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의 대화
진혁은 인더스 월드에서 상인회의 회주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한 후에 여관에서 방을 얻어 그곳에서 접속을 해제하고 현실 세상으로 돌아왔다.
진혁은 캡슐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는 몸을 좌우로 움직였다.
“찌뿌듯하네. 개인 트레이닝 룸이 있다고 했는데.”
이탈리아에 와서 제대로 운동한 적이 없어 그런지 몸이 무겁다는 것을 느낀 진혁은 개인 트레이닝 룸으로 가기 위해서 방을 나섰다.
집이 크고 넓으니 방을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트레이닝 룸을 찾아다니다 지하실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피트니스에 있는 운동기구는 거의 다 구비가 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샌드백과 사람 모형의 타격 도움 기구도 있었다.
“이 친구 격투기 좋아한다고 하더니 대단하네.”
격투기 선수도 집에 이렇게 꾸며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진혁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1시간 정도 몸을 푸니 몸이 따뜻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후 헬스 기구를 이용하여 근력운동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루틴대로 운동을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지만 잠깐 움직이니 몸이 익혔던 것을 그대로 풀어내었다.
근력 운동을 끝낸 진혁은 한쪽에 있는 샌드백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옆에 있는 글러브를 착용하고 샌드백을 바라보다 주먹을 뻗었는데 그 소리가 총알이 날아가는 것처럼 너무도 경쾌하고 간결하게 들렸다.
파앙. 팡. 팡······.
30분 정도를 주먹으로 샌드백을 친 후에 발을 이용하여 하이킥, 미들킥, 로우킥을 연속해서 차는 것은 물론 밀어 차고 올려 차는 연습까지 샌드백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연습은 다 하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진혁이 눈을 뜨고 샌드백을 치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있었다.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 놓고 그 이미지대로 손과 발을 움직여 샌드백을 치는 중이었는데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몸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주먹과 발을 섞어가며 샌드백을 치는 모습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훈련을 하던 진혁은 잠깐 동안 서서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헉··· 헉······.”
호흡이 진정이 되자, 진혁은 다시 가볍게 움직이며 샌드백을 치며 뜨거워진 몸을 식혔다.
“느낌이 이전과 달라. 정말 인더스의 경험이 이미지 트레이닝이 되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자신의 느낌은 확실히 인더스를 하기 전과 한 이 후의 느낌이 달랐다. 나쁜 쪽보다는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챔피언의 말대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렇다고 게임 속에서 얻은 경험을 현실을 통해서 녹여 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톱10에 있는 선수들과도 붙어 볼 수 있겠어.”
챔피언까지는 몰라도 느낌에 정말 그들과 붙을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았다.
“주먹과 발목을 더 단련해야겠어.”
격투기 선수들은 일반인들의 주먹과 발목의 강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단련되어 있지만 진혁은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주먹과 발의 강도를 더 높일 필요성을 느꼈다.
“일단 한국에서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이렇게 훈련을 하는 것으로 하자. 단순무식하게!”
진혁은 한국에서의 일이 어찌 될지 모르나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였다.
“한 시간만 더 한 후에 씻고 게임에 접속을 하면 약속 시간을 얼추 시간을 맞출 수가 있겠다.”
*
진혁은 브람스 백작의 초대로 상인회의 회주들의 모임에 참석을 하였다.
상인회는 저마다 자신들이 주력으로 하는 사업들이 있었고, 또 겹치는 사업들도 있었는데 겹치는 사업은 협업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며 상생하고 있었다.
“이 분은 진혁 님이십니다. 산적 토벌로 우리의 고민을 덜어 주신 분이시기도 하고, 최근에는 나스만 영지를 약탈하는 수적들은 토벌하여 큰 공을 세우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브람스 백작은 모인 회주들에게 진혁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저희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고, 또 함선을 열 척이나 소유하고 있고, 선박 대여업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브람스 백작이 진혁에게 눈치를 주자, 일어나 모두에게 인사를 하였다.
“진혁이라고 합니다. 모험가이자,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노후의 안정을 위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시작하였는데 브람스 백작님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진혁 님이라면 페루산디스 백작령에서 명성이 자자하시니 오히려 우리가 더 영광입니다.”
이들은 모두 귀족이지만 진혁에게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혁의 명성이 1000이 넘으면서 이들의 작위보다 명성이 높고, 특히 페루산디스 백작과 인연이 깊다는 사실을 이들도 알고 있었기에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이리 환대를 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진혁은 상인회의 회주와 인사들을 나누며 안면을 텄다.
“반갑습니다. 전 가스오니 남작입니다. 선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일을 작게 하고 있지요.”
“남작이 사업을 작게 하면 우리는 구멍가게나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네트 자작님께서 엄살이 심하십니다. 왕국에서 곡물 유통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크게 하시는 분이 말입니다.”
“하하, 그건 가스오니 남작의 말이 맞지.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네트 자작이 제일 부자가 아닌가?”
“부자면 뭣 합니까? 이리저리 새어 나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 진혁 님께서는 선박 대여업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열 척 모두 임대를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브람스 백작님과 계약을 하여 모두 임대를 하였습니다.”
“아, 아쉽군요. 저희 상인회에서도 곡물을 추수하면 선박이 몇 척 필요한데 말입니다.”
“기존에 거래를 하는 거래처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요즘 수적들과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니 일반 선박보다는 전투를 할 수 있는 함선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호위함으로 사용하거나, 혹은 함선에 곡물을 실어 옮겨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함선이 급합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겠지요. 곡물을 추수해서 곧장 선박에 실어 나르면 편할 테니 말입니다.”
