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을은 아니잖아.
진혁은 잠깐 쉬면서 스켈레톤 나이트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스켈레톤 나이트 역시 병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본연의 능력과 소환자인 진혁의 능력치 보정을 받아 더 강해진 모습으로 싸우는 중이었다.
*이름: 동동일.(성장형.) *레벨: 250레벨.
*직위:진혁의 권속 *클래스:스켈레톤 나이트.
*체력: 40.000/40,000 *마력: 7.000/7.000
*공격력:3,000 *방어력:5,000
진혁은 스켈레톤 나이트의 상태창을 보며 놀라워하였다.
체력은 물론 방어력은 자신보다 더 높았고, 공격력은 비슷하였다. 마력이 생각보다 많이 부족하였지만 동동일이 스킬을 사용하는데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는 되었다.
무엇보다 동동일은 성장형이라 경험치를 축적하면 레벨 업은 물론 스킬도 더 강력해졌다.
“아이템을 입히면 든든한 탱커를 얻는 것이나 다름이 없구나.”
“아이고 힘들어.”
프라다가 진혁의 곁으로 와서 주저앉았다.
“너의 잔머리 때문이지.”
“그래도 이만큼 한 것이 어디냐? 그리고 저 놈은 뭐야?”
“스켈레톤 나이트인데 5서클 흑마법사가 되면서 성장형 스켈레톤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어.”
“몇 마리나?”
“세 마리. 서클이 올라가면 더 소환이 가능해.”
프라다는 무슨 괴물을 보는 눈으로 진혁을 보았다.
“예전에 어떤 게임에서 흑마법사를 갱스터 마법사라 불렀다고 하던데 소환수들 다 데리고 다니면 정말 그렇게 불러도 되겠다. 지금도 몇 마리를 소환하는 거야. 스켈레톤 병사가 열 둘, 구울도 열 둘, 키메라 둘에 나이트 하나니까 너 밑에 갱들이 스물일곱이나 되는 거야?
진혁은 프라다의 말을 듣고 자신의 소환수가 그렇게 많아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신이 나서 깔깔거리며 웃는 피란체바를 보았다.
“정령도 한 명 있다.”
“전에 만났던 흑마법사 선배들이라고 한 사람들은 너처럼 이렇게 많이 소환하지 않았잖아.”
“흑마법사도 전공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전공?”
“정통 마법사들도 화염계, 수빙계, 전격계, 대지··· 이렇게 나누어서 마법을 익히잖아.”
프라다는 그럼 너희도? 하는 눈빛으로 진혁을 보았고, 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야. 저주, 독, 소환, 키메라 등등. 난 듀얼 클래스이니 레벨 업을 위해서는 경험치를 두 배로 획득해야 하니까 길어진 시간만큼 전공도 다 선택해서 조금씩 배우는 거지. 그래서 저렇게 많은 거야.”
“아, 맞다. 넌 듀얼 클래스라 경험치가 많이 필요하다고 그랬지.”
“그게 불만이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이런저런 여유도 생기고 또 마법과 몽크 기술을 연계해서 나만의 기술을 만들어 가는 것도 재미가 있고 그래. 두 배라서 조금 늦을 뿐이지, 잘못되거나 그게 힘든 일은 아니거니.”
프라다는 진혁의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조금 있었다.
“역시 난 친구를 잘 만난 것 같아.”
프라다가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이번에 회사에서 VVIP고객들을 대상으로 한정하여 남녀 시계 100세트를 준비했어.”
“시계?”
“그래.”
“프라다는 다른 명품에 비해서 시계는 약하지 않아?”
“다른 명품에 비교하면 가방도 약하지.”
프라다가 중저가의 명품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서 그의 말대로 다른 명품들과 비교하면 가방도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에 제작하는 시계는 정말 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계들과 비교해서 결코 컬리티가 떨어지지 않아. 오히려 더 좋을 거야.”
