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오크로써의 삶(4)
65화.
확인한 결과 아무런 보호 장치는 없었다. 주인 인식 마법도 걸려 있지 않았다. 배낭을 반대로 들어 올려 배낭안에 있을 물건들을 쏟아 냈다.
"취익! 젠장, 이게 뭐야?"
빵 몇개와 가죽 물통, 모포, 냄비 한개, 접시 3개, 스푼 1개가 다였다. 빈털털이나 마찮가지였다. 실망스런 결과였지만 다른 물건들을 모두 배낭안에 집어 넣고 트롤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갔다. 마을로 빠르게 이동해야 했다. 트롤 피가 굳어지기 전에 피를 뽑아야 한다.
사냥을 나갈때마다 일반 오크들이 잡을수 없는 대형 몬스터를 잡아 오는 해크에게 더이상 놀라지도 않았다. 이미 몇번이나 이런 일이 반복되자 오크들도 익숙해져 버린것이다. 거대한 트롤을 높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았다. 트롤의 목을 따자 붉은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방울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미리 준비한 물주머니에 피를 받았다. 물주머니가 꽉 차도 아직도 떨어 지는 피는 급히 마법 배낭안에 있는 물건을 쏟아내고 배낭안에 받았다. 무사히 피를 뽑은후 트롤은 해체되었다.
활줄로 사용할 힘줄이 필요했다. 가죽과 힘줄은 해크가 가져 가고 트롤 몸뚱이는 동생 녀석들에게 식량으로 주었다. 트롤 피를 냄비에 붇고 포션을 만들었다. 포션이 오크들에게도 통하는지 실험을 해봐야 했다. 완성된 포션은 마법 배낭안에 넣어 두고 물주머니안의 피를 모두 포션으로 만든후엔 물주머니안에 포션을 넣어 두었다.
오크들은 마기에 오염된 존재들이다. 태어 날때부터 마기를 보유하고 있다. 태아때부터 그런 마기를 제거할려고 부던히 노력한 해크에게는 마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기를 보유한 오크들이 포션으로 치료가 되는지 실험이 필요했다. 만약 치료되지 않는다면 다른 포션을 만들어야 했다.
"취익! 야크, 이리 와라."
야크를 상대로 실험해 볼 요량으로 부른후 팔뚝에 상처를 내라고 했다. 군말없이 팔뚝을 찢은 야크는 인상도 찡그리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왜 그래야하는지 꼬치꼬치 캐 물었을것이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야크의 팔에 포션을 부었다. 그러자 부글부글 끓면서 조금씩 상처가 치료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 포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치료 속도였다. 상처는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다. 그런 상처에 다시 포션을 붓자 서서히 치료가 되었지만 역시 시간이 걸렸다.
"취이익! 해크. 그건 뭐지?"
"취익! 상처 치료제를 만들어 실험하는거다."
오크들은 포션이 뭔지도 모른다. 알아 듣기 쉽새 말해 주었다. 야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뒤 남아 있는 트롤피로 다시 포션을 만들었다. 이번엔 트롤피에 녹아 있는 마기를 절반 정도만 정제하고 다시 야크를 상대로 실험해 봤다.
"취에에엑!"
포션에 남아 있는 마기가 너무 강했는지 야크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상처는 순식간에 치료가 되었지만 고통이 심해 보였다. 부들부들 떠는 야크는 상처가 완전히 치료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번엔 마기를 3분 2만 정제하고 다시 야크를 상대로 실험을 할려고 하자 야크가 움찔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취익! 이번엔 괴롭지 않을꺼야. 취익! 실험이 끝나면 저걸 한개 줄께."
훈제를 한 고기를 가르키자 야크는 침을 흘리며 팔뚝에 상처를 냈다. 역시 단순한 녀석이다. 고통보다 먹을것에 더 집착하는 오크의 본성을 숨길수는 없었다.
부글부글.
이번엔 고통도 없이 상처도 순식간에 나았다. 마기를 품고 있는 몬스터에게는 트롤의 마기를 조금 남겨 둔 포션을 제조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약속대로 고생한 야크에게는 훈제 고기 한덩이를 던져 주었다. 야크가 밖으로 나가자 해크는 남은 트롤피로 몬스터용 포션을 만들었다.
인간용 포션을 너무 많이 제조한 관계로 몬스터용 포션은 양이 적었다. 별다른 일도 없이 한달정도가 지났을때였다. 마을안이 소란스러운게 무슨 일이 벌어진것 같아 급히 밖으로 나갔다. 야시크 아저씨 일행이 사냥을 다녀 온것 같았지만 모두들 부상을 입고 있었다.
"취익!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취이익! 습격을 당했다."
사냥감을 짊어지고 마을로 돌아 오고 있을때 다른 오크들에게 습격을 당해 6명이 죽었으며 나머지는 도주했다. 오크들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경계 지점에는 사냥감을 쫒아 들어 가기도 하지만 깊숙히는 들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놈들이 완전히 우리들 영역으로 침입해 있었다고 했다. 습격한 놈들 영역에 무슨 일이 발생하지 않는한 이런 일은 거의 없는 일이다.
