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를 사다.
진혁은 네타의 말을 듣고 백작령의 1-2번지로 찾아갔다. 1-2번지는 영주의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넓은 공간에 지어진 저택이었다.
진혁이 저택 앞으로 가자, 그곳을 지키는 병사로 보이는 NPC가 진혁의 행동을 저지하고 물었다.
“이곳은 블랑세아 남작님의 저택입니다.”
“이곳에서 노예를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찾아왔습니다. 저는 몽크 길드 소속 용병입니다.”
진혁은 용병패를 병사에게 보여 주었다. 병사들은 진혁이 보여주는 용병패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노예를 구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집을 샀는데 관리를 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입니다. 은행에 물어 보니 고용인보다는 노예가 더 낫다고 말을 하여 한 번 찾아와 봤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안으로 들어가시면 집사가 나와 맞아 줄 것입니다.”
병사가 문을 열어 주자, 진혁이 안으로 들어갔다.
뜰과 조경수가 잘 가꾸어진 정원을 지나면 4층짜리 저택이 보였는데 저택에 보이는 창문의 수만 해도 스물 개가 넘어 보였다.
“저택 앞에 도착하니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진혁을 맞이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노예를 보러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몇 명이나 필요로 하십니까?”
“그러니까 단독 주택인데······.”
“주택이 몇 번지에 있습니까?”
“3-45번지입니다.”
“아, 최근에 거래가 되었다고 하더니 모험가님께서 구입을 하신 모양이시군요.”
“알고 계십니까?”
“영지가 넓다고 하여도 이런저런 소문은 조금씩 들리게 마련입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3-45번지라면 못해도 2명에서 3명 정도는 필요할 것 같군요.”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몰라서.”
“기본적으로 집을 관리하고 수리할 남자가 필요합니다. 물론 여자들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무거운 물건들을 들고 하는 건 여자보다는 남자가 낫겠지요.”
“그렇겠지요?”
“그리고 청소하고, 요리하는 여자도 한 명 있으면 좋겠군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였다.
“그럼 남자와 여자 두 명의 노예를 사는데 돈은 얼마나 드나요?”
“나이에 따라 다 다릅니다. 노예를 한 번 보시고 말씀을 해 주시면 제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님께 노예를 양도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진혁은 집사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노예라고 하여 영화나 만화에서처럼 창살이 있는 우리에 가두어 감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택의 방안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건강한 노예는 값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간혹 다른 곳의 노예상은 노예를 뭣대로 취급을 하지만 저희는 언제나 최상의 노예들만 판매를 하여 다른 영지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집사의 설명을 듣고 노예들을 보았다.
집안에서 생활을 한다고 해도 노예는 노예들이었다. 보통 한 방에서 열 명에서 열다섯 명 까지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눈에는 생기보다는 사기가 가득 차 있었다.
진혁은 이들의 이런 눈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 노예들을 구경하였고, 마지막 4층의 한 방에서 사기보다는 생기를 띤 눈을 가진 사람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저 사람은 얼마에요?”
이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내였다.
“저 놈은 가격이 조금 비싼 편입니다. 한창 힘을 내고 노동력을 제공할 나이라 말입니다.”
“얼마에요?”
“10만 골드입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저 사람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진혁에게 팔린 사내가 당황한 듯 집사와 진혁을 보았지만 이내 포기를 한 듯 고개를 숙였다.
“저기 고객님?”
“말씀하세요.”
“사실 이놈은 노예로 전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요?”
“노예가 되기 전까지는 가정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진혁은 노예가 된 사내를 보았다.
“그의 아내도 이곳에 노예로 팔고 있는데 이왕이면 둘이 같이 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집사의 말에 진혁은 잠깐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일단 한 번 봐야 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이곳은 남자와 여자가 따로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여자 노예들은 저택 뒤에 있는 또 다른 작은 저택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자 노예들은 남자 노예들에 비해서 수가 작았는데 그래도 100명 정도가 있었다.
여자노예들은 남자노예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까지 보살피고 있었다.
진혁은 집사를 따라 노예 사내의 부인을 만나 보았다. 그녀의 눈에도 생기가 흘렀고, 그녀의 곁에는 이제 네, 다섯 살로 보이는 어린 사내아이가 있었다.
“이 여인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자식이지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럼 이 노예들로 하죠. 여자 노예는 얼마죠?”
“7만 골드입니다.”
“이 아이까지 하면요?”
“사내가 10만, 여자가 7만, 아이가 5만 해서 모두 22만 골드입니다.”
여인이 진혁을 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생각에 이제는 정말 노예가 되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럼 제가 은행에 가서 돈을 준비해 올 테니 거래 증명서 같은 걸 써 주세요.”
“하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양도서를 써 드릴 테니 데리고 가십시오. 대금은 은행을 통해서 저희가 직접 이체로 받겠습니다.”
“아, 그게 가능한 가요.”
“물론입니다. 대신에 저희가 고객님의 은행 구좌에 노예 값을 지불할 수 있는 돈이 예금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런 저와 함께 가시죠. 너희 둘도 함께 따라 나오너라.”
집사는 그 말을 하고 몸을 돌려 방을 나섰고, 진혁이 그의 뒤를 따르자, 여자노예와 아이가 조심스럽게 따라 나왔다.
