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천후, 충돌하다(2)
149화.
분타주는 현무단 부단주인 공손주현을 바라 보았다. 시선을 받은 공손주현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림맹이 하는 일입니다. 아무런 혐의가 없다면 도주하지도 않았을겁니다. 캥기는것이 있으니까 반항하는게 아닙니까?"
"부단주, 그러니까 증거가 뭔가?"
"모함입니다. 저희들은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장원이 있는 석성촌(石城村) 주변을 조사하고 있을때 심장이 사라진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그 시체를 살펴 보고 있을때 현무단원 둘이 들이 닥쳐 무작정 범인이라고 핍박했습니다. 어쩔수없이 싸우고 있을때 아버님이 도착하고 다른 현무단원들도 도착해 아무리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아 도주할수 밖에 없었던겁니다."
분타주가 공손주현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엉뚱하게도 화가장쪽의 이십대 중후반의 청년에게서 들려왔다.
"그게 정말인가?"
"단원의 말로는 화가장 소장주가 쓰러진 자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었답니다. 손을 뗀후 가슴이 뻥 뚫려 있어 제압할려고 할때 반항을 한탓으로 범인이라고 지목한것입니다."
"조사를 할려면 당연히 가슴에 손을 대야 하는게 아니냐?"
화가 난듯한 화가장 소장주가 버럭 소릴 질렀다. 소장주 말은 틀린점은 없었다. 하지만 무림인들은 특이한 무공을 수련하는 자들이 많다. 심장을 채취해 무공 수련에 응용하는 자들이 있을수도 있다. 아직 완전히 혐의를 벗어난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조사에 응하면 되지 않느냐?"
"정의검(正義劍)! 공손세가 입장이라면 순순히 조사에 응하겠나?"
"......."
공손주현의 별호가 정의검같았다. 소장주의 물음에 정의검 공손주현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조사에 응하지 않는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들을 가치도 없어. 당장 제압해. 제압한후 심문하면 알수 있다."
정의검의 명령에 현무단원들이 다시 달려 들려고 했지만 천후가 나서 제지했다.
"멈춰! 무림맹의 행사가 다 이런식이냐? 무작정 제압하고 심문을 하는 식이냐? 그렇다면 화가장 소장주가 범인이라고 지목한 현무단원을 심문해도 되나? 그 자가 거짓으로 범인으로 몰았을수도 있을것이다."
"감히! 현무단원을 의심하는 것이냐?"
"그만! 검귀과 정의검은 진정하게."
일촉즉발의 상황에 분타주가 급히 끼어 들었다. 이대로는 같은 편끼리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분타주님, 이곳 하문에도 심장이 사라진 약초꾼들이 발견된것을 알고 있죠?"
"알고있네."
"이곳에서는 산속 깊은 곳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범인은 찾지도 못한 상태이고요. 중원 전체에 실종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후엔 큰세력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화가장이 있는 석성촌에서도 이곳처럼 심장이 사라진 시체가 발견되었다.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심장이 사라진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큰세력이 어떤 목적으로 심장을 가져 가는 것이다.
"음, 그렇게도 생각되네."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심장이 사라진채 발견되었습니까?"
"발견된 사람들은 그렇다고 들었네."
"그럼 화가장이 얼마나 큰 장원인지는 모르지만 일개 소장주가 중원 전체를 돌아 다니며 그런 일을 할수 있겠습니까?"
"......."
분타주는 말하지 않았다. 소장주가 만약 어떤 세력에 가입해 협조하고 있다면 있을수 있는 일이다.
"그럼 소가주가 범인이라고 지목한 현무대원은 소장주 손에 심장이 들려 있는걸 목격했답니까?"
분타주가 고개를 돌려 정의검 공손주현을 바라 보자 정의검은 현무단원 한명을 바라 보았다.
"보지는 못햇습니다. 하지만 손을 가슴에 박고 있는건 직접 봤습니다."
키가 훤칠한 현무단원 한명이 입을 열어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강서성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석성촌에 들러 조사를 하고 있을때 외진 움막에 인기척이 느껴져 접근했다.
움막 안에서는 한명은 서 있었으며 한명은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누워 있는 자의 가슴에 손을 박고 있었다. 즉시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움막안으로 들어가자 반항을 하며 싸움이 벌어졌다.
"움막안의 구조를 바닥에 그려 보세요. 그리고 바닥에 누워있던 자와 소장주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상황도 그리세요."
천후의 말에 대원이 정의검을 바라 보자 정의검이 버럭 화를 냈다.
"현무단원을 의심하는건 용서할수 없어. 변방의 조그마한 장원 소가주 주제에 어딜 나서는거냐? 제압해서 심문하면 모든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제압해!"
