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다 털어갔어.(1권 마지막 이야기)
진혁은 일본 일정을 모두 끝낸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기를 가졌다.
그는 휴식기에도 매일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는데 훈련 강도가 시합전이나, 혹은 평소보다 조금 약해졌을 뿐, 그의 생활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볼 때, 참 재미없게 산다 싶을 정도였다. 체육관의 선배들이 진혁에게 삶의 즐거움을 가르쳐 준다며 이리저리 데리고 다녀보았지만 진혁의 관심은 체육관 선배들의 관심과는 조금 달랐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진혁은 샤워를 하고 TV를 켰다.
진혁은 뉴스나 스포츠 관련 방송 밖에 보지 않았는데 주로 보는 것이 UFC 대회나, 혹은 이종격투기, 권투와 같은 투기 종목의 방송들이었다.
화면에 현 UFC 페더급 챔피언 루아 산체스가 챔피언이 되기 전에 하였던 시합을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곧 자신이 뛰어들 무대의 챔피언의 경기이니 수십 번도 더 보았던 영상이지만 새롭게 보였다.
“그렇지 이게 루아 산체스지.”
진혁은 이 시합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루아 산체스의 격투 감각과 경기 운영이 예술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순수 강함만으로 따지면 타격머신 안토니 반데라나 그레플러 리틀 좀보아가 챔피언인 루아 산체스보다 더 강할 수도 있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면에서는 두 사람이 루아 산체스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루아 산체스의 경기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지루한 시합이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화끈한 TKO승도 자주 나오고, 서브미션으로 이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 분야에서는 루아 산체스보다 강한 사람은 있어도 종합적으론 그보다 강한 사람은 아직 페더급에는 없다는 것이 격투기 계에 정설이었다.
진혁도 루아 산체스의 경기를 보면서 그의 경기 운영감각을 배우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진혁 뿐만 아니라 챔피언을 노리는 모든 이들이 루아 산체스의 경기를 보면서 그에게서 배우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옳았다.
“치고 들어갈 때는 확실히 치고 들어가고, 빠질 때는 또 미련 없이 빠진다.”
끊고 맺음이 확실한 그의 경기를 보면 늘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플레이어들과 싸울 때도 마찬가지야. 승기를 잡았다고 해서 물러 설 때, 물러나지 않으면 내가 카운터를 맞아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지.”
최근 들어 플레이어와 많이 싸우면서 조금씩 느끼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로 인해서 레벨이 낮아도 압도적인 피지컬을 이용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진혁의 전투 스타일이 조금씩 변해가는 중이었다.
“마법을 사용하면 더 재미가 있고.”
순수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싸우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저주 마법과 연계하여 싸우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진혁은 루아 산체스의 경기를 모두 본 후에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그대로 떠올려 보았다.
이미 몇 번을 본 경기이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후에 상상력을 더 하였다.
자신이 루아 산체스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싸웠을까? 또 그의 상대라면 어떻게 싸울까?
진혁은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에 익숙하였다. 그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끝낸 후에야 하루의 연습이 끝이 났다.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는데 아직 루아 산체스를 상대하기엔 많이 부족해.”
물론 2위인 안토니 반데라와 3위인 리틀 좀보아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이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지만 한 번 해볼 만한 상대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챔피언인 루아 산체스만큼은 아직은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UFC로 가서 씹어 먹을 줄 테니까.”
진혁은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상현실 인더스에 접속하기 위함이었다.
진혁은 시합이 끝났으니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찾아와 줬으면 좋겠는데.”
진혁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인더스에 접속을 하였다.
인더스의 세상으로 들어오니 자신은 칼로파의 거처에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거처를 나서려고 하는 순간 시스템 알림이 진혁에게 들려왔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의 2층 네임드 몬스터인 리치 칼로파가 죽었습니다.
-리치 칼로파의 죽음으로 그에게 종속된 제한이 풀립니다. 하지만 성향은 유지됩니다.
-리치 칼로파의 종속이 풀린 진혁님께서는 몬스터와 플레이어의 특성을 모두 계승합니다.
“칼로파가 죽었다고? 학술연구회에 간다고 그랬는데.”
진혁은 갑자기 들려오는 시스템 알림에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하였다.
