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상인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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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피르만 영지에서 프라다를 만난 진혁은 자신이 늦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래서? 그 놈들 다 잡았어?”
“아니, 몇 놈은 도망갔어. 열한 명 잡았는데 유니크 아이템 서른 두개랑 레어 아이템 아홉 개를 먹었지.”
“대박.”
프라다는 진혁이 다수의 아이템을 먹었다는 사실을 부러워하였다.
“그래서 아이템은?”
“은행에 맡겼어. 은행을 통해서 경매로 팔거든.”
“나보다 네가 돈벌이는 더 잘 하네. 너 우리 집에 있는 동안 하숙비 줘야 한다.”
“알았어. 그런데 어떻게 수적을 잡을 거야?”
진혁이 프라다에게 물었다.
“상인들을 만나 배를 구할 수 있으면 구해 봐야지.”
“놈들은 전함인데? 상선으로는 힘들 건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전함을 구할 수가 있어야지.”
진혁에게는 전함 중에서 가장 큰 캘리온 급 한 척을 포함 카락 급 전함 아홉 척해서 열 척의 전함을 가지고 있었다.
“상선은 위험해. 내가 전함을 구해서 올 테니까. 기다려.”
“어디서?”
“나스만 영지로 가서 한 번 알아볼게.”
“같이 갈까?”
“그래도 되고, 나 혼자 다녀와도 되고.”
“아니다. 너랑 같이 다니다가 케빌로스 놈들에게 찍히면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너 혼자 다녀와. 너에게 죽은 놈들이 너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다닐 테니까.”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
“조심하고, 될 수 있으면 놈들이랑 싸우는 건 피해. 엮이면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마. 나 안 건들면 내 할 일만 하니까.”
“난 수적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을 테니 어서 다녀와.”
“워프 타고 갔다 오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진혁은 프라다를 홀로 두고 나스만 영지로 갔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였기에 돈은 들어갔지만 금방 나스만 영지로 이동할 수가 있었다.
나스만 영지의 선착장에 진혁의 배 열 척이 정박되어 있었다.
“이걸 이대로 계속해서 둘 수는 없는데. 은행에서 배도 팔아 주나?”
배를 어떻게 해서든 정리를 하긴 해야 했다.
“우리가 수적들을 정리한다고 수적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산적을 처리할 때도 그랬다. 최초 산적을 토벌하면 이들의 레벨이 다운되어 약해질 뿐 여전히 산적은 산채에 존재하였다.
그럼 수적들도 수채에 존재하고 플레이어들은 레벨 업을 위한 사냥터로 수채로 들어갈 수도 있다.
“수채에는 워프 게이트가 없으니 일단 수채로 가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지.”
잘 하면 배를 이용해서 돈벌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프라다와 수적들을 처리한 후에 상인들을 만나서 이 문제를 두고 의론을 해 봐야겠어.”
진혁은 가장 큰 배에 승선을 하여 피란체바를 불렀다.
“왜, 불렀어?”
“지금 수적들과 싸우러 갈 건데. 배가 필요해. 이 배를 움직여서 피르만 영지로 가야 하거든.”
“그래서?”
“우리 배는 노예가 없으니까 네가 바람을 이용해서 배를 움직여 주면 보다 따르게 피르만 영지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알았어. 어서 가서 수적들 혼내 주자.”
싸우는 거라면 밥 먹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피란체바였다.
평소에는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적과 싸울 때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서 싸우는데 지금까지 어떤 모습이 진짜 모습인지 진혁도 알지 못하였다.
물어 보면 피란체바가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피란체바가 스스로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 줄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었다.
배가 선착장을 벗어나 이드라실 강의 수면을 가르며 피르만 영지로 나아갔다.
피란체바가 바람을 적당히 불러서인지 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력을 내면서 강의 수면을 이동하였는데 선수에 서 있는 진혁은 제법 바람이 시원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 편하네.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이 세상에서는 아무런 걱정이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해?”
피란체바가 진혁의 어깨 위로 내려 앉아 물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
“고민이 있구나. 옛날에 나랑 계약했던 인간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
“그래?”
“응, 고민을 한다는 건 마법사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했어.”
피란체바는 옛날 자신과 계약을 하였던 흑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랬어. 그런데 재미난 건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해답을 찾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어.”
“왜?”
“세상은 생각처럼 이루어지진 않으니까.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결국 세상에서는 직접 부딪쳐야 해답을 얻을 수 있거든.”
진혁은 피란체바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언제나 그래. 인간도 그렇지만 정령도 마찬가지야 세상을 살다보면 알고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아. 그걸 고민한다고 풀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럼?”
“몸으로 부딪쳐 봐야지. 그래서 경험이란 것이 필요하고, 그 경험이 축적되어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는 거야.”
