
“음······.”
수하들이 생겼지만 이곳에서 평생 칼로파의 쫄따구로 있기는 싫었다.
그는 키메라들을 뒤로 하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칼로파를 만나기 전에 싸웠던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신체개조를 통해 어마무시하게 오른 능력치 덕분에 몬스터들을 압살해 버릴 수가 있었다.
“쉽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소모된 체력을 회복합니다.
-레벨 업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2개가 주어집니다.
-스탯 포인트로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추가로 올릴 수가 있습니다.
“음······.”
과도한 능력치로 인해서 생각보다 쉽게 레벨 업을 할 수가 있었고, 이 능력치로 레벨 업에 집중을 한다면 고레벨들을 따라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생각을 하였다.
“이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건가?”
진혁은 조금 전까지 불행이라 여겼던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일단 벗어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이제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칼로파의 눈을 피해서 도망쳐서 다른 도시나 왕국으로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진혁은 서둘러 2층 동굴의 끝으로 향하였다. 조금만 더 가면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여 걸음을 재촉하였다.
-칼로파의 허락 없이는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칼로파의 허락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1킬로미터입니다.
알림메시지를 듣는 순간 진혁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진혁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너는 정찰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으로 와서 나의 거처를 지켜라. 정찰 따위는 저 덜떨어진 것들이 할 것이다.
머릿속에 울리는 칼로파의 명령을 듣자, 몸이 절로 움직였다.
“음, 명령이 없을 때는 나의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만 칼로파의 명령이 있으면 그의 명령을 우선으로 움직인다.”
진혁은 일단 자신의 처지를 먼저 알아 봐야겠다고 판단을 하였다.
거처로 돌아온 진혁을 보고 만족하는 얼굴로 서 있는 칼로파가 보였다.
그의 앞에서는 너무나 순종적이라 자신이 칼로파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빌어먹을인데.’
“나의 거처를 다녀보고 구조를 익히도록 하여라.”
그의 명령대로 진혁은 칼로파의 거처를 다니면서 구조를 익혔는데 거처가 생각보다 넓었다.
연구실, 실험실, 개조실, 서재, 주방, 침실, 창고등 하나하나가 독립된 던전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그곳을 지키고 있는 각종 키메라들로 가득하였다.
키메라들이 진혁을 보자, 한쪽으로 물러났다.
전설의 대작인 진혁이 평작이, 아니 졸작에 가까운 키메라들보다 계급이 더 높은 모양이었다.
진혁은 천천히 거처를 둘러보다 서재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서재에는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관심을 끌만한 책들이 제법 있었다.
“내가 글을 알고 있었나?”
서재에 있는 책들의 제목을 바로 읽어내는 자신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책을 한 권 뽑아서 읽어 보았다.
“마나학 개론?”
-마나는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로······.
진혁은 마나학 개론을 읽으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책을 모두 다 읽었을 때, 뜻하지 않은 스탯을 얻을 수가 있었다.
-히든 스탯 지혜를 얻었습니다.
-히든 스탯 지혜는 마나에 영향을 줍니다.
-히든 스탯 지혜 1이 올라갈 때마다 마나 총량의 10이 늘어납니다.
“오···, 책을 읽으면 이런 것도 얻을 수가 있구나. 마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진혁은 순간 자신의 처지를 잊은 채 서재를 가득 채운 책들을 보며 즐거워하였다.
*
진혁이 칼로파의 수족으로 그의 거처를 지키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었다.
진혁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체력을 단련하고 수련하는 것 외에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 전부였다.
칼로파의 거처가 있는 고요한 샘이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지긴 하였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플레이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위치를 잘 몰라서 그런 건가? 플레이어들이 찾아와야 그들이 칼로파를 죽일 텐데.”
자신의 손으로 칼로파를 죽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칼로파를 죽이면 된다.
“내가 자세하게 알려 주면 되지.”
진혁은 플레이어들의 가장 많이 찾는 게임 사이트 게임 포유에 접속하여 고요한 샘의 위치를 자세하게 설명해서 기록한 후에 플레이어들이 혹 할만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칼로파의 거처에 뭐가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유니크 아이템이 몇 개 있고, 마법서도 제법 있고······.”
인더스의 아이템 체계는 노멀, 레어, 유니크, 전설, 고대, 신화, 유일 이렇게 7개의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고, 3년이 지난 지금 인더스 세상에 풀린 아이템 등급은 전설까지였다.
그것도 몇 개 풀리지 않은 아이템이라 유니크 아이템이라고 해도 플레이어들에게는 매력적인 미끼가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리치의 마법서들은 흑마법사 계열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인기가 늘 있는 것이니······.”
진혁은 고요한 샘의 3층 지하던전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게임 포유 사이트에 공개를 하였다.
하루가 지나자, 사이트에는 고요한 샘의 3층 지하던전에 관한 갑론을박으로 시끄러워졌다.
-2층 리치가 이 정도의 아이템을 들고 있다면 레벨이 100레벨은 넘은 거 아닌가?
-그렇죠. 그런데 잠수를 해서 물속으로 잠수해서 가야 하는데 체력과 피로도를 생각하면 최소 50레벨 이하는 갈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난 이제까지 발리칸 산맥에 그러한 던전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는데.
-지난번에 고요한 샘이 발견되었다고 시스템 알림에 떴음.
-나도 봄. 난 반대쪽에 있어서 갈 생각은 없지만 분명 발리칸 산맥에 고요한 샘이 발견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은 있었음.
진혁은 댓글들을 쭉 읽어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주둥이만 털지 말고 원정대를 만들어서 오라니까.”
-원정대를 꾸려서 가봅시다.
진혁은 자신이 댓글을 작성하였다.
-고요한 샘 2층이 보스가 유니크 아이템을 주는데 3층 보스는 전설 아이템을 줄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진혁은 선동꾼이 되어 플레이어들을 선동하였고, 몇몇 플레이어들이 넘어와 그들도 함께 다른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댓글로 원정대를 모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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