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테우스의 두 번째 일기장
처음으로 칼로파를 공략하기 위해서 찾아온 플레이어들이 있은 후부터 간간히 플레이어들이 칼로파의 거처를 찾아왔다.
진혁은 찾아오는 플레이어들로 인해서 이곳에서의 지루함을 덜 수가 있었고, 자신이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도 조금씩 깨닫게 되면서 진혁은 칼로파가 만든 키메라들을 상대로 또 다른 훈련을 하였다.
진혁은 키메라들 사이를 종횡무진 하였고, 키메라들은 그런 진혁을 한 대라도 때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다.
“이 멍청한 놈들은 뇌가 없어.”
몬스터라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니 패턴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고, 그 패턴을 기억하면 이놈들보다 레벨이 낮아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로파의 키메라들은 다양했고, 그들과 싸우면서 패턴을 익힌다면 훗날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여 진혁은 키메라들과 매일같이 싸우며 훈련도 하고, 또 이들의 패턴을 익혔다.
그렇게 키메라들과 싸우는 동안 진혁은 실시간 성장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스탯을 조금씩 올렸는데 레벨에 비해서 엄청나게 높은 스탯을 보유하고 있어 스탯을 올리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스탯 중에서 회피, 집중, 적중 이 3개의 스탯은 꾸준히 올랐는데 아마도 많은 키메라들과 동시에 싸우면서 다중 혜택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였다.
“가만, 그럼 내가 이놈들에게 맞으면?”
진혁은 그런 생각으로 몬스터들에게 두들겨 맞아 보았다. 몬스터들은 진혁을 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렀고, 진혁은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맞아 보았지만 이건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놈들이 너무 약해.”
맷집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느 정도 대미지를 입어야 가능했는데 키메라의 공격은 큰 대미지를 입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두들겨 맞으면 언젠가는 맷집이 하나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회피나 적중, 집중 스탯을 올리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졌다.
진혁이 간과한 것 중 하나가 키메라들이 약한 것이 아니라 신체개조로 인해서 자신의 맵집이 엄청나게 올라갔다는 사실이었다.
“이놈들 중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놈이 없어 조금 아쉽네.”
가끔 이곳을 찾아오는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마법사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상대하기가 조금은 성가시기도 하였다.
“아쉽지만 일단 회피를 많이 올려서 탱커를 피해 마법사에게 먼저 접근을 해서 끝내는 방법을 고수해야겠지.”
키메라들과 한참을 신나게 싸우고 있는데 침입자들이 나타났다.
-칼로파의 거처에 침입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침입자는 모두 열 명으로 같은 클랜 소속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들 중에서는 낯이 익은 자도 있었는데 이곳에 몇 번 도전하였다가 실패한 플레이어들이었다.
-돌발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반복 퀘스트까지 주어졌다.
침입자들을 본 키메라들이 곧장 달려들었다.
“저놈들 쫓아내면 마르테우스의 일기를 달라고 해야겠다.”
반복 퀘스트의 보상과 패널티는 비슷하였는데 보상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어떨 때는 진혁이 원하는 것을 주고, 또 어떨 때는 칼로파가 알아서 주곤 하였다.
진혁의 상태를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칼로파였기에 그의 보상은 늘 진혁에게 도움이 되었다.
진혁은 뒤로 물러나서 키메라들과 플레이어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자신이 먼저 나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키메라들이 먼저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도록 내버려두고, 자신은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파악하였다.
강력한 불덩이가 키메라를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마법사가 둘이 아니라 넷이야? 오호, 레벨도 높네.”
플레이어가 몬스터의 색깔을 보고 레벨을 짐작하듯이 진혁 역시 플레이어들의 색깔을 보고 레벨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는 색깔이 뜯지 않지만 진혁은 몬스터의 특성도 가지고 있었기에 플레이어의 레벨링 색깔을 볼 수가 있었다.
마법사의 활약으로 키메라들이 힘겨워하자, 진혁은 마법사들부터 처리하기로 하였다.
“일단 힐러부터!”
진혁은 뒤쪽에서 힐을 하는 여자 마법사를 보았다. 그녀는 탱커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의 체력을 전담하고 있었다.
진혁은 힐러와 거리를 생각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놈이 움직인다.”
칼로파의 거처를 공략하기 위해서 몇 번 찾아온 플레이어가 동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힐러들은 안쪽으로 들어와!”
플레이어들의 진영이 변하면서 뒤에 있던 힐러들이 중앙으로 들어왔고, 딜러들이 그녀들을 보호하였다.
진혁은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칫, 몇 발자국만 더 갔어도 단번에 잡을 수 있었는데.”
