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천후, 귀찮아지다(2)
159화.
협도 대협은 절정 고수로 호구에서 가장 유명한 무림인이다. 보통 절정 고수라면 한가문을 일으켜 세워도 되지만 협도 대협은 작은 집에서 생활할뿐 무림 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절정 고수의 집 반대편에 강시를 옮긴 이유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강시를 보관하고 있는 자들의 대화로 그들의 의도를 알수 있었다. 협도 서량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절정 고수인 협도를 제거하면 이곳 호구에서 강시를 어떻게 할 무인은 없다고 떠들었다.
- 분타주님, 협도 대협에게 알려 드려 놈들을 기습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 정말 저곳에 틀림없이 강시가 운반되어 온건가?
- 그렇습니다. 허 장원의 빈소 아래쪽 지하 통로가 저 집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호구 분타주인 걸당은 검귀에 대해 정보를 들어 알고 있었다. 방에서는 무려 절정 고수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번 등왕각에 등장한 강시를 제조한 배후를 찾아낸 장본인이라는 정보도 어제 들어왔다.
무이촌의 분타주와 친한 관계로 개방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검귀가 분타에 무슨 부탁을 하면 되도록 들어 주라는 지시도 받았다. 등왕각의 강시 일로 짐작할때 검귀는 강시를 찾아 낼수 있는 어떤 방법을 알고 있는것 같았다.
이런 한밤중에 협도 대협을 깨우는건 엄청난 실례다. 만약 앞집에 강시가 없다면 앞으로 개방은 협도 대협에게 어떤 부탁도 할수 없을 것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협도 대협은 개방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것이다.
- 같이 가세.
분타주가 먼저 협도 서량 대협의 문앞에 서서 잠시 가만히 있었다. 아마 내공을 퍼뜨려 협도 대협에게 보내고 있는것 같았다. 잠시후 집안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빠른 속도로 담장을 훌쩍 넘는 인영이 보였다.
달이 밝은탓으로 얼굴이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50대로 보이는 자는 협도 서량 대협일것이다. 분타주가 무슨 말을 했는지 협도는 자신에게 전음을 보내 왔다.
- 저 집안에 강시가 있는게 확실하나?
- 그렇습니다. 정면 방에 관 세개가 놓여 있습니다.
팟.
천후의 전음이 끝나자 즉시 앞집으로 달려간 협도 대협은 담장을 뛰어 넘고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협도 대협은 성격이 굉장히 급한것 같았다. 분타주와 천후도 즉시 담장을 넘었다.
캉캉!
강시를 반입한 놈들은 모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채였다. 관을 지키고 있는 중에 갑자기 뛰어든 협도 대협을 공격하고 있었다. 좁은 방안인 탓으로 무기를 휘두르기엔 적합하지 않아 찌르기 일변도의 공격에 아무리 절정인 협도 대협이라고 해도 고전하고 있었다.
도와 줄려고 해도 들어가 봤자 방이 좁아 방해만 될뿐이다. 방안에서의 공격에 어려움을 겪자 협도 대협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관안에서 강시 세구가 일어나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강시들이 방문에 한발을 걸쳤을때 협도 대협이 즉시 공격했다. 대협의 도(刀)에는 도강(刀罡)이 어려 있었다.
쩡!
강시의 팔과 부딪히자 강시는 조금 주춤거렸을뿐 팔도 잘리지 않은채 방문을 완전히 넘어섰다. 강시 세구는 겉모습만으로는 모두 똑같이 보였다. 셋 모두 검은색 한푸(汉服)를 입고 검은색 눈동자에 붉은 혈기를 간간히 내비치고 있었다.
아직 어떤 강시인지는 모르지만 도강을 막아낼 정도의 강시라면 혈강시 이상이다. 강시를 조종하는 놈은 강시를 꼼꼼히 살피던 노인같았지만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실라이온이 지하 통로쪽에 숨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여차하면 지하 통로로 도주할려는 심산인것이다. 강시 세구는 협도 대협에게 달려 들고 방안의 복면인 둘은 분타주에게 달려 들고 나머지 한명은 자신에게 달려 들었다. 노인인 분타주가 자신보다 더 강하다고 판단한것 같았다. 놈을 죽여선 않된다. 제압해 배후를 캐내야 한다. 생각같아선 단칼에 목을 날려 버리고 싶었지만 제압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쩡!
처음부터 검강을 사용했다. 달려든 놈의 검이 박살나자 즉시 보법을 밟으며 놈의 견정혈(肩井穴)을 찍으며 목뒤의 마혈(痲穴)을 찍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후 입을 열지 못하게끔 아혈(啞穴)까지 찍어 버렸다.
혹시나 놈의 입안에 독을 숨기고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한놈을 처리하고 분타주를 도와 주기 위해 몸을 날렸다. 분타주도 어렵지 않게 두놈을 제압할수 있어 보였지만 시간이 걸릴것이다. 접근하는 천후를 본 복면인이 즉시 검기(劍氣)를 두른 검을 찔러왔다.