"멈춰! 만약 화가장을 더이상 핍박한다면 아무리 무림맹이라도 용서할수 없어. 정의검은 왜 그렇게 화가장을 제압할려고 안달하는것입니까?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닙니까?"
"뭐라고? 지금 무림맹과 현무단 부단주인 날 의심하는거냐? 네놈도 화가장과 한통속이구나. 놈도 같이 제압한다."
"멈추게! 은천 세가 소가주의 말이 지나친 점은 있지만 소가주가 무슨 목적으로 움막 상황을 그려 보라고 한건지 알아 볼 필요가 있네."
분타주가 나서자 정의검도 더이상 천후를 핍박할수 없었다. 개방의 협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분타주의 말을 무시하기엔 아무리 무림맹 일이라고 해도 껄끄러운것이다.
"자네 그때 상황을 그려 보게."
정의검은 어쩔수 없다는듯 자신을 바라 보는 현무단원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림은 조잡했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수 있었다. 움막 입구에서는 쓰러진 자의 얼굴과 소장주의 전면이 보이지 않았다. 쭈그리고 앉은 소장주의 등만 보일뿐 바닥에 누워 있는 자의 가슴에 손을 박고 있는 장면도 볼수 없는 상황이다.
"분타주님! 이 그림에서 화가장 소장주의 등만 볼수 있을뿐 가슴에 손을 박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겠습니까?"
"...음, 무리겠군. 자네, 확실히 본것인가?"
분타주의 물음에 현무단원은 당황한듯 입을 열었다.
"그, 그렇습니다. 움막안으로 뛰어 들었을때 소장주가 급히 가슴에서 손을 떼고 뒤돌아 일어 섰습니다."
"그럼 소장주의 손에 심장이 들려 있었나?"
"그건...없었습니다. 하지만 소장주가 이미 먹어 버렸을 수도 있을겁니다."
먹었다는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현무단원중 한명은 그 말에 헛구역질을 하는 자도 있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운 일이다.
"닥쳐라! 내가 왜 심장을 먹느냐?"
현무단원의 말에 발끈한 화가장 소장주가 화를 내며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듯이 노려 보고 있었다.
"그럼 그때 소가주의 입에 피가 묻어 있었습니까?"
"....."
"없었군요. 피도 묻히지 않고 어떻게 심장을 씹어 먹을수 있는겁니까? 분타주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리네. 하지만 특이한 기공을 수련했다면 심장을 먹지 않고 손으로 심장의 기운을 빨아 들일수는 있을걸세."
분타주의 의견에 현무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여 동조하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천후도 그런점을 우려하고 있었지만 시체를 확인하면 정말 그런식으로 심장의 기운을 빼내간것인지 아닌것인지 알수 있다.
"분타주님, 그렇다면 심장의 기운을 빼내면 쭈그러든 심장은 시체에 남아 있겠군요.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에선 심장만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심장의 기운을 그 자리에서 빼낸것이 아니라 심장을 어딘가로 가져 갔다는 것이죠."
"시체에 쭈그러든 심장이 남아 있었나?"
"그건 조사해 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분타주의 말에 공손주현은 시체를 조사해 볼 여유도 없이 도주하는 화가장주와 소장주, 둘째 아들을 추적했다고 답했다.
"그럼 석성촌외에 다른곳에서 발견된 시체의 심장은 남아 있었습니까?"
"....없었다."
"그렇다면 화가장 소장주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커군요. 확실히 알아 보기 위해 시체를 살펴 봐야겠습니다."
"음, 검귀! 시간이 많이 지난 탓으로 시체는 이미 화장되어 버렸을거네."
그런건 생각지도 못했다. 증거가 사라진 이상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현무단원의 말만 믿고는 확신할수 없는 상황이지만 완전히 의심이 해소된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제압해서 심문하는 수 밖에 없어."
"부단주님! 왜 그렇게 제압할려고 안달하는 겁니까? 부단주님은 지금 공손세가 입장에서 경쟁 상대인 화가장을 무너 뜨릴려고 하는 겁니까? 아니면 무림맹 입장에서 진실을 파헤칠려고 하는 겁니까?"
"뭣이! 놈!"
"그만! 검귀, 말을 가려 하게."
분타주가 제지했지만 일부러 그렇게 말한것이다. 정의검 입장에서는 화가장이 사라지면 석성촌과 맞물려 있는 우도천(宇都村)에 있는 공손세가가 석성촌 전체까지 장악하게 될것이다. 그런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며 현무단원들에게 의심을 안겨 주었다.
"분타주님, 진실을 확인할 다른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그게 뭔가?"
"방법을 말하기 전에 무림맹에서 화가장 소장주를 제압한다면 어떻게 심문하는 겁니까?"
"음...아마 고문을 할걸세."
가볍게 눈쌀을 찌뿌리는 분타주였다. 중원에서의 심문은 고문을 하는건 당연시한다. 강제로 입을 여는 탓으로 없는 사실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절대로 심문에 응하지 않고 반항하는것이다.
