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퀘스트
진혁이 기사 롬달을 따라 백작성으로 가는데 입구에서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과 부딪쳤다.
그들은 진혁을 한 번 훑어보더니 피식 웃고는 이들을 지나쳐 백작성 안으로 들어갔다.
“아시는 분들입니까?”
기사 롬달이 물었다.
“아니요.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을 아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자들이군요. 저런 사람들이 과욕을 부리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요?”
“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렇습니다. 용병으로, 혹은 모험가로 경험은 많이 하였지만 대부분은 그런 경험으로 인해서 자신의 발목을 잡곤 합니다. 마치 경험이 전부인 듯 말입니다.”
롬달이 말하는 경험은 레벨이고,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저레벨의 플레이어를 얕잡아 보곤 한다.
그것이 때론 자신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지만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 그들은 여전히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을 무시한곤 하였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요. 들어가시지요. 제가 백작님께 기별을 넣겠습니다.”
진혁은 기사 롬달을 따라 백작성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 롬달은 진혁을 백작성 안의 응접실로 안내를 한 후에 잠시 기다리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진혁은 기다리는 동안 응접실에 놓인 가구며 장식들을 보았는데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플레이어들은 이걸 떼어갈 수가 없지만 나는 떼어갈 수가 있는데.”
몬스터의 특성을 가진 진혁이었기에 NPC의 물건에도 손을 델 수가 있었다.
“그랬다간 백작이 날 잡아 감옥에 가두어버리겠지.”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일을 하는 시녀가 다과를 준비하여 안으로 들어왔다.
“드시면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아, 감사합니다.”
앞서 백작성으로 들어간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을 먼저 만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진혁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시녀가 돌아가자, 진혁은 차와 과일을 보았다.
“맛있겠다. 피란체바, 너도 먹어 볼래?”
-아니, 사람들이 먹는 건 나에게 안 맞아. 난 어둠의 기운이 좋아.
“그래?”
-응, 그런데 어둠의 기운을 풍부한 곳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드물어.
“피란체바, 고스트 리차지라는 마법을 이용해서 흑마법사의 기운을 흡수하면 어때?”
-그놈들은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어 도움이 안 돼. 그놈들 기운을 정화하는데 더 큰 마력이 소모되니까.
“그렇구나.”
고스트 리차지 마법은 죽은 상대에게서 기운을 얻어 자신의 체력과 피로를 회복하는 마법인데 피란체바를 만나기 전에는 종종 사용을 하였지만 피란체바가 힐 마법으로 체력을 보충해주고, 이제 자신도 스스로에게 힐을 걸어 체력을 보충할 수가 있으니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마법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나는 순수한 어둠의 마력이 좋아. 진혁이 가지고 있는 어둠이 짙은 순수한 마력.
“그래. 나도 열심히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순수한 어둠의 마력이 있는 곳을 찾아볼게.
-응.
“그런데 피란체바, 다른 정령들은 진화를 하잖아. 너는 더 강해져도 진화를 안 해?”
-응, 하급 정령들은 진화를 해서 중급, 상급으로 올라가지만 우리 5대 정령은 태어날 때부터 최상급 정령으로 태어나서 진화 같은 건 안 해. 다만 계약자의 강함에 따라 우리의 강함도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한 번 들었던 내용이었다.
“그럼 계약자가 약하면 5대 정령도 약한 거야?”
-응, 하지만 기본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래도 웬만한 정령들보다는 강해. 특히 빛의 정령은 계약자가 약해도 상관없이 강해.
“그래?”
-숲의 정령도 강하고 그래. 동물의 정령이 계약자의 강함에 따른 영향력을 제일 많이 받아. 그래서 동물의 정령은 늘 약해.
“그건 왜 그래?”
-사람이 강해질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동물의 정령은 다른 정령들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게 뭔데?”
-다른 동물들과 교감할 수가 있어. 그래서 테이밍을 해서 동료로 만들어 대신 싸울 수 있게 해.
“그건 엄청난 능력이네. 몬스터에게도 가능해?”
-응, 단 동물계만 가능해.
진혁은 그럼 약한 것이 아니라 엄청 강한 것이 아닐까?
‘수백, 수천마리의 동물계 몬스터를 테이밍해서 움직이면 그야말로 재앙인데······.’
“그럼 드래곤도 동물이잖아. 드래곤도 테이밍이 가능해?”
-아니, 드래곤은 환수종이야.
“아, 그렇구나.”
환수종!
상상의 동물, 혹은 미지의 생물을 가리키는 말로 용, 기린, 봉황, 해태, 구미호와 같은 신화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생명체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드래곤을 보면 우리 정령들도 도망쳐야 해. 그놈들은 엄청 강하거든.