부상당한 오크는 모두 5명이다. 사냥물도 빼았기도 절반이 죽은 것이다. 몬스터용 포션을 가지고 와 부상을 입은 오크들을 모두 치료해 주었다. 순식간에 상처가 치료되자 놀란 오크들이 웅성거렸지만 무시한채 놈들이 등장한 방향이 어딘지를 묻고는 도끼를 들고 마을을 나섰다. 이런 일은 곧바로 대응하지 않으면 놈들은 우리 영역을 얕보고 수시로 침범해 올것이다.
휘익. 휙!
빠르게 나무 사이를 누비며 놈들이 습격한 곳으로 달려 갔다. 습격 당한 장소에는 전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며 피도 군데군데 묻어 있었지만 놈들이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오크들은 같은 종족들도 먹는다. 죽은 시체도 식량으로 삼는게 오크들이다. 마나 서치를 펼치며 피가 묻어있는 흔적을 쫒으며 이동했다.
'찾았다.'
멀리 이동하진 않은 상태였지만 감지되는 마기로 볼때 한두놈이 아니었다. 수십명은 몰려 있는 상태였다.
'음, 놈들 영역에 일이 벌어진거군.'
수풀에 숨어 놈들을 살펴본 결과 바로 알수 있었다. 놈들은 암컷과 아이들까지 데리고 있는 상태였다. 무리에서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암컷과 아이들을 이런식으로 밖으로 데리고 나온건 저들 마을에 특별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저벅저벅.
도끼를 어깨에 짊어진채 놈들에게로 걸어 갔다. 대놓고 걸어 간탓으로 곧바로 알아 차린 놈들이 놀란듯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혹시나 다른 동료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취익! 네놈들은 왜 우리 영역을 침입한거냐?"
누런 이빨을 드러낸채 극도로 경계하며 암컷과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마 놈들은 포위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암컷들은 아이들을 끌어 안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취익! 난 혼자다. 대답이나 해."
"취이이익!"
타다닥.
혼자라는 말에 한놈이 반쯤 부러진 녹이 덕지덕지 달라 붙은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달려 들었다. 매운 맛을 봐야 제대로 대답할 놈들이다.
팟.
놈이 달려 오는 속도의 두배나 더 빠른 속도로 마주 달려간 해크는 놈이 내미는 소드를 왼손으로 덥석 잡고는 도끼로 머리통을 찍어 버렸다.
퍽!
놈의 머리통은 완전히 두쪽이 나며 가슴까지 도끼가 파고 들었다.
"취에에엑!"
동료가 단일격에 죽어 버리자 흥분한 놈들이 일제히 달려 들었다. 모닥불에 달려 드는 나방처럼 중구난방으로 몰려 오는 놈들을 향해 쇄도해 간 해크는 경혼 신법을 펼치며 도끼를 휘둘렀다.
퍼퍼퍽!
"쿠에엑!"
"쿡!"
한방에 한놈씩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가장 앞서 달려든 세놈이 순식간에 죽어 버리자 달려 들든 놈들이 주춤거리며 멈춰선채 더이상 달려 들지 못하고 경계만 했다.
"취익! 덤비는 놈은 모두 죽인다. 취익! 너희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취이익! 인간놈들이 습격했다."
"취익! 인간?"
깜짝 놀랐다. 정글 깊숙히 인간들이 들어 왔다는 말에 흥분되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모두 100여명이라고 했다. 번쩍거리는 옷을 입은 놈들과 주술을 부리는 놈들까지 있다는 말에 기사들과 마법사가 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들은 마을이 인간들에게 파괴되어 도주한 무리였다.
이들은 이제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는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 한번 파괴된 마을로는 두번다시 돌아 갈수 없다. 언제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성인 수컷 오크들은 12마리, 암컷이 20마리, 아이들이 13마리로 해크에게 당한 네마리는 제외한 상태다.
"취익! 네놈들은 내 포로다."
"취이익!"
"취이익!"
놈들은 서로를 보며 의견을 구하고 있었다. 항복할지 아니면 덤벼들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툭.
한명이 무기를 떨어 뜨리자 다른 성인 놈들도 하나둘씩 무기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덤벼 봐야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취익! 잘 생각했다. 너희들을 죽이진 않을테니 걱정마."
포로들을 데리고 마을로 이동했다. 죽은 네마리는 식량으로 놈들이 짊어지고 이동하는 중이다. 인간들은 이들을 먼저 마을에 데려다 놓은후에 찾아갈 생각이다.
'응?'
