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전직을....
구슬땀을 흘리면서 훈련에 전념하는 진혁은 시합 날이 점점 다가오자, 스탭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현지에서 시차적응도 하고, 외국인 파이터들과 스파링도 하면서 실전 감각을 더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진혁과 일행은 GC엔터테인먼스의 프로모터 최승수가 제공해 주는 집에서 생활을 하며 라스베이거스의 체육관을 오가며 훈련을 하였는데 미국에서도 여전히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에 접속하여 여가 시간을 즐겼다.
최승수 역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술과 도박을 하며 잠깐의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생각에 진혁에게 접속기를 비롯하여 가상현실 인더스의 세상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공해 주었다.
“퀘스트 창!”
퀘스트: 자신을 증명하라.(전직 퀘스트)
설명: 알리는 강해지고 싶다고 말한 진혁 님의······ 일부 증거는 직접 추출을 해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증거 추출 대상 몬스터
*리큘로스의 뿌리- 1,000/1,000
*임프의 꼬리- 1,000/1,000
*오크의 심장- 1,000/1000
*라이칸스로프의 어금니- 1,000/1000
*드라이어드의 잎사귀- 1,000/1000
*하피의 발톱- 1,000/1,000
*트롤의 피- 100/100
*오우거의 힘줄- 10/10
리치 흑마법사인 알리에게 퀘스트를 받고 현실 시간으로 40일 만에 퀘스트를 끝낼 수가 있었다.
퀘스트를 끝내는 동안 진혁은 그린우드의 전체 지도를 모두 밝힐 수가 있었고, 퀘스트 몬스터 외에도 더 다양한 몬스터를 사냥하며 경험들을 쌓았다.
그린우드에는 많은 몬스터의 서식지들이 있었고, 그 놈들은 진혁에게 흑마법과 몽크의 기술을 연계하여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제 끝났네. 오우거 이놈들은 정말 찾기가 힘들었어.”
조금 더 빨리 퀘스트를 끝낼 수가 있었는데 오우거의 개체가 너무 적어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독을 이용해서 오크 서식자와 하피 서식지에서 몬스터를 사냥했던 방법이 이상하게 다른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받아 다 죽어 있어 경험치를 비롯하여 추출재료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직접 사냥할 수밖에 없어 이 또한 시간이 걸리는데 한 몫을 하였다.
진혁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시스템의 허점과 자신의 특성을 이용한 버그를 사용하여 몬스터를 사냥한 것인데 이게 막히면서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진혁은 퀘스트를 끝내고 기쁜 마음으로 그린우드 안의 벨리아 마을로 돌아 왔다.
진혁이 마을로 돌아오자, 요한슨이 먼저 반겨 주었다.
“살아 있었구먼.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 난 큰일을 당한 줄 알았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 알리님이 시키신 일을 모두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오, 그런가? 알리님께서 좋아하시겠군. 얼른 탑으로 가보게.”
요한슨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에 진혁은 사령의 탑이 아닌 잡화상점에 먼저 들렀다.
인벤토리에 있는 잡템들을 모두 팔기 위해서였다.
“어머, 오랜만에 오셨네요.”
진혁이 상점에 들어오자, 친근감을 표시하였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린우드가 워낙 넓어 헤맨 것도 있고, 원하는 몬스터를 못 찾아 돌아다니다보니 이렇게 늦었네요. 데일리 님, 이것 좀 사 주세요.”
진혁은 인벤토리에 있는 잡템들을 꺼내어 놓았고, 많은 양의 잡템을 본 데일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머머, 그 동안 사냥만 하신 거예요?”
“알리 님께서 시키신 일이 있어서 말이에요.”
“어디 봐요. 이건 10개 묶음에 1골드. 어머 이건 아주 비싼 건데. 제법 많이 모았네요. 모두 43개이니 215골드, 이건 참 귀한 건데······.”
데일리는 잡템을 분류하면서 즐거워하였다.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려서 잡템의 분류를 마친 데일리는 진혁에게 방긋 웃으며 말하였다.