“계약자가 강해도 못 이겨?”
-계약자가 엄청 강해지면 이길 수는 있는데 아직까지 드래곤을 이기는 사람은 없었어.
‘그러니 인더스 세계관에서 7대 보스 몬스터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를 하는 것이겠지.’
“그래. 그럼 내가 한 번 도전해 봐야겠어.”
-진혁이?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강해지면 피란체바와 함께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 거야.”
-응, 그래. 그렇게 하자. 나 사실 드래곤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
“그래?”
-엄청 뚱뚱한 게 엄청 빨라. 그리고 뚱뚱하면 뚱뚱할수록 더 강해지는 놈들이거든. 그래서 마음에 안 들어.
진혁은 피란체바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드래곤을 잡아서 뼈만 남겨 놓을게.”
-어떻게?
“키메라로 만들어 버리면 되지.”
-우와, 그럼 정말 신나겠다. 피란체바가 드래곤을 부하로 두는 거잖아.
피란체바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드래곤을 키메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였다.
‘까짓 거. 한 번 해 보는 거지.’
*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진혁은 페루산디스 백작의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자네의 도움으로 영지의 큰 위기를 넘겼네. 영지의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고마움을 전하겠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다들 그렇게 말을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님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그리 말씀을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서 자네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은데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을 해 보게.”
‘내가 메인 퀘스트를 받지 않아 보상을 이런 식으로 주는구나.’
진혁은 이렇게 생각을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다크 엠버서더는 현 사회에 불만을 가진 흑마법사, 리치, 다크 엘프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네. 그들의 조직은 방대하고, 대륙 곳곳에서 자신들의 불만을 힘없는 백성들에게 터뜨리는 자들이지.”
“흑마법사, 리치, 다크 엘프의 마법은 흑마법에서 비롯된 것이고, 대륙에서 흑마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바로 사령의 탑의 흑마법사들입니다.”
“음······.”
“다크 앰버서더로 인해서 흑마법사들의 이미지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흑마법사들의 도움이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사령의 탑이 페루산디스 백작령의 본령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한다면 분명 다크 엠버서더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페루산디스 백작은 진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혁의 눈을 통해서 진혁의 진심을 알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무엇 때문인가? 듣기로는 흑마법사들에게 실험을 당하여 흑마법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들에 대한 원한 같은 것은 없나?”
“당연히 원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크 엠버서더 놈들을 추적하고 그들과 마찰을 빚고 싸우고 합니다. 하지만 사령의 탑에 소속된 흑마법사들은 수순 학자들에 가까운 분들입니다. 그들은 독을 연구하고, 저주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저주를······.”
“음······.”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경험을 한 사령의 탑 소속 흑마법사님들은 정말 영지민들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사령의 탑이라······.”
진혁이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 강요나 부탁은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고, 그 반발심으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어서였다.
“알겠네. 길드가 들어오는 건 나의 결정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니 영지의 각 클래스 길드의 의견을 종합하여 긍적적으로 생각을 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백작님!”
“영지를 위험에서 구해 준 그대에게 이렇게라도 보답을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을 하네.”
진혁은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대륙을 떠돌며 다크 엠버서더 놈들을 찾아다닐 것입니다.”
페루산디스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들의 조직은 방대하고,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네. 그들은 우리 왕국 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과 제국에서도 음지에 숨어 많은 음모들을 꾸미고 있다네.”
“그럴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 중입니다.”
“자네의 경험으로는 그들과 싸운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이 없네.”
“알고 있습니다. 한 번에 그들을 다 처리하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지금은 약하지만 조금씩 경험을 쌓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 저 역시 조금씩 강해질 것이라 믿고 그들과의 싸움을 하는 중입니다.”
“그런가?”
“그 동안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아직은 많이 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분수에 맞게 상대와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은 이번처럼 많은 용병들의 도움을 얻으면 되고, 그것도 안 되면 영주님께 도움을 구하여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좋은 생각이네.”
페루산디스 백작은 진혁의 생각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루다스 상인회에 대해서 들어 보았나?”
“모릅니다.”
“루다스 상인회는······.”
-퀘스트: 페루산디스 백작의 의뢰.
설명: 한때 대륙 10대 상인회 중 한 곳이었던 루다스 상인회는 막대한 부와 명성을 얻은 상인회로 대륙에서는 힘이 없는 국왕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을 만큼 그 위세가 대단하였다.
루다스 상인회는 이러한 막대한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서 상인회 아래에 있는 상인들과 10대 상인회 중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상인회 3곳과 힘을 합쳐 당시 두라스 왕국과 전쟁을 벌였다.