진혁을 상대한 플레이어들이 파티에 몇 명 있으니 진혁의 성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온 것 같아 보였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놈들을 상대를 해야지.”
난 칼리파에게서 배운 마법으로 놈들을 괴롭힐 생각을 하였다.
칼리파는 언데드 마법에 특화된 리치이다.
그런 그에게서 배운 마법 역시 저주 마법과 언데드 마법, 그리고 소환 마법이었다.
진혁은 칼리파에게서 많은 마법을 배웠지만 마나홀을 만들지 않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거의 없었다.
마나홀을 만들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 하나가 바로 다크니스라는 마법인데 이는 상대의 눈을 일정시간 동안 멀게 하는 마법으로 마법사라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마법이다.
진혁은 뒤로 물러나 키메라들과 싸우고 있는 놈들을 보았다.
“다크니스!”
키메라를 공격을 하던 장검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다크니스 마법을 사용하였고, 그는 순간 앞이 깜깜해지자, 키메라를 공격하던 검으로 탱커 역할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공격하였다.
“윽!”
플레이어에 휘두른 검에 맞은 탱커가 충격에 휘청거렸지만 쓰러지거나 키메라의 공격에 당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시스템 알림에 탱커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가 공격당했다고 알려오자, 그는 크게 소리를 쳤다.
“시바, 앞이 안 보여. 놈들 중에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있나 봐.”
“캔슬!”
힐러가 캔슬 마법을 사용하여 다크니스의 저주에서 풀어 주었는데 이를 보고 가만히 있을 진혁이 아니었다.
“다크니스!”
다크니스 마법을 다시 걸었다.
“어서 캔슬 마법을!”
어둠 속에서 불안해하는 플레이어의 말에 힐러가 다시 캔슬 마법을 사용하였고, 진혁은 타이밍에 맞추어 다크니스 마법을 걸었다.
“캔슬 마법을!”
다크니스의 저주를 풀면 걸고, 저주를 풀면 걸고 하니 힐러 한 명이 두 명의 탱커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에게 힐을 넣어 줘야 했다.
“마나가 딸려요.”
“어서 캔슬 마법을······.”
힐러는 마나가 부족하다고 소리치고, 다크니스 저주에 걸린 플레이어는 어서 풀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니 남은 힐러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
“레몬님, 일단 뒤로 빠져요.”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다크니스의 저주에 걸린 자의 목덜미를 잡고 당겼다.
“잠시만 있어 봐요. 지금 탱커들이 죽게 생겼으니까.”
그가 뒤로 빠지자, 두 명의 힐러가 탱커들을 한 명씩 전담하면서 안정적으로 힐을 하였다.
“다크니스!”
진혁은 다음 타겟으로 마나가 부족한 힐러에게 다크니스 마법을 걸었다.
-아스라님께서 다크니스 마법에 저항하였습니다.
마법사라 그런지 마법 저항에 강해 다크니스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저놈이에요.”
마법사가 진혁을 가리키며 다크니스 마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렸다.
“저놈은 지금까지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진혁가 몇 번 싸워 번 플레이어가 말을 하였다.
“이곳의 주인인 칼로파가 새로 부여해 주었겠죠.”
“졸라 센 놈에게 마법까지···, 칼로파 이 미친놈은 생각이 있는 건지.”
플레이어 한 명이 투덜거리자, 앞에 선 탱커가 말을 하였다.
“강한 만큼 보상도 대단할 테니까 더 기대되는 것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진혁은 속으로 웃었다.
“왜,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생각지 못하는 거지?”
키메라가 하나 둘씩 쓰러지면서 숫자가 줄자, 그들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는지 더 힘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상황판단 끝!”
진혁 어떻게 상대와 싸울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 본 후에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움직였다.
스라라락!
허공을 부유하듯 빠르게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진혁은 자신의 앞에 선 탱커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를 향해 히죽 웃음을 보여 주었다.
플레이어는 진혁이 비웃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방패를 몸에 붙인 후에 그의 공격에 대비를 하였다.
“다크니스!”
진혁은 공격 대신 다크니스 저주 마법을 걸어 순간 눈을 멀게 한 후에 그의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딜러가 앞을 막아섰는데 진혁은 인정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옆으로 날아가 동굴의 벽에 부딪쳤다.
진혁은 순식간에 중앙에서 보호를 받던 여성 힐러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다.
“안녕, 다음에 또 봐.”
그래도 여자라 다정하게 인사를 한 후에 사정없이 목을 비틀어버렸다.
여성 힐러는 제대로 반항한 번해 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스라!”