성기사 네안데르가 케빌로스 길드와 함께 리치들의 고성을 공격한 사실이 아직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기에 진혁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의 2층 주인인 칼로파의 죽음으로 3층이 개방이 됩니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의 3층은 아직 아무도 도전하지 않아 3층에 도전하시면 전투 경험치, 스킬 숙련도, 스탯 누적치 30%의 상승효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칼로파의 종속에서 풀려나신 진혁님께서는 발리칸 산맥 전진 기지로 돌아갈 수가 있습니다.
“칼로파가 죽었으니 이제 여기 있을 이유가 없···, 혹시?”
진혁은 칼로파의 거실 안쪽에 있었다.
진혁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창고로 가서 아이템을 하나 챙긴 후에 인벤토리에 넣어 보았다.
-아이템을 습득하였습니다.
“대박!”
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대박이라 외치며 기뻐하였다.
“그래. 내가 몬스터와 플레이어의 성향을 같이 가지고 있어 이 아이템들을 습득할 수 있는 거구나.”
칼로파의 종속이 풀렸지만 신체 개조가 된 덕분에 진혁은 몬스터, 즉 인더스 안에서의 NPC의 성격도 사라지지 않고 유지가 되었다.
“마법 주머니 몇 개가 어디 있었는데.”
진혁은 창고에서 보았던 마법 주머니를 찾았다.
“여기 있네.”
칼로파의 창고에는 마법 주머니 3개가 있었는데 용량에 따라 100킬로그램, 500킬로그램, 1,000킬로그램까지 넣을 수 있었다.
진혁은 마법 주머니에 안에 창고 있는 아이템을 모두 챙긴 후에 서재로 가서 칼로파의 마법서까지 모두 챙긴 후에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그래도 정이 조금 들었는데 아쉽네.”
그렇게 칼로파를 죽이려고 플레이어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였지만 막상 죽었다고 하니 조금 섭섭한 마음이 생기도 하였다.
칼로파가 처음으로 제작에 성공한 유니크 대작이라 진혁에게 엄청 잘해 주었고, 진혁 또한 거처에 침입하는 플레이어들을 물리치면서 그에게 크고 작은 보상들을 받으며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내었다.
“그래도 평생 이곳에 있는 것보다는 인더스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낫지.”
진혁은 거처를 한 번 더 돌아 본 후에 거처를 나왔다.
-칼로파의 거처는 당분간 폐쇄됩니다.
“어?”
-칼로파의 라이프베슬이 파괴되지 않아 칼로파가 훗날 부활하면 다시 개방됩니다.
“아······.”
진혁은 칼로파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는 시스템 알림을 듣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칼로파의 거처를 지키는 키메라들이 진혁을 보자,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칼로파가 죽기 전까지는 자신의 수하들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칼로파 죽은 이후 종속의 관계가 풀리면서 거처를 지키는 키메라들이 진혁을 침입자로 인식을 하게 되었다.
“난 몬스터의 성향도 있는데.”
몬스터의 성향과는 달리 침입자로 인식한 것이라 진혁을 향해 흉포한 기운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진혁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키메라들을 향해 움직였다. 이미 수천 번은 이들과 싸워 봤기 때문에 행동하나하나가 눈에 들었다.
진혁은 경쾌한 발놀림으로 키메라들의 공격을 피하며 가벼운 잽을 날렸다.
퍽··· 퍽··· 퍽······.
진혁은 가볍게 날린 잽 공격이었지만 그걸 맞는 키메라들은 큰 대미지를 입었다.
이건 경량급의 선수에게 수퍼 헤비급의 선수가 잽으로 공격하는 것과 같은 경우였다.
진혁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키메라들이었지만 그들은 악착같이 진혁을 공격을 하였다.
얼굴을 향해 뻗어 오는 발톱을 허리를 숙여 피하면서 오른손으로 옆구리에 강력한 한 방을 집어넣자, 키메라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이를 시작으로 진혁은 50마리가 넘는 키메라들을 한 놈씩 때려눕히며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진혁이 키메라들을 모두 때려 눕혔을 때,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고, 레벨 또한 하나를 올릴 수가 있었다.
“재미있네.”
진혁은 칼로파에게서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며 3층 계단을 이용해 위로 올라갔다.
*
진혁이 발리칸 산맥의 펠리 전진 기지로 돌아온 건 6개월이 지나서였다.
펠리 전진기지 안을 천천히 걸어 다니는 진혁은 나름 변화된 자신의 모습의 만족하였다.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의 3층 주인은 타락한 정령 아돌란이라는 정령이었는데 진혁은 아돌란과 싸우면서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실하게 알 수가 있었다.
