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혁이 간과했던 몇 가지
진혁을 발견한 켈리거들이 땅속으로 이동하여 접근을 해 왔다.
“이놈들은 어떻게 상대를 하지.”
진혁은 격투기 선수답게 상대가 어떤 패턴으로 공격을 해 올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였다.
“발아래서 솟구쳐 올라 손톱으로 공격을 하려나?”
그때, 발바닥이 있는 곳에서 미세한 진동이 일어났다.
진혁은 진동을 느끼자, 얼른 뒤로 물러났다. 그 자리에서 켈리거 한 마리가 솟구쳐 올라와 물러나는 진혁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진혁은 생각한 것보다 캘러거의 행동이 빠르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그에 맞춰서 움직여야 했다.
진혁을 공격한 켈리거가 바닥으로 내려서자, 곧바로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 버렸다.
“이놈들 어떻게 잡지? 두더지 게임처럼 머리가 나올 때, 공격을 해야 하나?”
땅속에서 솟구쳐 올라 공격하고는 다시 땅속으로 숨어버리는 켈리거의 모습이 꼭 오락실의 두더지 잡기 게임과 흡사하여 이런 생각까지 하였다.
켈리거들이 사방에서 솟구쳐 올라 진혁을 공격하여 정신없게 만들었다.
듀얼 공간에서 128배속의 공격을 마스터 하지 않았다면 낭패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진혁은 물러나기만 해서는 켈리거를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하고는 방법을 달리하였다.
“일단 해 보자.”
발바닥으로 진동을 느낀 후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솟구쳐 오르는 켈리거가 진혁의 얼굴까지 뛰어 올라 앞발을 휘둘렀고, 진혁은 한 박자 빠르게 움직여 팔을 들어 올려 켈리거의 공격을 막았다.
날카로운 손톱이 위협적이지, 놈의 팔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우끼끼끼!”
손톱이 진혁의 몸에 닫지 못하였고, 켈리거는 소리를 내며 손목을 움직여 손톱으로 진혁의 얼굴을 할퀴려 하였다.
허나, 진혁의 주먹이 조금 더 빨랐다. 주먹이 갤리커의 얼굴을 강타하자, 한 방에 나자빠졌다.
쓰러진 켈리거는 일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였다.
갤리거는 30레벨의 몬스터이지만 진혁의 높은 스탯과 아이템이 주는 공격력을 견디지 못하였다.
그때부터 진혁의 두더지 잡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켈리거는 학습효과가 뛰어나 꼭 머리까지 뛰어오르지 않았다. 허리, 무릅, 혹은 머리와 팔만 내밀어서 공격을 하였다.
켈리거의 변칙 공격에 잠깐 당황은 하였지만 진혁은 침착하게 대응을 하였다.
“듀얼 공간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큰 낭패를 당할 뻔 했어.”
128배속까지 경험을 했던 진혁의 몸이 먼저 반응을 하였다. 운동선수들 중에서는 이성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반복 훈련을 끝임 없이 되풀이하며 몸이 체득하게 만든다.
진혁은 128배속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동체시력을 비롯하여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신경계의 전달 과정을 급박한 상황에서는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몸에 각인을 시켰다 .
이를 육체 각인, 혹은 인체 각인이라고 하며 운동선수, 특히 격투기 선수들은 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은 반복된 훈련을 통해서 본능적으로 익히고 있다.
진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듀얼 공간을 통해서 진혁은 이러한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 올린 상태였다. 다만 진혁이 스스로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진동의 강도가 다르다.’
진혁은 켈리거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켈리거가 솟구쳐 오르는 높이에 따라 발바닥에 느껴지는 진동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켈리거라는 몬스터가 이곳에만 있는 몬스터는 아니다. 이들의 습성을 알면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 역시 비슷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진혁은 발밑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강도에 따라 켈리거가 얼마나 높이 도약을 하는지 확인을 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발밑의 진동과 켈리거의 도약을 경험해 본 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상대를 파악하면 공략법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진혁이 솟구쳐 오르는 켈리거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이 동굴 안에 있는 거야!”
