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마법사 베스록(1)
19화.
급히 막사를 나온 하르덴 자작은 적군을 주시했다. 휴식도 취하지 않고 후퇴하는 적군의 의도는 곧바로 알수 있었다. 넓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즉시 전력을 정비하고 공격할려고 해도 병사들의 피로를 생각하면 공격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도사인 드라이브 백작이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후퇴하는 적군에게 큰타격을 입힐수 있을 것이다. 즉시 백작을 찾아 갔다.
"백작님! 후퇴하는 적군을 공격해 병력수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하르덴 자작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병력수에서 밀리는 입장이다. 유리하게 전쟁을 이어 갈려면 어느 정도 적에게 공포를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몇번 공격하고 오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를 나갈려고 할때 게르먼 남작과 소영주가 들어와 후퇴하는 적들을 공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백작님이 지금 공격하러 나갈려는 참이네."
"아! 부탁 드리겠습니다."
"백작! 부탁하겠네."
막사를 나온 캐논은 전마에 올라 타고 후퇴하고 있는 적군을 추격했다.
두두두두두.
캐논이 점점 적군에게로 접근하자 기사 한명이 마주 달려 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적들은 모를것이다.
"떠올라라! 사이킥 리버스!"
"히이이힝."
"어허헛?"
달려오던 기사는 전마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자 전마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기사는 말고삐를 움켜 쥐고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와아아아~!!"
아군 진영의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후퇴하는 적군들이 발을 멈추고 하늘에 둥둥 떠 오른 기사를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빙글.
"으아악!"
전마를 반바뀌 돌려 상하 위치를 바꾸자 기사는 말고삐를 움켜 쥐고는 잠시 버티었지만 비명을 지르며 추락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쿵.
콰직.
"컥!"
추락하는 기사를 보고는 전마를 바로 세우고 바닥으로 내려 놓자 긴 울음 소리를 터뜨렸다. 굳이 전마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다.
"히히히이이잉."
전마 옆을 스쳐 지나가며 적군에게로 돌진하자 적군 병사들이 술렁이며 기사 5명이 뛰쳐 나와 사방으로 흩어지며 포위하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은 안중에도 없는 캐논은 그대로 계속 적군 병사들에게로 질주해 접근해 갔다. 달려온 기사들은 사방을 포위하며 달려 들고 있었다.
"떠 올라라!! 사이킥 플라이!"
두둥실.
달려 가는 전마위에서 앞쪽 공중으로 그대로 치솟아 올랐다. 공중에 떠 있는 캐논을 공격하기 위해선 기사들은 마나를 쏘아 보내거나 무기를 던져야 한다. 소드 마스터가 아닌 이상 마나탄 공격은 무리인 기사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다 볼수 밖에 없었다. 일제히 멈춰선 기사들을 향해 사이킥을 시전했다.
"떠 올라라!! 사이킥 리버스!"
"우와앗!"
"아아앗?"
5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전마와 함께 공중으로 두둥실 떠 올라 적군쪽으로 비명을 지르며 날아 가고 있었다. 훨훨 날아가는 기사들이 자신들 머리위에 둥둥 떠 있음에도 넋이 빠진듯 하늘만 바라 보는 병사들 머리위로 전마와 기사들이 일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악~! 피, 피해!!"
쿠쿠쿠쿠쿵!
꽈직.
"히이잉!"
"컥!"
"윽!"
"으아~! 피, 피해라."
추락한 기사들과 전마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때 거대한 불덩어리 세개가 병사들 머리위에 생성되어 떨어졌다.
꽈꽈꽈꽈꽝!!!!
지진이라도 발생한듯 땅을 진동시키며 폭발한 여파로 세곳이 움푹 파여 진채 큰 구덩이가 생성되었으며 폭발에 휘말려 증발한 병사들과 외곽에 쓰러져 있는 병사들로 아우성이었다. 다시 한번 더 사이킥 파이어를 시전할려다가 그만 두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공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적들은 혼비백산한채 사방으로 도주 하고 있었다. 전마가 멈춰 서 있는 곳으로 날아가 전마위에 앉은 캐논은 본영으로 돌아왔다.
"와아아아~!! 백작님, 만세!!"
아군 병사들의 환호성에 한손을 들어 답례를 해 주었다. 하르덴 자작을 포함한 게르먼 남작과 소영주는 얼이 빠진듯 멍하니 캐논을 바라다 보며 굳어 있었다. 처음으로 캐논의 사이킥 공격을 목격한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그렇습니다."
"그럼 난 좀 쉬어야겠다."