쩡!
검기와 검강이 부딪히자 굉음이 들려 오며 놈의 검이 박살났다. 명검이라면 검기를 두른 검은 부서지지 않을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즉시 달려들자 놈은 검을 버리고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상대해 왔다. 맨주먹에 검붉은 기(氣)가 어려 있었지만 검강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상대가 되지 않을줄 알면서도 달려드는 놈이었다. 아마 철저한 교육을 받은 자 같았다.
펑!
서걱!
검과 주먹이 부딪히자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잘려 나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휘익.
복면인은 오른 주먹 절반이 잘려 나갔음에도 비명도 없이 왼주먹을 뻗어 왔다.
사삭.
서걱!
가볍게 보법을 밟으며 이번엔 왼팔목을 잘라 버리자 놈은 각법(脚法)을 시전해 허리를 노리고 있었다. 독한 놈이라고 판단되었다. 이런 놈은 제압해 봐야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것이다.
스르륵.
각법의 범위를 벗어나는것과 동시에 놈에게로 접근하자 연속으로 각법을 시전했지만 놈은 발목은 너무 쉽게 잘려 나가며 목을 스친 검에 머리통이 떨어져 내렸다. 제압하지 않고 죽여 버린것이다.
한놈만 상대하게된 분타주는 여유롭게 보였지만 협도 대협은 강시 세구의 합공에 고전하고 있었다. 도강을 튕겨내는 강시에게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시 세구가 모두 혈강시라면 똑같은 곳을 몇번이나 베어야 자를수 있다.
"같은 곳을 베어야 합니다. 전 강시를 조종하는 놈을 제압하러 가겠습니다."
협도 대협에게 강시의 약점을 전해주고 방안으로 몸을 날렸다. 조종하는 놈을 제압하면 강시는 움직이지 못하는 허수아비로 전락한다. 지하에 있는 노인은 방울 같은걸 흔들며 주문같은걸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방울 소리는 일체 들리지도 않는게 특수한 방울같았다. 방안의 관을 치우고 바닥을 뜯어내자 아래쪽으로 내려 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바닥을 뜯어내는 소리를 들었는지 노인은 통로를 따라 도주하기 시작했다.
- 실라이온, 놈을 막아.
빠르게 달아 나는 노인은 갑자기 앞쪽에서 불어온 강풍에 경공이 흩뜨려지며 비틀거렸다. 강풍은 그칠줄을 몰랐다. 지하에 이런 세찬 바람이 불어 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다시 경공을 시전해 앞쪽으로 달려 갈려고 했지만 강풍은 갑작스럽게 회오리 바람으로 변해 버렸다.
지하를 꽉 메운 회오리 바람은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뒤에서는 습격한 놈이 접근하고 있으며 앞쪽은 회오리 바람이 접근하는 탓으로 뒤쪽의 놈을 처리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처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회오리 바람때문에 놈도 물러 날것이 틀림없었다.
팟.
판단은 빨랐다. 즉시 뒤돌아 달려오는 놈에게로 쇄도해 가며 팔을 뻗었다. 금나수(擒拏手)로 놈의 팔을 잡아 채 회오리 바람쪽으로 던질 생각이었다.
"앗?"
놈의 뻗어 오는 검을 살짝 피하며 손목을 잡을려고 할때였다. 놈의 신형이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진것이다.
'설마 이형환위(以形換位)는 아니겠지?'
놈은 굉장히 젊어 보였다. 그런 놈이 이형환위같은 최상법의 신법을 펼칠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급히 한발 앞으로 발을 대딛으며 뒤를 돌며 손을 뻗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목덜미 뒤쪽이 뜨끔거리며 몸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마혈이 찍혀 버린것이다. 천후는 노인이 달려가는 앞쪽을 실라이온에게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도주하지 못하게끔 지시했다. 그러자 노인은 자신에게 달려 들며 손을 뻗어 왔다. 노인을 제압하기 위해 사이킥 블링크를 시전해 노인 뒤로 이동해 마혈을 찍었다.
노인이 만약 절정이상의 고수라면 사이킥 블링크로 이동한 지점을 파악하고 나타날때를 노릴것이지만 노인은 고수에 불과했다. 노인이 혹시 입안에 독을 숨겨 놓았을지도 몰라 아혈까지 찍고 노인을 끌고 지하를 빠져 나갔다.
캉캉!
강시를 상대하고 있던 협도 대협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강시의 목을 베고 있었다. 노인이 도주할때 강시는 이미 멈추었을것이다. 강시 한구는 이미 목이 잘려 있었다. 분타주도 복면인을 제압한 상태였다.
"그 자가 강시를 조종하던 놈이냐?"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협은 왜 강시를 베고 있는 겁니까?"
