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천후, 후손을 만나다(2)
186화.
수많은 사람들이 호텔로 점점 몰려 들기 시작했다. 금룡이 등장한 호텔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부에선 호텔 선전을 하기 위해 영상은 조작한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수백개의 영상이 인터넷에 업로드되며 증언까지 상세하게 보도되자 점점 사실로 여겨지게 되었다.
점심 무렵 회장은 기자들의 성화에 긴급 기자 회견을 할수 밖에 없었다. 회장은 자신이 한말을 고스란히 기자들에게 말하며 금룡이 승천한 호텔이라며 다른 용들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며 한껏 호텔 자랑을 했다. 금룡이 등장한 탓으로 호텔 공사는 잠시 중단되었다. 승천한 금룡을 기린다며 큰제사를 지낸 것이다.
회장은 호텔 방이 없을 정도로 밀려 드는 손님들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문이 바다에서 가까운 지역인 탓으로 아침이면 안개가 많이 끼인다. 한달이 지나자 떠들썩했었던 금룡 소동이 점점 진정되었다. 샤먼 호텔은 전세계로 알려 졌다. 여전히 연일 손님들로 미어 터지고 있었다. 호텔 공사는 기초 공사가 끝나고 건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많은 안개가 자욱히 긴 어느날 아침 다시 한번 괴성이 호텔 주변에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
긴장소성이 울러 퍼지며 청룡 한마리가 안개속을 부유하기 시작했다. 호텔 주변은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또다시 용이 등장한것이다. 이번에도 호텔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 사라져 버렸다. 호텔에 숙박하고 있던 모든 손님들이 목격했으며 녹화도 한 상태다. '용이 승천하는 호텔'이라는 소문이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손님들중엔 너무 놀라 기절하는 손님까지 있었지만 두번이나 용이 등장하자 호텔 숙박비는 천정부지로 치솓아 올랐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샤먼 호텔에 방을 잡기를 원하는 손님들로 회장은 연일 즐거운 비명을 토하고 있었다.
전세계에서 몰려 드는 기자들에게 매일 녹초가 되는 회장이었지만 웃음을 달고 살았다. 하문에선 이미 최고의 호텔로 자리 잡았다. 은천세가 본가가 완성되었다. 대만에서 종주도 이주하고 천후도 본가로 이동했다. 외관은 재래식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지어졌다.
"앞으로는 어르신이라고 부르거라."
천후에게 항상 선조님이라고 부르는 호칭을 어르신으로 고쳤다. 종주 가족은 모두 6명이었다. 종주와 장남 부부, 손자 두명과 차남이었다. 남자들뿐이었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남아(男兒)를 선호하는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탓이었다. 호텔이 거의 완성이 되어갈 무렵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현장 인부가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인부들 사이로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조용히 잠자는 용을 호텔 공사로 깨운 탓으로 저주를 받았다는 소문이 은밀히 돌고 있었다. 그때 외장 벽 공사를 하던 인부 한명이 다시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시 저주가 틀림없다며 불안에 떠는 인부들의 소문이 천후의 귀에 들어왔다. 종주가 호텔 건립을 시찰하고 있을때 들려온 소문을 알려 준것이다.
"그런 사고가 있었는지 종주는 모르고 있었나?"
"그, 그렇습니다. 건설 회사에서 숨기고 있던 탓으로 소문을 듣고 알았습니다."
건설 회사에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불미스런 사건은 숨기는게 일반적이다. 호텔 공사에서 용의 저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문은 이미 인터넷에 떠돌고 있었다. 개장도 하기전에 그런 소문이 퍼진다면 호텔 영업에 큰지장을 초래한다. 종주는 호텔 경영을 전혀 몰라 방계인 은천강 회장이 두개의 호텔을 경영하며 새롭게 건립되는 호텔에서의 이익을 종주에게 건네 주는 식이다. 즉시 회장을 찾아 갔다.
"들어 알고 있습니다. 건설회사의 일로 저희 호텔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피해를 입는건 호텔이다. 중상자 둘을 모레 아침 일찍 건설중인 호텔로 데려 놓거라."
"움직일수 없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만 그들을 건설중인 호텔에 데려와 뭘 할려는지요?"
"회장은 내 지시대로 하거라."
천후의 설명에 회장의 입이 쩍 벌어졌다. 회장은 오늘밤 꿈을 꾼다. 병원에 있는 중상자 둘을 건설중인 호텔로 데려다 놓으면 용이 등장해 치료해 준다는 꿈이었다.
"그, 그런 말이 통하겠습니까?"
"이미 용은 두번이나 등장했다. 한번 더 등장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게 아니냐? 이번에 등장하는 용은 무려 치료까지 하는 용이다. 그런 꿈을 꾸었다고 우겨서 무조건 데려놔. 모레 아침에 용이 등장할꺼다."