“그래?”
“내가 디자인을 했고, 스위스 명장인 아드레 코아라가 수작업으로 만들었거든. 이번에 밀라노에게 패션쇼와 함께 전시회를 해.”
“그래서? 그거 나보고 사라고?”
“준다고. 너 여자 친구 사귀면 선물해서 줘. 전에 보내 준 가방도 가지고 있지?”
진혁은 포장을 한 번 풀어 본 것이 전부였다. 가방은 박스채로 고스란히 집에 그대로 있었다.
“물론이지.”
“그럼 가방 안에 넣어서 주면 되겠네. 내가 신상 나올 때마다 하나씩 보낼 줄 테니까 가방에 가득 채워서 줘.”
그 말에 진혁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때 가서 보고, 그런데 난 너에게 줄 게 없는데?”
“안 줘도 돼. 이렇게 가끔 게임에서 나 도와주는 걸로 난 정말 만족하거든.”
프라다는 솔직한 심정이었다.
함께 게임을 하면 재미있기도 하고, 또 뭔가 도전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도 배우고 그러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도 확인하고 체감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럼 내가 언제까지 선수로 UFC에서 시합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일 좋은 좌석으로 내가 티켓을 두 장 보내 줄게. 너도 여자 친구랑 와서 나 시합하는 거 봐.”
프라다는 활짝 웃었다.
“그럼 나야, 고맙지. 나 시합 보러 가는데 지지 마라. 네가 이겨야 여자친구에게 자랑도 하고 그러지.”
“알았어. 너 때문에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네.”
“하하하!”
두 사람이 웃고 떠드는 시간에 피란체바가 소환수들을 이끌고 나머지 산적들을 정리하였다.
“끝났네. 너 때문에 산적 퀘스트 쉽게 할 수가 있었다. 고마워.”
“고맙긴 나도 레벨을 많이 올렸는데. 그리고 나도 좋은 경험도 하고.”
“그래도 네가 나 도와 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퀘스트를 끝냈으니 이제 메인 퀘스트를 받으러 가 볼까?”
“조심해. 길드 놈들이 노리고 있으니까.”
“걱정 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떠벌리고 다닐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으니까 정 어려우면 너에게 또 연락하면 되지.”
“아서라. 나도 할 일이 많거든.”
프라다는 히죽 웃었다.
피란체바가 진혁에게 돌아와 수고 했다는 말을 하였다.
“피란체바도 수고했어.”
-응, 나 정말 힘들었어.
진혁은 피란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좀 쉬어. 영지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피곤할 테니까 정령계가서 푹 쉬고 와도 괜찮아.”
-알았어. 그럼 나 정령계에 간다. 일이 생기면 나 불러.
“그래. 그렇게 할게.”
피란체바가 정령계로 돌아가고, 스켈레톤 병사와 구울 병사들이 소환해제 되어 그 자리에서 녹아버렸다.
백호와 리틀백호, 그리고 동동일이 진혁의 앞에 서 있었다.
“너희들도 수고했어. 소환해제.”
진혁이 이들을 소환해제 시키자, 스켈레톤, 구울 병사와 달리 이들의 발아래 마법진이 생기면서 그 아래로 천천히 흡수가 되어 사라졌다.
“신기하네.”
프라다는 사라지는 진혁의 소환수들을 보고 말을 하였다.
“나도 그래. 돌아가자.”
“나도 돌아가서 얼른 메인 퀘스트를 받아 보고 싶어.”
프라다는 메인 퀘스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귀환 스크롤을 꺼내었다.
“마을에서 보자.”
“그래.”
진혁이 먼저 귀환스크롤을 사용해서 마을로 귀환하였고, 프라다는 그제야 인벤토리에서 귀환스크롤을 찾았다.
“어, 이상하네. 분명 하나 남은 게 있었는데······.”
*
진혁은 마을에서 프라다를 한참을 기다려 퀘스트를 끝낸 후에 접속을 종료하였다.
