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천후, 무림맹으로 가다(1)
168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즉시 지하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본 사부에게 걸오가 쪼르르 달려와 인사를 하며 어떤 수련을 하고 있었는지 조잘거렸다. 분타주의 임독맥을 뚫어 주자 싱글벙글하며 마나 집적진에서 나올려고 하지 않아 천추와 걸오의 내공 수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그만 나오세요. 하문으로 가서 들어온 정보가 있으면 알려 주셔야죠."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도 모른다는 말이 분타주에게 딱 들어 맞았다. 가지 않을려는 분타주를 강제로 꺼내 세가 밖으로 내 쫒았다. 천후는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세가 무인들에게는 대련을 해주는 한편 은영에게 은영신공을 가르치고 동생과 걸오에게도 대련을 해 주고 있었다.
분타주는 매일 정보를 알려 주었다. 특히 무황총 지도 쟁탈전이 벌어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아직도 지도는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로 떠돌고 있다고 했다. 복건성엔 큰사건도 없이 매일 알찬 생활을 보낸지 석달이 지났다. 중원은 지금 전쟁중이다. 강시를 조종하는 단체는 혈림이라고 드러났다.
혈림은 강시와 복면인들을 내세워 수많은 문파를 무너 뜨렸다. 특히 구파일방 하나인 점창파와 아미파, 공동파, 종남파를 무너 뜨리고 하북 팽가도 무너졌다. 강시들중 우려했었던 생강시가 등장한것이 치명적이었다. 철강시나 혈강시는 움직임이 느린탓으로 무인들이 시간만 있으면 처리할수 있지만 생강시는 무인들처럼 엄청나게 빨리 움직이는 탓으로 거의 모두 생강시에게 당했다고 했다. 무림맹은 비상이 걸린 상태로 각문파에 무림첩을 돌린 상태다. 무림첩을 받은 문파는 무림맹에 무인을 보내야 한다.
"아버님, 저희 세가도 무림맹에 가입된 상태입니까?"
"아니다. 그 먼 무림맹까지 가서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었단다."
은천세가는 정파를 표방하지만 무림맹에 가입되진 않았다. 그렇다면 무림첩이 오지도 않을 것이다. 잘된 일이다. 만약 무림첩이 온다면 무인들을 보내야 하지만 그런 걱정은 사라진 것이다. 정파가 무림의 위기를 방관한다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이런 변방에선 그런 사람은 찾아 볼수도 없다.
이런면에서는 변방의 작은 문파가 좋은점이다. 별볼일없는 문파이기에 화를 피할수도 있고 무림 일에 휘말릴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삼일만에 깨져 버렸다. 무림맹에서 전령이 도착한것이다. 급히 아버님의 집무실로 가자 협도 대협이 앉아 있었다.
"대협께서 전령으로 오십겁니까?"
"그렇게 됐다. 내가 오지 않으면 네가 움직이지 않을것 같아 직접 온게다."
"가지 않습니다. 제가 왜 갑니까? 저희 세가는 무림맹에 가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조용한 이곳에 풍파를 일으키지 마시고 그냥 돌아 가십시요."
만약 자신이 무림맹으로 가서 어떤 활약을 한다면 적들은 반드시 은천세가를 노릴것이다. 단호한 천후의 말에 아버님이 한마디하셨다.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게 정파다."
아버님은 가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세가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쩔려고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한것을 말해 주자 할아버님과 세가 무인들이 충분히 방어할수 있다고 장담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은천대지만 아직 부족하다. 적어도 일년만 더 시간이 있으면 절정으로 올라가는 은천대 무인들이 한두명은 탄생할것이며 모두 노련한 고수 반열에 들것이다.
"검귀, 이미 수많은 문파가 무너진 상태다. 이대로라면 중원은 혈림의 손에 들어가게 될꺼다. 간악한 그들이 중원을 장악하면 모든 문파를 핍박할것이다. 이곳도 결코 그들의 마수를 피해갈순 없을께다."
"세가는 걱정말고 가 보거라."
"아버님! 이건 심각한 일이란 말입니다. 그렇게 무작정 갈일이 아니에요. 만약 이곳으로 강시가 온다면 세가는 무너질겁니다. 세가 전력상 강시를 처리할 전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걱정말거라. 그런 일이 발생하면 세가를 버리고 도주하면 된다."
아버님의 말에 너무 놀라 할말을 잃었다.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는 말에 더이상 뭐라고 반박할수도 없었다. 삼십육계도 하나의 전술이지만 그런 사고 방식을 가진 문파는 중원 어디에서도 찾아 볼수 없을 것이다. 문파와 뼈를 묻는게 무인들의 일반 상식이다.