“그렇구나. 피란체바는 정말 똑똑하구나.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너도 한 천 년 살면 나처럼 똑똑해 질 거야.”
그 말에 진혁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도 오랫동안 살아서 피란체바와 함께 이 대륙을 여행하고 싶어.”
“응, 우리 함께 오랫동안 같이 있자.”
피란체바는 진혁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은 듯 늘 오랫동안 함께 있기를 원한다는 말을 좋아하였다.
진혁이 피란체바의 머리를 쓰다듬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피란체바의 말대로 부딪쳐보면 해답을 얻을 수가 있겠지.’
그게 정답일지, 오답일지는 알 수 없지만 고민한다고 해결이 될 문제는 아니라 생각을 하였다.
-진혁아.
프라다에게 메시지가 왔다.
“왜?”
-지금 케빌로스 길드 애들이 피르만 영지로 왔어.
“그래?”
-수적들 잡으러 온 모양인데 수가 많아. 너 오면 힘들어 질 것 같으니 일단 넌 다른 곳으로 가.
“너 피르만 영지 수적 퀘스트 해야 하잖아.”
-이들이랑 같이 하면 되지. 그리고 누가 토벌을 하던 나는 퀘스트가 풀리는 거잖아.
“그러다 너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때가 되면 너에게 말할게. 네가 도와 줘.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아.
“알았어. 그럼 나 필요하면 이야기를 해.”
-알았어. 그렇게 할게.
프라다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에 할 일이 없어진 진혁이었다.
“피란체바.”
“응?”
“프라다가 우리보고 영지로 오지 말래.”
“왜?”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이 많이 왔나 봐. 내가 가면 그들과 또 싸움이 일어날까 싶어 오지 말래.”
“그놈들을 혼내주면 되지. 몇 명이나 왔다고 해?”
“한 오십 명?”
오십 명이라는 말에 피란체바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결정을 한 듯 진혁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래. 우리는 조금 전에 싸웠으니까 이번에는 한 번 봐주자. 그럼 수적들이랑 싸우러 안 갈 거지?”
“그래. 영지로 다시 가야 할 것 같아.”
“그럼 난 정령계가서 놀다 올게.”
“그래. 정령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알았어.”
피란체바가 정령계로 돌아가자, 진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시원하게 불었던 바람이 점차 줄어들더니 종국에는 바람이 멈추어 버렸다.
“어······.”
강 한가운데 멈추어 버린 함선이었고, 진혁은 홀로 함선 위에서 멍한 표정으로 잔잔한 강물을 바라보았다.
“다시 부르면 짜증을 많이 내겠지.”
피란체바 성격상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일로 다시 부르면 짜증을 많이 낼 것 같았다.
“영지로 가면 일단 돌아다니면서 날씨변환마법부터 사서 익혀야겠네.”
문제는 영지로 어떻게 돌아가느냐였다.
“케빌로스 길드 놈들은 하필이면 이때 피르만 영지로 오고 지랄이야. 이것들을 그냥······.”
진혁은 혼자 열을 내며 궁시렁거렸다.
“피란체바······ 피란체바······.”
어쩔 수 없이 피란체바를 불렀지만 정령계로 간 피란체바는 대답이 없었다.
“하아······.”
*
“진혁 님 때문에 큰 어려움이 상행을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백작님께서 돈을 많이 버셔야 투자를 한 저도 이익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진혁은 페루산디스 백작령에서 아드리안 상인회의 브람스 백작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하하,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가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혁은 브람스 백작과 대화를 하면서 AI가 아닌 정말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 러시아고, 미국이고 뮤다스의 기술을 탐을 내는구나.’
“저기 진혁 님.”
“말씀하십시오.”
“진혁 님께서 소유하신 함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이 브람스 배작에게 함선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을 찾고 있었는데 먼저 말을 해 주니 고맙기 그지 없었다.
“수적들을 소통하는 과정에서 몇 척 소유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 함선들을 따로 사용하실 곳이라도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적들을 완전히 소탕한 것이 아니라서 제가 의뢰가 들어오면 움직일 배 한 척을 제외하고는 딱히 쓸 일이 없습니다.”
“아, 그럼 그 함선들을 저희 상인회에 파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함선들을 사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모험가들과 용병들이 수적을 소탕하고 있으니 물길을 이용한 장사도 재개해야 하는데 상선을 호위하기 위해서 함선이 필요한 입장입니다.”
“아, 그렇군요. 함선을 파는 건······.”
-자고로 돈을 벌려면 내가 잠을 자고 있어도 통장에 돈이 불어나는 그런 일을 해야지.
-그런 일이 어디 있어요?
-왜, 없어. 건물주도 있고, 주식도 있고 코인도 있는데. 주식과 코인은 위험하니 건물주가 가장 좋은 직업이지.