"서, 설마 금룡과 청룡은 어르신이 등장시킨 것입니까?"
"그래. 하문 최고의 호텔로 만들어 주기 위해 내가 등장시킨거다."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소문을 가라 앉히기 위해선 어쩔수 없었다.
"헉! 그, 그럼 그 용들은 모두 가짜란 말입니까?"
"가짜는 아니지만 진짜도 아니다."
정령에 대해 회장에게 설명해 줄순 없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모호한 대답에 회장은 어리둥절하고 있었지만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다.
"저어, 그럼 치료 장면을 녹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해. 아예 기자 회견을 열어 꿈 이야기를 하며 수호룡이 등장해 치료해 준다고 소문을 내."
크게 소문을 내라는 말에 회장이 입을 벌리며 재차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얼마든지 하라고 하며 어떤 용이 등장하는지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정말 그런 꿈을 꾸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꿈을 여러분에게 보여 줄수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내일 아침이 되면 모두가 알수 있을 겁니다."
"수호룡이 존재한다는 것은 들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전설의 용이 등장한것도 의심스럽고요."
기자의 질문에 은천강 회장은 당당히 반문했다. 이미 천후에게 어떻게 된것인지 들어 알고 있어 자신있게 말할수 있었다.
"그럼 지금까지 등장한 금룡과 청룡은 이해가 되십니까? 제 꿈이 맞을지 틀릴지는 내일 아침이 되어보면 알수 있을 것입니다. 전 제 꿈을 믿습니다. 저도 은룡(銀龍)이 나타 나는걸 꿈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싶으니까요."
병원에서 중상자를 내 주지 않을려고 했지만 부상자 가족들을 설득해 공사중인 호텔 최상층으로 옮겨 놓았다. 두명 모두 하반신 불수로 평생 침대 신세를 져야 한다는 진단으로 꿈속의 예언을 믿고 환자들을 옮기는건 허가할수 없다며 병원에서 제지했지만 가족들의 성화에 병원에서 퇴원 수속을 밟고는 옮긴것이다.
중국은 물론 전세계의 매스컴이 터무니없는 꿈 이야기를 믿지 않으면서도 일부 매스컴은 호텔에 진을 치고는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다. 호텔을 선전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것이라는 비난과 어쩌면 진짜로 등장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새벽 무렵 서서히 뿌연 안개가 밀려 들기 시작했다.
꿀꺽.
샤먼 호텔 옥상에서 카메라를 들여다 보고 있는 카메라 맨은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빙 두르는식으로 녹화하고 있었다. 옥상에는 이미 카메라 맨들과 기자들이 빼곡히 들어찬 상태였으며 환자들이 있는 넓은 방안에도 카메라 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샤먼 호텔 투숙객들도 한잠도 자지 못한채 은룡이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주변에도 방송국 카메라와 구경꾼들로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자욱한 안개가 호텔 전체를 감싸 안고 있을때 안개속에서 반짝 반짝 빛이 터져 나왔다.
"허억! 나, 나타났다."
"크르르르~~!!!!"
안개 사이로 번쩍거리는 은빛 비늘을 선보이며 몸통이 드러나고 서서히 긴수염을 늘어 뜨린 머리가 드러 나자 지켜 보던 모든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지기 시작했다. 은천강 회장이 말한대로 은룡이 틀림없었다.
은룡은 유유히 안개속을 유영하며 두개의 호텔을 빙글빙글 선회하며 환자들이 있는 방 창문으로 사라졌다. 거대한 몸통이 넓은 방안이 꽉 찰 정도로 들어 서자 대기하고 있던 카메라맨들은 기겁했지만 은룡은 순식간에 환자 한명의 몸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던 환자는 한동안 부르르 떨면서 헉헉거렸지만 잠시후 은룡이 몸속을 빠져 나와 다른 환자의 몸속을 들어 가자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믿기지 않는 눈으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헉! 틀림없는 하반신 불수였는데 어, 어떻게..."
"쉿!"
얼마 시간도 걸리지 않아 은룡이 다른 환자의 몸속에서 나와 창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왔다.
"와아아아~~!!"
호텔 아래쪽에서 큰함성이 토해졌다. 번쩍이는 은룡의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은룡은 다시 한번 호텔을 선회하고는 공사중인 호텔 옥상에서 아래쪽으로 그대로 사라졌다. 사람들의 눈에는 옥상안으로 들어가 땅속으로 들어 간것으로 보였다.
