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2
진혁은 아르헨 습지 안으로 들어와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갔다.
“바닥이 질퍽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조금 불편한데. 여기서 몬스터를 만나면 힘들어질 수도 있겠어.”
그것 말고는 아직까지 어려움이나 큰 위험은 없었다.
레벨은 낮고, 스탯은 엄청나니 레벨이 높은 몬스터 사냥이 가능하여 빠르게 레벨 업을 통해서 체력, 피로도를 회복할 수 있고, 스탯을 올릴 수가 있으니 큰 도움이 되었다.
진혁은 될 수 있으면 위험한 지역은 피해서 다니려고 하였다. 지금도 몬스터와 싸우기에는 자신이 불리하니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진혁은 지도를 보며 방향을 잡았다.
“정찰대의 소식이 없다는 건 몬스터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럼 소수의 몬스터 아닌 서식지나 군락에서 당했을 가능성이 높을 거야.
진혁은 지도를 보고 한 곳을 정했다.
“스타카토 군락지는 다녀왔으니까 이번에는 거대늪개미의 굴에 가보자.”
지도에 표시된 거대늪개미의 굴을 찾아 이동하는 진혁의 행동은 조심스럽기만 하였다.
몬스터가 서식지나 군락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킹아나콘드리아 같은 거대 몬스터들은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홀로 아르헨 습지를 누비고 다니면서 몬스터들을 사냥해서 배를 채우곤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거대늪개미의 군락지에 도착을 한 진혁은 심호흡을 하였다.
아래로 내려가는 동굴 입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저 안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은 방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방어구와 무기를 모두 착용한 진혁은 동굴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예상대로 아래로 내려가자 사차선도로 만큼 넓은 길이 가운데 있었고, 나무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있는 것처럼 일차선도로 만큼의 좁은 옆으로 나 있었는데 이 좁은 길의 끝에는 개미의 방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거대늪개미는 미세한 진동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감각이 잘 발달되어 있어 진혁이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외부의 침입자가 있음을 알고 움직였다.
진혁 역시 거대늪개미들이 움직이는 것을 바닥의 진동을 통해서 할 수가 있었다.
“레벨이 높아지니까 마나 필링의 범위가 넓어지는구나.”
다른 건 능력치를 비례하여 강하지지만 마나필링은 능력치가 아닌 레벨에 기준하여 그 범위가 넓어졌다.
진혁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거대늪개미의 존재를 느끼고 싸울 준비를 하였다.
몰려오는 거대늪개미의 수는 스물 마리 정도였는데 이차선도로 만큼 넓은 길도 두 마리가 나란히 걸으니 꽉 차보일 정도로 큰 놈들이었다.
“개미의 공격수단은 입과 발, 그리고 몸통 박치기 셋이지.”
거대늪개미는 처음 만나보는 놈들이지만 거대개미는 이미 만나 본 경험이 있었기에 진혁은 놈들의 공격패턴 역시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고 움직였다.
거대늪개미가 머리를 움직여 물려고 하자, 진혁은 손바닥으로 놈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짜아악!’하는 소리와 함께 진혁의 힘에 이기지 못한 거대늪개미가 옆에 있는 놈과 부딪치며 넘어졌다.
진혁은 자신이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타격감 지리네.”
뺨을 때리는 액션으로 한국 영화를 평정했던 그 사람이 떠오르자, 진혁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이 맛에 그 사람이 싸다구를 그렇게 날리는 거였구나.”
사차선도로 넓이라고 하지만 한 놈이 넘어져 꿈틀대고 있으니 뒤쪽에는 다른 개미들이 놈을 피해 와야 하니 시간적인 여유도 조금 생겼다.
“개미 수만 많았지 실제로 상대하는 놈은 한 놈, 아니면 두 놈이니 어렵지 않게 클리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진혁은 생각보다 쉽게 클리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속도를 높였다.
짜아아악!
그때부터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는 찰진 소리가 굴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
진혁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거대늪개미들을 사냥할 수가 있었는데 모두가 스켈레톤 병사들로 인해서였다.
거대늪개미를 죽여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자, 뼈만 남은 스켈레톤 병사가 소환되는 것이 아니라 거대늪개미가 그대로 살아나 동족을 공격하였다.
뼈가 없이 외골격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놈들은 이처럼 본연의 모습으로 소환이 되는 모양이었다. 다만 생전의 거대늪개미는 붉은 색이었다면 소환된 거대늪개미는 회색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넓은 길에서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싸우니 뒤쪽에 있는 개미들은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고객처럼 자신이 싸울 차례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이렇게 되자, 개미 한 마리를 옆에 있는 개미방으로 보내어 싸우게 하니 사냥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소환수 버프 정말 대박이네.”