줄행랑을 쳤다는 소문이 돈다면 그 지역에서 문파의 명성이 추락해 아무것도 할수 없게된다. 신입 무인들은 물론 상인들도 호위를 의뢰하지 않을 뿐더러 관에서도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고립된 문파는 쇠퇴의 길로 접어 드는게 일반적이다. 그런 길을 스스럼없이 간다는 말에 더이상 우길수도 없었다.
"후우...알겠습니다. 저 혼자만 무림맹으로 가겠습니다. 대협, 세가에서 할일을 끝내고 한달후에 무림맹에 도착하겠습니다."
은근히 화가 나 집무실을 먼저 나갔다. 대협에겐 큰실례되는 행동이지만 아버님도 뭐라고 하진 않았다. 그날 은천대는 유독 심하게 당했다. 은천대주를 포함한 모두가 끙끙거릴 정도로 설전을 방불케하는 대련을 한탓이다. 은천대에게 화풀이를 한 천후는 대원들으로 모두 치료해 주고 천추를 찾아 갔다.
"협도 대협은 왠일로 온거냐?"
"후우, 무림맹으로 절 끌고 갈려고 온거에요."
"뭐? 무림맹에서 왜 널 끌고가냐?"
"세가에 원군을 요청한거에요."
오해를 한 분타주는 멋쩍어하며 무림맹으로 가기전에 무황총 지도 쟁탈전에 끼어 들자며 안달했다. 아직도 무황총 지도는 본주인을 찾지 못한재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떠돌고 있었다. 누가 의도적으로 그런식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든 무인들을 제거하고 있는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수가 없었다.
"태산쪽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요? 동쪽인 태산으로 가서 다시 서쪽인 무림맹으로 갈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냥 북상해서 무림맹으로 갈렵니다."
"형님, 저도 가면 않될까요?"
딱.
"아얏?"
"네가 왜 가냐? 그러다 죽으면 어쩔려고? 네가 만약 생강시를 처리할수 있다면 데려 가마."
동생인 천추 녀석이 무림행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한것이다. 저 나이땐 무림에 이름을 날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느 문파든 후계자 위치에 있는 자는 한명은 반드시 문파에 남는다. 혹시나 무슨 일이 발생했을때 후계자를 남겨 두기 위해서다. 중소 문파에선 무림맹으로는 대부분 자질이 떨어지는 무인들을 보낸다. 알짜배기 무인들은 자신의 문파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림맹으로 가면 언제 다시 돌아 올지 모른다. 아직 한달이라는 시간이 있어 그동안 넌 각오해라. 지금보다 한단계는 더 무공이 상승되어야 한다."
부르르.
천추가 몸을 잘게 떨었다. 한달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을 한것이다. 천추를 데리고 연무장으로 나가 은천대원들과 대련을 시켰다. 물론 실전 대련이다. 천추같은 나이대엔 경험이 필요하다. 걸오와 자신과의 대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은천대와 신뢰를 돈독히 하기 위한 점도 있었지만 많은 무인들과 대련을 해 경험을 축적시켜줄 생각이다.
"팔다리를 끊어 버려도 상관없어. 실전처럼 해."
대원들은 이미 끊어진 팔다리를 이어 붙이는 장면을 목격한 탓으로 주저없이 천추를 공격했다. 하지만 천추도 호락호락 당하지만 않았다. 은천대보다 천추의 실력이 더 높았다. 은천대주만이 겨우 상대할수 있을 정도로 천추는 굉장했다.
천추의 내공이 모두 소모될때까지 은천대원들과 대련을 하고 내공 연마를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은영은 할아버지가 가르키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은영심법 책자를 건네 주고 은영을 어떤 용도로 할용하는지 설명도 해 주었다. 은영도 임독맥이 뚫려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할아버님. 임독맥을 뚫어 드리겠습니다."
"언제 그 말이 나오지 기다리고 있었단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에게 신경을 썼어야했다. 임독맥을 뚫고 마나 포션도 한병 건네 주고 치료 포션도 건네 주며 어떤식으로 사용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천추야, 이걸 받아."
"수정 구슬은 왜요?"
"평범한 수정 구슬이 아냐. 네 내공을 불어 넣어봐."
천추는 고개를 갸웃하며 투명한 수정 구슬에 내공을 불어 넣자 '치지직'하는 소음과 함께 구슬에 형의 얼굴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 형을 바라 보자 형도 수정 구슬을 들고 있었다.
"이 수정 구슬은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내공만 불어 넣으면 나하고 연락할수 있는 구슬이야. 만약 세가에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 해결할려고 하지 말고 바로 내공을 불어 넣어 내게 알려. 그럼 곧바로 이동해 올꺼다."
