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천후, 마을을 위해 나서다(1)
194화.
이제 조금만 더 작업하면 저수지는 완성된다. 높은 둑 아래쪽엔 돌로 수로를 만들어 개폐를 할수 있도록 만들었다. 농경지에 물을 댈때엔 수문을 열고 대지 않을땐 닫아 놓으면 되는 것이다. 수문에서 농경지쪽으로의 수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일을 용병 놈들에게 시킬 생각이다. 근처의 산에서 나무를 베어 급히 삽을 수십개나 만들었다. 나무 삽인 관계로 무뎌질것에 대비해 많이 만들어 둔것이다.
"한개씩 잡고 내가 긋는 선을 따라 수로를 만들어라."
저수지 수문에서 농경지 쪽으로 선을 그었다. 놈들이 수로를 파는 동안 노에스에게 지시해 수맥쪽으로 땅을 파 물을 끌어 올리라고 지시했다. 백미터 지하에 있는 수맥이지만 노에스라면 쉽게 뚫을수 있다.
촤아악!!
물이 치솓아 올랐다. 지속적으로 물이 솓아 오를수 있도록 저수지 외곽쪽에 있는 수맥의 통로를 좁히라고 지시했다. 통로가 좁혀지면 그만큼 저수지로 올라 오는 물이 많아진다.
"와아~!!!"
물이 치솓아 오르자 엘이 함성을 질렀다. 저수지에 채워 지는 물과 용병들이 수로를 파는 것을 감시하며 저녁 무렵이 되자 엔다이론을 불러 수맥에서 계속 물이 올라오는지 물어 보았다.
- 수맥쪽에서 올라 오는 물이 너무 많아 이대로는 저수지에 넘쳐 흐를꺼에요. 수문을 열어 어느정도 물을 흘러 보내야 해요.
농경지쪽으로의 수로는 아직 미완성이다. 적어도 몇달은 걸릴것이다. 일단 저수지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 오지 않게끔 조절을 해 달라고 했다. 수로가 완성되면 많은 물이 들어 와도 수로로 흘러 보내면 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모두 삽을 놓고 마을로 돌아간다."
"후아~!"
털썩.
조금도 쉬지 않고 수로 공사를 한 용병놈들이 지쳤는지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저수지 둑에서 천후가 지켜 보고 있다는걸 놈들도 알고 있어 농땡이를 피울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한탓이었다. 마을에선 이미 많은 빵들이 구워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과 용병들은 따로 떨어져 빵과 수프로 배 불리 식사를 했다. 마을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빈집을 용병들에게 내 주었다. 천후는 엘의 집에서 생활했다. 마을 사람들에겐 죽은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라고 해서 이미 장례도 치룬 상태였다.
"번리! 이대로 이곳에 붙잡혀 있을꺼야?"
"그럼 어쩔래? 추적 마법이 걸려 있다는데 도주하다가 걸리면 이거야. 일단은 시키는대로 따라야 해. 시간이 흐르면 도주할수 있을꺼다."
목을 그어 보인 번리는 마틴을 다독이며 기회를 봐야 한다며 설득했다. 하지만 고된 수로 작업에 학을 뗀 마틴은 3일후 한밤중에 마을을 벗어 났다. 마을에 경비는 한명도 없었다. 목책문도 열려 있어 언제든지 입출입이 가능했다.
정문으로 조용히 빠져 나간 마틴은 뒤를 돌아 보며 마법사가 추적해 오지 않자 안심을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밤길을 걸어갔다.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 났다고 안심하고는 바닥에 잠시 앉아 쉴려고 했을때였다. 목뒤가 뜨끔하며 몸이 전혀 움직이지가 않았다. 이런 짓을 할수 있는 자는 마법사 밖에 없었다. 언제 추적해 온것인지 절로 몸이 떨려왔다.
"고작 도주한다는게 이곳까지 밖에 오지 못한거냐?"
덜덜덜.
"사, 살려 주십시요."
"난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제, 제발 사..."
놈이 더이상 말하지 못하게끔 아혈도 찍고는 몸의 몸을 들고 수로 공사장으로 향해 바닥위에 세워 놓았다. 마혈이 찍힌 이상 놈은 움직일수 없다. 천후는 엘을 재우고 나면 항상 명상을 한다. 더이상 잠은 자지 않아도 된다. 놈이 마을을 빠져 나가는건 이미 감지한 상태였다. 정말로 도주를 하는지 한동안 뒤를 따라 와 마을로 돌아 가지 않자 놈을 제압한것이다.
다음날 아침 용병 놈들은 동료인 마틴이 사라진것을 알았다. 마법사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 식사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물통을 들고 수로 작업 현장으로 이동하며 멀리 보이는 마틴을 보고 허겁지겁 달려 갔다. 마틴은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무슨 말을 걸어도 덜덜 떨며 아무런 말도 없었다.
