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을 사냥하러 가자.(6권 마지막 이야기)
진혁은 가평에 땅을 알아보기 위해서 다니다 좋은 땅이 있어 계약을 하였다.
비록 가평의 청평호나 자연휴양림과 같이 경치가 좋은 곳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서울과 여기저기 오가기에는 딱 정당한 거리였고, 또 시골 느낌이 조금 나는 곳이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운동하기에게는 딱 좋은 곳이었다.
“여기가 공기 좋고, 조용하니 정말 살기 좋은 곳입니다. 병원이나 백화점과 같은 대형 쇼핑몰이 조금 떨어져 있어 그렇지 이렇게 좋은 땅을 이만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중개인은 땅을 잘 샀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진혁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계약을 끝내고 등기이전까지 마쳤다.
진혁은 이제 관할관청에 가서 몇 가지 신고를 한 후에 집을 지어 줄 공사 업체를 선정해서 집을 짓기만 하면 된다.
“집이 완성이 되면 미국으로 가서 뮤다스와 계약을 하고 돌아오면 되겠네.”
진혁은 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였고, 검은색 승용차가 진혁의 뒤를 따라 붙었다.
진혁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냥 두었다.
“나중에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해 줄게. 열심히 쫓아 다녀 봐.”
진혁은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서는 대부분 두문불출하며 시간을 보내었는데 집에서 운동을 하거나, 가상현실게임 인더스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가끔 운동을 위해서 밖으로 나가 러닝하고, 양종국의 체육관으로 가서 그에게 레슬링 기술을 배우고 갈고 닦는가 하면 인더스 안 세상에서 보다 유익한 기술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아크로바틱 훈련장에서 아크로바틱 훈련을 하면서 고난위의 액션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였다.
“진혁씨, 액션 스턴트를 해도 될 만큼 잘 하시는데요? 어때요? 이번에 우리 팀이 참가하는 영화가 있는데 함께 가 보실래요?”
소장이 진혁을 칭찬하며 함께 영화에 출연하자고 제의를 할 정도 아크로바틱 액션도 일취월장하였다.
딱히 큰 변화가 없는 진혁의 일상을 쫓아다니며 일거수일수족을 관찰하는 기자들은 특별함이 없는 진혁의 생활에 지루함을 느낄 정도였다.
“참, 지랄도 풍년이네.”
진혁은 인터넷 기사에서 가평에 땅을 산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와 어이가 없었다.
기자들과 소송해서 번 돈으로 가평에 땅을 산 운동선수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떴고, 그 기사는 빠르게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자신은 또 한 번 쓰레기가 되어야 했다.
-그런 기사에 악플이 달리면 그걸로 허위사실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것들을 모두 조사하여 악플을 단 사람들을 고소하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더 나쁜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들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똑같이 그러한 허위사실명예훼손, 모욕, 비방들을 일삼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먼저 찜하는 사람이 합의금을 받을 수가 있으니 가차 없이 고소를 진행하시는 것이 진혁 님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선처를 해 줘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이트 공간에서 고소를 당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온갖 방법들을 공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진혁은 기사에 난 악플들을 보면서 엘리스와 한 대화를 떠올렸다.
“이 악플들이 돈이란 말이지. 우리나라에 이런 걸 전문으로 고소, 고발하는 법무법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찾아가서 조언을 구해 봐야겠어.”
진혁은 이왕 나쁜 놈이 되었으니 확실하게 나쁜 놈이 되기로 하였다.
“얼마든지 욕하고 지랄들을 해라. 나중에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해 줄 테니까.”
진혁은 인터넷을 종료한 후에 휴대폰을 찾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진혁 님!
전화를 받는 건 엘리스였다.
“엘리스 강은 인더스 접속 중인가요?”
-그렇습니다. 메인퀘스트 때문에 일을 마친 저녁에는 대부분 인더스에 접속하고 계십니다.
“아, 그렇구나. 저기 뮤라스에서 엔터 만든다고 했잖아요. 그게 정식으로 언제 만드나요?”
-인더스 세상 안에서 활동할 플레이어들과 계약을 끝내면 정식으로 출범할 것입니다. 그건 왜? 불안하셔서 확인 차 전화를 하신 겁니까?
엘리스의 말에 뜨끔하였지만 속내를 감추고 말하였다.
“그게 아니라 청탁 좀 하려고요.”
-청탁?
“네. 한국에서 인더스를 하는 플레이어 한 명이 있는데 레벨은 324레벨이고······.”
진혁은 김봉수에 대해서 엘리스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나이는 30대에요.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해서 젊은 사람들보다 반응속도가 빠르거든요.”
봉수의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면서 그도 이번 프로 게이머 테스트에서 기회를 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 보았다.
-그런 분이 계시면 저의 데이터 안에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얼마가지 않아 엘리스의 대답이 들려왔다.