캐논이 막사안으로 들어 갈때까지 굳어 있는 지휘부였다. 적군은 계속 후퇴를 하고 있었다. 캐논의 공격에 잔뜩 겁을 먹은 것이다. 후퇴하는 적을 추격하는 아군도 힘들 지경이었다. 밤새도록 후퇴하는 적군을 공격할려고 해도 아군의 피해를 감안하면 공격할수도 없었다. 귀족들은 캐논에게 다시 공격해 달라고 말하진 않았다. 전번 공격으로 캐논이 막대한 마나를 소모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도사라고 해도 엄청난 공격 마법을 시전한후엔 소모한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며칠이나 시간이 걸린다는걸 알고 있는 지휘부에선 부탁하고 싶어도 부탁할수 없어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 적들을 4일이나 추격했다. 드디어 멈춘 적들은 전열을 정비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군쪽에서도 녹초가 된 병사들의 사기를 생각해 휴식을 취해 주어야 했다.
"백작님! 마나는 어떻습니까?"
"문제없다."
"그럼 내일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루의 휴식을 취하고 아직 피곤이 풀리지 않았을것이라고 짐작되는 적들을 공격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해 진군 대열을 갖추었다. 적진에서도 이제 더이상 도주 할 생각이 없는듯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그때였다. 적진에서 거대한 마나 유동이 감지되었다. 깜짝 놀란 캐논은 즉시 아군 대열 맨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대비하라! 적진에서 마법 공격이 날아 온다."
캐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적진 뒤에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치솟아 올라 빠른 속도로 날아 오고 있었다. 적들이 왜 도주하지 않고 공격 진영을 갖추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마법사가 합류한것이다. 집채만한 불덩어리 한개가 날아오자 아군 병사들은 기겁하며 비명을 내지르면서 파이어 볼을 피해 메뚜기떼처럼 사방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되돌아 가라!! 사이킥 리턴!!"
머리속의 무언가가 쑥 빠져 나가는 느낌과 함께 날아오던 파이어 볼이 멈칫하며 서서히 반대편인 적진쪽으로 날아 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느렸지만 점점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자 이번엔 적진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뿔뿔히 흩어지고 있었다. 그런 병사들 후미에서 또다시 파이어 볼이 날아 올랐다. 적진으로 파이어 볼이 진입하기 전에 맞부딪혀 폭발시킬려는 의도인것 같았다. 하지만 캐논이 리턴시킨 파이어 볼은 상대편에서 날아 오는 파이어 볼을 피해 병사들 상공을 지나 파이어 볼이 피어 오른 쪽으로 날아가 급하강했다.
쿠꽈꽈꽈꽝!!
엄청난 화염이 사방으로 번지며 비명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지만 캐논은 적진 상황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여전히 날아 오는 파이어 볼을 다시 리턴시켜 조종했다.
"우와아아!!!"
아군 병사들의 함성속에 날아간 파이어 볼은 이번엔 기사들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기사들은 전마를 타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던 탓으로 큰피해는 주지 못했다.
"진~격!! 진격하라~!!"
"와아아아아~!!!"
하르덴 자작의 외침에 기사들이 먼저 출발하고 그뒤를 병사들이 뒤따랐다. 적군들은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떠 올라라! 사이킥 플라이!!"
둥실.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솓아 오른 캐논은 적진을 향해 날아갔다. 질주하는 기사들 전면 상공에 훨훨 날아가는 캐논을 본 병사들과 기사들의 사기는 엄청났다. 뿔뿔이 흩어졌던 적 기사들도 아군 기사들을 향해 달려 오고 있었다.
'응? 살아 있었나?'
적 후방쪽에서 마법사 한명이 날아 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파이어 볼에 당하지 않은 것이다.
"미끄러져라! 사이킥 그리스!!"
달려 오는 적 기사 전면 바닥을 마찰계수 O으로 바꾸어 버리자 질주해 오던 기사들이 탄 전마가 앞으로 꼬꾸러지자 위에 타고 있던 기사는 붕 공중으로 뜬채 떨어져 내렸다.
"히히히힝!"
쿠당탕탕.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며 날아 오른 마법사가 공격해 왔다. 무언가 번쩍이며 자신을 향해 날아 오고 있었다.
"막아라! 사이킥 실드!!"
터터텅.
실드에 막힌 무언가가 소멸되자 또다시 마나 유동이 발생하며 공격 마법이 날아왔다.
퍼펑.
이번엔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소멸되었다. 다시 마나 유동이 감지 되었다. 이대로 계속 방어만 할순 없었다. 지상쪽엔 기사들이 이미 부딪히고 있었으며 병사들도 잠시후 마주 칠려고 했다.
"끌어 내려라! 사이킥 핸드!! 타 올라라! 사이킥 파이어!!"
마법사에겐 발목을 잡아 아래로 끌어 내리고 병사들에겐 거대한 불덩어리를 떨어 뜨렸다.
"어엇?"
꽈꽈꽈꽝!!!