간간히 창문이 번쩍거리며 아래층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룡의 등장이 사실로 드러나자 샤먼 호텔은 전세계의 시선을 사로 잡고 은천강 회장은 유명세를 탔다. 회장이 말한 수호룡이 정말로 등장한 것이다. 회장이 호텔 선전을 위해 거짓으로 꾸미는 짓이라고 성토하던 자들은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그들도 직접 은룡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은룡이 사라지고 잠시후 회장은 환자 두명을 대동하고 기자 회견을 열었다. 회견장에 있는 거대한 모니터엔 환자들 방안 상황이 흘러 나오고 있었으며 은룡이 몸속으로 들어 갔을때 어떤 느낌인지 완치된 둘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몸속에서 은룡이 꿈틀거리며 돌아 다니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짜릿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도 마찮가지 느낌이었습니다."
은룡이 하반신 불수 환자 둘을 치료한 사실이 알려 지자 호텔에는 환자들의 예약이 빗발쳤다.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호텔에 예약을 할수가 없어 샤먼 호텔에 문의를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샤먼 호텔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싱글벙글 웃음이 끊이지 않은 은천강 회장은 중국 최고의 호텔로 성장시키기 위해 천후를 찾아와 다음은 언제 용을 등장시키는지 물어 왔다.
"너무 자주 등장시키면 의심하게 될꺼다. 호텔이 개장하면 골동품 전시실을 로비에 설치할꺼다. 그곳에 충국어사검을 전시해 놓을 예정이다."
"예엣? 그럼 샤먼 호텔쪽에도 전시실을 마련합니까?"
"그쪽에서 마련해 놔라. 골동품은 보여 주지 않은게 많이 있으니까. 한 이십점 정도를 전시할수 있게끔 준비를 해줘."
감정을 해서 어떤 물건인지 파악한후 간단한 설명서를 만들어 전시하는게 좋다고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투숙객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내 버려 두라고 했다.
"모두 국보급이니까 관리를 철저히 해야 돼."
"어디서 그런 물건들을 구하신겁니까?"
"내가 명나라 충국어사부였다. 13대 황제인 태창제에게 충국어사검과 충국어사금패를 받은것이다. 날 총애한 태창제는 황궁보고에 있는 물건들을 마음대로 가져 가라고 했다. 그래서 대충 아무것이나 따로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헉!"
까무러치는게 아닐지 걱정될 정도로 회장은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잠시후 진정된 회장이 전시장을 만들려면 물건의 크기를 알아야 한다며 감정은 하지 않더라도 크기를 재고 사진은 찍어야 한다며 졸라댔다. 어쩔수없이 그날 저녁 전시할 물건을 꺼내 사진을 찍게 해 주었다.
회장은 수많은 골동품들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눈을 번쩍거리고 있었다. 8개월후 새로운 쌍둥이 호텔이 완성되고 개장식이 개최되었다. 호텔은 이미 예약만으로 몇년뒤까지 만실이었다. 거창한 개장식이 진행될때 천후는 로비의 전시실을 둘러 보고 있었다. 충국어사검은 전시실 중앙에 금패와 함께 큰 방탄 유리관 속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 검을 유심히 살펴 보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전시실엔 몇몇 사람들밖에 없었다. 개장식엔 초대받은 자들만 호텔로 들어 올수 있기 때문이다. 천후가 충국어사검 쪽으로 접근하자 노인은 다른 물건을 보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응? 저건?'
노인의 걸음걸이가 특이했다. 즉시 노인의 몸을 사이킥 서치로 살펴 보자 노인은 고수정도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에서 고수 정도의 내공을 보유한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노인의 발걸음 또한 마치 자객들의 은밀한 걸음걸이처럼 스르륵 움직이고 있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보법과 비슷했다. 노인은 전시실에 있는 골동품을 유심히 살펴 보고 있었다. 노인이 바라 보고 있는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간 천후는 말을 걸었다.
"노인장은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말해 줄수 있나?"
"음, 젊은 놈이 말이 걸군."
"난 그런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노인의 정체에 대해서 말해 봐."
"....."
노인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내공을 뿜어내 자신의 몸속 내공을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살펴 본다고 해도 고수에 불과한 노인이 자신의 내공량을 알수 있을리가 없었다.
"노인장, 날 살펴 본다고 해도 모를꺼야. 포기하고 정체를 말해봐."
"자네는....누구인가?"
천후의 말에 오히려 반문하는 노인의 눈을 일순 흔들렸다. 자신의 정체를 말하기 전에 먼저 노인의 정체부터 알아야했다.
"내가 누군지 말해 주기 전에 노인의 정체를 맞춰볼까?"
"....."
"은영(銀影)! 노인장 이름은 은영이지? 무공은 은영신공(隱影神功)을 배운것이고? 은천세가의 가주를 암중에서 호위하라고 말했는데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거냐?"
"자, 자네는 누구인데 그런걸 알고 있는건가?"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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