-있습니다. 이름은 김봉수, 나이는 32세, 성별은 남자, 혈액형은 O형, 주소는 서울···, 인더스 세상 안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악령.
인더스에서 악령이라는 이름으로 플레이하는 이들이 한국에서만 수백 명은 되었다. 그만큼 게임 아이디로는 매력적인 이름이라 많은 플레이어들이 악령이라는 이름으로 플레이를 하는 중이었다.
“맞아요. 그 사람이에요.”
-다른 분들보다 먼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에 미달이 되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온전히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온전히 게임할 시간이 주어지면 그 형은 정말 잘해낼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진혁님께서는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전 운동이 좋아요. 게임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그걸로 만족하려고 해요.”
-단순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게임이 잘 하시니 문제입니다. 지금 가장 빠르게 메인 퀘스트를 풀어나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메인 퀘스트는 안 하려고요. 퀘스트 유지는 하긴 할 텐데 메인 퀘스트에 매달릴 생각은 없어요.”
-왜, 입니까?
“그냥 인더스 세상을 여행하고 모험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메인 퀘스트를 쫓아다니면 너무 한정된 영지만 다닐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메인퀘스트를 하는 걸 지켜보면서 그냥 유지만 할 생각이에요.”
-그러다 메인 퀘스트가 소멸되면 어떻게 합니까? 다시 받을 수 없을 텐데요.
“인더스의 세상에는 에피소드1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 더 넓게 보고, 나름 만족을 찾아가며 모험을 하고 싶어서요.”
-좋은 생각 같습니다. 진혁 님의 모험이 우리 뮤라스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마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모험하면서 다양한 몬스터들과 싸우고, NPC들과 어울려 볼 테니까요.”
*
진혁은 인더스 세상에 접속을 하여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의뢰를 하기 위해서 아스란 영지로 갔다.
아스란 영지에는 이미 많은 플레이어들이 진출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드란 황무지 때문이었다.
드란 황무지는 150레벨부터 30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사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데 간혹 저레벨의 플레이어 고레벨의 몬스터를 만나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하였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과신하다 고레벨의 몬스터에게 죽는 경우도 있었고, 길을 잘못 들어 고레벨의 몬스터를 만나 죽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레벨의 몬스터들이 드란 황무지에 존재하고 있어, 많은 이야기꺼리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진혁은 아스란 영지에 도착하여 우선 워프 게이를 활성화시킨 후에 상점에 들러 제법 많은 체력회복 포션과 영지로 귀환할 수 있는 귀환스크롤을 몇 장 구입을 하였다.
“벨루라스는 엄청 강한 놈이라 조심해야 해.”
피란체바는 벨루라스를 사냥해야 하는 진혁이 걱정되어 말을 하였다.
“걱정 마. 아무리 단단한 피부를 가진 놈이라도 대미지를 줄 수 있으니까.”
마치 벨루라스와 싸울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필요한 몽크 스킬 세 가지를 얻었다.
핑거 마스터와 오러 피스트, 그리고 내가중수법이었다.
오러 피스트와 내가중수법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었고, 핑거 마스터는 나중에 그 활용성을 생각해 봐야겠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정말?”
“그래. 그리고 독 마법도 있고, 저주마법도 있으니 제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고 해도 시간을 끌면서 싸우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야.”
“알았어. 나도 열심히 진혁을 도와줄게.”
“그래. 우리 반드시 이기자, 그래서 놈이 가지고 있는 마력 기관을 너에게 줄게.”
“마력기관을 정말 나에게 줄 거야?”
“그럼 피란체바가 제일 좋아하는 게 어둠의 마력이잖아.”
“응, 난 어둠의 마력이 좋아. 순수고 짙은 어둠의 마력. 진혁이 가지고 있는 마력과 같은 그런 마력이 좋아.”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피란체바를 보는 진혁은 꼭 어린아이와 같다고 생각하였다.
조금 전의 걱정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고, 마력기관의 마력을 흡수하여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만을 하는 피란체바였다.
진혁과 피란체바는 아스란 영지를 출발하여 드란 황무지에 도착하였다. 드란 황무지 도착한 후에 먼저 워프 게이트를 활성화시켰다.
-워프 게이트가 활성화됩니다. 워프 게이트를 통해서 아스란 영지로 이동하실 수가 있습니다.
시스템 알림으로 드란 황무지가 아스란 영지에서 갈 수 있는 마지막 몬스터 서식지임을 알 수가 있었다.
“지도!”
진혁이 지도를 펼치자, 지도에는 드란 황무지가 표시가 되었고, 황무지 안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찍혀 있었다.
아마도 물음표로 표시가 된 곳은 몬스터의 서식지들이고, 아직 진혁이 몬스터를 확인하지 않아 표시가 안 된 지도가 보인 것이다.