서몬 버서커는 공격력을 50%나 올려주지만 방어력을 50% 하락시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서몬 레지스트를 사용하여 방어력을 올려주면 원래의 방어력으로 복귀할 수 있으니 공격력만 50% 올라가는 셈이다.
여기에 서몬 라이프 탭은 소환수가 적을 처치할 때마다 일정양의 체력을 회복하니 이와 같이 좁은 곳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니 무한으로 사냥이 가능할 만큼 지속력이 오랫동안 유지가 되었다.
개미 방으로 보낸 개미가 소멸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을 듣고 진혁은 개미 방으로 가 보았다.
개미방에는 많은 개미들의 시체가 있었고, 죽은 소환수도 보였다.
상처를 입은 개미들이 진혁을 향해 난폭한 기운을 뿜어내며 다가왔지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격하자, 스켈레톤 소환수에게 이미 대미지를 받았던 개미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레이즈 스켈레톤 폰!”
자신이 죽인 개미에게 소환마법을 걸어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였다.
“뒤로 물러나!”
진혁은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리자, 개미가 뒤로 물러났고, 다른 놈들이 물러나는 이들을 쫓아 방을 나왔다.
“여기서 싸워.”
방에서 나오면 좁은 길이 나온다. 그곳은 개미가 한 마리밖에 오갈 수 없는 곳이라 여러 명을 동시에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방에 가서도 방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길에서 놈들을 유인해서 싸워.”
진혁은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린 후에 다시 큰길로 돌아왔는데 소환수 개미들은 여전히 잘 싸우고 있었다.
“완전 놀고먹는 기분인데.”
소환수들이 알아서 사냥을 하니 편하긴 하였다.
“이래서 선배들이 소환수를 전공으로 택하라고 하였구나.”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소모된 체력과 피로를 모두 회복합니다.
-레벨 업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3개가 주어집니다.
-스탯 포인트로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추가로 올릴 수가 있습니다.
말이 무섭게 레벨 업을 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스탯을 맷집이랑 적중, 그리고 집중에 하나씩 투자를 하고.”
진혁은 스탯을 올린 후에 홀로 다른 방으로 갔다.
다른 방으로 가니 그곳에 스물 마리 정도의 개미들이 있었고, 진혁을 발견하자 그들이 몰려 나왔다.
진혁은 입구에서 자리를 잡고 놈들을 상대하였는데 개미들의 모습이 병원에서 번호표를 꼽고 기다리는 환자처럼 보였다.
“다음 환자 오세요.”
머리로 밀치려고 하는 개미의 이마 부분을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자, 개미가 뒤로 날아가 다른 개미들과 부딪쳤다.
그러면서 다른 개미가 진혁을 향해 공격해 왔고, 이번에도 진혁은 주먹을 강하게 뻗으며 개미를 뒤로 날려버렸다.
다가오면 날려버리고, 다가오면 날려버리고 하면서 개미들을 상대하면서 개미가 죽자, 커프스 익스플로젼을 사용하여 시체를 폭발시켜 방안에 있는 개미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개미들 모두가 진혁에게 대미지를 입었던 탓에 폭발로 인해서 방안의 개미들이 모두 죽어 버렸다.
“쉽네.”
여긴 레벨만 높은 곳이지 사냥을 하는 요령만 알게 되면 레벨이 조금 낮아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혁은 방 하나를 이렇게 정리를 한 후에 큰길로 나가자, 소환수 한 마리가 큰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넌 저쪽 방으로 가.”
소환수들은 몬스터들과 싸우는 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만 몬스터를 찾아가고 하는 건 명령 없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개미가 다른 방으로 가자, 진혁은 길을 막고 싸우고 있는 개미들을 보았다.
“속도를 조금 올려야겠어.”
진혁은 몽크 스킬 중 하나인 전투의 함성을 사용하였다. 전투의 함성은 사자후처럼 길게 소리를 질러 몬스터를 주눅 들게 만드는데 이때 주눅이 든 몬스터의 방어력이 소폭 하락시키는 그런 스킬이었다.
아군의 공격력을 올려주는 건 아니지만 몬스터의 방어력을 하락시키는 것만으로 효과는 상당하였다.
“그럼 나는 저쪽 방을 정리해 볼까?”
*
“누군가 거대늪개미의 굴도 쓸어버린 것 같아요. 모두가 시체들뿐이에요.”
“도대체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각 길드에서 보낸 조사관들이 거대늪개미의 굴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왔지만 앞서 본 몬스터의 군락지처럼 몬스터가 모두 죽어 있었다.