“모두 2340골드네요. 저에게 모두 파시겠어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40일 동안 사냥한 잡템치고는 제법 많이 모았다.
무엇보다 사냥터를 독점한 효과가 컸다. 만약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린우드로 들어와 함께 사냥을 하였더라면 이렇게 많은 잡템을 모으지는 못했을 것이다.
‘100골드에 만원이니 잡템으로 23만원을 벌은 셈이네.’
거기에 일반 아이템과 레어 아이템까지 포함하면 진혁이 40일 동안 사냥하면서 제법 많은 돈을 번 셈이었다.
계산을 마친 진혁은 다음에 또 들릴 것이라고 말을 하고는 사령의 탑으로 향했다.
사령의 탑 안으로 들어가자, 플레이어로 보이는 이들이 몇 명 보였다.
‘이제 이곳도 조금씩 알려지는 모양이다.’
“어, 이곳에서 플레이어는 정말 오랜만에 보네. 뉴비인가 보네요.”
두 명의 플레이어가 진혁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친근감을 표시하였다.
“흑마법사는 정말 귀한 클래스인데 같은 클래스라 반가워요.”
진혁은 친한 척을 하는 플레이어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곳에서 전직하세요?”
“네. 이제 2차 전직을 하는 중입니다.”
“그렇구나. 저희 3차 전직자에요.”
3차 전직자란 말은 200레벨에 5서클의 흑마법사란 뜻이었다.
“엄청 고레벨이시네요.”
“게임을 한 지 조금 오래 되었으니까요. 그럼 우린 벨리아 학파의 동문이네요.”
“아, 그렇게 되나요?”
“전사들은 몰라도 마법사들은 생각보다 동문의 힘이 크거든요. 그래서 동문에 강한 마법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도 많이 받고 그렇죠. 그런 걸 봤을 땐, 우리 흑마법사들이 조금 불리하긴 해요.”
“아, 감사합니다.”
“2차 전직하면 전공을 고르셔야겠네요.”
“아직 생각 중입니다.”
이들이 말하는 전공은 마법사의 특징을 두고 말을 한다.
흑마법은 크게 독 마법, 소환마법, 키메라 제작 마법으로 나뉘는데 2차 전직에서 어떤 마법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익힐 것인지 결정을 하곤 한다.
일부 마법사 클래스 중에서 이것저것 다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결국 세분화되고, 전문화가 되는 과정에서 도태되어 어중이떠중이 마법사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하나의 속성을 선택하여 전문적으로 익히는 것을 추천하고, 또 그렇게 배우고 익히는 추세였다.
“제가 해 보니까 독이 편하긴 한데 사냥속도가 너무 느려요. 그리고 소환수는 소환자의 능력치를 따라 변하니 우리에게는 그리 좋은 건 아니고, 조금 힘드시겠지만 이왕 하는 거 키메라로 하세요. 레어 대작만 나와도 쓸 만하니까요.”
“아, 조언에 감사합니다.”
진혁은 이렇게 말을 하지만 자신은 전공을 고르지 않고 모두 다 배울 생각이었다.
다른 플레이어의 경우 레벨 업을 통한 성취감을 얻기 위함이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레벨 업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니 자신은 빨리 빨리가 아닌 슬로우 게임 라이프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우리는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갈 거니까 또 인연이 되면 만나요.”
“네. 선배님들 살펴 가십시오.”
진혁은 두 명의 플레이어들에게 인사를 한 후에 피식 웃었다.
“동문이라······.”
진혁은 이층으로 올라가 워프 위에 올라섰다. 그리곤 알리가 있는 방으로 워프를 하였다.
알리의 방 앞에서 노크를 하자,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
“나의 생각보다 빨리 왔군. 난 1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현실 시간 40일이니 인더스의 시간상으로는 넉 달이 흐른 셈이다.
“다행이 운이 좋았고, 또 꼼수도 조금 통했고 해서 조금 앞당길 수가 있었습니다.”