“잠수 패치를 한 건가? 저번에 다른 영지에서는 몬스터 서식지가 표시된 것 같은데.”
진혁은 조금 달라진 지도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몬스터를 찾아 지도를 다 밝히는 것도 재미가 있겠지. 피란체바 출발하자.”
“알았어. 나에게 맡겨 둬. 내가 싹 다 잡아 버릴 테니까.”
자신 있게 말을 하는 피란체바를 보며 활짝 웃는 진혁은 드란 황무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성큼 걸음을 옮겼다.
*
왕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큰 몬스터 서식지인 드란 황무지는 넓은 것은 둘째 치고 정말 다양한 몬스터가 존재하였다.
TV에서 가끔 보던 호주의 아웃백처럼 복잡하기도 하기도 하여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곳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지만 그들이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을 정도였다.
진혁은 드란 황무지에서 자신이 첫 방문이라는 동굴을 찾아 그곳에서 300레벨 이상의 몬스터를 만나 싸우기도 하였고, 숨겨진 던전을 찾아 모험을 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이 있으니 그들을 상대로 다양한 전투 방식을 익힐 수가 있었고, 그렇게 익힌 전투 방식을 몬스터를 통해서 숙달하며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지만 진혁과 피란체바는 드란 황무지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진혁은 자신이 곳에 온 목적인 퀘스트 몬스터인 벨루라스가 드란 황무지 우측 상단에 자리를 잡고 있음을 확인을 하였지만 이곳에 어떤 몬스터들이 있는지 궁금하여 드란 황무지를 다니며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진혁이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에게 적용되고 있는 몬스터의 특성으로 인해서 레벨이 낮은 몬스터들은 자신을 두려워하여 먼저 공격하거나, 혹은 앞을 가로 막거나 하지 않았다.
10레벨 정도 차이가 나는 몬스터는 진혁의 눈치를 보고 있다가 진혁이 공격을 하면 그들도 무리를 지어 공격을 하였는데 2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몬스터들은 진혁이 공격하면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이로 인해서 최소한 1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몬스터에게 먼저 맞아 죽을 일은 없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경험치를 안 주는 몬스터들이니 굳이 목숨 걸고 사냥할 필요는 없지.”
처음 만나는 몬스터는 호기심으로 싸워보긴 하겠지만 레벨차이가 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도 이익이 없으니 굳이 싸울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을 하였다.
진혁은 그렇게 황무지를 다니면서 몬스터들을 확인을 하였고, 몬스터의 우두머리 격인 변종 몬스터를 만나면 그놈만 사냥하면서 다녔다.
변종 몬스터는 레벨 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도 먼저 진혁을 향해 공격하였는데 변종 몬스터라고 해도 레벨의 차이가 있으니 진혁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진혁 역시 변종 몬스터에 가까웠기에 그놈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인지도 모른다.
진혁은 드란 황무지를 삼일 동안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 이곳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다 알아낼 수가 있었다.
지도에 표시된 물음표가 모두 몬스터의 이름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동안 만난 몬스터가 백 종이 되었습니다. 몬스터 도감이 개방됩니다.
“아, 몬스터 도감!”
게임 사이트 포유에서 본 적이 있었다.
몬스터 도감이 개방된다고 특별한 혜택은 없지만 몬스터를 처치하는 수와 숙련도에 따라 그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확률, 금화 보상, 재료등을 조금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진혁은 곧장 몬스터 도감을 펼쳐 보았다.
*몬스터 도감
몬스터- 앞니 나온 토끼.
설명- 초보자 마을 앞에 서식하는 몬스터로 앞발과 앞니로 공격하는 성질 사나운 몬스터이다. 사납지만 그리 두려운 몬스터는 아니기에 초보자라도 쉽게 사냥할 수가 있다. (532/10,000)
몬스터 도감에는 몬스터의 이름과 몬스터의 외형, 그리고 몬스터의 특징이 쓰여 있었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사냥을 한 숫자가 쓰여 있었는데 대부분 맥스가 일만 마리였다.
진혁이 그 동안 사냥한 몬스터의 종류가 딱 100종이었는데 몬스터들 중에서는 다른 플레이어가 사냥하지 못한 몬스터도 있고,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사냥한 몬스터들도 있었다.
“이거 맥스로 다 잡아도 재미가 있겠다. 앞으로 여행하면서 한 번 도전을 해 봐야지.”
서두를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하였다.
왕국에 초보자 마을은 많고, 자신은 아직 다녀보지 못한 곳이 많이 있었기에 왕국 곳곳을 다니다보면 언젠가는 맥스를 찍을 터이니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면 결국 몬스터 도감의 몬스터를 모두 찾아내고, 또 맥스로 사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벨루라스 놈을 최초로 사냥해서 몬스터 도감에 기록해 놓아야지.”
진혁의 시선이 우측으로 향했다.
“피란체바, 놈을 사냥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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