이들의 힘은 너무나 막강하여 두라스 왕국의 영토 절반에 해당되는 땅을 이들에게 빼앗겨 두라스 왕국이 루다스 상인회에 넘어가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되자, 당시 두라스 왕국의 국왕이었던 페리온 폰 두라스는 다른 왕국과 제국에 도움을 청했지만 거절당하였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바로 루다스 상인회의 뒤에는 마족들과 계약을 한 흑마법사들과 리치 마법사, 그리고 다크 엘프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다른 제국와 왕국에 영향력을 떨치면서 루다스 상인회 연합과 두라스 왕국간의 전쟁에 간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두라스 왕국은 루다스 상인회 연합에 밀려 영토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고, 마지막으로 수도인 두라스에서 배수진을 치고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두라스 왕국과 인접한 산타나 왕국에서 혼란 속에 빠져 있는 두라스 왕국을 공격하였다.
그들은 루다스 상인회 연합으로부터 두라스 왕국을 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두라스 왕국은 손에 넣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산타나 왕국의 침공으로 인해서 루다스 상인회는 양쪽에서 공격을 받아야 하였고, 이로 인해서 병력을 나눌 수밖에 없었는데 두라스 왕국의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그 동안 전투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다크 엠버서더의 흑마법사, 리치 마법사, 다크 엘프들이 움직였고, 그들은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오던 산타나 왕국의 군세는 단숨에 저지를 하였다.
그들의 강력한 마법과 잔인한 손속은 단숨에 대륙으로 전파되었고, 그제야 대륙은 그때 다크 엠버서더란 조직에 대해서 알게 되어 경각심을 가지고 그들을 경계하였다.
마왕과 계약을 한 12명의 리더를 중심으로 마족들과 계약을 한 240명의 흑마법사. 그 흑마법사를 통해서 영생을 얻을 수 있는 리치 마법사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300명의 리치 마법사, 그리고 흑마법사들의 꼬임에 넘어가 타락한 500명의 엘프들이 다크 엠버서더란 조직이 창설되었다.
그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만으로 한 왕국의 무력을 뛰어 넘었고, 산타나 왕국은 그들의 냉혹하고 잔인한 손속에 몸서리를 쳐야했다.
자칫 다크 앰버서더의 손에 대륙이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제국과 왕국의 황제, 국왕이 비밀 회담을 가졌고, 제국과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 마법사 10명으로 구성된 암살단을 구성하여 다크 앰버서더의 12명의 리더를 암살하는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지만 단 한 명의 리더에게 모두 처참하게 찢겨 죽어버림으로 이들의 계획은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다.
이로 인해서 두라스 왕국은 루다스 상인회 연합의 손에 떨어졌고, 대륙은 다크 앰버서더란 조직에 의해서 공포로 물들어갔다.
루다스 상인회 연합은 두라스 왕국은 손에 넣은 후, 자신들을 공격한 산타나 왕국까지 공격하였고, 힘으로 산타나 왕국까지 점령하려고 할 때, 새로운 신성이 나타나 다크 엠버서더와 루다스 상인회 연합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을 한 것이다.
성기사 아난, 대신관 엘리야, 마도사 아브람, 레인져 마스터 주디스, 소드 마스터 발드락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대신관 엘리야의 신성 마법에 다크 엠버서더의 조직원들은 힘을 쓰지 못하였고,
성기사 아난의 검에 그들은 무참하게 무너졌다.
마도사 아브람의 화염은 그들이 영혼까지 불태웠고,
레인져 마스터인 주디스의 활은 도망치는 그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소드 마스터 발드락의 검은 루다스 상인회 연합을 무참하게 박살내면서 대륙은 루다스 상인회 연합과 다크 엠버서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대륙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고, 루다스 상인회 연합에게 빼앗겼던 두라스 왕국도 되찾을 수가 있었다.
이후 대륙의 기사들과 용병들은 루다스 상인회와 연합한 잔당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대륙 구석구석을 찾아다녀 그들을 말살하였고, 다크 엠버서더를 움직이던 12명의 리더는 음지로 숨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난 지 300년이 지난 지금 루다스 상인회 소속 상인들과 다크 엠버서더의 조직원들이 은밀하게 활동을 시작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대륙은 그 당시의 공포를 기억하며 그때를 대비하고자 한다.
당시 루다스 상인회가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제국과 각 왕국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아직까지 얻은 정보가 너무나 미약하였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토대로 루다스 상인회의 정보를 모아서 페루산디스 백작에게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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