"아, 알았어."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천추는 구슬에 내공을 불어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이제 그만하고 잃어 버리지 않게 잘 간수해. 특히 강시가 등장하면 강시는 목을 베어야 한다. 강기로 같은 자리를 몇번이나 베어야 목을 떼어 낼수 있지만 만약 빠르게 움직이는 강시가 등장하면 아예 싸울 생각은 하지도 말고 도주해. 놈은 생강시로 절정 고수도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한 놈이라고 들었다. 명심해라. 네 실력을 절대 자만하지 마라. 반드시 내게 연락해야 돼."
천추에게 몇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이제 무림맹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남창까지 사이킥 워프로 이동해 그곳에서 무림맹이 있는 무한으로 걸어가야 한다. 할아버님과 아버님을 만나 무림맹으로 간다고 알린후 무이촌 분타주를 찾아가 세가를 부탁한다고 말해 두었다.
"대주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다녀 오십시요. 대원들의 실력도 이제 예전과는 비교 할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주 말이 맞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세가에 일이 벌어졌을때 천추가 곧장 연락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세가의 운명이 결정될것이다. 남창 등왕각 공중으로 이동한 천후는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았다. 등왕각은 강시 소동으로 인해 잠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지만 지금은 예전의 성쇄를 회복했는지 입구쪽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무한이 있는 방향은 무이촌 분타주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북상해 조금 왼쪽에 치우쳐 있다고 했다. 현대의 시계 방향으로는 열한시 방향이다.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전해 무한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며 큰마을를 찾아 보았다. 무림맹이 자리한 덕으로 무한은 큰읍성이 되어 있다고 했다.
'저곳인가?'
거대한 규모의 성이 눈에 들어왔다. 전각만 해도 수백채는 되어 보였다. 돌아 다니는 사람들로 거의 모두 무인들뿐이었다. 무림맹이 틀림없다고 판단해 성앞에 있는 마을로 내려와 숙소를 잡았다. 곧바로 무림맹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하루를 쉬고 다음날에 가기로 했다.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안으로 들어 가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무림맹이 코앞이라 각지에서 올라온 무인들로 북적거리는 것이었다.
"어서 옵쇼.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점소이가 빠르게 다가와 두명이 앉아 있는 탁자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무슨 말을 건넨후 다시 다가와 합석을 해야 한다며 두명이 앉아 있는 탁자쪽으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그냥 방 한개를 잡고 쉴 생각이었지만 점소이의 재빠른 행동에 어쩔수없이 합석을 하게 되었다. 중년인과 젊은 청년 한명이 앉아 있는 탁자에 가볍게 포권을 하며 고맙다는 한마디를 내뱉곤 엉덩이를 걸쳤다. 간단한 요깃거리와 죽엽청 한병을 시키자 중년인이 말을 걸어왔다.
"소협은 무림맹에 볼일이 있는겐가?"
"그렇습니다."
사이킥 서치로 살펴본 결과 중년인은 고수였고 젊은 청년은 고수에 근접한 일류정도였다.
"우린 섬서성의 번천장에서 왔다네. 난 번자개고 이쪽은 소장주인 번허강이네. 자네도 무림첩을 받고 왔는가?"
"그렇습니다. 복건성에서 온 은천후라고 합니다."
일부러 세가 이름은 숨겼다. 괜히 알려져 봐야 좋을것도 없었다. 무림맹으로 온 자들은 문파의 이름을 알리거나 공을 세우기 위해 온 자들이 대부분이다. 무림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온 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혼자 온겐가?"
"그렇습니다."
소장주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음식을 집어 먹고만 있었다. 중년인이 말을 걸어 왔지만 무뚝뚝하게 대답만 하는 천후에게 흥미를 잃었는지 더이상 대화도 없었다.
"빈방은 있느냐?"
"죄송합니다. 남은 방은 하나도 없는 상태입니다."
빠르게 대답한 점소이는 바쁜지 휑하니 사라졌다. 식당안이 붐비는 것으로 볼때 이미 방은 동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역시였다. 어쩔수 없이 다른 곳을 찾아 봐야 했다.
"방을 찾는거라면 한개를 양보함세."
"예엣?"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방을 양보한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다른곳도 엄청나게 붐빌것 같아 방값은 모두 자신이 지불한다고 말하며 감사히 방을 받았다. 방을 양보받은 덕으로 냉랭했었던 분위기가 사그러지며 대화의 장이 열렸다.
"섬서의 종남파가 무너졌다고 들었습니다."
"후우, 그 때문에 난리였다네. 종남파와 화산파가 동시에 습격을 받았지만 화산은 강시들을 물리쳤지만 종남파는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네. 종남파의 살아 남은 문도들은 무림맹에 집결해 칼을 갈고 있다는 말을 들었네."
"음, 그런 일이 있었는데 대협과 소가주가 번천장을 나와도 되는지요?"
"어쩔수가 없다네. 무림맹에 가입한 이상 무림첩을 무시할순 없지 않는가."
- 작가의말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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