진혁은 켈리거를 만난 이 후, 끝없이 나타나는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조금씩 지쳐갔다.
레벨 업이라도 하면 그마나 조금 낫겠지만 전직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레벨 업이 불가능하였기에 몸만 지쳐 갈 뿐이었다.
이족보행을 하는 도마뱀이라 불리는 리자드맨이 창을 들고 성큼 다가와 내질렀다.
진혁은 몸을 살짝 비켜서며 손으로 창대를 쳐서 방향을 바꾼 후에 주먹으로 턱을 공격하였다.
리자드맨은 진혁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맞고 충격에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면서도 잡고 있는 창은 놓치지 않았고, 괴성과 함께 다시 한 번 찔러 왔다.
리자드맨의 창이 진혁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높은 방어력과 선천적으로 통증에 둔한 진혁은 따끔거림에 눈을 좁히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놈에게 달라붙으며 팔을 뻗어 양손으로 놈의 뒷머리를 잡고 힘으로 눌렀다.
그와 동시에 리자드맨의 얼굴을 향해 니킥을 퍼부었다.
“쿠에에엑!”
목이 잡힌 리자드맨은 진혁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강력한 니킥 공격에 리자드맨은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꾸르륵··· 꾸르르륵······.”
조금 떨어진 곳에서 리자드맨이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만 들어도 그 수가 제법 된다는 걸 진혁은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오른쪽으로 갈걸!”
수중동굴로 들어선 후에 갈림길이 있을 때마다 왼쪽 길을 택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였다.
“일단 간이 천막을 가지고 와야겠어.”
동굴 안으로 제법 들어왔기에 간이 천막이 있는 곳까지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강한 적이 나타나게 되면 피로감과 체력을 회복할 수단을 만들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진혁은 다시 돌아가기로 하였다.
창을 들고 무섭게 달려오는 리자드맨들을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
리자드맨의 레벨은 40레벨로 10레벨인 플레이어가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놈이지만 진혁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스탯과 릭파드의 세트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무리없이 상대하는 중이었다.
-스탯 집중이 1이 올랐습니다. 스탯 집중은 공격력과 민첩에 영향을 줍니다.
-스탯 맷집이 1이 올랐습니다. 스탯 맷집은 방어력에 영향을 줍니다.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직을 하여야 합니다.
알림 메시지들이 들려왔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찔러 오는 창을 피하며 창대를 잡고 힘껏 달렸다. 힘에 이기지 못한 리자드맨이 딸려오자, 사정없이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공격에 당해 뒤로 물러나는 리자드맨을 상대할 틈도 없이 몸을 비틀었다.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창을 보자, 본능적으로 발을 들어 올렸다.
퍼억!
본능에 의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진혁의 공격은 정확하게 리자드맨을 타격하였다.
“헉··· 헉······.”
거친 숨을 내쉬는 진혁은 남아 있는 리자드맨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리자드맨 생산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혁은 발리칸 산맥에서 리자드맨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도 사냥을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허나, 이처럼 많은 수의 몬스터를 한 번에 상대해 본 경험이 없어 고전을 하는 중이었다.
창을 앞세운 리자드맨들이 조금씩 접근을 하자, 땅에 떨어진 창을 주워들었다.
“이거나 쳐 먹어라.”
접근해오는 리자드맨을 향해 투창을 시도하였다. 레벨에 비해서 근력이 높은 진혁이었기에 투창에 제법 힘이 실렸다.
창이 날아가 리자드맨의 가슴을 때렸다.
“쿠에에엑!”
비명과 함께 뒤로 넘어지더니 충격을 제법 받았는지 일어나지 못하였다.
“이거 괜찮네.”
진혁은 ‘씨익.’ 웃고는 땅에 떨어진 창을 집어 들어 리자드맨을 향해 던졌다.
특별한 스킬이 없어도 상관이 없었다.
“케리릭······ 케케릭!”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더니 놈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아마도 거리를 두면 창에 당할 것 같으니 거리를 좁혀 투창을 하지 못하게 할 심산인 듯하였다.