“어디 보세.”
진혁은 자신이 구해 온 부산물들을 알리에게 보여주었다.
“오호, 모두가 빛나는 부산물들인가?”
“네. 이왕 구하는 거 빛나는 부산물로 구해드리면 알리 님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구해 왔습니다.”
“잘 하였네.”
빛나고 질긴, 빛나고 단단한, 빛나고 부드러운 같은 최상급의 재료들은 진혁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서 따로 챙겨 두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자네는 흑마법사 이전에 키메라이기도 하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키메라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를 하여야 하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키메라 자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거지.”
진혁은 알리의 말을 듣고 눈을 깜빡거렸다.
“그 말씀은?”
“자네의 몸을 재구성하여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를 시킨다는 말일세. 그리고 자네가 구해 온 이 재료들이 자네를 업그레이드를 시킬 재료들이지. 어떻게 할 텐가? 업그레이드를 할 텐가?”
-퀘스트 업그레이드를 하라. (전직 퀘스트)
설명: 전직을 하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알리는 진혁 님의 몸을 보다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업그레이드를 추천합니다. 승낙하시면 업그레이드가 진행이 되고, 전직 퀘스트를 끝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직할 때마다 몸에 칼을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다고 전직을 안 할 수도 없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리 장로님!”
알리는 활짝 웃음을 보였다.
“걱정 말게. 그래도 제자가 유니크 대작을 만들었는데 그걸 훼손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나의 연구실로 갈까?”
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자, 진혁도 그를 따라 방을 나섰다.
*
진혁은 인더스의 접속을 해제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몸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참, 이런 식으로 전직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진혁은 자신의 몸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니 더 좋은 재료들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꺼내어 주었지만 알리는 상성만 안 좋을 뿐이라고 말을 하며 다시 돌려주었다.
제작에 있어 좋은 것만 가져다 쓰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해주며 키메라 제작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적절한 재료로 적절한 배합에 의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하였다. 초보자들은 무조건 좋은 재료만 찾는데 그러지 말고 재료들의 상생, 상극을 공부하고 연구하면 키메라 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을 하였다.
“레벨에 목숨 거는 플레이어들은 이런 소소한 재미를 알지 못할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칼로파에게 잡혀서 키메라가 된 것이 행운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싫더니.”
진혁은 침대로 가서 누웠다.
“업그레이드는 보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까 시합이 끝나는 날 업그레이드가 끝나겠네.”
현실 시간으로 5일 뒤에 업그레이드가 끝나는 날이니 그 동안 자신은 시합을 잘 준비해서 시합에서 이기고, 기분 좋게 돌아와 인더스에 접속을 하여 자신의 몸을 살펴보면 될 것 같았다.
“일단 잠을 푹 잔 후에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 보자.”
진혁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것도 잠시 곧 잠이 들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잠을 자던 진혁이 부스럭거리며 일어난 시간이 새벽 시간이었다.
“잠을 많이 잔 것 같은데 의외로 시간은 많은 안 지났네.”
진혁은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어 진혁은 조용히 TV를 켠 후에 인터넷을 이용해서 누비아 마르틴의 시합을 찾아보았다.
소리를 죽인 상태에서 화면의 영상만을 바라보는 진혁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만큼 집중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몇 번을 본 영상이지만 볼 때마다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곤 하였다.
“확실히 그라운드에서는 강해. 내가 그라운드로 가면 불리할 수도 있겠어.”
스스로 생각하기에 누비아 마르틴보다 약하다고 생각지는 않으나 그래도 프로들의 시합에서는 방심이 곧 패배로 이어지는 결과를 얻을 수가 있으니 상대가 잘하는 것보단 내가 잘하는 걸 내세워 시합을 운영해야 이길 수 있는 법이었다.
진혁은 누비아 마르틴과의 시합에서 그래플링이 아닌 타격으로 승부를 보기로 결정을 하고 남은 기간 동안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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