"이번 사건에 고문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럼 고문을 하지 않고 어떻게 진실을 알수 있단 말이냐?"
"간단하잖아요."
"빨리 말해 보게."
짧게 한마디하고 말문을 닫자 분타주가 무척이나 궁금한지 재촉했다. 모두의 시선이 천후의 입으로 몰려 든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화가장의 소장주가 심장의 기운을 채취했다면 사공(邪功)을 수련하고 있겠지요. 그렇다면 단전안에는...."
탁!
"그렇군. 단전에는 탁한 기운이 몰려 있겠군. 하지만 말이다. 무인은 단전을 검사하는걸 가장 싫어한다는걸 아냐?"
분타주가 알아 차린듯 말을 가로채며 반론했다. 분타주 말대로 무인은 타인이 자신의 내공 수준을 알아 보는걸 가장 싫어 하며 금기시한다. 검사하는 자가 조금이라도 딴 마음을 먹으면 불구가 되거나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장주님,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협조를 해 주실수 있는지요?"
"그, 그건...."
"하거라! 그런데 누가 조사를 할꺼냐?"
화가장 소장주가 당황하며 장주를 바라 보자 화가장주가 허락했다. 문제는 누가 검사를 하느냐다. 무림의 명망있는 인사라면 문제없지만 지금 이곳으로 그런 사람을 데려 올수도 없었다. 검사를 한 자가 소장주의 내공 양을 발설한다면 소장주는 난처해진다. 무공이 높고 입이 무겁고 정의감이 넘치는 자가 적당했다.
"분타주님이 하십시요."
"내가?"
"왜요? 그런것도 못해요?"
"화가장주가 허락해야 한다."
화가장주에게 소장주 내공 검사는 분타주가 하며 만약 분타주가 장난을 친다면 책임은 천후가 진다고 말하자 화가장주도 허락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요. 내공 검사는 무림맹으로 압송한후 명망있는 인사에게 부탁해 확실히 하겠습니다."
"뭐라고? 자네 날 믿지 못한다는 말인가?"
정의검 공손주현은 분타주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말을 내뱉었다. 너는 믿지 못하니까 무림맹으로 끌고 가서 조사를 한다는 것이나 마찮가지였다. 분타주가 화를 냈지만 절대로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게 확실했다.
화가장주 일행을 무림맹으로 압송한다면 소문이 중원 전체로 퍼지게 될것이다. 압송하는 도중에 소문이 와전되어 진범으로 몰려 일반인들의 돌팔매질을 당해 죽을지도 모른다.
압송된다는 말은 내공을 일시적으로 막아 놓은 상태로 쇠창살이 달린 수레에 싣고 이동한다. 내공을 사용할수 없는 무림인은 일반인보다 몸이 튼튼한것에 불과하다. 내공이 존재하기에 무림인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자네 무슨 속셈이 있는게 아닌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림맹 입장에서 사실을 말한겁니다."
"....."
무시 당한 분타주는 무림맹을 들먹이자 할말을 잃은듯했다. 분타주도 이곳에선 현무단에 협조하는 입장이다. 개방 본타에서도 전적으로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로 난처해진 상황이다. 화가 났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당신들 현무단원들 모두 부단주의 말에 동조하는 겁니까? 공손세가와 경쟁 상대인 화가장을 핍박할 의도도 전혀 없는것으로 보입니까?"
"닥쳐!"
"부단주는 아무런 사심이 없다면 가만히 있으시죠. 현무단원 당신들은 동료 두명이 억울하게 다친 상황입니다. 당신들이 부단주에게 이용당하는 입장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무림맹까지 압송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진위를 가릴수 있는데도 무림맹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겁니까?"
공손주현 부단주가 끼어 들기 전에 빠르게 말하며 현무단원들을 둘러 보았다. 시선을 받은 현무단원들은 고민하는 표정들이었다.
"난 부단주님을 믿는다."
한 대원이 부단주 편을 들었다. 몇명이 더 동조하고 나섰지만 모든 대원이 동조한건 아니었다. 몇몇은 의심스러운지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분타주님, 이런 상황인데 화가장을 계속 핍박할 생각이십니까? 분타주님이 끼어 들지 않는다면 현무단원들은 모두 화가장주에게 당할겁니다."
분타주도 이미 화가장주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듯했다. 합공을 해도 제압할수 없다는건 장주가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것이다. 고심하던 분타주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부단주, 개방은 화가장 일에서 손을 떼겠네."
"예엣?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개방은 당연히 무림맹에 협조해야 하는게 아닙니까? 또한 방도들이 많이 당한 상태지 않습니까?"
"그게 누구 때문인가?"
"이 일은 반드시 맹에 보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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