한동안 수풀 사이로 이동하고 있을때였다. 큰나무위쪽에서 몬스터 특유의 마기가 감지되었다. 포로들은 전혀 모르는듯 해크 뒤를 따라 오고 있을 뿐이었다. 도주한다고 해도 혼자서는 정글안에서 살아 갈수 없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달느 몬스터의 밥이 될것이다. 몬스터가 숨어 있는 나무 아래를 지나갔다. 감각은 여전히 몬스터에게 집중된 상태다. 숨어 있던 몬스터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빙글.
휘리릭!
퍽.
"끽!!"
쿵.
뒤쪽으로 몸을 돌리며 나무 위를 바라 보자 놈이 긴팔을 아래쪽으로 뻗고 있었다. 포로중 한명을 낚아 챌려고 했다. 놈을 향해 도끼를 집어 던졌다. 머리통을 직격한 도끼에 놈은 머리통이 박살나며 아래로 추락했다. 해크의 행동에 깜짝 놀란 포로들이 비명 소리가 들린 곳에서 추락한 몬스터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치며 당황하고 있었다.
"취익! 놈을 들고 따라와."
도끼를 회수한 해크는 다시 앞장서 걸어갔다. 좀전에 처리한 놈은 빅풋이라는 팔이 긴 원숭이였다. 원숭이라고 해도 몬스터인만큼 고릴라정도 크기의 몸집을 자랑하는 놈이다. 빅풋 서식지로 들어 선것인지 아니면 놈들이 이곳으로 몰려 온것인지 나무 가지위 곳곳에 놈들이 숨어 있었다. 빅풋 놈들이 일행들을 발견하고 아래쪽으로 내려오며 습격하기 시작했다.
휘리릭.
퍽!
타탓.
한놈을 죽인후 놈들이 있는 나무위로 빠르게 올라갔다. 나뭇가지는 하나같이 어른 허리만큼이나 굵었다. 굵직한 나뭇 가지위를 놈들보다 빠르게 이동하며 마법과 무공을 번갈아 사용하며 죽이기 시작하자 혼비백산한 놈들이 일제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해크가 죽인 놈들은 모두 6마리다. 죽은 놈이 한마리씩 바닥으로 추락할때마다 아래쪽의 오크들은 포로라는 것도 잊은채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취익! 모두 들고 따라와."
두세마리씩 힘을 합쳐 빅풋을 들고 계속 이동했다. 더이상의 습격은 없었다. 도중에 과일 나무를 발견해 바닥에 떨어져 있던 과일을 맛보고 먹을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해 모두에게 휴식을 주었다.
꽝!
후두둑.
나무 몸통을 주먹으로 치자 주먹만한 과일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붉은색 과일 이름은 모른다. 다시 덩쿨을 찾아 엮어 큰바구니를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자 수컷들이 덩쿨을 가져오고 암컷들이 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해크는 나무위로 올라가 과일을 아래쪽으로 떨어 뜨렸다. 이들은 이미 포로라는것도 잊은채 해크의 말이라면 뭐든 다 들었다.
평범한 오크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보유한 해크에게 진심으로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 암컷들은 해크는 보는 눈이 달라져 있었다. 끈근한 눈으로 바라 보는 암컷들의 눈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포로들을 데리고 마을로 접근하자 마을안에서 무기를 든 수컷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취이익! 해크, 어떻게 된거냐?"
"취익! 이들은 모두 마을에 합류한다."
동료들을 죽인 놈들에게 수컷들이 으르릉거렸지만 그들이 내미는 오크와 빅풋 사체, 그리고 붉은 과일을 보고는 모든것을 잊은듯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단순 무식한 놈들!'
자신도 오크지만 먹을것만 보면 침을 흘리며 정신이 없는 오크들이 한심하게 보일 뿐이었다. 오크의 특성상 어쩔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빅풋 사체에서 힘줄만 따로 빼내어 그늘에 말려 두었다. 마을에 합류한 포로 오크들의 지위는 당연히 최하위였다. 그렇다고 개, 돼지 취급은 하지 않았다.
적당히 하라고 야시크 아저씨에게 일러 두고 인간들을 말해 주었다. 당분간은 멀리는 사냥을 나가지 말고 근처에서 사냥하며 인간들을 발견했을땐 절대로 덤벼 들지 말고 마을로 피신하라고 했다. 만약 인간들이 마을로 접근하면 모두를 데리고 먼곳으로 도주하라고 당부했다.
"취이익! 넌 어딜 갈려고?"
"취익! 인간들을 찾아 간다."
"취엑!"
깜짝 놀라는 야시크 아저씨에게 자신이 인간을 찾아 간후 다른 인간이 찾아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포로들에게 인간들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는 이미 알아 둔 상태다.
휘이익.
마음이 급한 나머지 경혼 신법을 사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족히 반나절은 이동한것 같았다. 계속 마나를 사용한 탓으로 지쳐 버렸다. 마법 배낭에 들어 있는 물을 마시며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지 확인하고 마나 연공으로 소모한 마나를 보충하자 이미 해가 질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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