"비켜라! 놈은 어제밤에 내 경고를 무시하고 도주를 감행했다. 도주하면 어떻게 되는지 말했을것이다."
엘의 눈을 가렸다. 어린 엘이 살인 장면을 지켜 보는건 교육상 좋지 않았다. 경고한 대로 놈의 목을 깔끔하게 잘라 주었다. 용병놈들은 주저없이 목을 자르는 천후와 동료의 죽은 모습을 보고는 벌벌 떨었다. 죽은 놈은 사이킥 파이어로 흔적도 없이 태워 버렸다.
"모두 작업을 시작해라."
천후의 말에 덜덜 떨면서 놈들은 수로를 파기 시작했다. 천후의 가차없는 살인에 겁을 먹은 것이다. 수로 건설은 두달만에 완성되었다. 큰수로를 만드는게 아니라 농경지에 물을 댈수 있는 작은 수로만으로 충분했다. 마을에는 철제 농기구도 있었지만 놈들에게는 일부러 나무로 만든 삽을 주어 고생을 시킨것이다.
수백개의 삽이 사용되었지만 쓸모없게 든 삽은 모닥불을 피우는데 사용되었다. 수로가 완성되자 엔다이론에게 지시해 수맥을 본래되로 열어 달라고 하며 수문도 열었다. 수문으로 물이 흘러 나오자 수로로 흐르기 시작한 물은 군데군데 흐름이 막혔지만 용병들이 막힌 수로를 터고 물이 잘 흐르게끔 조절했다.
농경지에 물이 흘러 들어가자 바짝 마른 농경지가 생동감에 물들기 시작했다. 이 농경지에 파종을 해야 한다. 저녁 무렵 식사를 하기 위해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깡마른 몸이었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 건강한 사람이나 다를바 없었다. 잘 먹고 치료수를 마신 덕이다.
"지금까지 어떤 농사를 짓고 있었나?"
"밀을 주로 짓고 있었지만 종자는 물론 가뭄으로 인해 농사를 짓고 싶어도 지을수 없는 상황입니다."
마을 남자들 중 가장 연장자인 스밍이 설명해 주었다. 스밍은 촌장 역활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도 알고 있다시피 저수지는 이미 완성되었고 농경지에 물도 얼마든지 공급할수 있게 되었다. 밀 파종은 언제하면 되나?"
"당장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곳은 날씨가 거의 일정합니다."
스밍의 말대로 이곳에서 몇달을 보냈지만 밤에는 조금 쌀쌀하고 낮에는 조금 더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어떤식으로 파종을 하는지 묻자 역시 생각한대로였다. 밀을 직접 밭에 뿌려 흙을 덮어 놓는 직파였다. 지구의 밀이 이곳에서도 잘 자랄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종자가 없는 이상 지구의 밀을 사용할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직파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저녁을 먹고 목책에서 가까운 빈집 다섯채의 가재도구를 모두 밖으로 꺼내라고 한뒤 거적떼기를 모으라고 했다. 빈집안에 거적을 깔고 아공간에서 꺼낸 밀을 거적위에 뿌리고는 물도 뿌린후 거적으로 덮어 놓았다. 빈집 다섯채에 모두 똑같이 한뒤 하루에 한번씩 엔다이론을 불러 거적이 마르기전에 물을 골고루 뿌려 주라고 하며 발아되기를 기다렸다. 밀은 불과 3일만에 발아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발아가 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구의 밀이 마나가 풍부한 이곳 중간계의 환경에 놀라 얼굴을 내민것이 아닌가 추정했다. 발아가 되자 사람들을 모아 큰바구니에 싹이 부러지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넣고 밭으로 갔다.
밭은 이미 밀을 뿌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과 용병들을 닥달해 밭을 갈고 물을 댄후 빼주었다. 적당히 마른 밭에 가져온 밀을 뿌리고 그위에 흙을 뿌려 덮었다. 이제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제법 넓은 밭에 밀을 뿌렸지만 아직도 놀고 있는 밭들이 많았다. 중간계에선 농약은 물론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100% 유기 농법이다.
비료나 농약이 뭔지도 모르는 탓으로 밭들은 휴경지와 경작지로 나누어 농사를 짓는게 일반적이다. 다른 밭에도 밀을 파종하고 싶었지만 지금 뿌린 밀만으로도 무사히 자란다면 마을 사람들이 먹고 살기엔 충분했다.
밀 파종이 끝나자 이번엔 각종 야채와 감자를 재배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봉지에 담겨 있는 씨앗을 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 신기해 했다. 야채 씨는 밭에 직접 뿌리고 물을 주면 싹이 튼다. 감자는 또다시 거적으로 덮고 물을 뿌려 밀처럼 싹을 틔워야했다.
"이런식으로 싹을 틔우는 방법이 있었군요."