힐러 한 명이 죽자, 딜러인 또 다른 마법사가 마법을 진혁을 공격하였지만 진혁은 그 공격을 피해 물러났다.
“시X, 너무 빠른 거 아니야.”
레벨이 비해서 회피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진혁은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자신보다 한참 높아도 그들보다 더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 움직였다.
“아악!”
그리곤 다크니스 마법에 걸려 앞이 보이지 않았던 장검을 든 플레이어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자, 새우 등처럼 등이 휘어졌고, 그런 놈의 머리를 찍어 눌리면서 무릎으로 쳐 올렸다.
“커어어억!”
피를 토하며 몸이 뒤로 젖혀지며 허공으로 떠오르자, 진혁은 뒤돌려차기로 놈의 복부를 또 한 번 공격을 하였다.
진혁의 힘에 이기지 못한 플레이어는 벽으로 날아가 부딪치며 바닥에 뒹굴었고, 그런 놈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진혁은 순간이동을 하듯 움직이며 놈의 목을 밟아버렸다.
우두두둑.
순식간에 두 명을 해치운 진혁은 이들의 공격을 피하며 포위망을 벗어났다.
남은 키메라들이 없었다면 집중 공격을 받아 포위망을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키메라들도 상대를 해야 했기 때문에 진혁만을 온전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
플레이어가 레벨을 올리고, 전투 경험을 쌓고 하면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을 때, 진혁 역시 이곳에서 키메라를 상대로 훈련과 싸움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고, 칼로파로부터 얻은 마법은 그런 진혁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진혁의 싸움 스타일도 조금 변하였는데 예전에는 우직하게 플레이어들과 싸웠다면 지금은 주변의 환경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물들을 이용하여 싸우는 법도 깨닫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싸움에 키메라들을 활용하였다.
두 명의 플레이어를 처리한 진혁은 뒤로 빠져서 또 다시 키메라들과 싸우는 걸 지켜보았다.
“어떻게 몬스터가 일정한 패턴이 없는 거지.”
진혁이 지켜보는 것만으로 플레이어들에게는 부담이었다. 그가 언제 움직여 다시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온전한 실력을 다 발휘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뒤로 물러날까요.”
두 명이 죽고, 진혁으로 인해서 제대로 싸울 수 없게 되자, 플레이어들은 다시 돌아가는 걸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놈은 안나린을 노린다면 우리는 놈과의 싸움에서 또 패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마법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진혁을 지금으로서는 상대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들은 후퇴하기로 하였다.
“그럼 죽은 사람 아이템을 챙기세요.”
이들은 진혁이 이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진혁은 이들의 대화를 모두 들을 수가 있었다.
“이곳에서 도망을 쳐?”
의아해하던 진혁은 최근 게임 사이트인 게임 포유에서 이번 인더스의 세상에서 업데이트가 되는 내용들을 상기하였다.
“최근에 업데이트를 한 귀환 스크롤을 사용할 생각인가 보구나.”
던전이나 혹은 플레이어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지정된 장소로 텔레포트를 시켜주는 스크롤 마법 주문서인데 플레이어들은 편의상 귀환주문서라 불렀다.
진혁은 한 놈이라도 더 잡을까 생각을 하였지만 달아나려고 하는 플레이어들을 굳이 붙잡고 씨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후퇴를 결정하고 죽은 플레이어들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회수한 뒤에 귀환 주문서를 사용하여 던전에서 빠져 나갔다.
“조금 더 강한 플레이어들이 와야 하는데······.”
찾아오는 플레이어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자신은 평생을 이곳에서 썩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나름 배울 것이 있어 그 무료함이 덜하겠지만 배울 것을 다 배우면 그 다음부터는 지겨워질 것이고, 또 예전처럼 시들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찾아오는 놈들은 레벨만 높지, 싸우는 건 영 젬병인 놈들만 오는 건지.”
진혁이 투덜거리고 있을 때 칼로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클클, 고생하였다. 방으로 들어오너라.
진혁은 그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가지 보상을 준다고 하였고, 진혁은 손가락으로 마르테우스의 두 번째 일기장을 가리켰다.
“이걸 원하는 것이냐?”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칼로파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르테우스의 두 번째 일기장을 꺼내어 주며 물었다.
“마법은 잘 익히고 있느냐?”
진혁은 대답대신 머리를 끌쩍였다.
“딱히 너에게 바라지도 않았다. 뭐, 그래도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이니 원한다면 언제든지 말을 하도록 하여라.”
진혁은 칼로파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마르테우스의 두 번째 일기장을 들고 그의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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