체육관에 촬영이 있어 그곳으로 가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진혁은 평상시대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에 집을 나섰다.
조깅을 하듯 체육관까지 달려서 나아갔고, 체육관에 도착을 하자, 촬영팀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진혁은 조심해서 안으로 들어서서 뒤쪽에 서 있었는데 진혁이 체육관으로 온 것을 본 봉수가 손짓으로 불렀고, 진혁은 사람들을 비집고 봉수에게로 갔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봉수는 조용히 하라는 시늉으로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간 후에 촬영하는 걸 지켜보았다.
진혁은 한참을 그렇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드는 촬영 스탭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컷! 그게 아니고 관장님 시선을 처리를······.”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촬영을 하는 내내 PD의 표정을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었고, 스태프들 역시 그런 PD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으려고 하는지 피곤해 보이는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방송이 이런 건가? TV에서는 웃고 즐기고 막 그러던데···, 보여주기 위한 위선 같은 건가?’
촬영은 오랫동안 진행이 되었고, 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하니 답답함을 넘어 이제 짜증까지 밀려왔다.
진혁은 한참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봉수에게 손가락으로 탈의실을 가리키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탈의실로 갔다.
“하아······.”
그제야 숨을 크게 쉬는 봉수였다.
“너 아니었으면 숨 막혀 죽을 뻔 했다. 촬영이 뭐 이러냐? 너 오기 전에는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아?”
“모르죠.”
“말도 마라. 애들 들들 볶아서 촬영 준비하고 우리가 말하는 소리가 오디오에 들어온다고 얼마나 지랄지랄을 하는지.”
“재미있네요.”
“넌 재미있지? 다른 사람은 뭐라 말도 못하고 죽을상이다.”
“내가 가서 한 소리해요?”
“네가 가서 뭐 어떻게 하려고!”
“운동에 방해된다고 나가라고 하면 되죠.”
“야, 그게 가능하냐? 이거 하면 광고 효과가 얼마나 큰데, 그걸 아니까 관장님도 싫은 소리 들어가며 저러는 거고.”
“그렇게까지 해서 관원들 얼마나 더 받으려고?”
“그러게 말이다. 관장님은 돈이라도 버니 좋지. 우리는 이게 뭐야. 사람들 많아지면 너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을 텐데.”
봉수의 말을 들으니 관원이 느는게 마냥 좋은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게요. 이렇게 되면 나 체육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야, 네가 가면 어떻게 해.”
봉수가 버럭 소리를 쳤다.
그때 탈의실 문이 열리면서 스태프 한 명이 와서는 잔소리를 했다.
“두 분이 말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요. 그러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짜증내는 목소리에 진혁이 인상을 썼다.
“뭐라는 거야?”
일부러 진혁이 소리를 더 크게 내어서 말을 하자, 스태프가 더 짜증을 내며 말을 하였다.
“조용히 해달라는 말 못 들었어요.”
진혁의 눈을 좁히며 인상을 섰다.
“조용히 하세요. 아니면 밖으로 나가시던가.”
그 말에 진혁이 버럭 소리를 쳤다.
“아저씨, 방송이 무슨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방송을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사람 숨도 못 쉬게 만들어요.”
“아니 그러면 나가주시면 되죠. 왜, 와서 촬영을 방해하고 그러세요.”
진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봉수를 보았다. 봉수는 진혁이 사고를 칠까 싶어 그를 진정시켰다.
“진혁아, 참아.”
“이봐요. 당신이 지금 한 말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지 알지 못하죠.”
스태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진혁에게 오히려 당당하게 소리를 쳤다.
“뭐가요? 관장님과 협의 하에 방송을 진행 중이잖아요. 당신들이 방송 녹화를 방해하는 중이고요.”
“야, 빨리 정리 안 해.”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진혁이 짜증이 나는 표정으로 손짓으로 나가는 시늉을 하였다.