마을 촌장 역활을 하는 스밍을 항상 데리고 어떤식으로 싹을 틔우고 재배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이곳에선 감자는 덩어리채로 밭에 심는다. 비효율적으로 그만큼 종자로 사용할 감자가 많이 필요하게 된다. 고랑을 파고 파 올린 흙을 쌓은 곳에 싹을 틔운 감자를 사분등해 싹이 위쪽으로 올라 오도록 심고 흙을 덮었다.
지구의 작물은 모두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역시 풍부한 마나덕인것 같았다. 지구의 작물이 이곳에 완전히 적응하기 전까지 몇년동안은 계속 이런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마을 사람들도 엄청난 성장에 놀라워 하며 마법으로 처리된 종자라고 착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항상 밝았다.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탓이다. 밀은 무려 4개월 지나자 누렇게 익어 수확철을 맞이했다. 이렇게 빨리 수확기를 맞이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밀을 수확하기전에 이미 감자나 채소들도 수확한 상태로 채소들은 씨앗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는 남겨둔 상태였다.
어른주먹 두개를 합친 크기로 성장한 감자를 본 마을 사람들이나 천후도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감자 수확이 힘들지도 않는지 싱글벙글이었다. 여자들이 감자를 캐면 용병들이 옮기는 식이었다. 채소 또한 지구에서 보던 채소와는 크기부터가 달랐다.
밀도 마찮가지로 2미터 크기로 성장한 밀은 엄청난 수확량을 자랑했다. 한알 한알이 일반적인 밀의 3배 크기였다. 마을에 수확제가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광장에 둘러 앉아 수확한 밀로 구운 빵과 수프, 그리고 천후가 내 놓은 맥주도 마시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번리, 어쩔꺼야? 계속 이곳에 있을꺼야?"
"그럼 도주하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도 그런걸 묻는거냐?"
"설마 몇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추적 마법이 걸려 있을까?"
"저 마법사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꺼다. 도주하다가 걸리면 곧바로 목을 내 놓아야 해."
용병들은 방랑벽이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다. 한곳에 죽치고 있는게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젊은 혈기를 발산하지도 못한채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일상이 지겨워졌다.
"도주할 생각은 하지마. 이곳에서 비록 일은 힘들지만 배는 곪지 않잖아. 너희들이 용병이 된건 모두 배 불리 먹기 위해서잖아. 이 마을에 저 마법사가 있는한 절대로 굶어 죽는 일은 없을꺼다. 수확한 것들을 봐도 알수 있어. 마법으로 처리된 농작물은 엄청난 크기로 성장했지. 이 마을은 이제 대륙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로 변하게 될꺼다."
번리가 다른 동료들을 설득하고 있었지만 몸이 근질거리는 용병 몇몇은 번리의 말이 귀에 들어 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날밤 모두가 얼큰히 취해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할때 용병 세명이 한자리에 모여 수확한 밀과 감자를 보자기에 싸고는 조용히 목책을 나섰다.
설마 아직까지 추적 마법이 걸려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은 탓으로 도주를 감행한 것이다. 목책을 나간 이들은 잰걸음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말을 타고 가면 더욱 빨리 도주할수 있지만 발발굽 소리가 멀리 퍼져 들킬 우려가 있어 도보로 도주하는 것이다.
"헉헉! 좀 쉬었다 가자."
제법 먼곳까지 무사히 도주한 세명은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주저 앉아 숨을 돌렸다.
"큭큭큭, 이 밀과 감자를 가져가서 영주님에게 보여 주면 그 마법사도 무사하진 못할꺼다."
"그보다 이 밀을 다른 곳으로 가서 심으면 엄청나게 수확할수 있을꺼야. 수확한 밀로 다시 심기를 되풀이하면 거대한 밀곡 상인이 될수도 있어. 그 마법사에게 복수를 하는것도 좋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 농사를 지으면 큰부자가 될꺼다. 영주님에게 일러 받치면 우리들이 마적질한게 들통날수도 있어. 그러면 이거야."
목을 그어 보이자 조용히 듣고 있던 두명이 그럴지도 모른다는듯 신음을 흘렀다. 그때였다. 공중에서 들려온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모두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야기는 끝난거냐?"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마법사가 내려다 보고 있었다.
덜덜덜.
절로 몸이 떨려왔다. 얼마나 두려운지 아랫도리가 따뜻한 느낌이 들며 눅눅해 지고 있었다. 지려 버린 것이다.
후다닥.
"컥!"
한놈이 급히 도주를 했다. 하지만 불과 세발걸음만 이동했을뿐 더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감히 내 앞에서 도주를 해?"
사이킥 사일런스를 시전하고 사이킥 홀드로 구속해 놓은 놈의 몸을 꾹꾹 누르며 사이킥 홀드를 해제했다. 그러자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크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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