"다른 놈이 언제 또다시 조종할지 모른다며 당장 목을 베어야 한다고 저러고 있네."
협도 서량은 도강으로도 강시의 목을 쉽게 자를수 없어 몇번이고 같은 지점을 베어 겨우 목을 떼어낼수 있었다. 남은 한구까지 처리하자 내공이 부치는지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그 놈이 조종하던 놈이냐?"
"그렇습니다."
팟.
짝!
갑자기 협도 대협이 번쩍이며 사라져 눈앞에 등장해 노인의 뺨을 도(刀) 옆면으로 후려쳤다. 뻗뻗하게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은 고스란히 뺨을 맞을수 밖에 없었으며 아혈까지 찍어 놓은 관계로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협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천후는 즉시 뒤로 물러 났었다. 노인의 뺨은 움푹 파여져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상태로 통나무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절정 고수가 작정하고 후려친 탓이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며 노인의 온몸을 자근자근 밟으며 아무런 신음 소리도 없자 재미없다며 아혈을 풀어 주라고 했다. 나이와 실력에 걸맞지 않는 협도 대협의 행동에 천후는 이 아저씨하고는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아마 같이 어딜 간다면 저 성격에 뭐든 참지 못하고 설칠것이 틀림없었다. 노인의 아혈을 풀어주자 다시 자근자근 밟기 시작한 협도 대협의 행동에 분타주도 혀를 내두르며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며 복면인 두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놈들은 입안에 독약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번에 잡은 복면인 놈들도 독을 물고 죽어 버렸거든요."
"살펴 보마."
복면을 벗기자 중년의 얼굴이 드러나며 체념한듯한 눈이었다. 두명 모두 중년인들로 분타주가 강제로 입을 벌려 입속을 살피며 무언가를 꺼내며 역시 독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분타주도 놈의 아혈까지 제압해 놓아 독은 사용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제거할수 있었다.
"놈들의 단전까지 박살을 내죠. 등왕각에 강시를 푼 놈들도 도주할수 없게끔 모두 단전을 파괴했습니다."
"음...그렇게하세."
무인에게 단전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는 분타주는 잠시 눈쌀을 찌뿌렸지만 동의했다.
퍽퍽!
분타주가 직접 두놈의 단전을 박살내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걸개들이 담장을 뛰어 넘어 들어왔다. 제압한 놈들을 이곳에서 심문할순 없어 모종의 장소로 이동시켜야 한다. 협도 대협도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노인에게서 멀어진 상태였다. 노인의 몸은 걸레가 되어 있었으며 복면인들의 단전을 박살내라는 소리를 들었는지 노인의 단전까지 파괴한 상태다.
"강시들은 모두 태웁니까?"
"그래야겠지. 썩지도 않는 놈들을 묻어봐야 다른 놈들이 도굴해 가 연구를 할지도 모른다네."
걸개들이 강시들과 제압한 놈들을 옮기고 있을때 협도 대협이 다가 와 말을 걸었다.
"자네는 누군가?"
"은천 세가의 은천후라고 합니다."
"은천 세가?"
복건성에 있는 작은 장원이라고 말해 주었다. 말해 주어도 모를것이다. 그만큼 변방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세가였다.
"강시는 어떻게 찾은겐가?"
등왕각에서 부터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했다. 이런 일이 가장 귀찮았다. 모든 설명을 들은 협도 대협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 절정인가?"
"....."
"음, 굉장하군."
갑작스런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의 무언가를 파악한듯 대뜸 절정이라고 규정짓는 협도 대협이었다.
"술이나 한잔하세. 피를 본후에는 술로 씻어 주는게 최고라네."
이런 한밤중에 어디서 술을 마시겠다는것인지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협도 대협이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분타주는 동행하지 않았다. 놈들을 심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같아선 대협을 따라 가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무림 후배로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니다.
"자아, 한잔 받게나."
술 한동이를 가지고 온 협도 대협은 천후가 무림 초행이라는 말에 놀라며 어딜 가느냐 물었다. 솔직히 남궁세가로 간다고 하자 오랜만에 남궁세가 가주를 만나 보겠다며 동행하자고 했다.
우려했었던 일이 벌어진것이다. 동행은 허락할수 밖에 없었다. 술동이를 반쯤 비웠을때 걸개 한명이 허겁지겁 달려와 습격을 받아 제압한 놈들이 살해되었으며 자객으로 보이는 자들은 도주하고 있다는 말에 급히 걸개를 따라 갔다.
자객은 모두 세명으로 개방에서 추적하고 있는 중이었다. 호구 읍성 성벽아래에 뚫려 있는 개구멍으로 안내하는 걸개가 빠져 나가가 천후와 협도 대협은 성벽을 뛰어 넘었다. 이쪽은 성벽을 감시하는 자들도 없는 곳이었다.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낮은 산속 관제묘가 개방 호구 분타였다.
"자객들은 어디로 도주한거냐?"
"저쪽입니다."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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