한 번에 몰려오자, 진혁은 창을 들어 크게 휘둘렀다. 공격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한 번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견제를 하기 위함이었다.
주춤하는 사이에 돌려차기로 리자드맨의 복부를 차고 몸을 돌려 찔러 오는 창을 피해 내었다.
진혁은 다수의 리자드맨과 싸우면서 스스로의 전투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정형화되지 않는 자유로운 움직임 속에서 자신만의 격투 방법이었다.
창을 들고 찔러 들어오는 놈을 향해 몸을 비틀어 피하며 어깨로 밀쳐내어 공간을 확보하고, 다른 놈이 휘두르는 창을 보고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놈을 향해 왼손에 쥔 창으로 심장을 노리고 뻗었다.
심장은 비켜 맞았지만 주먹으로 친 데미지가 크게 들어갔는지 리자드맨은 두 번의 공격으로 쓰러졌다.
전직을 아직 하지 않았기에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약이 없어 그런지 리자드맨이 사용하는 창의 공격력이 제법 도움이 되었다.
타악!
뒤로 몸을 뺀 진혁은 벽을 발로 차고 도약하며 몸을 비튼 후에 창을 내질렀다.
“쿠엑!”
앞서 쫓아오던 리자드맨이 창의 찔려 움찔하는 사이 진혁의 주먹이 또 한 번 움직였다.
아이템의 공격력을 무시할 수가 없는지 두 번의 공격에 적중당하면 리자드맨은 어김없이 쓰러졌다.
그럼에도 많은 리자드맨이 진혁을 노렸다.
“커억!”
고통에 둔한 진혁도 데미지가 쌓일수록 몸이 받아드리는 충격의 강도도 커졌다.
리자드맨들은 바닥을 굴러 피하며 일어나는 진혁을 향해 기회라 생각을 하였는지 들고 있는 창을 던졌다.
창이 바닥에 부딪치며 떨어질 때마다 섬뜩 경험을 한 진혁은 두 팔에 힘을 주어, 지면 반발력을 얻어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두 발을 교차하여 날아오는 창을 발로 차서 방향을 바꾸었는데 온전한 기술이 아니다보니 날아오는 창들을 모두 쳐낼 수가 없어 몇 개는 맞아야 했다.
그 덕에 몸을 일으킬 수가 있었으니 그리 손해 보는 건 아니었다.
‘체력이 절반이나 줄었어.’
스탯을 모두 체력에 투자를 하여 체력이 500이나 되었지만 리자드맨과 싸우면서 250이나 소모가 되었다.
‘이렇게 싸우면 내가 당하는데 무슨 수가 없을까?’
잘 싸우고 있지만 리자드맨의 수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이곳은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저 레벨의 놀이터이다. 그럼 분명 방법이 있을 텐데.’
발리칸 산맥은 진혁이 생각한 것처럼 저 레벨의 플레이어들이 거쳐 가는 곳이긴 하지만 모르는 것이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필드 몬스터를 어느 지역이건 특성에 맞게 높은 레벨의 몬스터들이 서식을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직과 동시에 스킬이라는 것을 배우고 익힐 수가 있어 일반적인 무력보다는 스킬을 사용함으로 더욱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상점이나, 연금술사를 통해서 빵과 물이라는 불리는 체력회복, 마나회복 포션을 사서 부족한 체력과 마나를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혁은 듀얼 공간을 통해서 말도 안 되는 스탯을 얻은 덕분에 지금까지 사냥하면서 포션을 복용해 본 적이 없다.
포션을 알고 있었지만 높은 스탯으로 인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지금까지 몬스터를 사냥을 하였다.
또한 간이 천막을 통해서 체력과 피로감을 서서히 채울 수가 있으니 포션에 대한 의존가 낮았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천막을 칠 시간도 부족하고······.’
진혁은 이리저리 난감한 상황에 입술을 깨물었다.
리자드맨이 다시 공격해 왔다.
‘더 집중을 하고 갈 때까지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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