엄청난 화염이 피어 오르며 적 병사들 한쪽이 움푹 패여진 것처럼 병사들이 사라져 버렸다. 플라이 마법을 펼치고 있는 6서클 마법사 베스록는 갑자기 자신의 양발목을 무언가가 잡아 당기자 깜짝 놀라 하마터면 플라이 마법이 해제될뻔했다. 즉시 마나를 더 많이 주입해 플라이 마법을 유지할려고 노력했지만 엄청난 무게의 추가 달린 것처럼 점점 아래쪽으로 끌려 내려 가고 있었다.
"으아~악~!!"
그러다가 갑자기 이번엔 발목을 잡고 있던 무언가가 옆으로 끌어 당기며 자신의 몸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이런 마법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엄청난 속도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탓으로 이미 플라이 마법은 해제된 상태였다.
"헉헉헉!"
이제야 멈추어졌지만 이번엔 몸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만약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무언가가 발목을 놓는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자 끔찍한 광경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마법사!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죽인다."
어쩔수 없었다. 자신은 상대도 되지 않는 마도사가 틀림없었다. 어떻게 저런 젊은 나이에 마도사가 될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죽을순 없는 노릇이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좋아. 마법을 시전하지 마라."
"어허헉!"
거꾸로 된 몸이 순식간에 곧바로 선채 이번엔 양손목을 무언가가 잡아 당겨 공중에 매달린 신세가 되었다. 마나 유동도 전혀 감지하지도 못한 상태다. 마도사가 아니라면 자신이 감지하지 못할리가 없었다. 왕실 마탑 소속인 베스록은 적진에 마도사가 있다는 말에 제자들을 데리고 전장으로 왔다. 마법진으로 생성시킨 파이어 볼에 있을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수천년 마법 역사 속에 파이어 볼이 되돌아 오는 경악할만한 일이 발생한것이다.
꽈꽈꽈꽈!!
퍼퍼퍼펑!!
플라이 마법을 펼치며 쉴새없이 마법을 쏟아 붙는 젊은 마도사의 경지가 믿기지 않았다. 마도사가 시전하는 마법을 지켜 보며 이상함을 발견했다. 마법이면서 마법이 아닌것 같았다. 마법이라면 저런식으로 시전할순 없는 것이다.
'설마 새로운 마법 시전 방법을 창조했단 말인가!?'
마도사가 펼치는 마법은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마법은 심장에 두른 서클을 회전시켜 외부의 마나와 공명시켜 발휘한다. 외부 마나와 공명시키는 매개 역활이 주문 영창인것이다. 이때 마나 유동이 발생하는 탓으로 마법이 발휘된다는것을 파악할수 있으며 눈앞에 시전하는 마법이 생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마도사는 마나 유동은 전혀 없었으며 시전한 마법도 마도사 전면에 나타나지도 않은채 곧바로 먼거리의 병사들 상공위에 갑자기 등장하는 식이었다. 어떻게 저런식으로 마법을 시전할수 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마도사는 드래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래곤이라고 해도 저런식으로 마법을 시전하진 못할것이다.
'대체 뭐지?'
6서클 마법사 베스록이 의문에 잠겨 있을때 적진 후방에서 긴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뿌우! 뿌우우우우~!!!
이미 적들은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병사들은 이미 반토막 난 상태며 기사들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공중에서 캐논이 사이킥을 퍼 부어 적 병사들은 물론 기사들의 움직임을 제어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뿔 나팔 소리에 적들이 일제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후퇴하라는 신호같았다.
쿠꽈꽈꽈꽝!!!!
후퇴하는 적들 전면에 불덩어리를 떨어 뜨리며 크게 외쳤다.
"항복하라!!"
멈칫하는 병사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도주하는 놈들 전면에 다시 사이킥을 시전하자 후방의 병사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아군 기사들과 여전히 전투를 벌이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 뒤쪽에 마찰 계수 O인 사이킥 그리스를 시전했다. 전마가 뒤쪽으로 미끄러지며 쓰러지자 아군 기사들이 무기를 내려쳐 적 기사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어림잡아 무사히 도주한 적들은 2~3천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놈들을 추격해 모조리 죽이거나 포로 잡아도 되었지만 공중에 마법사를 구속하고 있던 탓으로 추격할수가 없었다. 포로로 잡은 적들은 몇천명은 될것같았다. 전투가 완전히 끝나자 마법사를 이끌고 아래로 내려 갔다. 공중에서 서서히 하강하는 캐논을 바라다 보는 병사들의 눈에는 선망과 존경심이 깃들어 있었다.
"배, 백작님!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전장부터 정리해."
하르덴 자작이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할때 캐논은 마법사를 데리고 막사로 돌아 갔다.
"이름이 뭐냐?"
"엘칸트 왕실 마탑 소속 6서클 마법사 베스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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