“조용히 하세요.”
말하기 귀찮다는 듯 손짓을 하고는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 전화를 하는데?”
“GC 최승수한테요.”
“왜에?”
-여보세요.
최승수가 전화를 받자, 진혁이 짜증이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위약금 물려 줄 테니까 우리 계약 파기합니다. 내가 을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딴 소리하지 말고 우리 깨끗하게 정리합시다. 내가 더러워서······.”
진혁은 그 말을 끝으로 휴대전화를 끊어버린 후에 전원을 꺼버렸다.
“야!”
봉수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왜요. 나 이제 그만 둘 건데.”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서 방송하고 있는 최달수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관장님, 나 더러워서 이 체육관 더 이상 못 다니겠습니다. 내일부터 다른 체육관 알아 볼 테니 그렇게 아십시오. 나 갑니다.”
“당신 뭐야!”
갑자기 오디오에 큰 소리가 들려오자, PD는 진혁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쳤다.
“당신? 당신이 나 언제 봤고 당신이라고 그래?”
순간 체육관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왜, 방송국 PD라고 스태프들이 ‘예예.’하니 다른 사람들이 다 아랫사람으로 보여? 이 새끼가 쳐 맞아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내가 당신 부하 직원으로 보여.”
오히려 화를 내며 그에게 바짝 다가서자, PD가 흠칫하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PD가 진혁의 강압적인 행동에 한발 뒤로 물러났다.
“별 거지 같은 놈한테 이놈, 저놈 소리 쳐들어야 하고 진짜 시X, 확······.”
진혁이 PD를 향해 한대 치려고 할 때, 최달수가 촬영 중에 달려 나와 진혁을 말렸다.
“진혁아. 왜, 그래?”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이건 아니지요. 여기는 운동하는 체육관이고, 비싼 관비 내고 운동하러 왔으며 운동을 할 수 있어야죠.”
“이야기를 했잖아.”
“운동하는 모습 찍는다면서요? 그런데 이렇게 입도 뻥끗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그건······.”
“보세요. 내가 여기 온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샌드백 한 번 못치고 있어요.”
“진혁아, 오늘만······.”
“관장님이랑 저랑은 인연이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관장님 생각해서 참아 보려고 했는데 내가 이런 개 무시 받자고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진혁아.”
“관장님을 촬영해서 체육관 광고 많이 하시고 돈도 많이 버십시오. 그리고 GC 최승수씨에게 계약 해제하겠다고 말했으니 그리 아십시오.”
“그쪽이랑 계약해지하면 어떻게.”
최달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관장님과 인연은 오늘까지인 것 같습니다.”
“야,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
상황이 이렇게 되니 방송국 사람들도 이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설마 나하고 계약하겠다고 하는 프로모터 하나 없겠어요. 정 안되면 외국에 한 번 알아보면 되죠. 그러니 구차하게 이런저런 말하지 말고 여기까지하고 끝냅시다.”
진혁은 그 말을 끝으로 체육관을 나가버렸다.
“진혁아, 진혁아!”
최달수가 진혁을 불렀지만 진혁은 뒤로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너무 했나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앞으로 며칠 동안 촬영을 할 텐데 이런 식으로 촬영을 하면 피곤한 건 둘째 치고 제대로 운동조차 할 수 없을 뿐더러 방송국 사람들에게 휘둘리게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나중에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되지.”
진혁은 달려서 집에 도착한 후에 샤워를 하고 여행을 떠날 것처럼 옷이랑 준비할 것들을 챙긴 후에 집을 나섰다.
“잠깐 떠나 있는 것도 좋겠지.”
자신을 찾으러 집으로 올 것이 뻔하니 아예 집을 비우고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내가 갑인데 을이 될 수는 없지.”
진혁은 여행용 캐리어를 승용차에 싣고는 그 길로 집을 떠나버렸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