집무실에서 집사는 몇 가지의 일을 알아보더니 웃으며 진혁에서 노예들에 대한 양도 증명서를 건네주었다.
-노예 알비스, 노예 예냐, 노예 바스의 소유권이 진혁님께 이전되었습니다.
-노예 알비스, 노예 예냐, 노예 바스는 진혁님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노예 사용에 대한 몇 가지 금지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노예라고 해서 주인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폭행이나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위한 행동 등은 그 수위에 따라서 최고 영구 계정 압류라는 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하하, 좋은 거래에 감사를 드립니다. 네타 양에게도 저희가 따로 고마움을 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좋은 사람들을 산 것 같아 저 역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다른 노예가 필요하시면 또 오셔도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혁은 집사와 웃으며 대화를 마친 후에 저택은 나왔다. 저택을 나온 이들은 우선 이들의 옷가지를 사기 위해서 옷가게로 갔다.
“옷을 몇 벌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이네요.”
“이 저희는 이 옷도 괜찮습니다.”
“제가 안 괜찮아요. 그러니 일단 옷을 갈아입고 할 수 있도록 세, 네 벌 정도는 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알비스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부인과 아들과 함께 자신들이 입을 옷을 골랐다.
그런 후 진혁은 이들을 데리고 저택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영지를 다니면서 사게 하였고, 대충 산 후에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을 하실 거예요. 보시면 알겠지만 전 용병이라 집을 비울 때가 많아요. 그러니 이 저택이 여러분들의 저택이라 생각하고 관리를 잘 해 주셨으면 해요.”
“아, 알겠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의뢰를 받아 나가면 몇 달이고 못 올 수가 있어요. 그때마다 제가 생활비를 따로 드릴 수가 없으니 알비스가 매달 1일이 되면 은행으로 가서 한 달 생활비를 받아서 사용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예상 외로 돈이 더 들어갈 일이 생기면 우체국이나 몽크 용병길드를 통해서 저에게 메시지를 남기면 제가 볼 수 있으니 그때마다 알아서 조치를 취해드릴 게요.”
“알겠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한 달 생활비가 얼마 정도 들어요?”
“저희 3인 기준으로 한 달에 100골드 정도 들어갑니다.”
진혁은 바스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하였다.
“그럼 제가 매달 생활비로 150골드로 책정을 하고 저택에서 일을 하는 대가로 한 달에 알비스에게는 50골드, 예냐에게는 30골드를 드릴게요.”
두 사람이 진혁의 말에 놀라 서로 마주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진혁에게 물었다.
“월급을 주신단 말씀입니까?”
“네. 노예는 노예고, 고용은 고용이니까 많은 돈은 아니지만 부지런히 열심히 일을 하셔서 돈을 모으신다면 언젠가는 노예 생활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고요. 대신 일을 잘못하면 혼을 많이 낼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전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돌아올 테니까 여기서 생활하면서 대충 청소나 손 볼 곳이 있으면 손을 보세요.”
“알겠습니다.”
진혁은 알비스, 예냐 부부에게 저택을 맡긴 후에 광장으로 와서는 아르헨 마을로 워프 하였다.
아르헨 마을에서 레인저 길드의 장로 메리슨을 찾아가 그녀에게서 퀘스트 보상을 받을 수가 있었고, 뜻하지 않은 정보도 얻을 수가 있었다.
“다크 앰버서더가 마을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직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그 공격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해요.”
진혁은 메리슨의 말에서 3주차 이벤트의 내용을 떠올렸다.
몬스터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이벤트!
“길드원들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그 마을 중에는 사령의 탑이 있는 마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그럼 벨리아 마을도?”
“네. 그린우드에 숨어 있는 다크 앰버서더들이 벨리아 마을을 공격하여 사령의 탑을 빼앗으려고 한다고 해요.”
“그렇다면 사령의 탑을 빼앗아 바른 생각을 하는 흑마법사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일 계획이군요.”
“그런 것 같아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른 생각을 하는 흑마법사들도 많이 있어요. 그들이 다크 앰버서더의 편에 선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벨리아 마을에 있는 사령의 탑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겠습니다.”
“그리고 가시는 길에 정령사 길드에 들려서 정령사 시험을 한 번 받아 보세요.”
“정령사 시험요?”
“네. 당신에게는 또 다른 기운이 느껴져서 그러니 한 번 받아 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혁은 메리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그녀의 방을 나왔다.
“정령사 시험이라?”
마침 푸른거탑의 장로 옵티마와 안면이 있으니 그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1주차는 사냥, 2주차는 채집 3주차는 사냥 4주차는 영상이니까 그냥 그린우드에서 쭉 보내면 될 것 같은데.”
그린우드에서 퀘스트를 하면서 몬스터의 서식지도 몇 군데 알아 두었고, 그린우드 산장 근처에는 채집하기 좋은 환경이라 그곳에서 채집도 하며 동영상을 찍어 응모를 하면 될 것 같았다.
“워프 게이트를 타고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오갈 수도 있으니 딱 좋은 조건이네. 그럼 이벤트 끝날 때까지는 벨리아 마을에서 지내는 걸로. 우선 정령사 길드에 찾아가서 메리슨 장로가 한 말을 해 주고 정령사 시험이라는 걸 한 번 받아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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