“그럼 그 안에 제가 한 번 선박을 구해 보겠습니다. 혹여 구하게 된다면 네트 자작님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진혁 님.”
“구할 수 있으면 우리 헤리안 상인회도 필요하니 몇 척 임대해 주시오.”
로드리안 백작이 진혁에게 선박을 몇 척을 부탁하였고, 진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하, 진혁 님의 인기가 오늘 최고인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오늘 과한 환영에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자자, 이렇게 모였으니 식사를 하시면서 우리 안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두라스 왕국에는 상인회 연합이 몇 개 존재를 하는데 이들 연합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자신들의 거래처는 물론 다른 상인회 연합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혹은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여 다른 상인회의 거래처를 빼앗곤 한다.
진혁은 이들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상인들의 삶은 생각보다 치열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근 들어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이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고, 우리의 영역까지 침범하여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후드사인 상인회는 귀족들을 많이 포섭하여 그들이 관리하는 영지에 많은 사업들을······.”
진혁은 이야기를 듣자,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헤리안 상인회랑 루다스 상인회가 관련이 없나? 로드리안 백작이 말을 하는 걸 보면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300년 전 루다스 상인회가 귀족들을 포섭하여 영지에 막대한 영향력을 펼치면서 귀족들을 휘두른 것처럼 후드사인 상인회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귀족들의 영지를 남식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 일단 기억해 둬야겠어.’
“소문에 의하면 흑마법사들이 그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흑마법사의 사령의 탑이 각 영지에 세워지면서 흑마법사들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었으니 그들과 손을 잡은 순수한 흑마법사들도 있겠지요.”
“어둠의 마력을 사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주나 영지의 관리인에게 세뇌마법을 걸어 세뇌시킨다는 말도 있고 말입니다.”
“그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판명이 났습니다. 마탑에서 마법사들이 그 소문으로 인해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세뇌 마법은 후드사인 상인회가 너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니 경쟁 상인회에서 악의적인 소문을 내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그래도 그들의 공격적인 영업은 우리 상인회에도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였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우리도 같이 그들의 거래처를 공격하여 하는 것 아닙니까? 방어만 하다가 당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문제를 두고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상인회 연합의 수장인 브람스 백작은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항하기 위해서 여러 상인회의 의견을 모았고, 그 의견을 수렴하여 자신들의 상인회 연합 역시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의 거래처에 대한 공격적은 마케팅을 시작으로 여차하면 무력까지 동원하여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이 잠식해 들어오는 상인회 연합의 거래처는 물론, 거래 영역까지 지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진혁은 이들의 회의를 들으면서 상인회가 가진 무력이 보통이 아님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이들 연합이 힘을 합치면 작은 영지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지워버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들도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300년 전 루다스 상인회의 힘은 실로 대단하였겠구나.’
상인회의 회의가 끝나고,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서 돌아가고, 브람스 백작과 진혁만이 남았다.
“진혁 님께서 오늘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우리 용병들보다 더 치열하게 사시는 것 같습니다. 검만 안 들었지 전쟁터보다 더 치열한 것 같습니다.”
“‘아차.’하는 순간 수백, 수천, 사업이 큰 상인회의 경우 수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더 경계하고,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지요. 세상사는 일이 다 그렇겠지만 경쟁 상대를 밟지 못하면 내가 밟혀야 하는 건 상인들의 숙명이니 말입니다.”
진혁은 브람스 백작의 말에 크게 공감을 하였다.
“조금 더 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을 밀고 있는 귀족들 중 그들의 사병이 산적이나 수적으로 분해 활동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에서 말입니까?”
“확실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상인회 연합 회의에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진혁 님!”
“말씀하십시오.”
“진혁 님께서 이걸 알아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퀘스트: 브람스 백작의 부탁
*설명: 브람스 백작은 수적과 산적의 배후에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이 있다고 의심을 하고 있다. 수적들과 산적들을 죽이고 그들에게서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브람스 백작에게 가져다주자.
보상:?
실패:?
진혁은 퀘스트를 생성이 되자, 고개를 끄덕이며 브람스 백작의 부탁을 수락하였다.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어차며 수적들의 함선을 빼앗으러 가려면 그들과 싸워야 하니 겸사겸사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 그런데 헤리안 상인회가 아니라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이 옛 루다스 상인회와 관련이 있단 말이지.’
진혁은 배를 구한 후에 로드리안 백작에게 인도를 해 주고 이 문제에 대해서 물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후드사인 상인회 연합의 공격을 잘 방어하십시오. 저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진혁 님!”
진혁은 브람스 백작에게 퀘스트를 받은 후에 그와 헤어졌고, 곧장 프라다에게 시스템을 이용하여 메시지를 보내었다.
“여유가 있으면 메시지를 줘.”
수적들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메시지만 보내었는데 생각보다 답장이 빨리 왔다.
-무슨 일이야?
“수적들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어떻게 되긴 수적들의 섬까지 여차해서 가긴 갔는데 그놈들이 너무 강해서, 아니 케빌로스 길드 애들이 고만고만해서 수적 두목은 잡지 못하고 귀환해서 영지로 다시 돌아왔어.
“그래? 그럼 케빌로스 길드 애들 다시 수적 잡으러 가겠네.”
-정비한 후에 가지 않을까 해.
“넌?”
-난 안 갈려고, 너무 위태위태해서 말이야. 너처럼 안정감이 없어.
“그래? 그럼 나랑 가자.”
-지금?
“그래. 케빌로스 길드 애들 움직이기 전에 수적들 처리해야지. 이드라실 강 유역에 생겨난 일곱 개의 수적단 모두 잡아야 할 일이 생겼거든. 일단 나스만 영지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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