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고진감래라고 했다.
“나는 자네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아 혹시 산적들에게 당한 줄 알았네.”
용병대장 이에스가 걱정을 한 시름 놓았다는 듯 말을 하였다.
“산적들을 쫓아갔는데 어찌나 빠른지 산채까지 가서 잡을 수가 있었는데 또 정찰 나온 산적들을 만나 싸우다 결국 산채의 산적들에게 들켜서 놈들과 싸우다보니 이렇게 늦었습니다.”
진혁은 호이비네 산적의 산채를 탈탈 턴 후에 케인 상단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가지고 온 대용량의 무한주머니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아이템과 금괴, 보석, 금화를 챙겨서 나올 수가 있었다.
진혁이 플레이어의 특성만 있었더라면 금, 보석, 금화들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었지만 몬스터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어 그런지 플레이어들이 습득할 수 없는 아이템까지도 습득할 수가 있었다.
칼로파에게 잡혀 신체개조를 당한 후에 그의 수족으로 지낼 때는 투덜거렸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일들이 복이 되어 돌아왔다.
인생 호사다마, 고진감래라 복이 있으면 화가 있고,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오는 것처럼 칼로파의 거처에서 고생한 것이 지금은 행운으로 다가왔다.
“자네가 이렇게 돌아왔다는 건 그놈들이 호되게 당했다는 뜻이겠지. 그럼 한 동안 조용하겠군.”
한동안 조용하겠다는 말을 듣고 진혁은 NPC들은 리스폰에 관련하여 이런 식으로 표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려웠을 텐데 수고하였네.”
“아닙니다. 저 살기 위해서 한 일인데요. 여기는 피해가 없어 다행입니다.”
“진혁 님!”
이에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케인의 호위인 드레인이 다가와 그를 불렀다.
“케인 님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급한 일이 없으면 케인 님과 대화를 나누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난 이에스를 보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드레인을 따라 케인이 쉬고 있는 곳으로 가자, 반갑게 진혁을 맞아 주었다. 케인의 입장에서는 진혁의 도움으로 목숨을 한 번 구한 셈이니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자네 때문에 큰 피해 없이 산적들을 물리칠 수가 있었네. 아무리 내가 고용을 하지 않았고, 또 자네 역시 산적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하지만 큰 도움을 얻은 건 사실이니 약소하지만 보상이라도 해 주고 싶어 자네를 불렀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만 싸운 건 아닌데.”
“다른 용병들은 의뢰에 포함된 것이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고, 자네는 굳이 산적들의 뒤를 따라가 그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나.”
진혁은 돌발 퀘스트의 내용을 떠올렸다.
‘이게 퀘스트의 보상인가?’
“약소하지만 이걸 받게.”
진혁은 그리 생각을 하고 케인이 주는 작은 주머니를 받았다. 주머니 안에는 금화 20개가 들어 있었다.
-돌발 퀘스트 ‘케인상단의 상단주인 케인을 루비스 마을까지 호위하라.’ 중간 보상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네도 루비스 마을까지 간다고 하여 말을 하는 것이네. 어떤가? 동행하는 동안 나와 상단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겠나?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해 주겠네.”
-퀘스트 ‘케인상단의 상단주인 케인을 루비스 마을까지 호위하라.’ 연계 퀘스트가 진행이 됩니다.
퀘스트: 케인상단의 상단주인 케인을 루비스 마을까지 호위하라. (연계 퀘스트)
설명: 케인상단의 상단주인 케인이 진혁 님의 무공을 인정하여 정식으로 용병 고용 제한을 합니다.
수락- 케인상단과 함께 루비스 마을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몬스터와 그 외의 어려움을 만나면 용병들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거부- 퀘스트가 종료됩니다.
진혁은 루비스 마을로 가는 길이니 용돈벌이로 생각하고 케인의 제안을 승낙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고맙네. 자네가 합류하였으니 용병들도 좋아할 것이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이야기가 잘 되어 기쁜지 케인은 소리를 내어 웃었고, 그 웃음을 들은 용병들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진혁을 고용하기로 했나 보군.”