“이번에도 흑마법사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까?”
“네. 소환마법이에요. 아무래도 흑마법사가 몬스터를 죽여 스켈레톤 군대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성기사의 말에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살짝 변하였다.
“스켈레톤 군대를 만든다는 건 그들의 목표가 아르헨 마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알 수 없지만 군대가 만들어지면 아르헨 마을을 공격할 거예요. 보고를 해야 해요.”
-건수가 큰 것 같은데 나눠 먹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가 어느 정도 해결한다면 명성도 크게 오를 수 있을 텐데요.
플레이어 한 명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파티 시스템을 이용한 메시지를 보내었다.
-그러게요. 흑마법사가 한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끼리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기사님도 있는데.
-그렇죠. 성기사의 스킬이면 흑마법사에게는 재앙과도 같으니 충분하죠.
플레이어들은 보고를 잠시 미루고 자신들끼리 해결하자고 의견들을 내었지만 프라다는 뭔가 불안하였다.
-그래도 NPC가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이면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걱정 할 필요 없다니까요.
‘아닌 것 같은데.’
프라다는 불안했지만 일단 이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일단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는 것이 어떨까요?”
“흑마법사의 흔적만 있지, 놈이 몇 서클의 마법사라는 건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오해하여 잘못된 보고를 하였을 경우에는 그 피해를 우리가 고스란히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플레이어의 말에 성기사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흑마법사의 존재가 확인되면 곧바로 연락을 취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시죠. 일단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봅시다.”
이들은 개미굴 안으로 더 들어갔다. 개미굴은 모두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들이 가는 곳에는 개미들의 시체만이 존재할 뿐 살아 있는 거대개미는 한 마리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들은 2층을 지나 3층까지 내려갔지만 3층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충들이에요.”
1층, 2층과 달리 3층에서는 유충들의 방도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리 흑마법사라고 해도 이 많은 놈들을 어떻게 다 죽일 수 있었던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흑마법사가 이놈들을 다 처리하고 돌아간 모양입니다.”
“흑마법사가 키메라를 만들어 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이 아닐까요?”
“키메라요?”
“네. 5서클의 흑마법사라면 키메라 제작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키메라는 소환수와 달리 경험이 쌓이면 강해질 수 있으니 흑마법사가 키메라를 성장 시키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여왕개미의 방까지 가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3층 가장 안쪽에 있는 여왕의 방으로 가보자는 의견을 내었고, 서로는 시선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함께 여왕개미의 방으로 가는 동안 다른 방에 살아 있는 개미들이 있는지 확인을 해 보았지만 살아 있는 개미는 한 마리도 없었다.
여왕개미의 방으로 조심해서 들어가는 이들은 그곳에서 죽어 머리가 터져 죽어 있는 여왕개미를 볼 수가 있었다.
다른 거대개미들보다 3배는 커 보이는 여왕개미였지만 그 역시 온전하지 못하였다.
“흑마법사들이 몇 명이나 온 것일까요?”
혼자서는 보스급 몬스터인 여왕개미를 사냥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하고 물었다.
“못해도 다섯 명은 오지 않았을까요? 그 이상일 수도 있고요.”
“우리끼리 움직일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가 조사한 걸 레인저 길드에 알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프라다가 말을 하자, 다른 플레이어들이 짜증을 냈다.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해요. 이거 우리가 해결하면 얼마나 큰 보상이 줄지 알 수가 없는 퀘스트 같은데.
시스템 파티 대화를 이용하여 프라다에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따라오던지, 아니면 빠지라고 말을 하였다.
-그럴 것 같으면 빠지세요.
그 말에 프라다는 인상을 썼다.
-그러다 죽을 수도······.
-왜, 죽는다고 생각을 해요. 고작 5서클 흑마법사 몇 명에게 겁을 먹고 이러시는 거예요?
-고작 5서클의 마법사가 최소 200레벨, 그리고 3차 전직자와 비슷한 것 아닙니까?
프라다가 말을 하지 한 플레이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참견하지 마시고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경험치와 아이템 드시면서.
프라다는 강압적으로 말을 하는 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쓰며 말하였다.
-그럼 전 빠지죠.
프라다는 파티를 탈퇴를 해 버렸다.
“이봐요.”
프라다가 파티를 탈퇴할 것이라 예상을 하지 못한 이들은 잠깐 당황하였다.
“당신들끼리 알아서 해라고. 난 빠져 줄 테니까.”
프라다는 귀환 스크롤 주문서를 이용해서 마을로 돌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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