-건물주도 힘들다고 하던데요. 월세 안 주고 속 썩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놈아, 그러니 세를 줄 때, 잘 줘야. 병원, 은행, 기업 대리점 같은 그런······.
진혁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파는 건 좀 그렇고, 백작님께서 함선을 임대해서 사용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임대요?”
“그렇습니다.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것보다야 매월 적은 돈으로 함선을 이용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을 합니다.”
“음······.”
함선을 사게 되면 큰돈이 들어가겠지만 그 후로는 수리비만 들어가니 큰돈 들어갈 일이 없지만 임대를 하게 되면 매월 돈이 나가게 되니 임대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돈이 많이 나갈 것임은 당연지사였다.
이를 브람스 백작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당장 큰돈이 들어가지 않고, 상행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배의 임대료를 지불할 수가 있으니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부담이 없어 잠깐 고민을 하였다.
“매달 얼마나 생각을 하십니까?”
“함선이 열 척입니다. 열 척 모두 임대하시면 매달 오만 골드만 주시면 됩니다. 저도 큰 이익을 남길 생각은 없습니다. 배가 정박되어 있는 것보다 타고 다녀야 오랫동안 쓸 수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열 척을 한 달에 오만 골드면 됩니까?”
브람스 한척도 아닌 열 척을 매달 오만 골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이건 공짜나 다름이 없다 생각을 하였다.
진혁이 오만 골드를 부른 이유는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로 유입되는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 게임 속 재화가 100골드에 만원이라는 시세가 계속해서 유지가 되고 있었다.
월 오만 골드면 오백 만원에 해당되는 돈이고, 매월 배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오백만원을 벌 수 있으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함선을 빌려주는 돈 오백만원, 투자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금도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나오고, 또 사냥하여 벌어들이는 돈 역시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된다.
간혹 플레이어들과 싸워 획득한 아이템과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은 아이템까지 합치면 못해도 매월 이, 삼천만 원 정도를 인더스를 통해서 벌 수가 있었다.
“그 정도면 저희 상인회에서도 부담 없이 계약을 할 수가 있습니다.”
“단, 조건이 몇 개 있으니 그건 계약서에 특약으로 넣었으면 합니다.”
“조건요?”
“제가 수적을 소탕하러 갈 때, 배 한 척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
“드문 일이겠지만 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배를 탈 일이 있으면 가는 방향이 같으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진혁 님께서 탑승하시는 거야 당연히 무료이지요. 함선의 주인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함선의 임대료가 저렴하니 임대 기간 동안 배의 수리는 상인회에서 부담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배는 집과 달라 사용자가 수리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하겠습니다. 지금 계약서를 작성하시겠습니까?”
“그리 하시지요.”
진혁과 브람스 백작은 함선 열 척에 대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계약기간은 10년, 매월 오만 골드의 임대료를 지급한다는 계약서였다.
두 사람의 계약이 성립이 되자, 시스템 알림 메시지가 진혁에게 음성과 텍스트로 알려왔다.
-진혁 님과 브람스 백작과의 함선 임대사용 계약서가 작성되어 그 효력이 오늘부터 발효가 됩니다.
-함선은 모두 아드리안 상인회에 인도되어 그들이 함선을 사용합니다.
-진혁 님께서는 아드리안 상인회의 회장인 브람스 백작과의 계약을 통해서 직업이 갱신이 됩니다.
-진혁 님께서는 앞으로 상인회와 거래를 할 때, 흥정을 할 수가 있으며 흥정에 성공하면 거래가의 최고 10%를 싸게 구입할 수가 있습니다.
‘직업이 갱신되었다고? 상태창!’
*이름: 진혁 *레벨: 264레벨
*직위: 모험가, 용병 *클래스: 어둠의 집행인
*직업: 상인
*피로감: 31,500/31,500
*체력: 30.000/30,000
*마력(어둠이 짙은 순수한 흑마력): 25.000/25.000
*명성: 1200
······.
진혁은 자신의 상태창에 직업이라는 것이 생겼고, 자신은 브람스 백작과의 거래를 통해서 상인이 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서브직업은 대장장이가 좋다고 하던데.’
자신이 원해서 얻은 직업이 아니라 조금은 서운하긴 하였지만 상인 역시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 생각을 하였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백작님.”
“저야 말로 정말 좋은 거래를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혁 님.”
“아닙니다. 그런데 백작님.”
“말씀하십시오.”
“혹시 헤리안 상인회의 관계자와 알고 계십니까?”
“헤리안 상인회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상인회이 회주인 로드리안 백작과 친한 사이입니다.”
“그럼 저에게 로드리안 백작님을 소개시켜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마침 이번에 상인회의 회주들이 모임을 가지는데 진혁 님께서도 참석해서 그들과 안면을 익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하여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진혁 님께서도 상인이시지 않습니까? 함선을 열 척을 가지고 임대업을 하시는 상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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