칼로파의 수족으로 있으면서 찾아오는 플레이어들과 싸우면서 경험치를 획득하면서 레벨을 올렸고, 아돌란을 처치하면서 50레벨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레벨은 50레벨이지만 자신의 스탯은 200레벨의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확신을 할 수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아돌란의 레벨이 200레벨의 몬스터였고, 그와 싸워 이겼으니 그러한 확신이 생기게 된 것이다.
“많이 달라졌네. 플레이어들도 많이 붐비는 것 같고.”
자신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많이 변화된 모습이었다.
계속해서 인더스이 플레이어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또 진혁이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에서 2층인 칼로파의 거처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덕분에 수중 동굴을 찾는 플레이어들도 제법 늘어나서였다.
“아씨, 어떤 놈이 털었는지 깨끗하게 털어갔더라고.”
한 플레이어가 진진기지 안으로 들어오면서 투덜거렸다.
“조금만 빨랐어도 아이템이랑 마법서 다 우리가 챙기는 거였는데. 그 시X 놈이 3층까지 클리어하는 바람에 소득도 없이 헛수고만 하고······.”
진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피식 웃었다.
“그러게 좀 부지런히 다니지.”
진혁은 혼자 말을 하고는 은행으로 갔다.
인더스의 시스템 중 은행이라는 콘텐츠가 있는데 이 콘텐츠는 플레이어가 은행에 아이템이나, 돈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은행에서 몇 가지 설정을 하면 맡겨 놓은 돈에 대한 이자도 얻을 수 있고, 아이템을 대신 팔아주기도 한다.
물론 아이템을 대신 팔아 줄 때는 수수료 명목으로 10%를 은행에서 가져가지만 파는 이의 출처를 숨길 수가 있어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은 은행의 이러한 시스템을 자주 이용한다.
진혁은 은행으로 가서 먼저 계좌를 개설하였다. 이 계좌가 소위 개인 창고 계념이었다.
은행 직원은 진혁에게 몇 가지의 절차를 알려주며 계좌를 개설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진혁은 계좌를 개설하자마자 칼로파의 창고에서 가지고 온 공간주머니 세 개를 맡겼다.
“그리고 이걸 팔려고 합니다.”
진혁은 그 동안 플레이어와 싸워서 얻은 아이템 3개와 고요한 샘의 수중동굴 3층 던전의 3층 주인인 아돌란을 죽이고 얻은 아이템을 은행을 통해서 팔려고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은행의 VVIP 고객님들을 대상으로 파시겠습니까? 아니면 경매를 통해서 파시겠습니까?”
은행의 직원이 묻자, 진혁은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저희 VVIP고객님을 대상으로 파시게 되면 판매 수수료는 5%, 경매를 통해서 파시게 되면 판매 수수료는 10%입니다.”
수수료 5%의 차이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은 경매보다는 VVIP고객에게 파는 것을 선호하였다.
은행은 고객 관리 목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은행의 VVIP가 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았다.
플레이어가 은행의 VVIP고객이 되면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한발 앞서 좋은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게 된다.
진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일단 경매로 팔아보기로 하였다.
“경매로 팔겠습니다.”
“그럼 경매 기간을 정해 주세요. 최소 7일에서 최장 30일까지입니다.”
“10일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진혁 고객님께서 맡기신 아이템은 10일짜리 경매로 10일 이후 최고 금액을 쓰신 분에게 판매가 됩니다.”
“알겠습니다.”
“또한 유찰이 될 경우 최대 3번까지 경매를 하여 판매를 하는데 그때도 판매되지 않으면 저희가 임의로 VVIP고객님께 판매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주십시오.”
진혁은 은행에 물건을 맡긴 후에 몽크 길드를 찾아갔다.
문지기 한스가 여전히 문지기로 찾아오는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발리칸 산맥에서 몽크 마스터 마르테우스님이 유지를 이어 받았습니다.”
진혁의 말에 문지기 한스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여 진혁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아니, 다시 한 번 말을 해 보고? 누구의 유지를 이어 받았다고?”
“몽크 마스터 마르테우스님의 유지를 이어 받았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분의 일기장 상권과 하권을 얻었습니다. 그리하여 피스터로 전직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몽크 길드에서 전직했음을 확인받고 용병이 될 수 있는 추천서를 받고자 하여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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