“강한 몽크 용병 한 명 추가 되었으니 우리가 살 수 있는 가능성도 조금 더 올라가는 건가요?”
“어쩌면 큰 부상 없이 루비스 마을까지 갈 수 있겠네요.”
용병들 역시 진혁의 합류를 반겼다.
루비스 마을까지 가는 동안 험한 모험을 해야 한다.
호이비네 산적을 시작으로 협곡의 스트랑크 서식지를 건너야 하고, 하피의 숲을 지나야 목적지인 루비스 마을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물론 가는 동안 운이 좋다면 스트랑크와 하피를 안 만날 수도 있지만 호이비네 산적처럼 운이 나쁘면 그들을 모두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이 되는 상단행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상단 의뢰를 맡아 나선 건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편안한 길을 호위하는 일은 돈이 되지 않는다. 안전을 하지만 돈이 되지 않으니 몸이 피곤하였고, 이런 의뢰는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몇 달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돈이 생기니 용병들은 위험하지만 이러한 의뢰를 선호한다.
물론 용병들도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니 이런 의뢰를 받을 땐, 위험도를 최우선으로 살피고, 그 다음 어떤 용병들이 참가를 하는지 알아 본 후에 보수를 따진다.
또한 용병의 선임이 되는 자는 지원하는 용병들 중에서 능력이 안 되는 용병들은 거부를 할 수가 있는데 이는 그의 목숨도 목숨이지만 그로 인해서 다른 용병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에 실력에 맞는 용병들을 선별하여 의뢰의 성공과 생존력을 높인다.
지금 케인 상단의 의뢰를 맡은 용병들은 최하 D급 용병에서 선임이 되는 이에스는 이제 막 B급 용병을 단 숙련자이기도 하였다.
용병의 기준은 SSS, SS, S, A, B, C, D, E, F 등급으로 나뉜다.
여기에 SSS급 용병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에 플러스 등급이 추가 되어 모두 17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NPC 중에서는 SSS급 용병이 인더스 세계에서는 10명이 존재하고 있고,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A+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인더스 대륙을 어느 정도 개척하고 많은 모험을 통해서 명성을 얻어야 용병의 등급이 올라가고 하는데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모험보다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서 레벨 업을 하고, 모험을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용병 등급이 낮은 편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일부 플레이어들이 알고는 있지만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였는데 이유는 가장 먼저 찾아내는 마을, 사냥터, 던전을 독점하면 그에 상응하는 플러스 효과로 인해서였다.
진혁이 케인과 대화를 끝낸 후에 용병들에게 돌아오자, 그들이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해 보세.”
“경험이 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용병들에게 예의를 차리자, 진혁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 주었다.
“자네 용병 등급이 어떻게 되나?”
“이제 막 발급을 받아 F급입니다.”
“등급은 F급인데 호이비네 산적을 혼자서 혼쭐 낼 실력이면······.”
B+급 혹은 A급 헌터라고 봐도 무방하였다. 아니 아무런 부상 없이 돌아왔으니 그 이상의 등급과 비슷한 실력자란 소리였다.
“이거 내가 자네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용병은 등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 용병패에 찍힌 용병등급이 그들의 서열을 말해 준다.
간혹 자신이 실력보다 등급이 낮다고 생각하여 등급이 높은 용병들의 명령을 듣지 않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은 다음 의뢰에서 그만큼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아닙니다. 싸움을 잘한다고 사람을 잘 부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무능한 리더가 몬스터보다 더 위험하다고 했으니 경험이 없는 저보다는 이에스 님이 더 적격입니다.”
“그리 생각을 하는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다른 분들도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이에스의 시선이 용병들에게 향하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인솔자를 하고, 자네가 나를 보조해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용병들끼리도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끝낸 후에 진혁은 이들의 무리에 스며들 수가 있었다.
*
“혁아, 너 시합 잡혔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상대야.”
진혁이 체육관으로 들어서자, 최달수가 진혁을 보고 말하였다.
“벌써요?”
“왜, 싫어? 너도 인더스인가 뭔가 하는 거에 빠져서 이제 운동하기 싫어진 거냐?”
“에이, 할 말만 하세요. 무슨, 그런 걸로 운동을 그만두고 그래요. 그럴 리는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진혁은 농담이라도 그런 말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하고 물었다.
“상대가 누구에요?”
“누비아 마르틴.”
진혁은 누비아 마르틴의 이름을 듣고 잠깐 생각하더니 생각이 났다는 듯 얼굴을 펴고 말했다.
“최근 1패를 한 그 누비아 마르틴 선수요?”
“그래.”
최근 경기에서 패하였지만 누비아 마르틴은 공수의 밸런스가 좋은 선수였다. 한 가지 약점이라고 지적되는 것이 타격이 조금 부족하다는 거, 하지만 그래플링 싸움에 뛰어나 타격의 단점을 메우고 있는 선수였다.
“쉽지 않겠네요. 타격가들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해 올 테니 말이에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대회는 언제에요?”
“두 달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라스베이거스 아레나에서요?”
진혁이 놀라 물었다.
“그래. 그 라스베이거스 아레나에서.”
“그 대회에 대단한 매치가 있나 봐요.”
황량한 사막 위에 건설된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악마의 속삭임으로 인해서 세워진 도시라 불리고 있었다.
수많은 호텔과 카지노, 마약과 각종 약물이 범람하는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사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카지노에서 이루어진 도박보다 카지노 밖에서 이루어지는 도박의 액수가 더 컸는데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하루 밤 사이에 오가곤 하였다.
라스베이거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대회는 세기의 대결이거나, 혹은 이벤트 성 대회, 아니면 챔피언 타이틀 대회가 주로 열린다.
진혁이 묻자, 최달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포 타이틀 매치야.”
“타이틀 매치가 네 개가 열린다고요?”
“그래. 헤비급과 미들급, 플라이급 그리고 여성 페더급 이렇게 네 개의 챔피언 매치가 있어.”
“우와 대박!”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대회 중에 열리는 건 당연하지만 한 대회에서 4개의 타이틀 매치가 성사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격투기 팬들의 이목이 집중 될 거야.”
“재미있겠네요.”
“누비아 마르틴을 확실하게 제압하면 세계의 격투기 팬들의 머릿속에 너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야. 자신 있지?”
“당연하죠. 일단 붙여만 주세요. 박살을 내버릴 테니까요.”
언제나 파이팅이 넘치는 진혁이었다.
“내일부터 훈련에 들어갈 거야. 그리고 GC에서 레슬링 코치를 한 명 소개시켜 줬어. 그러니 레슬링도 함께 배우게 될 거야. 그렇게 알아.”
GC엔터테인먼트의 최승수는 진혁이 유도와 주짓수를 기반으로 한 그래플링 스타일만으로는 UFC에서 통할 수 없음을 이야기한 후에 레슬링 기술을 추가로 장착하기를 권하였다.
-마르틴 선수는 타격가가 아닌 그레플러입니다. 그런 그가 진혁을 연구하면서 유도와 주짓수의 기술을 장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빈틈을 찾아 나올 것입니다.
-그럼?
-레슬링을 배워야 합니다. 마르틴 선수 역시 레슬링을 기반으로 하는 그래플러인 만큼 레슬링을 배워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레슬링을요?”
“그래. 내일 올 거야. 넌 그 분께 레슬링을 배우는 걸 영광으로 알고 열심히 배워.”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을 할 테니까. 오늘은 대충 몸만 풀고 돌아가서 푹 쉬어.”
진혁은 활짝 웃으며 알았다는 말을 하고는 탈의실로 갔다.
“누비아 마르틴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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